전출처 : 水巖 > 이런 책 - 우리 식물 세밀화 도감


우리 식물 세밀화 도감
숲속 꽃과 식물들…"아는 만큼 보여요”
그림작가가 10년넘게 그린 600점중
118점 글과 함께 풀어 사실감 높여
 신현득 지음/송훈 세밀화 그림/현암사/3만8000원
“아는 만큼 보인다.” 정말 그럴까? 숲 속으로 눈길을 돌리면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숲 속엔 수많은 식물이 살지만 눈에 띄는 건 책 속에서 보거나 한번쯤 들어봤던 꽃들뿐이다. 눈에 익지 않은 꽃들은 그냥 지나쳐버리거나 생김을 구분하기 힘들어 헷갈리기 일쑤다. 숲 속에선 알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세계가 보인다.

‘아는 만큼’은 주변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한다.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세상은 다채롭게 보이기도 하고 밋밋해 보이기도 한다. ‘우리 식물 세밀화 도감’은 이런 점에서 반가운 책이다.

현암사 창립 60주년 기념 출판물이기도 한 책은 1993년부터 그림작가가 그려온 식물 세밀화 600여점 중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118점을 골라 담았다. 강아지풀 괭이밥 참외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들뿐 아니라 노루귀 도꼬마리 속새 익모초 등 잘 알려지지 않은 꽃들이 독자들을 반긴다.

특징을 살려 세밀하게 그려낸 그림은 이미 알고 있던 식물에서도 새로움을 발견하게 만든다. 그림과 어울려 자기소개 형식을 빌린 글은 식물에 관련된 이야기를 알콩달콩 흥미롭게 풀어놓는다. 이를테면 ‘민들레’ 앞엔 ‘잎의 수와 꽃대 수가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잎이 여덟이면 꽃대 여덟개가 차례로 꽃을 피운다는 부분에 닿으면 눈은 그림 속 민들레의 잎과 꽃대 수를 세느라 바빠진다.

‘부쳐 먹고 끓여 먹는 달래’는 식탁 위에 종종 오르는 달래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한다. 붉은 빛이 도는 꽃과 가늘고 긴 잎은 우아한 멋을 내뿜으며 시선을 붙잡는다. ‘공업용 기름에 쓰이는 피마자’엔 우리의 역사가 스며 있다. 일제 때 전투기 연료에 필요한 피마자 기름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은 우리나라 곳곳에 피마자를 심게 하고 시골 초등학교 어린이의 손을 통해 피마자 기름을 짰다.

아주까리로 불리기도 한 피마자 씨에는 34∼59%나 되는 기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산과 들에 저절로 자라는 식물, 뜰과 꽃밭에 심어 가꾸는 식물, 논과 밭에 심어 먹는 식물 등으로 구분된 책을 좇아가다 보면 전엔 보이지 않던 수많은 꽃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책을 덮고 나면 식탁 위에 오른 콩도, 길 옆에 핀 민들레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자연 대신 콘크리트 벽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책은 자연의 다채로운 색깔을 고스란히 전한다.

윤성정 기자 ys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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