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순이 어디 가니 - 봄 도토리 계절 그림책
윤구병 글, 이태수 그림 / 보리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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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부터 줄곧 보리의 도토리 계절 그림책을 사다 모았다.
한꺼번에 네 권을 같이 구입할 수도 있었겠으나 나는 부러 계절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계절이 바뀔적마다 계절에 맞는 책을 신청했었다.
그리고 올봄에 산 이책이 이제 마지막이 된다.
그러고보면 일 년을 꼬박 이 도토리 계절 그림책에 매달린 셈이 된다.
일 년.....시간에 매여 있을땐 그리 긴 시간으로 보이지 않지만, 뒤돌아서 바라보는 시점에서는 일 년은 꽤 긴시간이라고 보아진다.

그림책을 보고 있노라면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시적이고 가장 여유로운 그림책이 바로 이 도토리 계절 그림책이 아닐까? 란 생각이 든다.
봄편에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새참을 가지고 찾아가는 순이가 등장하고..
여름편에는 엄마,아빠가 논에 일하러 나가셔서 심심한 돌이가 집에 있는 가축들을 풀어놓았더니 그놈들이 애써 가꾸어 놓은 밭의 농작물들을 마구 망가뜨리는 장면이 등장하고..
가을편에는 마루네집의 가을 농사 걷이의 바쁜 일상을 상세하게 묘사해놓았고..
겨울편에는 겨울을 나는 동물들이 산양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는 장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엮어놓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름편의 그림책이 가장 마음에 든다..물론 다른 계절들편도 마음에 들긴 하지만 맨처음 손에 잡았던 여름편이 가장 생동감있고 아슬 아슬하게 잘 표현한 것 같다...그림이 너무 예쁘고 부드러워보인다고 생각했었는데 현재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온다는 소리에 역시~~ 했었던 기억도 떠오른다.

이번책 봄편은 그야말로 긴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되면 아지랑이 하늘 하늘 피어나고 봄나물들이 쑥쑥 자라나는 따뜻하고 춘곤증이 밀려와 나도 모르게 눈이 스르르 감길만한 봄풍경이 부드럽고 은은하게 잘 표현되어 있다...이태수님의 그림은 그렇게 편안하다.
또한 윤구병님의 글 또한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게끔 한다.
새참을 가지고 가는 엄마와 순이에게 갖가지의 동물들과 새들이 묻는다.
"우리 순이 어디 가니?" 
우리 순이..우리 순이..우리 순이...어감도 정겹다.
만약 "순이야 어디 가니?"라고 물었더라면 좀 덜 친근하고 덜 정겨웠을께다.
하지만 너와 나..그리고 다른 타인들이 포함된 '우리'라는 단어를 같이 사용하여 더욱더 순이가 친근하고 정겹게 느껴진다..순이는 우리의 딸 같기도 하고..우리의 여동생 같기도 하다...내아이에겐 누나쯤??..ㅋㅋ

봄을 엄청 기다렸었다...이책을 사려고...ㅡ.ㅡ;;
헌데...봄이 오긴 왔는데...이건 뭐 늦추위가 오랫동안 남아 있었던 탓인지?
아이의 감기로 인해 계속 집에만 처박혀 있다 보니 봄이 온 것도 모른 사이 봄은 그렇게 물러나 버렸다.
요즘은 봄,가을이 너무도 짧아져 제대로 느껴볼 수가 없어 아쉽다.
하루 하루가 다르게 나무의 새순이 색이 짙어지더니 지금은 녹음이 드리워져간다.
그래도 내아이에게 봄이란 느낌을 전달하려 애써 이책을 펼쳐놓고 개나리,벚꽃,복숭아꽃,보리밭등을 손으로 가리키며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먹고 싶은 쑥버무리..작년 봄에는 시어머님이 만들어주신 쑥버무리를 처음 먹었었는데...그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쑥의 향기가 입안에 퍼졌던 쑥버무리를 순이에게 뺏어 먹고 싶단 생각을 애써 참아야만 했다...ㅡ.ㅡ;;

이젠 조금 더 있으면 여름편의 돌이 이야기 책을 더 자주 접하게 될 것 같다.
그래도 내아이 책장엔 사계절이 모두 담겨져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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