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비룡소의 그림동화 12
에즈라 잭 키츠 글.그림, 김소희 옮김 / 비룡소 / 199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아이는 눈이란것의 개념을 잘 알지 못했더랬다.
그러다 요한달사이에 갑자기 눈이란걸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더불어 눈사람이 무엇인지 어떻게 만드는것인지..그리고 눈싸움이란게 어떤것인지..눈위에서 발자국을 찍어보는게 어떤것인지 갑자기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왜냐??..바로 눈이 왔기 때문이다.
눈이 잘 오지 않는 지역에서 눈구경을 하려면 몇년을 고개를 빼고 겨울 하늘을 쳐다보아야만 한다.
민이가 태어나서 올해 세번째 맞는 겨울인데...제대로 눈구경을 하질 못했기에 눈에 관련된 그림책을 보면 매번 시큰둥하다.
그래도 나는 삼십년을 넘게 살면서 눈구경을 제법 한 경험이 있으니..."눈싸움을 했어요~~눈사람을 만들어요~~" 하며 혼자서 신나서 읽어주어도 민이는 딴짓이다..
그래서 좀 속 상했다.
눈이라도 내려주면 좋으련만~~~ 하며 눈결정체 모양 비슷하게 색종이를 오려 창문에 붙이고 눈이 펑펑 내리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아~~~ 하늘은 내마음을 아셨던겐지~~~ 정말 그러고 며칠뒤에 눈이 내렸었다.

작년 마지막날에 눈이 잠깐 내렸을땐 밖이 너무 추워 도저히 놀수가 없어서 눈두뭉치를 집에 들고 와서 민이에게 꼬마 눈사람을 만들어주고서 이게 눈사람이라고 계속 일러주었다.
아이는 눈사람 같지 않은 눈사람을 보며 신기해했다.
그리고 다음날 눈이 다 녹아 버린 눈사람을 보고 "엄마 눈사람이 없어졌어!..어떡해??"소리를 질렀다.
눈사람은 원래 그렇게 녹는것이라고 일러주었지만 민이는 아직 이해를 하질 못하는듯하다.
그리고 올들어 이달중순께 정말 큰눈이 내렸었다.
그야말로 함박눈이었다.
민이는 방학이라 놀러온 사촌누나들과 함께 밖에 나가 눈사람을 만드는 광경을 지켜보고...누나들과 눈싸움도 하고...(눈을 던지니 겁먹고 하지 말라고 울먹이긴 했지만..ㅡ.ㅡ;;)...눈위에 발자국을 찍어보기도 하면서 놀았다.

이렇게 눈구경을 하고 난뒤 아이는 <눈 오는 날>이그림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역시 아이들은 경험이란게 참 중요하게 작용하는듯하다.
그전엔 이책을 보아도 눈위에 발자국을 찍는 피터의 모습을 제대로 볼 생각도 않고 다음장을 넘기기 바쁘던 아이가 유심히 들여다본다..^^
피터는 눈이 온날 눈사람도 만들고 형들이 눈싸움하며 노는 곳에 끼어볼 요량으로 같이 덤비지만 덩치가 적고 힘이 딸리다보니 아직 때가 아니란걸 스스로 깨닫기도 하고...나뭇가지에 얹혀 있는 눈을 나무 막대기로 툭툭 쳐보기도 하고...눈에다 자신의 몸을 부비대어 눈천사를 만들기도 하면서 즐겁게 논다.
아이들이라면 딱 그렇게 놀만한 광경이다..그리고 우리들도 어린시절에 그렇게 놀았던 그모습이다.
피터가 눈이 오는 날에 노는 모습이 참 정겹다.

에즈라 잭 키츠의 피터 시리즈 그림책은 여느 그림책에 비하면 독특한 기법의 그림들을 대할수 있는데...콜라쥬 기법을 사용하여 만든 그림책들이 처음엔 다소 낯설수도 있다..특히 피터는 흑인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어 더욱더 생소하다..하지만..자꾸 들여다보면 어느새 피터의 예쁜 동심의 세계에 금방 빠져들수 있다..그리고 피터의 까만 피부는 그다지 낯설지도 않을뿐더러 되려 그빛깔또한 탐스럽고 건강해 보인다. 
작가는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하여 피터를 흑인으로 내세웠다지만...오히려 그것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하지만...아이들 그림책에선 이상하게도 그러한 것들은 다 무마가 되는듯하다.
그림책속엔 아름다운 동심이 넘쳐흐르기 때문이 아닐까? 

한겨울에....특히 눈 구경을 많이 할수 있는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이라면...이책이 크게 환호받을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나는 눈 구경을 할수 없는 아들녀석에게 일부러 이책을 보여줬지만 그런대로 나는 대만족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점이 있다면 이책의 마지막 부분에선 피터가 다음날 눈이 녹았으면 어쩌나 고민하면서 집밖을 나갔더니 눈은 여전히 쌓여 있어서 친구와 함께 눈길을 걸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래서일까?....아들녀석은 눈이 녹는다라는 개념을 아직 깨닫지 못하는것 같다.
이책만 보고나면...."우리 눈사람 만들러 갈까?".."우리 눈구경 하러 갈까?" 그런다.
실로 난감하다...
눈 다녹고 없어~~~ 라고 말은 해주지만.....어릴적에 내가 애써 정성스럽게 만든 눈사람이 다음날 다 녹아서 작아졌을때 어찌나 슬프던지 막 울어버렸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씁쓸해지는 이유는 뭔지?
그래서 <눈사람 아저씨>란 책도 끝장면이 너무 슬프고 씁쓸하여 보여주길 꺼려하기도 한다. 

아들아!
눈이란건 그렇게 녹아서 사라져 버리는 것이란다.
나중에 네가 더 커서 직접 눈사람을 만들어서 놀았는데 다음날에 그 눈사람이 녹아서 없어지더라도
슬퍼하지 마려무나!
비록 형체는 사라지더라도 네 마음속에 우뚝서 널 지켜주며 너와 영원히 함께 할테니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랑녀 2005-01-29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 엄청 오네요, 지금... 동심을 잃어버린 지금, 저는 이 눈 그치고 나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갈 거라는 말에 벌써부터 잔뜩 얼어붙고 있습니다.

책읽는나무 2005-01-2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눈이 오면 눈오는 풍경은 보기 좋으나...저눈이 그치고 나면 빙판길이 될까봐 더 걱정스러워 지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니....ㅡ.ㅡ;;
그래서 동심이나마 잃지 않으려고 이책을 보아야 하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이곳은 워낙 눈구경을 하기가 힘이 들어서인지 모두들 얼어붙을때 얼어붙더라도 좋아라~~ 하는 분위기에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