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점 반 우리시 그림책 3
이영경 그림, 윤석중 글 / 창비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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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에 내가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 후배를 우리집에 초대했다.
초대는 오래전에 했었는데 유치원 교사를 하고 있는 내후배는 어찌 그리 바쁜지?
온다 온다 해놓구선 깜깜 무소식!
목을 빼 놓고 기다린 사람이다.
실은 이후배를 내동생에게 소개를 시켜주고파 계속 오라고 난동(?)을 부렸던것이다.
내올케를 삼고 싶을만큼 참한 여자다.

후배는 여지없이 반갑게 나를 맞으며 달려온다.
그리고 부끄러운듯 내손에 쥐어주는것이 있어 내려다보니 바로 이그림책이다.
예쁘다~~ 예쁘다~~ 매번 생각하고 느끼는것이지만..
어쩜 이리도 예쁜짓만 골라서 하는지!..^^
아이 키우는 엄마한테 아이 그림책 선물하면 좋아하는줄 어찌 알고?
(하긴 유치원 선생을 하고 있는 만큼 눈치가 빤~~ 할것이다..ㅡ.ㅡ;;)

그래서 나는 이그림책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나의 큰올케가 될지 안될지 아직 미지수가 많지만...
그래도 나의 사랑하는 후배로 항상 머물러줄만한 그녀이기에
그녀가 선물해준 이그림책이 한없이 예쁘고 사랑스럽다.

이그림책은 윤석중시인님의 <넉 점 반>이란 시어에다 이영경님이 그림을 그린 우리시 그림책 시리즈중 한권이다..안그래도 이젠 아이에게 쉬우면서 예쁜 동시집 같은 책을 읽히려고 생각중이었는데...이책은 나의 계획에 딱 들어맞는 안성맞춤인 책이다.
이책은 딱히 연령제한을 둘 필요가 없다고 본다.
시자체가 간결하고 운율이 있기에 아이들은 그리 지루해하지 않을것이다.
그림또한 앙증맞고 귀여우면서도 참 정겹다. 

엄마가 지금 몇시인지 저기 시계가 있는 가게집 아저씨한테 가서 물어오라고 했나보다.
꼬마는 "영감님 영감님, 엄마가 시방 몇시냐구요?"하고 묻는다.
아저씨는 시계를 보며 "넉 점 반이다" 일러주신다.(점은 시간을 나타내는 말로 해석하면 네시 반이란다.)
꼬마는 " 넉 점 반, 넉 점 반" 열심히 되뇌이며 집으로 돌아온다.
오는 길에 물먹는 닭구경을 하면서 넉 점 반을 외우고,
개미 거둥을 한참 앉아 구경하면서 또 넉 점 반을 외우고,
오다가 잠자리 따라 한참 돌아다니다가 또 넉 점 반을 외우고,
오다가 분꽃 따 물고 니나니 노래 부르며 놀다가 또 넉 점 반을 외우며 집에 돌아오니 해는 뉘엿 뉘엿 벌써 졌네!...하지만 꼬마는 천진스럽게 엄마를 보며 하는말..."엄마 시방 넉 점 반이래!"
불 밝힌 방에서 저녁을 먹는 오빠랑 언니한테 가려고 신발을 벗는 꼬마는
아기에게 젖물리면서 "정말 시방 넉 점 반이야?"하며 확인하듯 꼬마를 쳐다보는 엄마를 되려 이상하게 올려다본다.

꼬마의 천진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그림책이다.
옛이야기 그림책을 보는듯한 정겨움도 가득 담겨 있다.
옛날 그리 넉넉지 못했던 그시기 마을에 전화가 한두집 뿐이 없어 전화 왔다고 알려주러 뛰어다니기도 했었고...시계가 없어 시간을 물으러 다녔던 그시절을 다시 한번더 회상할수 있는 어른들에겐 추억의 그림책이 될수도 있겠다.
아이들에겐 시어의 운율과 아름다움을 접할수 있는 계기가 될수 있고, 어른들에겐 추억을 되새길수 있는 그림책은 바로 동시집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그림책을 보면서 어릴때 엄마가 가게에 가서 뭘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키면 생소한 양념들의 이름들을 가게 가는 동안 잊어버릴까봐 몇번씩 입으로 되뇌이면서 걷곤 했었다..특히 내겐 어려웠던 이름이 그 베이킹 파우더였더랬다..어릴적 울엄마는 이것을 신하당인지? 시나당인지? 좀 이상한 일본말로 명칭했더랬다..나는 요 세글자를 항상 잊어버려 가게와 집을 몇번씩 오갔던적이 있었다.
이름을 안잊기 위하여 개울물 흐르는걸 쳐다보면서 입으로 되뇌이고...지나가는 사람들을 올려다보며 입으로 또 되뇌이고 했던 그때가 문득 떠올라 웃음이 났다.
그때 또 베이킹 파우더 이름을 잊어먹고 가게 아줌마한테 "빵 만들때 집어넣는거 있잖아요?..그거 주세요!"했던적도 몇번 있었다..
꼬마와 나의 상황이 똑같진 않지만...꼬마의 천진스러움이 문득 옛생각이 나게 만든다.^^

작고 예쁜 그림책....
우리시를 어렸을적부터 읽혀준다면 혹시 내아이가 시인이 되겠다고 하진 않을까?
엉뚱한 상상을 해보며 혼자서 많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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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일백 2005-01-26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이킹 파우다! 정말 옛날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그거 집어넣고 어머니가 만들어 주던 빵은 제빵점 꺼 못지않게 맛있었습니다
물론 그것이 맛을 내는 그런 보조제는 아니었습니다만.
가끔씩 저도 그 베이킹파우다라는 것을 사러 심부름하곤 했었는데
빵 만들 때 넣는 하얀거! 라고 말하면 가게 아줌마가 얼른 내다주었습니다
와이프도 저와 같은 세대이고 그 빵을 먹었을 것인데
아마 만들어 달라고 하면 ..... 글쎄요 기대는 안합니다
괜시리 빵이 입에 땡기는 그런 시간이군요. ^.^

책읽는나무 2005-01-26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님도 베이킹 파우더 시대??...^^
저도 친정엄마가 만들어준 그빵 엄청 먹고 싶어요..헌데 지금 만들어 주신다고 해도 옛날에 그맛나던 입맛이 다시 느껴질지?? 약간 의구심이 이네요..ㅋㅋ
만약 제가 만든다면?...당연 그빵과는 거리가 먼 이상한 빵이 될까? 두렵네요..
ㅡ.ㅡ;;;

그래도 먹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