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만녜 - 백년 전 북간도 이야기
문영미 글, 김진화 그림 / 보림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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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책에서 남자는 글을 배우고,여자는 글을 배우지 못했었다는 그시절 글을 읽을때면 여자인 나는 그때 태어나지 않고,지금 이시대에 태어나 살고 있는 것에 순간이나마 감사하게 된다.글을 배우지 못하고,집에서 살림만 하면서 열일곱에 시집을 가 아이를 낳고 그것도 여덟 아홉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키워내야 하는 삶을 어찌 살았을꼬? 더군다나 나라도 잃고,전쟁까지 치렀던 그과거역사속에 있었다면 나는 어찌 살아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지금 이삶이 다행스럽기도 하다.


 '고만녜'라는 이그림책을 받아들고 읽으니 그러한 생각들이 더 뚜렷해지고,내 딸 둘을 물끄러미 바라보게 된다.고만녜는 그렇게 우리네 여자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며,고만녜라는 할머니가 살아오신 일대기를 엮은 여자 이야기다.

 '백 년 전 북간도 이야기'라는 소제목이 붙은 것처럼 고만녜는 함경북도 회령에서 1895년에 태어났다.산에서 호랑이가 내려와 사람을 물어가곤 했던 바로 그시절 흉년과 일본을 비롯한 외세의 압력으로 견디지 못하여 가족들은 고향을 떠나 북간도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그곳에서 3남 6녀의 형제들과 부모님과 터를 잡고 생활을 하였다.고만녜의 아버지가 훈장선생이셨기 때문에 동네 아이들의 글도 가르치면서 농사일도 하며 식구들의 끼니를 이어갔다.

 고만녜는 다섯 째딸인데 딸은 이제 고만 낳으라는 뜻에서 고만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그시절 여자아이들의 이름은 그저 입에서 나오는대로 지었던 시절이었다고 한다.그래서 고만녜집 딸들의 이름은 특이하다.첫 째딸은 머리가 노랗다고 노랑녜,둘 째딸은 귀하게 살라고 귀복례,세째는 얼굴이 곱다고 곱단이,여섯 째딸은 어린아이라고 어린아,일곱째딸은 또 딸이라고 내던졌다고 데진녜라고 지었다고 한다.
철없던 어린시절 내이름이 예쁘지 않고,친구들이 자꾸 이름가지고 놀린다고 아버지앞에서 왜 이런 이름을 지어주셨느냐고 떼를 쓴적이 있었는데 친정아버지는 그때 외삼촌때문에 더 촌스런 이름이 지어질뻔 했었노라고 하셔서 달래주시는 것인지? 더 놀리시는 것인지? 한참 억울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고만녜 딸들의 이름이 지어진 유례를 보게 되니 친정아버지께 그나마 감사해야할 일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북간도로 넘어가 살게 된 고만녜는 집안일을 하면서도 아버지의 서당앞을 기웃거리면서 글을 배우고 싶어 몰래 기웃거리다가 신식학교가 동네에 들어서게 되면서 일곱 살 남동생에게 글을 배우곤 했다.배움에 남다른 열정이 있었던 고만녜가 대견하고 기특하다.어렵게 책을 구하면서 눈물을 글써이며 가슴 뛰던 고만녜의 모습도 고만녜는 좀 특별하게 자랄 것 같은 예감을 갖게 된다.
열 일곱에 고만녜는 시집을 가게 되었고,다행히 시아버님의 권유로 학교를 다니게 되었고,그곳에서 김신묵이라는 새이름도 갖게 되었다.
나라가 해방이 되고 1946년에 고만녜는 우리나라로 돌아오게 되었다.

 고만녜는 상상속의 인물이 아닌 실제로 우리의 힘들고 어두웠던 과거시대를 잘 살아내오신 할머님의 이야기다.특히 고만녜 할머니는 작가의 친할머님이시다.북간도 이주민들의 삶에 대한 역사의 산증인인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회고록을 손녀가 다른책으로도 이미 냈었고,지금 고만녜 할머니의 어린시절부터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잔잔하고 예쁘게 담아냈다.
물론 예쁘게 읽힐수만은 없는 그림책이겠으나,백 년 전 그시대 이북사람들의 삶과 특히 북간도로 이주해갈 수밖에 없는 상황들,그리고 춥고 추운 북간도에서 희망을 품고 살아간 이야기들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한 번쯤 꼭 읽혀봄직한 책이다.
추운지방에서의 북간도 방구조도 들여다볼 수 있고,서당에서 신식학교로 넘어가는 역사의 흐름도 아이들은 어렴풋하게나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책은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읽히기 위한 목적보다는 우리네 삶의 애환이 담긴 역사의식을 위한 조금은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아이들에게 읽혀주고,설명을 곁들여줘야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뒷부분에 고만녜 할머님의 사진 몇 장과 책을 내게 된 동기가 자세히 나와 있어 고만녜 할머님에 대해 잘 몰랐던 부분을 나 또한 알게 되어 참 다행이다. 
어린시절부터 고만녜 할머님은 배움에 대한 열의가 대단할때부터 남달랐다 싶었는데 젊은시절부터 야학을 여시고,독립선언 시위에도 참여하시고,여든이 넘으신 나이에도 양심수 석방을 외치며 거리에 나서기도 하신 분이셨다고 기록되어 있다.'1980년 대 양심수 석방을 외치며'라는 제목의 고만녜 할머님의 사진을 한참 바라보며 이시대에 태어난 것에 다행으로 여기고 있는 젊은 내가 참 많이 부끄럽다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어 이그림책의 가치는 더욱더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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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2-07-11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동주의 시에서 였나요~ '어머님은 지금 북간도에 계십니다~"하던 구절이 떠오르네요. 상상속의 인물이 아니라, 실존인물이셨군요. 한살한살 먹어갈수록, 멀게는 책 속 인물 가깝게는 주변 나이 지긋한 여성분들의 삶을 다시 보게 되는 거 같아요~~ 어떤 삶이든, 참 대단하시구요!

근데, 외삼촌이 언급하신 이름이 무엇이었을까, 또 음청 궁금하네요 ^^ ㅋㅋ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개성있는 이름이라 좋으시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저는 짐작도 못하는 그런 불편(?)함이 있을수 있겠지만요~) 게다가 이름만 들으면, 남성일까 여성이겠지 하면서 한번더 짐작해보게 하는 이름이에요!!

고만녜,, 저도 어릴적에 어른들이,, "딸그마니네"라 이름 불리던 집이 있었어요. 참 구구하기도 하지요.

2012-07-11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2-07-11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 윤동주님의 시에서 그부분이 나오네요.기억력도 좋으셔라~~^^
이그림책은 읽고 나니 좀 뭐랄까!
좀 숭고한 마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참 뜻 깊고 귀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도 독특하구요.
암튼 예년에도 좀 그리 느꼈지만,
요즘은 출판사에서 책에 대한 특별한 노력이 엿보인다고 해야할지?
귀한 책들이 많이 눈에 띄네요.^^

딸 그만 낳으라는 이름은 생각보다 참 많아요.
저희 둘째 외삼촌댁에 딸 다섯에 막내아들을 낳았는데요.
세째 언니가 본명외에 집에서 많이 불리던 이름이 '두리'였나?
이름이 세 개정도 되었던 걸로 기억해요.이름들이 잘 생각나질 않지만요.
그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 밑에 아들 낳으라는 이름이었다고 하더라구요.
내친구네는 딸만 여섯 집이 있었는데 큰언니부터 죄다 남자이름인거 있죠.
경준이부터 시작해 친구랑 밑에 막내동생은 이름 끝자에 '남'자가 들어가요.ㅋ
우린 그친구를 부러 예쁘게 '나미'라고 불러주긴 하지만요.(딸 부잣집 딸들이 죄다 미스코리아 뺨치게 예쁘고,명절날 사위 여섯 모이면 시끌벅적 참 재미나다고 하던데 친정아버지가 왜 그동안 아들 타령을 하셨는지...ㅠ)

기억의집 2012-07-12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 여자가 글을 배우기 시작한 게 반세기도 안된다면 놀랍죠. 지금 칠십팔십 되신 할머니들 중에 문맹인 분들 많으세요. 저의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 전원주같은 나이 든 탈렌트가 대학 어디 어디 나왔다 하잖아요. 그러면 이래요. 집안이 좋으니깐 저 나이에 대학까지 갈 수있었지, 일반인들은 꿈도 못 꾸었다고 하세요. 저의 친정모도 제법 살았는데, 초등졸업이시거든요.

세월이 많이 변했고, 시대의 흐름을 잘 타야겠죠. 저는 요즘 같이 딸하나 낳고 사는 시대에 출가외인이라는 말은 이제 없어져야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어요^^

기억의집 2012-07-12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그리고 저의 친척 언니 이름이 갓난이였어요. 그 언니가 사십대 후반인데도 여자애 낳다고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하더라구요. 여자로 태어난 게 뭐 그리 죄라고.... 그 언니 지금은 개명해서 산다고 하더라구요.

책읽는나무 2012-07-12 18:05   좋아요 0 | URL
그시절 대학을 나온 여자들이라면 정말 집안이 좋은 사람들 맞긴 한 것같아요.아니면 부모님이 뜻이 있어 자식을 끝까지 뒷바라지 하지 않는 한은 대학까지 공부시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을꺼에요.
이종사촌언니가 꽤 돈이 있는 형부를 만나 결혼했는데 그 시어머님이 이화여대를 나오셨다고 하시더라구요.우리 큰이모는 7남매의 장녀라 초등학교 겨우 졸업했다던데 사촌언니가 맘고생이 좀 있더라구요.
많이 배우셨다는 시어머님이시지만 집안일 하나 할줄 모르시고 배움이 짧으신 친정엄마는 늘 사돈어른 앞에서 작아지시는 모습을 보면서 언니가 좀 힘들어하던 모습이 떠오르네요.ㅠ
그래서인지 그언니는 딸둘을 낳았는데 교육에 아주 불탔던 모습도 함께 떠오르네요.ㅎㅎ

이름에 얽힌 사연들 아마도 생각보다 많을꺼에요.
정말 아들이 뭔지...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