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소녀 카트린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이세욱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카트린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여 읽어보았는데....카트린의 이야기보다는 카트린의 아버지에 대한 회상이 짙은 책이다....
그녀의 어린시절엔 항상  아버지가 옆에 계셨기에 어린시절의 파리를 떠올리면 아버지의 모습이 카트린에겐 생생한가보다...아버지의 고민하는 모습,일에 열중하는 모습,당찬 모습,인자한 모습,희망을 간직하는 모습,항상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여러각도에서 묘사되고 있다..

어릴땐 한없이 커서 꼭 우주같은 사람이 바로 우리들 아버지였다....하지만 성인이 되어 갈수록 우리네 아버지의 어깨가 한없이 나약해보인다...어쩌면 커가면서 조금씩 아버지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이미 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카트린은 많이 어렸지만 그런 아버지의 심적변화를 알듯 모를듯 자신이 느낀 감정들을 표현해 놓았다..
카트린은 가끔씩 아버지의 흔들린 눈동자를 보았지만...카트린의 아버지는 활기차게 잘 극복해나간다..
그래서 카트린은 그런 자신의 아버지를 많이 자랑스러워 하는듯하다..

어린 카트린과 아버지와의 공통점이 있다..그것은 둘다 안경을 썼다는 점이다..
안경 쓴 사람이 허다한 이세상에 안경을 썼다는 점을 굳이 공통점이라고 붙일수는 없겠지만....
이부녀지간은 안경이란 녀석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가장 큰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안경은 끼고 있으면 물체가 정확하고 선명하게 눈에 들어와 가장 현실다운 현실(?)에서 살아갈수 있게 해준다...하지만 안경을 벗으면 무언가 뿌연것이 눈앞을 가리고 있기에 물체가 정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온통 희뿌연 세상이다...그래서 가끔은 내가 현실에서 동떨어진 다른 세상에 와 있는게 아닐까?란 생각마저 들게 하는데...바로 그러한 안경의 특성을 카트린과 아버지는 벌써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현재 꽤 오랫동안 안경을 끼고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중학교 2학년때부터 안경이란것을 끼기 시작했으니...15년째 끼고 있나보다...ㅡ.ㅡ;;
어릴때 안경을 끼고 싶어서 앙탈을 많이 부렸다...어떻게 하면 저 멋진 안경을 끼고서 폼을 잡아볼수 있을까? 싶어 여러궁리끝에 시력을 잃어야만 한다는 다급한 목적아래....길거리 지나다 용접하는 아저씨들이 있으면 그옆에서 불꽃을 하염없이 쳐다보거나...하늘에 있는 태양을 거짓없으니 나는 우러러볼수 있다라는 떳떳함에 마구 째려보기도 했고...어두운 방안에서 그것도 누워서 책을 많이 읽었었다.....ㅠ.ㅠ
그래서 나는 그렇게도 원하던 안경이란것을 결국엔 꼈다..ㅡ.ㅡ;;

헌데 지금은 이 안경을 벗고 싶다...너무 불편하고 시력이 자꾸 나빠지는것이 때론 두렵다..
이러다 앞을 못볼 지경에까지 이르면 어쩌나? 무서워진다..얼마전에 안경점에 가서 안경을 새로 맞추면서 둘다 마이너스의 시력을 달성했으며 난시도 곁들여졌다는 소리에 상심이 커서 한며칠동안 우울해 있었던적이 있었다...
어린시절에 저질러온 나의 무모함이 어찌나 후회가 되던지..ㅠ.ㅠ

그런데 오늘 내가 카트린에게서 고맙게도 중요한점을 깨달았다..
카트린은 춤을 출때 안경을 벗고 춤은 춘다...그러고보니 무용수들이 안경을 끼고 춤을 추는 장면은 한번도 보질 못했던것 같다...안경을 벗고 춤을 춘다면 앞이 보이질 않아 불편하지 않을까? 싶지만..카트린은 오히려 그것을 역으로 더 즐기고 있었다..안경을 벗음으로 어렴풋하고 뿌옇게 보이는 부드러운 세상을 마치 꿈의 세상이라고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춤을 추는것이다...
그리고 카트린의 아버지도 그런 카트린에게 용기를 북돋워준다...자신도 젊었을때 그랬노라고....
그리고 네가 안경을 벗고 있을 때면, 다른 사람들은 너의 눈길에서 어떤 보얗고 다사로운 기운을 느끼게 될것이라고... 그것을 바로 매력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조용하게 일러준다..

부녀지간의 밝고 긍정적인 마음에 절로 감동이 일었다...
그리고 장 자끄 상뻬의 앙증맞고도 귀여운 그림들이 그감동에 배를 가한다..
송곳처럼 툭 튀어나오는 자극적인 카리스마는 없지만...가을의 길목에 들어선 이계절에 절로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수 있게 만들어줄수 있는 작고도 예쁜책을 읽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
이책을 읽고 나면 어쩌면 올가을이 더 아름답고 예뻐보일지도 모르겠다..^^  

p.s;책을 읽기는 구판인 <카트린 이야기>책을 읽었지만 리뷰는 새로 만들어진 개정판인 <발레 소녀 카트린>에다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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