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의 사금파리 - 손때 묻은 동화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손때묻은 동화 옛날의 사금파리>.....역시 대작가다운 제목이지!! 싶다.....손때가 묻었다~~~~ 나는 새것보다는 손때가 묻은 물건들을 좋아한다.....예전엔 나의 변덕으로 인하여....방안의 물건의 위치를 혼자서 여기 옮겼다....저기 옮겼다 하면서.....매번 분위기전환으로 바꾸기를 좋아했지만....이젠 그럴 힘도 없지만서도.....성격또한 많이 누그러져.....원래 있었던 그자리에 놓고....항상 바라보는 것이 좋다......^^.....그러나 역으로 항상 있던자리에 그물건이 없으면.....아예 찾질 못할정도로 게을러진것이 문제가 있긴 하다.....이렇듯.....항상 있어왔던 그자리에 항상 똑같은 자세로 나를 쳐다봐주는것이 좋다...책또한 항상 그자리에 꽂아둔다....나는 애써 책장정리를 하질 않는다....^^....항상 그자리에 두어 먼지가 뽀얗게 일어.....예전의 나의 손때가 묻어진 흔적을 찾는것이 즐겁다.....책을 깨끗하게 보아야하는 나의 결벽증(?)이 있긴 하지만...한번 보았던 책은 메모하나없이 깨끗해도....나의 손때가 묻어있는것이 분명 보인다....뽀얗게 쌓인 먼지또한 정겹다.....^^

사설이 넘 길었다......암튼....도서관에서 여럿에게 돌아가며 읽혀져....이미 남의 손때가 열심히 묻어진 책이지만......그것이 나의 손때가 묻은 책인양 설레는 기분으로 읽었다.....나는 동화라는 책은 모두가 다 설레인다.....나의 유년시절을 떠올릴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또한 현재 나는 한아이의 엄마이기때문에.....더더욱 동화책이 설레일수밖에 없다.....잠깐이나마...유년시절을 떠올릴수 있는 그시간이....내아이를 이해할수 있는 시간으로 전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지기 때문이다....

설레임과 간절함으로 읽어내려간 이책은.....처음엔....이게 뭐야?? 의외성에 놀랐다....나의 기대와는 달리 전반부에 나오는 내용의 <옛날의 사금파리>부분은 박완서자신의 유년시절을 담고 있었다....벌써...<그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읽었던 부분이어서....나의 기대치가 넘 컸던관계로 실망또한 컸다....그래도...다시 읽는다는 기분으로....찬찬히 아이심정에서 읽어보니....그의미들은 새로운 관점으로 다가왔다....또한 중간,중간에 수묵화기법의 예쁜 삽화가 또다른 느낌을 더해주고 있었다....그그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나자신이 벌써 박완서작가의 유년시절속에 들어가 앉아 있는 느낌이다....아이의 그림책을 읽어주면서.....유독 책에 그려진 그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버릇이 생겨버렸다.....그림을 잘보는 안목이 있어서가 아니라....그냥 책내용에 맞춘 그림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박작가의 유년시절은 그녀말대로의 깨진 사기그릇처럼 투박하면서도 질퍽하다.....예쁘고 아기자기한 유리그릇의 시절은 아니었지만.....그녀어머니의 깊은 애정과 딸자식의 교육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엿볼수 있었다.....그래서 위대한 작가가 될수 있었겠지??....이미 어머니는 딸자식을 작가로 만들고 있었다...어렸을때부터 밤마다 손은 바느질을 하면서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는 딸자식에게 열심히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한다....그얘기를 들은 딸이 자라 성인이 되고....그녀어머니 나이뻘이 되어 지금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사금파리 이책에서 말이다......

중반부부터 4편의 다른 창작동화도 실려있는데......<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일>이동화는...곧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며....엄마,아빠,할머니의 관심과 준비하는 자세와 마음가짐등을 그리고 있다....내가 이미 아이를 낳아보았으므로.....내아이를 기다릴때의 그때 그심정을 떠올리며.....충분히 공감하면서 읽어내려갔다.....부러....아이들도 이책을 읽는다면....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슴떨리는 기대속에서 이세상에 태어났는지를 알게 될것이며....동생이 태어나던날을 회상하며 웃음지을수 있을꺼라고 생각한다....

<산과 나무를 사랑하는 법>이야기는 말그대로 인간들의 욕심으로 자연을 훼손하는 현시대를 꼬집는 내용이다......이책에선 산과 나무를 사랑하는 법의 가장 중요한 방법은 자연을 그냥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는것이라고 일러준다.....참으로 뜨끔하였다......나또한 놀이삼아 자연속에 머물렀을때...내개인적인 욕심만 취한적은 없었는지? 반성을 좀 했더랬다.....분명 아이들을 위한....자연보존을 가르치는 내용은 아니라고 본다....

<쟁이들만 사는 동네>이야기는 정말 가슴 찡하다.....어른인 내가 읽어도 많은것을 생각케 했다....나는 과연 환쟁이 부인처럼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내남편에게 희생할수 있을까??란 생각을 잠시 하였더랬다....다소 내용이 좀 과장되어...초등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염려스러운 부분이 조금 있긴 하다....나의 기우일지 모르겠지만........

<다이아몬드>이야기는 약간의 교훈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다....다이아몬드에 얽힌 슬픈 전설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하여...더높은곳의 욕망과....더먼곳의 진리를 깨치기 위하여 몸부림 치지만....진작 중요한 이치는 바로 가까이에 있다는것을 알게 된다...책에선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만이 깨트릴수 있다는 간단한 이치를 깨닫고 보니....사나이는 이미 늙어 있었지만....그의 삶이 결코 허망하진 않다고 적혀있다....과연 그럴까??.....그런 간단하면서도 쉬운 이치를 좀더 빨리 깨달았더라면 아름다운 소녀와 빨리 만날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ㅠ.ㅠ.....이렇게 동화를 읽으면서도 어른의 잣대로 읽고 있는 나자신을 발견한다....그리고 반성한다.....동화는 아이의 눈으로 읽자고 말이다....하지만....이렇게 때론 순수해지자고 나자신을 다독여주는것 또한 동화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옛날의 사금파리>는 잃었던 동심을 잠시나마 나에게 찾아주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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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웨이 2004-05-18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완서님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책은 안 사도 되겠습니다.ㅎㅎ
<그 많던 싱아를...>이 있고 또 네개의 창작동화는 최근에 나온 <보시니 좋았다>에 실려있으니까요 ^^
책나무님 덕에 돈 굳은 느낌.

그런데 정말 자꾸 빠지기 쉬운 오류가 그림책이나 동화를 보면서 어른인 제 잣대로 재고 생각하고 따지고 그러는 거 같아요.
나무님 말씀마따나 아이의 눈으로 읽어야 할텐데 말여요 ^^

책읽는나무 2004-05-18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보시니 그책에 이동화가 나옵니까??
나도 그책 사보려 했는데..... 이런 유용한 정보가??..^^
그리고 아이의 눈으로 읽으려면....... 열심히 동화를 읽어서 그동심의 눈을 만들어놓아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