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있으면 무한정 편하다.
편하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것은 서로를 위하고, 사랑한다는 뜻일 것이다.
가족은 서로를 위하고, 사랑한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서로 입밖으로 꺼내진 않는다.
사랑한다고 입밖으로 꺼내지 않는데 가족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루시는 캔디애플을 시어서 먹지 못하는 아빠가 나 대신 그것을 대신 먹는 것을 보고 그 행위는 사랑이라고 조숙하게 추측한다.
사랑한다고 직접 말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작은 행동, 즉 나를 배려하는 행동 하나에 나를 사랑하는 감정이란 걸 느끼게 되는 가족간의 이야기가 인상 깊다.
사려깊은 작가다.
이 작고 사소한 감정을 놓치지 않는다.

입밖으로 굳이 꺼내지 않아도 느끼는 가족간의 사랑은,
또 때로는 직접 귀로 듣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것은 아이였을 때가 아닌,
어른이 되었을 때, 듣고 싶은 단어인 듯하다.
결핍된 감정을 상대에게 확인하여 채우고 싶었던 것일까?
루시는 엄마에게 질문하여 확답을 받고 싶어한다.
˝엄마, 나를 사랑해요?˝

당황하고, ˝사랑해!˝란 말이 익숙치 않아 민망한 엄마는 그 대답을 계속 미룬다. 그리고 핑계를 댄다.
˝니가 눈을 감는 동안˝
나는 이 대목이 너무 사랑스럽고 포근하게 읽혔다.
그 흔하디 흔한 ˝사랑해˝란 말을 꺼내는 것이 무에 힘들단 말인가? 라고 생각하겠지만, 자주 그 말을 꺼내지 않는 사람에겐 사랑하는 사람 얼굴을 보고 사랑한다는 말은 정말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실은 나도 그러한 사람이라,
오글오글하며 읽었다.
나는 딸들에겐 사랑한다는 말을 쉽게 꺼낼 수 있지만,
다른 가족들 남편, 아들, 부모님, 형제들에겐 절대 꺼낼 수 없는 단어다.
그래서 남편은 종종 섭섭해 한다.
곁에서 보고 딸들이 나더러 아빠한테 한 번만 사랑한다고 말을 해주라고 사정사정을 해도,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때 나도 저 말을 할걸!
˝당신이 눈을 감는 동안˝
아니군!
˝당신이 눈을 감는다면!˝
이라고 핑계를 댈걸.....

루시 바턴 이야기가 끝이 나는 게 아쉬울만큼 그렁그렁 하면서 읽었던 올 해의 감동적인 책이다.
아직 1 월 5 일밖에 안됐는데....
성급했나?

나는 캔디애플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아빠가 하나를 사주었다. 아빠가그렇게 해주었다는 건 굉장한 일이었다. 하지만 내 기억에 나는 그 캔디애플을 먹지 못했다. 내 작은 이로는 딱딱한 빨간 껍질을 베어 물 수가 없었고, 나는 그게 슬프고 속상했다. 아빠가 가져가나 대신 먹었지만 아빠의 이마에는 깊은 골이 됐다. 내가 아빠에게 걱정을 끼쳤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뒤로는 댄서들을 구경하지 못하고 나보다 한참 위에 있던 아빠의 얼굴만 올려다 봤던게 기억난다. 아빠는 먹을 수밖에 없어 먹어야 했던 그 캔디애플 때문에 입술이 빨개져 있었다. 내 기억에 나는 이래서 아빠를 사랑한다. 아빠는 나를 혼내지 않았고, 내가 캔디애플을 먹을 수 없었던 것 때문에 내 기분을 상하게 하지도 않았다. 그저 내게서 그걸 가져가 혼자, 심지어 아무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고 먹기만 했다.
그리고 이것도 기억났다. 아빠는 자신이 지켜보던 그 춤을 흥미롭게 구경했다는 것. 아빠는 그것에 흥미를 느꼈다. 아빠는 춤추는 인디언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도시 전체에 불빛이 퍼지기 시작할 무렵 내가 불쑥 물었다.
"엄마, 나를 사랑해요?" - P155

엄마는 고개를 젓더니 창밖의 불빛을 내다보았다. "위즐, 그만해."
"엄마, 말해봐요. 어서요." 나는 웃기 시작했고, 엄마도 웃기 시작했다.
"위즐, 나원참."
내가 일어나 앉아 아이처럼 손뼉을 쳤다. "엄마! 나를 사랑해요? 나를 사랑해요? 나를 사랑해요?"
엄마는 여전히 창밖을 내다보며 내 쪽으로 손을 휙 내저었다.
"계집애가 바보 같긴." 엄마가 말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바보같긴 계집애가 바보 같긴."
나는 다시 누워 눈을 감았다. 내가 말했다. "엄마, 나, 눈 감았어요."
"루시, 이제 그만해." 엄마의 목소리에 즐거움이 묻어 있었다.
"어서요, 엄마. 눈 감았다니까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나는 행복했다. "엄마?" 내가 말했다.
"네가 눈을 감으면." 엄마가 말했다.
"엄마는 내가 눈을 감았을 때만 사랑해요?"
"네가 눈을 감으면" 엄마가 말했다. 우리는 이 게임을 그만두었지만, 나는 매우 행복했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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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1-06 0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꼭 그런 말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군요 말해주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걸 못하는 사람은 그냥 그런가 보다 이해해줘도 좋을 텐데... 다른 사람 행동을 잘 보고 그 사람 마음을 아는 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도 있군요


희선

책읽는나무 2023-01-06 10:03   좋아요 0 | URL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듯, 듣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말이 다른가 봅니다.
저는 사실 남편과 30 년 가까이 함께 하면서 사랑한다는 말은 10 번도 안한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이해가 안가나보더군요? 그래서 이게 예전엔 굉장히 스트레스일 때도 있었는데요. 딸들을 키우면서 조금 생각도 바뀌었고, 행동도 많이 바뀌었네요?
키우는 딸들은 저같이 무뚝뚝한 딸들이 아닌 것 같더라구요. 쌍둥이라서 서로 사랑받고 싶어 경쟁하는 구조인 것도 한 몫 하는 것도 같지만, 굉장히 리액션이 크더라구요. 그래서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건 때론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주는 면도 있을 수 있겠구나? 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루시 바턴의 엄마와 딸의 간질간질한 장면이 공감이 꽤 갔네요.
쑥스러워하는 엄마, 그걸 알지만 또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 엄마를 놀리는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