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 브론테의 생각들은 진취적인 듯 하면서도,
조금 편협한 듯...갸우뚱하게 만든다.
소설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시대적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기엔
제인 오스틴과 조금 다른 느낌이다.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에서도 조금 그런 느낌을 받았었는데,
어쩌면 내가 너무 예민한 건지도?

[선생님, 어떤 여자가 자기와 결혼한 남자에 대해 진정으로 지긋지긋함을 느낀다면 결혼 생활은 노예 생활이 될 게 분명해요. 올바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노예 생활에 저항할 것이고 저항한 대가로 고통을 받는다 해도 그 고통에 맞서야 해요. 자유로 가는 유일한 길이 죽음의 문을 통과해야 나온다 해도 그 문을 반드시 거쳐야 해요. 자유 없이 살 수는 없으니까요. 선생님, 저는 그럴 경우 제 힘이 허용하는 한 저항할 거예요. 힘이 다 빠지면 저는 분명 피신하겠죠. 죽음은 분명 악법과 악법의 결과에서 저를 보호해 줄 거예요.」
「자발적인 죽음이라, 프랜시스?」 - P334

[아뇨, 선생님. 저는 제게 주어진 고뇌의 모든 고통을 이겨내고 정의와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울 용기와 원칙을 갖고있어요.」「참을성 있는 그리즐은 절대 못 되겠군. 자, 만일 운명이 당신에게 노처녀로만 살게 했다면, 그러면 어쩔 거지? 독신생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오?」「분명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아요. 노처녀의 삶은 틀림없이 공허하고 지루한 삶일 거라고 생각해요. 마음속은 긴장되고 텅 비어 있겠죠. 제가 노처녀였다면 그 공허를 채우고 아픔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하면서 삶을 보냈을 거예요. 아마 실패할 수도 있었을 테고, 다른 독신 여성들처럼 경멸당하고 하찮은 대접을 받으며 상심하고 낙담하여 죽었을 거예요. 하지만 전 노처녀가 아니에요.」 그녀가 재빨리 덧붙였다.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저도 그랬을 거예요. 크림즈워스 교수가 아닌 그 어떤 남자도 제게 맞지 않았을 거예요. 프랑스 인, 영국인 혹은 벨기에 인, 그 어떤 신사도 제가 사랑스럽다거나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거예요. 많은 사람들에게서 인정을받을 수 있었다 해도 그걸 좋아하게 되었을지 의심스러워요.
자, 이제 크림즈워스 교수의 아내가 된 지 8년이 되었는데,
내 눈에 보이는 그는 어떤 사람이죠? 존경할 만하고 사랑스러운 사람・・・・・・?」 그녀가 말을 멈추었다. 목소리가 뚝 끊겼고눈이 갑자기 흐려졌다. 그녀와 나는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녀가 팔을 내 몸에 감고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나를 꼭 끌어안았다. 그녀의 온 존재의 에너지가 커다래진 검은 눈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고, 생생해진 뺨을 진홍빛으로 물들였다.
그녀의 표정과 움직임은 감화를 받은 듯했다.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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