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드 보부아르의 어머니는 딸에 대한 애정과 헌신이 넘쳤지만, 그 잣대와 기준이 엄격하고, 까다로워 시몬의 기민함과 영리함은 그 틀 속에 가둬지기는 커녕 숨 쉬기 힘들어 했었고 점차 반항적인 면모로 나아갔다. 사춘기 딸과 어머니의 관계는 끊어진 줄과 같았으나,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시몬 드 보부아르는 비로소 어머니와 마음 속으로 화해를 했고(어머니도 시대에 희생된 여성이란 생각에 이르렀다.), 회한에 힘들어 했지만, 그녀는 더욱 더 강인한 정신력을 갖춘 위대한 철학자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글의 마지막 부분 사르트르와의 대화가 마음에 든다.

그렇다. 시몬은 어머니에 대해 글을 쓸 것이다. 어머니는 결함투성이였고, 강철 같은 의지를 넘어 독선적이었고,
그의 사랑은 넘치다못해 어긋났지만, 시몬으로 하여금 자유를 향해 나아가게 한 것은 바로 어머니의 그 결함과 비타협성과 무절제한 사랑이다.
글을 쓸게.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아니, 그보다는 늙음에 대해 쓸게." 시몬이 대답한다. "늙음이 진행되는 과정에 대해, 사회 안에서 나이 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자리에대해. 또 고통에 대해서도 『제2의 성의 노인 버전이라고 할까...." - P272

시몬은 다시 울음을 쏟아낸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어, 사르트르, 그래도 살아야지. 끝까지 살아야 해. 지금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어울리지 않는걸 알지만, 이야기하고 싶어. 나와 넬슨 사이의 일을 후회하지는 않아. 그건 삶의 여담 같은 것이니까. 사르트르,
정신은 아무것도 아냐. 우리를 지배하는 건 바로 육체야!
그러니 우리가 어떤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 그렇게 맹렬히사유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자문해봐야 해. 개념을다가 삶을 놓치고 있어. 우리는 이미 안전선을 넘어갔어.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
시몬은 목이 멘다. 한번도 운 적이 없다가 오늘 처음으로 울어보는 기분이다. 분노한 적은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눈물을 쏟아본 적은 없었다.
전화선 저편에서 사르트르가 담배를 한모금 빨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이윽고 그가 비음이 섞인 느릿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살아야지, 더 치열하게. 당신 말이 옳아, 카스토르, 살아야 해. 살면서 사랑하고 글을 써야 해. 글을 쓰고 사랑하면서 살아가야 해. 어디로든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해. 다만 전보다 더 치열하게 나아가기만 하면 돼"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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