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위치에 있기 때문인지, 10. 거세하는 어머니: <사이코> 편은 무척 흥미롭게 읽혔다.
히치콕의 영화 <사이코> 란 영화는 보진 못했지만,
영화의 그 샤워씬은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정말 무던히도 많이 봤었던 것 같다.
그 장면이 왜 중요한 것인지 알지 못했었는데 이 꼭지 편을 읽다 보면 어찌나 상세하게 설명을 잘 나열해 놓았던지, 마치 영화를 무사히 다 본 것처럼, 장면들이 떠오르는 듯 하고, 나름의 평도 심오하다.
모든 영화들, 특히 공포영화 같은 경우는 남성 감독들의 지휘하에 만들어진 영화들이 대부분이어서, 남성들의 시선에서 스토리가 진행되기에, 여성들이 보고 있기에 불쾌할 정도로 적나라하고, 왜곡되어지고, 비틀린 정서들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
거세당하고 싶지 않은 남성의 결핍의 욕망이 결국 어머니가(여성이) 거세하는 주체로 위장하여 표현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제 마지막 편만 남겨 두고 있는데, 초조함이 책의 집중도를 올리는 것일까? 후반으로 갈수록 무척 흥미롭게 읽힌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이해했다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편을 읽으러 가야겠다.


도날드 스포토에 따르면, 이 작품은 영화역사상 그 어떤 작품보다 더 많은 연구를 자극하고, 더 많은 언급을 이끌어내며, 기술적 관점에서 숏 바이 숏 분석을 발생시켰다(스포토,1983, 419). 그러나 내가 주장했듯이 이렇게 비평적 관심이 과도하게 이 장면에 집중되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샤워 장면의 살인이 거세하는 부모로서의 어머니에 대한 우리의 무의식적 공포를 깨우기 때문일것이다. 베이츠 부인은 마리온이 육체의 관능적인 쾌락을 가장 즐기는바로 그 순간에 경고 없이 등장한다. 꼬마 한스의 사례연구에서 한스는 어머니와의 관계 안에서 목욕할 때 자신이 가장 나약하다고 느꼈고 어머니가 자신을 욕조에 빠트려 죽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졌다. 아이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이런 순간에 자신의 나약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그들이 발가벗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몸을 탐구하고 자위를 할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사이코>는 분명하게 이런 불안을 다루고 있다. 엄숙하게 쪽진 머리와 엄격한 복장, 그리고 급작스런 등장으로, ‘베이츠 부인은 불길하고 위협적인 인물이다.
의미심장하게도 꼬마 한스와 늑대인간 등의 적어도 두 개의 사례에서 프로이트는 성적 행위에 대한 벌로 거세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이 어머니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7장에서 논의되었던 것처럼, 프로이트는 어떤 아이들에게 어머니가 거세자로 보인다는 임상 증거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는 가족에서 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아버지라고 주장했다. - P278

 비평가들은 종종 <사이코>가 관객들의 부정한 관음증적 욕망에 대해 관객들을 벌하고 있는 영화라고 지적하지만, 그들은 영화 안에서 남성 시선의 대상이 되는 여성뿐 아니라 마리온과 늪지에서 발견된 여자들이라는 여성들이 거의 모든 응징의 대상이라는 것은무시한다(모들스키, 1988, 14). 사립탐정인 아보가스트 역시 베이츠 부인에 의해서 칼에 찔려 살해당하지만, (9장에서) 슬래셔 영화에 대해 논의했던 것처럼 그의 죽음은 다른 일반적인 남성들의 죽음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죽음만큼 자세히 묘사되지 않는다. - P279

로져 다둔은 영화에서 이 장면을 가장 공포스러운 장면으로 꼽았는데, 왜냐하면 특히 이 장면이 어디에든 존재하는 어머니의 존재, 죽음 후에도 주체를 계속해서 사로잡고 있는 그 존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영화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
이야기 전체의 환영적이고 감정적인 중심이 되는 이 장면은 바로 어머니가 프레임의 한 끝에서 다른 끝까지 모든 스크린을 차지하면서 어디에도 존재하는 그 장면이다(다, 1989, 50-1). - P280

이 영화의 이데올로기적이고 성차별적인 기획의 주요 부분이 법의 ‘진정한‘ 대변자인 남편 없이 남겨졌을때 어머니는 권위를 현명하게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임도 불구하고, <사이코>에 대한 비평적 접근들은 대체로 어머니가 자식의 문화화를 교육하는 도덕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사이코>에서는 비체적 자기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며, 발화 주체를 타자로부터 분리시키는 모든 경계가 무너졌다. 이 공포를 대면하기 위해서 노만은 그가 사랑하면서 동시에 두려워했던 부모, 즉 유아기의 거세하는 어머니가 되었다. 노만이 마리온에게 ‘어머니는 ….… 요즘 어머니같지 않아요‘라고 말했을 때, 그의 말은 정말 옳았다. 그녀는 어머니가 아니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 즉 바로 그녀의 미친 아들, 노만이었던것이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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