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라기 - 며느리의, 며느리에 의한, 며느리를 위한
수신지 지음 / 귤프레스 / 2018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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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표지는 플라스틱 같은 재질의 커버를 덧대어 이색적이면서 두꺼운 만화책이 훼손되지 않게 튼튼하게 잘 만든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내용은 ‘82년생 김지영‘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만화판이라고 할까?
재밌지만,읽고 나면 한숨이 절로 나오고,
바뀌지 않고 있는 한국의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과 식구들의 표정 특히나 주인공인 사린이의 슬픈 표정(거의 표정이 바뀌는 모습을 찾기가 어렵지만,그래도 시댁을 드나들면서 서서히 표정이 굳어져 가고 있다.)을 보자니 마음이 아프다.

책은 화려한 기법의 그림체나, 화려한 색감이나, 선정적인 막장의 줄거리가 전혀 가미된 구석없이, 수수하고 평범하지만 단정한 주인공들의 얼굴이며,우리네 일상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쩌면 내가 겪고 있고, 아니면 가까운 식구들에게 알게 모르게 내가 상처를 주고 있으면서 스스로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우리네 이야기들을 엉킨 실타래를 한 올,한 올 야무지게 풀어내며 손에 꼭 쥐고 있는 것처럼,
책의 은근한 색감처럼 은근하게 사람 마음을 흔드는 구석이 있다.
그만큼 공감이 많이 된다는 말인데...책의 뒷편에 실린 독자들의 댓글을 모아 놓은 부분들도 읽어 보면 무척 인상적이다.
공감이 많다는 것조차도 슬픈 현실이다.

설 명절을 지난지 얼마되질 않아서인지 특히나 명절부분에 관한 에피소드가 더 눈에 들어 왔다.
얼마전에도 명절 쇠었다고 지인들과 한자리 모여 회포를 풀었는데 어김없이 대화거리에는 시댁얘기,친정얘기가 빠지지 않고 올라온다.지인들은 다들 며느리들인데 중년의 길로 들어선지가 한참인데도 며느라기 시기를 아직 못벗어난지라 시댁 식구들에게 느낀 섭섭함을 풀길이 없으니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풀게 되는 것 같다.
그 중 한 사람이 이번에 시어머님께 간 큰 발언을 하고 왔다고 해서 웬일이냐며 눈이 똥그래져서 기대하며 들었다.평소 시댁식구들한테 잘하는 지인이었던지라 무슨 일이지?싶어 의아하기도 했었다.
밥을 같이 먹다 보면 며느라기 지인이 식사시간이 늘 늦는데 그러면 작은 며느리가 밥을 다 먹지 못했는데도 시어머님은 늘 밥상을 주섬주섬 치우시기 시작하신단다.그래서 늘 밥을 급하게 먹거나,마저 못먹거나 허둥지둥거리면 혼자 밥을 먹기가 마음이 편칠 않아 시어머님은 늘 밥 마저 먹으라고 하시지만 다 먹었다고 하며 같이 밥상을 치우는게 다반사였단다.
시어머님은 상을 치우면서 먼저 밥을 먹은 가족들에겐 과일을 먹자고 재촉을 하신다고 하셨다.그러면 눈치 빠른 며느라기 지인이 ‘네,제가 과일 깎을께요‘얼른 일어나 과일을 깎고 있으면 어머님은 커피를 마시자고 말씀 하시고,지인의 남편분이 커피를 얼른 타서 대령하였는데,주방에서 과일 깎느라 분주하여 한참 있다 과일접시 들고 같이 자리에 앉으니 시어머님이 ‘커피 식는데 너는 늘 왜 이렇게 늦냐!‘고 물으셔서 이번엔 못참아서 며느라기 지인이 시어머님 눈을 똑바로 쳐다 보면서 ‘과일 깎으라고 하셨잖아요?‘라고 발언 했단다.
그것도 결혼 20년만에.....
옆에서 듣고 있던 지인의 큰며느리님이 킥킥 웃었다고 하던데...우리도 듣다가 빵 터져서 웃었다.
두 사람의 며느라기 지인들은 시댁에 가서 밥을 편하게 못 먹는다는 소리는 참 웃픈 이야기였다.
갓 결혼한 새댁도 아닌데.....

나는 며느라기 시절을 이미 뗀지가 한참이고(시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다.) 지인들도 나를 보고 우리집 남편이나 시누이 시동생, 친정 올케나 친정 남동생,심지어 친정 아버지한테 말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을 것 같아 보이는 사람중 내가 가장 유력해 보이지만(그것은 아마도 지인들 중 내가 가장 나이가 어려..네네~~해서 그래보이는 것인가?) 그 중 내가 가장 할말 다하고 사는 것처럼 보인다고 부러워 하지만..나는 우리집이 합리적인 집으로 나아가기엔 아직도 많이 멀었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이해하면서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가정생활이 되려면 머릿속에만 있는 기본적인 배려와 이타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 같다.지속적인 교육?이 있어야할 것이고,그것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길줄 아는 것이 가정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군가 일깨워 주는 계기가 있어야 그동안 타성에 젖어 깨닫지 못한 내 행동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되고,행동에 변화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그림 몇 장면을 통해 그동안 나의 실수를 깨닫게 되어 소름이 돋았고,바로 행동을 바꿔야겠다라고 느끼면서 역시 교육이란게 이런 것이구나!!.그래서 계속 배워 나가야 하는 것이구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내 남편을 비롯해 주변에 책을 추천해 주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떠오르는 시점이다.
이런 책들을 추천해 줄 사람이 없는 세상이 어서 왔음 좋겠다.

며느라기
( 제가 할게요 ),( 저한테 주세요),(제가 다 할게요.) 
사춘기,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면 겪게 되는
‘며느라기‘ 라는 시기가 있다. 시댁 식구한테 예쁨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그런 시기,
 보통 1, 2년이면 끝나는데 사람에 따라 10년 넘게 걸리기도, 안 끝나기도 한다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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