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렬 작, "recurrence"그래, 그랬다. 오래전 그날이 "다시 일어나는"광야의 갈라진 피부에 핏빛 노을 두근 거리고먼지 가득 메마른 눈시울에아련한 한 방울 맺히고꼭 그만큼 다시 목마른그래, 그렇지.
Susan Rios 作 [Summer Breeze]
끝없이 일렁이는 파도부서지고 부서져도 닿을 수 없는 그곳에바람 한 자락만 보낸다.맥없이 바람만 닿아저 여인의 치맛자락힘없이 흔들릴 듯불안한듯 스러질듯질근 감은 눈시울엔가득 고인 물거품만 맺힌듯 선 자리엔 부서진 파도만흔들리는 뒷모습바람향해, 파도향해꽃대만 스러지고...
Vadimir Kush 作, [stopped moment]문득
멈춰버린 시계들 헝클어진 침대 밑심연 속에 뒤척이고먼지 쌓여 희미한 시간깊이 박힌 못의 순간뽑을 수 없는 파편 무심한 먼지 털어내고 시계추 가녀린 목, 매달아 흔들어 본다.시계추 차가운 몸, 입맞춰 흔들어 본다.멈추면 흔들고 흔들리면 멈추고 멈춰도 흔들리는 시선흔들려도 멈추는 손끝
새로움에 대하여땀과 기름에 절어가며낡아 빛바래고너덜너덜해지는 작업복벗이여새로움이란새옷을 갈아입는 것이 아니네.이렇게 거짓 없이 낡아가는 것이네.-김해화, <누워서 부르는 사랑 노래> 중에서거짓없이 내 존재가 그대로 변해가는 새로움, 낡음과 늙음그것이 내게 있어서 진정한 새로움이 아닐까? 사랑받던 주전자가 낡아져 버림받았을 때전에 없던 새로움이 찾아든다.물이 아닌 흙과 꽃을 담는 새로움생명을 나눠주다가이젠 생명의 터가 되어주는...그렇게 거짓없이 자연스레 낡아가기를....2004. 8. 3. 하태혁.
황규백 作, "담"
당신이 쌓은 벽과 내가 쌓은 벽 사이에 꽃 한 송이 피어나고 당신의 지난 날과 내가 지나온 날들이 그 꽃 위에 바람되어 불고 당신의 고운 눈가엔 이슬처럼 눈물이 내 파리한 이마 위엔 굵은 땀방울이 그 애처러운 꽃잎 위에 촉촉히 내리고 당신이 쌓은 벽과 내가 쌓은 벽 사이에 그 꽃이 바람에 꽃씨를 날릴 때 당신의 고운 눈가엔 어느새 잔주름이 내 파리한 이마 위엔 굵은 땀방울이 그 애처러운 꽃잎 위에 따뜻이 내리고 당신이 만든 창과 내가 만든 창문 사이 그 꽃이 가득 피어 아름다운 꽃밭될 때 그 때
하덕규,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