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렬 작, "recurrence"

그래, 그랬다.
오래전 그날이 "다시 일어나는"

광야의 갈라진 피부에
핏빛 노을 두근 거리고
먼지 가득 메마른 눈시울에
아련한 한 방울 맺히고

꼭 그만큼 다시 목마른
그래,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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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8-21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창렬의 물방울은 볼 때마다 신기해서 한번 만져보고 싶어져요.^^

물무늬 2004-08-21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처음 그분의 그림을 봤을때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보고 싶은 욕망이 일어났었죠^^:
님의 흔적 많이 반갑고 감사해요^^
 


Susan Rios 作 [Summer Breeze]

끝없이 일렁이는 파도
부서지고 부서져도
닿을 수 없는 그곳에
바람 한 자락만 보낸다.

맥없이 바람만 닿아
저 여인의 치맛자락
힘없이 흔들릴 듯
불안한듯 스러질듯

질근 감은 눈시울엔
가득 고인 물거품만
맺힌듯 선 자리엔
부서진 파도만

흔들리는 뒷모습
바람향해, 파도향해
꽃대만 스러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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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dimir Kush 作,  [stopped moment]

문득

 

멈춰버린 시계들
헝클어진 침대 밑
심연 속에 뒤척이고

먼지 쌓여 희미한 시간
깊이 박힌 못의 순간
뽑을 수 없는 파편

무심한 먼지 털어내고
시계추 가녀린 목, 매달아 흔들어 본다.
시계추 차가운 몸, 입맞춰 흔들어 본다.

멈추면 흔들고 흔들리면 멈추고
멈춰도 흔들리는 시선
흔들려도 멈추는 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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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에 대하여



땀과 기름에 절어가며

낡아

빛바래고

너덜너덜해지는 작업복



벗이여

새로움이란

새옷을 갈아입는 것이 아니네.

이렇게 거짓 없이 낡아가는 것이네.



-김해화, <누워서 부르는 사랑 노래> 중에서


거짓없이 내 존재가
그대로 변해가는 새로움,
낡음과 늙음
그것이 내게 있어서
진정한 새로움이 아닐까?

사랑받던 주전자가 낡아져 버림받았을 때
전에 없던 새로움이 찾아든다.
물이 아닌 흙과 꽃을 담는 새로움
생명을 나눠주다가
이젠 생명의 터가 되어주는...



그렇게 거짓없이 자연스레 낡아가기를....

2004. 8. 3. 하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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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규백 作, "담"
당신이 쌓은 벽과 내가 쌓은 벽 사이에
꽃 한 송이 피어나고
당신의 지난 날과 내가 지나온 날들이
그 꽃 위에 바람되어 불고

당신의 고운 눈가엔 이슬처럼 눈물이
내 파리한 이마 위엔 굵은 땀방울이
그 애처러운 꽃잎 위에 촉촉히 내리고
당신이 쌓은 벽과 내가 쌓은 벽 사이에
그 꽃이 바람에 꽃씨를 날릴 때
당신의 고운 눈가엔 어느새 잔주름이
내 파리한 이마 위엔 굵은 땀방울이
그 애처러운 꽃잎 위에 따뜻이 내리고

당신이 만든 창과 내가 만든 창문 사이
그 꽃이 가득 피어 아름다운 꽃밭될 때
그 때
하덕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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