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말에 유방암에 걸린 어느여성이 어머니를 만나러 와서 서양 의료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일시적인 진정일 뿐이므로 관심 없다면서,자기가 관심 있는 것은 ‘치유‘ 라고 말했던 일을 어머니에게 상기시켜 드리고 싶다. 그때 어머니는 그 여성에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의인생 자체가 일시적인 진정 상태입니다." 어머니가 그렇게말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드리고 싶다. 나는 우리가 누구나언젠가는 죽는 존재라는 사실을 옹호하고 싶다. - P21
어머니는 흡수하되, 흡수되고 싶어하지 않았다. 영원 속으로, 무 속으로는 더더군다나. ... "내가 있는 곳에 죽음은 없으며, 죽음이 있는 곳에 나는없다"고 에피쿠로스Epikouros는 썼다. - P22
A박사를 만난 뒤로, 그리고 어머니의 마지막 투병 기간 몇 달 동안에, 어머니를 어떻게든 위로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대신 우리는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살 수 있다는 이야기나 암 투병 이야기는 하면서, 죽음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그 주제를 꺼내지 않는 한 내가 꺼낼 마음은 없었다. 그건 어머니의 죽음이지 내 죽음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어머니는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 얘기를 한다는 것은 죽을 수도 있음을 시인하는 셈인데, 어머니가 원하는 것은 생존이지 사멸이 아니었으니까.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남는 것 말이다. 삶을 지속하는 것, 어쩌면 이것이 어머니가 택한 죽음의 방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P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