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바위틈에 자리 잡고는 잊을 수 없는 향기를 전하는 백리향처럼 그녀(클라라 하스킬)의 손에 연주된 곡들은 그녀의 굴곡진 인생과 함께 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어 주고 있다. 평생 희귀병 때문에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삶을단 한 번도 원망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아름다운 음악으로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던 그녀는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나는 항상 벼랑 모서리에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머리카락 한올차이로 인해, 한 번도 벼랑에서 굴러떨어지지는 않았지요. 그건 신의 도우심이었습니다.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감사한 일이지요."
아무리 격렬한 곡이라도 그녀의 손을 거치면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하게 승화되는 것은 고통 속에서 피어난 그녀의 아름다운 향 때문이 아닐는지. 시련조차 감사히 품을 줄 아는 이가 남긴 향기는 이렇듯 오래 남아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법이다. 그래서일까. 문득 내 삶이 과연 어떤 향기를 지니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적어도 과욕을 부려 악취가 나는 삶이 아니기를, 백리향만큼은아니더라도 조금은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는 아름다운 향기이기를바라며….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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