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이 책에도 자세히 설명해놓은 자세히 따져보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습니다. 아버지는 열정적으로 일상의 삶을 대했습니다. 열정이란말의 라틴어 어근은 "신이 자신의 내면에 가득하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운동하는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가셨습니다. - P11
운동과 심성에 대해. "운동을 한다고 좋은 심성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은 그것 이상의 일이 일어난다. 운동을 통해 인간은 자유로워진다. 운동을 할 때, 인간은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숨어있는지 깨닫게 된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알고싶어하는데, 운동은 다른 어떤 인간의 행위보다 빠르게, 고통없이, 그렇지만 분명하게 그 대답을 들려준다. 나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내가 누구인지 아는 데 그치지 않고 그런 인간이되기 위해 노력한다." - P14
의식 아래에 숨겨진 이 깊은 곳까지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고독해져야 한다. 천재적인 사람이건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건홀로 있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대한 것이든 사소한 것이든 위원회 같은 곳에서 창조적인 행위를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러므로 일단 세상에서 떨어진 나만의공간에서 고독을 느끼며 진실이 찾아오기를, 그 진실을 글로 표현할 방법을 기다려야만 한다. - P21
창의적인 생각은 스스로 일어난다. 쥐어짠다고 나오지 않는다. 주문생산이 불가능하다. 달리면 빨리 써야 한다기나 잘 써야 한다거나 생각했던 만큼 써야 한다는 등의 생각에서자유로워진다. 달릴 때, 나는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사물들이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를 가만히 기다릴 수 있게 된다. 그러다가 생각도 멈추고 이성도 작용하지 않는 한 순간에 진실이 확 드러나는 걸 보게 된다. 나는 느닷없이 가려지지도, 강요받지도 않은 진실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므로 나는 그저 쉴뿐이다. 내 안에서 쉴 뿐이다.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달리기 안에서 쉴 뿐이다. 그렇게 기다릴 뿐이다. 때로 그 기다림이 결실을 맺지 못할 수도 있다. 인내심이, 기다리는 마음이, 내버려 두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쨌든끝맺지 못한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 마치지 못한 일. 답장을 보내야만 하는 편지들, 작성해야만 하는 서류들. 시간에 맞춰 탑승해야만 하는 비행기들, 사람들은 그런 일들로 시간을 낭비하기 때문에 깨달음이 떠오르기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 하지만 나는 기다려야만 한다. 기다리며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마음이 움직임 없이 조용해질 때만이 우리 모두가 지닌 내면의 아름다움, 내면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작가들이 말하듯, 나는 진실이 찾아오는 그 순간에는 짧으나마 내 눈을 멀게할 정도로 환한 빛이 느껴진다는 걸 알고 있다. - P22
달리기를 예술로, 러너를 예술가로 볼 수 있을까? 피카소의 말은 좋은 대답이 될 것 같다. "예술은 무엇입니까?" 라고묻자, 피카소는 "예술이 아닌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니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달리기도 하나의예술이다. 달리면 그 말이 옳다는 걸 알게 된다. - P24
나는 내 나이에 맞서지 않는다. 달리기가 나를 대신해 싸워 이긴다. 달리기는 내 젊음의 원천이며 내 불로초다. 달릴 때 나는영원히 젊은이다. 달릴 때, 나이가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달리면서 노는 일이 시간을 이긴다는 걸 나는 안다. 길에서 달릴 때, 나는 앞으로 최대한 완벽한 삶을 살아가려고, 그리하여 결국에는 일흔 네 살에 죽은 카잔차키스를 두고그의 아내가 말한 것처럼 내 젊은 날 처음으로 피어올랐던 꽃을수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나는 나이와 싸우지 않는다. 지루함, 반복적인 일상,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위험과 맞서 싸운다. - P31
나이를 더 먹고 싶지 않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의 몸과,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감정과 함께 어우러져 신나게 놀아야만 한다. 그럴 수 있을 때, 우리는 매순간 모든 일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찾는 특별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한가함만이 가치 있는 일이다. 러스킨이 "게으름을 자랑하는사람들"이라고 부른 그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 P33
내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달리기는 예술이며 달릴 때 나는 예술가다. 다른 사람에게는 무용이 그럴지 모르지만, 내게는 달리기가 예술이다. 이 세상 모든 예술 중에서 가장 오래된, 최고의 예술이다. 인류는 춤을 추기 이전에 벌써 달렸다. 나는 형상과 질료가 완전히 일치하는 행위를 춤이 아니라 달리기에서 찾는다. 또한 달리기는 허버트 리드가 말한 예술의 정의에도 부합한다. 리드는 예술이란 "혼돈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예술은 어떤 행위를 단계적으로 세분화하며 아무리 큰 것이라도 작은 단위로 나누어 삶의 리듬을 찾는 행위라고 했다. 리드가 달리는 사람을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해도 괜찮을 정도다. 혼돈에서 벗어나 질서를 찾는 데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한 걸음 한 걸음, 한숨 한숨, 한 순간 한 순간, 한마일 한 마일 차곡차곡 채워나가는 데 그보다 단계적인 방법이있을까? 앞으로 몸을 수그린 러너가 끝없는 길을 달리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공간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있을까? 적어도 나는 삶의 리듬을 찾으려고 할 때, 육체에 귀를 기울이려고할 때, 영혼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할 때 달리기보다 더 좋은 방법을 알지 못한다. 몸이 영혼이 되고 영혼이 몸이 되기 때문에 달리기는 완전한경험이 된다. 달리기는 예술이자, 예술 그 이상이다. 달리기는다른 어떤 예술보다 더 심오한 사상과 관념을 제공한다. - P35
자신에 대해, 자신의 본능과 감정에 대해 더 많이 알고자 한 어떤 젊은이에게윌리엄 제임스가 한 말은 옳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운동에서 구원을 찾으라. 운동을 통해 다른 실제적인 일들이 베풀지못하는 가르침을 얻을 것이다." - P38
장거리 러너는 전혀 운동선수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아무도 없는 길에 홀로 뛰어가는 장거리 러너에게는 과거도, 미래도 없다. 그는 아무런 맥락 없이현재만을 살아갈 뿐이다. 장거리 러너는 시장 가치라고는 하나도 없는 행동을 하면서엄청난 주의를 기울인다. 도무지 살아가는 것과는 무관한 일에푹 빠져 살 뿐만 아니라 친구들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 그러나 이 무뚝뚝하고 집밖에서 지내기 좋아하는 존재, 이대단히 평범하고 일반적이나 사람 같지 않은 러너는 삶에 대한중요한 전언을 지녔다. 우리 모두 들을 수 있으나 잘 듣지 못하는 전언을 말이다. 장거리 러너는 예언자다. 시인처럼 장거리 러너는 행로의 더듬이와 같다. 시인처럼 장거리 러너는 모든 일에 자신의 온 존재를 바친다. 시인처럼 장거리 러너는 "소유한 엄청난 것들, 자신의 육체와 불같은 영혼을 고마워한다. 시인처럼, 장거리 러너는 자신이야말로 가장 큰 물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장거리 러너는 자신을 통해 그 해답을 찾고 그 해답을 통해 참된자신의 모습을 만든다. 다시 한번 시인처럼, 장거리 러너는 우리 모두가 이 진실을 알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신의 몸을 통해, 그 경험을 통해 바로 이 순간, 언제라도 진실을 발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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