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코미디극을 집필하며 명성을 쌓아온 로라 레빈의 소설 데뷔작인 <죽음의 러브 레터>는 그녀의 첫 작품인 만큼 작가의 장점인 간결한 문장, 유머를 주는 반어법 등이 그대로 묻어나와 작품 전체에 재기 발랄함이 느껴진다. 달콤한 로맨스와 잔혹한 살인사건.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가 만들어내는 이중주에 우리는 추리소설에 새로운 세계를 만날 것이다.
<죽음의 러브 레터>의 주인공인 제인 오스틴(《오만과 편견》을 쓴 영국 소설가)은 그 이름에서 연상되는 섬세하고 여성스러움은 전혀 없는 어딘지 엉뚱하고 덤벙대는 30대 여성이다.
제인의 이름은 그녀의 엄마가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을 흠모하여 붙인 것이지만, 엄마의 무지함으로 Jane은 Jaine이 되어 버렸다. 이렇듯 로라 레빈은 그녀의 소설에서 기존의 독자들이 가지는 선입견이나 생각을 살짝 비틀어 유머를 주고 있다. 지적인 듯 보이지만 다소 엉뚱하고, 차분한 듯 보이지만 덤벙거리는 서른 중반에 한 번의 이혼 경력이 있는 제인이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 역시 추리나 뛰어난 두뇌가 아니라, 가십이나 주변 사람들의 말만 믿고 쫓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에서 독자들을 다시 한 번 유쾌함을 느낄 수 있다.
LA 비벌리힐스에 사는 삼십대 중반의 제인 오스틴. 그녀는 미국의, 아니 요즈음 30대 여성처럼 카피라이터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기도 했으나, 어느 날 문득 평생을 단어로만 끝나는 이야기를 쓰면서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진로를 바꾸게 되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대필 사업, ‘This pen for hire'이란 이름으로 다른 사람들의 이력서, 사업 계획서, 항의 편지 등을 대필해준다.
그러나 외적으로 보이는 성공한 이미지 뒤에는 거의 매일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미용이나 가십 등에 귀를 기울이며 완벽한 남자와의 로맨스를 꿈꾼다. 평소 그녀는 베스트 프렌드인 칸디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남자 얘기에 열을 올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샬롬 양로원에서 나이 드신 노인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물론, 6백만 불의 사나이에 버금가는 귀를 가진 이웃 랜스와 성격 까칠하며 언제나 배고파하는 룸메이트 고양이 프로작을 제외하고).
그런 그녀가 우연히 하워드 머독의 러브 레터를 대필해주는데, 짝사랑 상대인 스테이시가 하필이면 하워드와의 데이트 날 살해당하고 만다. 스테이시의 살인범으로 몰려 구치소에 갇힌 하워드. 나름대로 사람을 볼 줄 안다고 생각하는 제인은 미심쩍은 담당 형사 레아를 믿을 수 없어 하워드의 결백을 증명하기로 결심한다. 
해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코지 미스터리다.
코지란 편안함이나 안락함을 뜻하는데 코지 미스터리 역시 독자들이 트릭을 깨기 위해 골머리를 앓거나 복선과 암시를 찾아 책 속에서 헤매기보다는 편안하게 스토리 전개를 즐길 수 있는 추리소설의 한 장르를 말한다. 추리 독자 중에 코지가 최근에 생긴 것으로 오인하는 독자들이 많다. 그러나 코지는 미스터리 장르 중 가장 오래된 장르로서 작은 마을이나 도시에서 벌어지는 ‘절친한 사람들의 그룹’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내가 알던 사람이 용의자로 몰리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는 형식으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마플 양이나 도로시 세이어스의 피터 램지 경이 코지 미스터리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 간의 가십이나 인간관계 등이 사건에 큰 영향을 끼치고 더불어 범인을 찾아가는 중요한 열쇠가 되기도 한다. 초창기 코지 미스터리가 추리 자체에 좀 더 치중했다면 현재의 코지는 주인공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개 젊고 개성 강하며 자신감이 넘치는 미혼여성을 주인공으로, 파티 플래너나 플로리스트, 웨딩 플래너, 또는 파티쉐 등 어느 정도 성공한, 똑똑하고 능동적인 여성들이 예기치 못하게 사건에 얽히게 되면서 그들의 인생관이나 사랑, 우정 등이 자연스럽고 세심하게 묘사되어 독자들은 마치 예전부터 주인공을 알았던 것 같은 유대감과 동질감을 느끼게 하여 작품에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이제 한나 스웬슨의 쿠키 단지는 가고 제인 오스틴 시리즈를 보게 되었다.
부디 재미있기를!!!

모나리자 찾기가 소재인 작품이다.
기욤 뮈소의 미스터리 형식의 작품을 만나게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가와 경제인, 그리고 은둔형 전직변호사를 끌어들이는 이유는?
4등분된 조각 모나리자를 받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과연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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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2007-02-06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의 새책소개에 흠뻑 빠졌어요^^;; 어쩜 이렇게 맛깔스럽게 잘하실까^^ 새책이 너무너무 읽고싶어요.. 근데.. 밀린책이 너무너무너무 많아요..ㅠㅠ;; 그래도 담아둘건 담아두고요.. 추천도 하고가요^^

향기로운 2007-02-06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 책 담아두기...가 어... 없어요...ㅠ_ㅠ;;

물만두 2007-02-06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기로운님 퍼오기도 하고 제가 쓴 글은 짧은 글이고 긴 글은 담아온 글입니다. 앗 보관함에 담기 되는데요?

향기로운 2007-02-06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물만두님 페이퍼에서 [보관함에 담아두기]가 안보여서 그랬어요^^ 새창으로 띄워서 했어요^^ 멋진 리뷰글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린브라운 2007-02-06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의 러브레터> 너무 재밌겠어요 ^^ 항상 좋은 소개 감사드립니다 ㅎㅎ

물만두 2007-02-06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기로운님 페이퍼에서도 그게 보이는군요^^;;; 몰랐습니다.
다락방님 저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한나 스웬슨은 더 이상 안나올것 같으니 좀 아쉽기도 해요^^;;;

다락방 2007-02-06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오늘 아침 물만두님의 이 글을 보고 잽싸게 보관함으로 넣어버렸어요. 늘 한발 빠르신 물만두님이셔요 :)

비로그인 2007-02-07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ㅡ 신간도서들을 어케 이리 재빠르게 섭외를 하십니까?! 감탄중이예요.
정말 물만두님 신간 소개에 빠져들겠어요.

물만두 2007-02-07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제가 이런 작품에 대한 정보통을 모두 즐찾을 했다니까요^^;;;
디드님 추리사이트만 즐찾해도 알 수 있어요^^
 



주연
제나 로우랜즈 Gena Rowlands :  글로리아 스웬슨 역
 
조연
벅 헨리 Buck Henry :  잭 돈 역
줄리 카르멘 Julie Carmen :  제리 돈 역
존 아담스 John Adames :  필 돈 역

연출 부문
존 카사베츠 John Cassavetes :  감독
 
각본 부문
존 카사베츠 John Cassavetes :  각본
 
촬영 부문
프레드 슐러 Fred Schuler :  촬영
 
제작 부문
Stephen F. Kesten  :  제작팀장
샘 샤우 Sam Shaw :  제작

The Virginia Film Festival poster this year is a composite image of Gena Rowlands as “Gloria” and Humphrey Bogart, entitled

주연
샤론 스톤 Sharon Stone 
 
조연
제레미 노담 Jeremy Northam 
캐시 모리어티 Cathy Moriarty 
장-루크 피구로아 Jean-Luke Figueroa 
마이크 스타 Mike Starr  
 
연출 부문
시드니 루멧 Sidney Lumet :  감독
 
각본 부문
스티브 앤틴 Steve Antin :  각본
존 카사베츠 John Cassavetes :  원작
 
기획 부문
처크 바인더 Chuck Binder :  기획
G. 맥 브라운 G. Mac Brown :  기획
 
촬영 부문
데이비드 웟킨 David Watkin :  촬영
 
제작 부문
Amberwren Briskey-Cohen  :  제작팀장
도날드 J. 리 주니어 Donald J. Lee Jr. :  제작팀장
조시 로젠 Josie Rosen :  제작부
게리 포스터 Gary Foster :  제작
리 리치 Lee Rich :  제작

애인이자 마피아 보스인 케빈(Kevin: 제레미 노담 분)을 대신해서 감옥에 간 글로리아(Gloria: 샤론 스톤 분). 출감하자마자 3년간 면회 한번 오지않았던 조직에 대해 끊어오르는 증오를 안고 조직의 아지트로 향한다. 그 곳에서 케빈을 만난 글로리아는 3년의 대가로 돈을 요구하지만 냉정하게 거절당한다.
 증오와 분노로 아지트를 나서던 글로리아는 꼬마 니키(Nicholas 'Nicky' Nunez: 쟝-루크 피구에로아 분)를 발견한다. 니키는 가족 모두 잔인하게 살해된 현장에서 도망나온 소년. 니키의 부모가 조직의 은행거래와 조직원들의 신상을 담은 디스켓을 빼돌리고 공금을 횡령한 것이 들통이 나 케빈의 마피아 일당이 가족을 몰살시킨 것이다.
 니키에 대한 동정심과 조직에 대한 반항으로 글로리아는 아이를 데리고 뉴욕을 떠난다. 그러나 마피아 일당은 아이가 갖고 있는 디스켓을 찾기 위해 글로리아와 아이의 뒤를 집요하고 잔인하게 추격하고 글로리아는 6살 소년과 이들에 맞서며 일대 결전을 벌이는데.

온다 리쿠의 <빛의 제국>에 글로리아의 배우를 닮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어떤 배우냐고? 원작인지, 리메이크작인지...아무래도 원작의 글로리아라는 생각이 든다. 샤론 스톤은 아니겠지... 강한 이미지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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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즈리크 2007-02-05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카사베츠 감독의 1980년 오리지널 영화가 100배, 1000배 좋답니다. 글로리아에 샤론 스톤은 썩 잘 어울리는 캐스팅이 아니죠. 지나 롤렌즈의 오리지널 글로리아가 정말로 캡 멋집니다. 제가 영화에서 만난 여성 캐릭터중 가장 멋진 인물이었습니다.

물만두 2007-02-05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진님 아, 그럼 책에서 말한 글로리아는 오리지널인가봅니다. 안봐서요^^;;; 오리지널도 같이 올려야 겠네요. 감사합니다^^
 
대답은 필요 없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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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여사의 작품에는 아무리 제목이 대답은 필요 없다고 말할지라도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는 작품으로 우리에게 따끔하게 엄포를 놓기도 하고 ‘너 혹시 지금 이렇게 살고 있지 않니?’ 라고 묻는 것 같기 때문이다.

 

표제작 <대답은 필요 없어>와 <나는 운이 없어>, <배신하지 마>, 그리고 <둘시네아에 어서 오세요>는 정말 <화차>의 전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들이다. 단편들이 모두 말하는 것은 같다. 너희들이 쫓고 있는 것, 바라고 원해서 가졌다고 생각하는 건 손가락 사이로 언제 빠져나가는지도 모르게 사라져 버릴 신기루라고. 어쩌면 이 도시가 그렇게 만드는 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하는 건 바로 너희 자신이라고. 왜냐하면 끝나고 난 뒤에야 사회나 국가가 관심을 기울일 테니까. 그땐 이미 얼마나 많은 인생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만 뒤일지 생각해 보라고. 아무도 그 전에, 늦기 전에 찾아오지는 않는 법이라고 말이다.

 

<말없이 있어 줘>는 조금 독특한 작품이다. 자신의 눈앞에서 한 남자가 “저 여자다!” 라고 외친 뒤 사고를 내서 부부가 죽는다. 여자는 그 말 한마디에 이상함을 느끼고 그 남자에 대해 조사를 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자가 회사를 그만 둔 뒤 탐정이 되어 미미여사의 시리즈에 등장하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해봤다. 마치 <여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의 뒤를 잇는 일본의 코델리아 그레이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미미여사는 왜 탐정 시리즈를 쓰지 않는 것일까? 아쉽다.

 

<들리세요>는 어떤 면에서 보면 <이유>를 떠올릴 수도 있다. 가족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보다 근원적인 소통의 문제, 인간의 호기심과 믿음에 대한 문제를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참 마음에 드는 작품인데 우리가 살면서 서로 양보하거나 타협하지 못해서 잃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짧은 단편에 알차게 담아낸 작품이었다.

 

메갈로폴리스라 불리게 되는 커다란 도시가 마치 괴물처럼 인간들에게 제물을 바치라고 말하는 것 같은 요즘이다. 도시는 점점 확장해 가는데 사람들은 점점 극과 극으로 나뉘어 거부와 극빈만이 물과 기름처럼 떠돌고 있다. 누가 이렇게 만든 것일까. 이것이 국가와 사회의 문제라면 그 안에 사는 우리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없는 것일까? 미미여사는 <대답은 필요 없어>와 <배신하지 마>에서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피해를 짊어지고 가야 하는 이들은 개인들이니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처럼 되지 않도록 국가나 사회를 믿지 말고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너무 많은 유혹들이 쫓아다니니... 뒤 돌아 보면 절대 안 되는 오르페우스처럼 앞으로만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데 오르페우스도 못한 것을 일개 인간인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유혹이 에우리디케는 아니잖아 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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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2-05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료를 올리던 중 보니 물만두님, 리뷰가 올라와 지금 막 다 읽었습니다. 나가기 전 그래도 읽을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하루 행복한 하루되세요.

물만두 2007-02-05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두요^^

물만두 2007-02-19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마음을 비우자구요^^;;;
 

  

다카무라 카오루의 리오우는 나온 날부터 살까 말까를 고민한 작품이다.

작가 이름만 보면 사서 냅다 봤겠지만 내용이 어두울 것 같아서 기피했었다.

그런데 모 사이트에서 이 작품의 칭찬의 글을 보고 그만 혹했다.

리오우 사는 김에 또 주세 사라구마의 책을...

김전일의 나머지 하권도 사고...

가끔 책도 충동구매가 된다는 사실에 놀란다.

뭐, 내가 언젠가 담아 놓은 책이기는 하지만...

그나저나 언제 읽을거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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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1 2007-02-04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동구매의 결과가 좋으시길 빕니다. 나중에 후회할대가 좀 슬프더군요. 흑흑..

물만두 2007-02-04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1님 책은 나름 후회는 안하게 되더라구요^^;;;

Apple 2007-02-05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사라마구 사마....(그냥 이렇게 불러보고 싶은 이름..)
사놓으면 언젠가는 읽게 되더군요..
물만두님은 빨리 빨리 읽으시니까 다 읽으실수 있을 거예요.('∇')

물만두 2007-02-05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플님 그렇게 생각하고 쟁여둔 책들이 한 가득입니다 ㅜ.ㅜ

BRINY 2007-02-05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오우...남자들의 얘기죠. 그 책에 나오는 여자들은 같은 여자로 보면 하나같이 불쌍해요. 그래도 역시 '이야기꾼'이 쓴 거라 술술 잘 읽혀요.

물만두 2007-02-05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이니님 제가 우려하는 점은 슬플까봐인데 슬픈가봅니다.
 
비밀요원 대산세계문학총서 53
조셉 콘라드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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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콘래드? 조셉 콘래드? 어떤 발음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이 작가의 <암흑의 핵심>을 사 놓고 읽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작품이 내게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이 작가 작품을 꼭 한권 정도는 읽어야지 생각하던 차에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적 작품이 출판되었다. 뭐,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스파이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볼 수 있겠다 싶어서 읽기로 했다.

 

그런데 그건 내 착각이었다. 스파일물이라고 해도 작가의 스타일은 어디 가지 않는 법인지 간단한 이야기를 이렇게 어렵게 써내려간 것을 읽고 말았다. 작품 속에서 “삶은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위니의 대사가 이 작품을 대변하는 것 같다.

 

스파이든, 무정부주의자든, 혁명가든, 경찰이든 일반 시민이든 삶은 깊이 들여다봐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삶이란 것은 자신의 삶뿐 아니라 주변인의 삶과 타인의 삶까지 들여다봐야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못하고 거죽만을 핥고 있다.

 

여기에서 소통은 이미 사라지게 되고 말은 그야말로 말이 아닌 씨가 되고 독선적 아집에 쌓이게 된 모든 인간들은 그로테스크한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게 된다. 한번 이 나라를, 아니 자신의 스파이를 흔들어보자는 높으신 분의 말 한마디는 이중 스파이의 삶을 살던 스파이의 평온하고 안락한 생활을 뒤흔들었고, 늙은 노모와 약간 모자란 남동생을 돌봐야 하는 여자는 마음씨 좋게 생겼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결혼을 하고 그에게 자신의 남동생을 맡기기에 이른다. 그리고 뒤틀린 사건 속에서 경찰들은 저마다 본색을 드러내고 스파이 또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여자도 자신의 본색을 드러낸다. 또한 무정부주의자도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지만 옹고집 교수만은 여전히 자신의 생각을 외롭게 고수한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완벽한 스파이 소설은 아니다. 현대적 스파이물도 아니다. 하지만 스파이가 등장하는 최초의 작품이고 그 안에 그들의 이중적인 인간성이 어떤 작품보다 사실적으로 상세하게 표현되어 있다는 점에서 읽어볼만 한 작품이다.

 

알지도 못하는 사위에게 자신의 못난 아들을 맡기기 위해 양로원행을 택한 노모의 심리를 표현한 장면에서 그리고 그 아들이 사람들의 생각에는 ‘퇴화된 인간’으로 보일지 몰라도 비루한 말에게 채찍질을 하는 가난한 마부를 동정하는 마음씨와 가난한 가정부에게 줄 돈이 없어 안타까워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 작품에서 가장 근사한 인물은 이들이지 않았나 싶다. 또한 불쌍한 위니를 생각하면 그 시대가 낳은 서민적 여성상이 바로 이런 모습은 아니었나 싶다. 교수의 말처럼 약한 것은 나쁜 것이다. 약한 것은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한다는 뜻이 되고 교수의 말과는 다르지만 그것은 결국 노예와 다름없는 상황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니와 그 가족이 겪은 것이 바로 그것이었고 스파이를 양산해 내는 것이 또한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혁명이나 무정부주의가 잘못된 자들에게 넘어가 잘못된 길을 걷게 된다면 어떻게 무지한 서민의 발목을 잡고 그 몸을 갈기갈기 찢어내는 고통에 빠트리게 되는지 이 작품은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 부분은 오늘 날 우리에게도 생각할 여지를 안겨준다.

 

아마도 나는 어쩌면 <암흑의 핵심>을 못 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작가의 책 한권을 읽었음에 만족한다. 이 작가가 스파이 소설을 써서 다행이다. 그 자신 또한 혁명가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에서 이 작품은 새롭게 보인다. 아마도 이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작가 자신이 겪은 일들은 아니었을지... 그렇다면 작가는 참 외로웠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알의 쌀이 되지 못하는 혁명이, 인간을 불쌍히 감싸 안을 수 없는 정부가 과연 필요한지 또 한 번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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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1 2007-02-0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초의 스파이물이라고 하셔서 이언 플레밍의 007시리즈말씀하신 줄 알았어요. 어렸을때 소설로 읽은 적이 있거든요. 제목은 기억안나는데 내용은 기억한다는...

물만두 2007-02-02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1님 이 작품이 1910년대 출판된 작품이니 이언 플레밍보다는 한참 빠를겁니다.

파도너머 2007-03-14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콘래드 '암흑의 핵심' 그리 길지도, 어렵지도 않고 재밌으니 꼭 한번 읽어보세요.

물만두 2007-03-14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질님 언젠가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