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한솔로 > 다크



범죄, 스릴러, 미스터리, 사회, 청춘, 연애, 성장, 가족소설까지

비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002

다크

기리노 나쓰오 지음|권일영 옮김|552쪽|12,000원


동정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동정 없는 인간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지옥도가 여기 펼쳐진다!

일본 하드보일드의 전설, 미로 시리즈 최고 걸작!


일본 여성 하드보일드의 개척자이자 전설적 존재가 된 기리노 나쓰오(桐野夏生) . 그녀의 작품은 한국은 물론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태국, 중국, 대만 등 전 세계로 번역되어 세계의 기리노 나쓰오가 되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도 서른을 넘어 로망스소설로 데뷔한 후 십여 년 동안 무명의 세월을 견뎌야 했다. 로망스소설, 청소년소설, 레이디코믹 원작자 등으로 활동하던 당시에는 노바라 에이미, 기리노 나쓰코라는 가명을 쓸 수밖에 없었다. 긴이로 나쓰코(銀色 夏生)라는 다른 작가와 이름과 비슷한데다, 남자 이름 같다는 이유로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없었던 당시를 두고 기리노 나쓰오는 ‘굴욕의 역사’라고 소회하고 있다.

기리노 나쓰오라는 이름을 독자들에게 확실히 아로새긴 건 1993년 제39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얼굴에 흩날리는 비顔に降りかかる雨>를 발표하면서부터이다. 대도시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여탐정의 무라노 미로의 비정한 삶을 그린 이 소설은, 일본 여성 하드보일드계에 있어서 선구적 작품으로 평가받았고, 이후 작가는 무라노 미로가 등장하는 시리즈를 연달아 발표하며 일본 하드보일드계의 총아로 떠올랐다. ‘무라노 미로’ 시리즈는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天使に見捨てられた夜>과 미로의 아버지 젠조의 젊은 시절을 그린 <물의 잠 재의 꿈 水の眠り灰の夢>, 단편집 <로즈가든 ローズガーデン>으로 연계, 확장되었고 2002년 <다크ダーク>의 출간으로 획기적인 변환을 맞이하게 된다.


“그녀가 서 있는 곳에 구원은 결코 없다!”

한국과 일본을 무대로 펼쳐지는 잔혹한 복수와 비열한 욕망의 난지도!

광주항쟁이라는 지옥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인간의 처절한 분투기!


기리노 나쓰오는 <다크> 집필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한 가지만은 피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 탐정 미로가 해결하고 그를 통해 성장하게 된다, 라는 탐정소설의 패턴입니다. 그보다 무라노 미로라는 한 사람의 여성이 이 시대와 호흡하는 이야기를 만들자고 다짐했습니다. 미로가 지금까지와 같은 여자로 머무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기리노 나쓰오 공식 홈페이지 http://www.kirino-natsuo.com 중)

그런 결심으로 시작한 <다크>는 3년 반이라는 월간지 연재기간 동안 “살인, 각성제, 강간, 출산, 도망 등 생각지도 않게 다크한 전개로 저조차도 놀랐습니다”라고 작가가 고백할 정도로 네거티브한 이야기가 압도적으로 전개되는 ‘무라노 미로 시리즈의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주쿠 2초메에서 탐정을 하고 있는 무라노 미로. 그녀 나이 서른여덟. 사랑했던 남자를 자신의 손으로 감옥에 보내고 결국 그 남자가 감옥에서 자살한 그녀에게 삶의 의지는 없다. 나이 마흔이면 죽겠다고 마음먹고 탐정일도 그만 둔 미로는 인간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의붓아버지 젠조를 죽이겠다고 결심한다. 오타루에 살고 있는 젠조를 찾아간 미로는 젠조에게 독한 말을 내뿜고, 결국 젠조는 심장마비로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미로는 의붓아버지의 죽음과 연루되면서 위조여권을 들고 부산으로 도망을 친다. 그런 그녀의 뒤를 게이 도모베와 의붓아버지의 정부였던 시각장애인 히사에, 그리고 젠조의 동료였던 야쿠자 데이가 쫓는다. 그리고 고립무원의 미로를 지키는 사람은 1980년 광주에서 끔찍한 살육의 현장과 직면한 한국인 서진호밖에 없다.

<다크>에서 기리노 나쓰오는 작정했다는 듯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그려낸다. 미로를 쫓아다니며, 그녀를 삼키려는 추적자들의 비열한 욕망은 독자들에게 욕지기가 올라오게 만든다. 그러나 주인공 미로 역시 무자비하고 사악한 인물로 독자는 미로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인간의 추악한 내면은 작가가 광주 항쟁을 다루는 장면에서 역시 압도적으로 드러난다. 순전히 공명심으로 부산에서 광주로 건너온 서진호, 그가 광주에서 만난 것은 지옥이었다. 산속에 던져진 시체 더미들과의 조우, 살아남기 위해 친구의 얼굴을 망치로 짓이겨야 하는 상황, 광주 시내에 가득 배인 시체 썩는 냄새……. 그가 광주라는 살아 있는 지옥을 살아가기 위해서 터득한 것은 지옥 안에서 인간은 추악해질 수밖에 없다는 극명한 명제였고, 그 끔찍한 삶을 <다크>라는 작품 안에서 기리노 나쓰오는 여실하게 보여준다.

기리노 나쓰오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뛰어난 소설이란, 사실 진중하고 우직한 것이다. 다 읽기까지 시간도 걸리며, 주의주장이 명확하게 씌어 있을 턱이 없기 때문에, 빨리 정답을 알고 싶은 사람을 초조하게 만들고, 때로는 불만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소설이 아니라면 파고들 수 없는 진실도 역시 존재한다.”

여기에 바로 그 뛰어난 소설이 있다, 블랙 라인의 첫번째 작품 <다크>!


지은이_기리노 나쓰오桐野夏生

기리노 나쓰오는 1951년 이시가와 현 가나자와 시에서 태어났다.

1993년 제39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얼굴에 흩날리는 비 顔に降りかかる雨>는 대도시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여성 탐정의 비정한 삶을 그린 소설로, 이후 작가는 무라노 미로 시리즈를 연달아 발표하게 된다. 무라노 미로 시리즈는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天使に見捨てられた夜>과 미로의 아버지 젠조의 젊은 시절을 그린 <물의 잠 재의 꿈 水の眠り灰の夢>, 단편집 <로즈가든 ロ-ズガ-デン>까지 이어진다.

무라노 미로 시리즈는 2002년 <다크ダ-ク>에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기존의 탐정소설의 패턴에서 벗어나 미로라는 한 사람의 여성이 시대와 호흡하는 이야기를 쓰겠다고 결심한 기리노 나쓰오는 <다크>에서 의붓아버지를 죽였다는 혐의로 한국으로 도망쳐온 미로, 그녀를 쫓는 게이와 시각장애인 여자, 그런 미로를 돌보는 광주항쟁의 상처가 드리워진 한국 남자들의 끔찍한 복수담을 통해 추락한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통렬하게 그려냈다. 미로가 걸어가는 어두운 길을 함께 따라 걷다보면 독자는 현실이란 지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

1998년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아웃 OUT>은 영어로 번역되어 2004년 일본인 최초로 에드거상 후보로 올랐다. 1999년 <부드러운 볼 柔らかな頰>로 나오키상, 2003년 <그로테스크 グロテスク>로 이즈미 쿄카 문학상, 2004년 <잔학기 殘虐記>로 시바타 렌자부로상, 2005년 <다마모에 魂萌え!>로 후진코론상을 수상하였다.

옮긴이_권일영

서울생. 중앙일보사에서 주로 월간지와 멀티미디어 관련 기자로 일했다. 1987년 무라타 기요코(村田喜代子)의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남비속>(鍋の中)을  우리말로 옮기며 번역을 시작했다. 비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의 다음 작품으로는 하라 료의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가제)와 미로 시리즈 후속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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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7-06-08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명하는 글만 읽어도 후덥지근한 기분이네요.;;;

물만두 2007-06-08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가 원래 그래요.
 
레이븐 블랙 블랙 캣(Black Cat) 14
앤 클리브스 지음, 이주혜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스코틀랜드의 외딴 섬 셰틀랜드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우리는 흔히 작은 섬에서 모두 아는 사람뿐이고 전통적인 분위기를 가직한 곳은 도시보다 덜 위험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모두가 어려서부터 아는 사람들이고 모두 같은 학교를 다니고 서로 돕는 공동체 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대도시에서 일어나는 유괴라던가 살인 사건은 절대 일어날 수 없고 범죄라고는 음주 운전이라던가 속도위반 정도가 대부분이라 경찰들은 아주 따분한 곳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사람이 사는 곳은 크든 작든 과거든 현재든 다르지 않다. 사람이 있다면 범죄는 일어나고 관계가 있다면 마찰은 피할 수 없다. 그것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작은 섬이라 모두가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진짜 이웃을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친구사이지만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고, 사랑해서 결혼해 부부가 되어도 서로가 몰랐던 부분을 발견하고 당황하고 이혼도 하고, 부모 자신 간도 서로를 잘 알지 못하고 스승과 제자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마음조차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래서 끼리끼리 모여 그 안에 끼지 못하는 이들을 왕따 시키며 자신들의 무지를 감추려고 하는 것 아닐까? 아니면 무리를 해서라도 그 끼리에 끼어보려고 애를 쓰거나. 이건 인간의 오랜 집단 최면의식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좁은 곳일수록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은 더욱 잘 드러나고 이 작품은 그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약간 지능이 남보다 떨어지고 행동이 느린 노인은 8년 전에 한 어린 아이의 실종 사건에서 아무런 증거가 없었음에도 살인자로, 변태로 낙인이 찍혀 그곳에서 나고 자랐지만 아무도 상대해주는 사람이 없는 외톨이로 살고 있다. 그에게는 동창도 있고 이웃도 있지만 그들은 철저히 그를 무시하며 다시 살인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그를 범인으로 단정 짓는다. 캐서린이라는 살해당한 학생은 아내를 잃은 슬픔에 겨운 아버지에게 방치되어 살며 스스로 아이들을 멸시하는 외지에서 온 특이한 아이고 그 아이와 어울려 다니던 샐리는 어려서부터 엄마가 학교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왕따를 당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그 고통을 부모는 알지 못하고 친구는 이해하지 못한다. 샐리와 같은 경험이 있는 페레즈 형사는 사건을 파헤치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 다른 섬에서 왔다는 이유로 따돌림 당하던 기억을 떠올리고 이혼 후 아이를 혼자 키우는 프랜은 학교에서 자칫 자신으로 인해 딸 캐시가 왕따를 당하거나 선생님한테 미움을 받을까, 주민들에게 따돌림을 당할까 걱정을 한다. 축제를 못 보면 아이들에게 창피를 당한다는 어린 아이의 말 속에 집단성의 잔인함을 엿볼 수 있다. 그러니 그런 곳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무 문제없는 평화로운 곳처럼 보이고 그 어떤 비밀도 없어 오히려 숨이 막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곳에도 비밀은 있고 실종도 있고 폭력과 방탕과 욕망과 가식과 허영과 오만과 미움이 있었던 것이다.

 

작가는 사건을 후던잇 방식으로 끌고 가면서 등장인물에 대한 묘사와 마을의 배경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사람 사이에서 범인을 찾는 아가사 크리스티식 정통 영국식 추리소설의 틀을 따르면서 현대적 범죄는 왜 일어나는가 하는 와이던잇도 꼼꼼하고 짜임새 있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작품은 큰 반전이라든가 어떤 놀라운 장치 없이 고전적인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사이사이 문제점을 생각하게 여유를 준다. 역시 아가사 크리스티의 계보를 잇는 작가의 작품답다. 하지만 좀 더 날카롭게 다듬고 가지치기를 할 필요성이 있음을 느낀다.

 

갈까마귀 떼 날아오르는 이른 아침 눈 쌓인 벌판에 누워 있던 어린 소녀의 주검과 그래도 관광객을 위해 가장행렬을 하며 축제를 벌이고 사람이 죽었건 말건 술 마시며 흥청망청 파티를 하는 사람들과의 대비 속에서 로버트 프로스트의 불과 얼음이 들리는 것 같이 느껴진다. 우발적 범죄든 계획적 범죄든 어떤 범죄가 더 잔인하냐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살해됐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사실을 우린 점점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로버트 프로스트의 불과 얼음 시를 올린다. 이 작품에 이 시가 얼마나 어울리는지 읽고 판단하시기를...

 

어떤 사람은 이 세상이 불로 끝날 거라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얼음으로 끝난다고 말한다.

내가 맛 본 욕망에 비춰 보면

나는 불로 끝난다는 사람들 편을 들고 싶다.

그러나 세상이 두 번 멸망한다면

파괴하는 데는 얼음도

대단한 힘을 갖고 있다고 말할 만큼

나는 증오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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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07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벌써 읽으셨다니, 역쉬! 음, 전 얼음이 불로 인해 녹아서 망할 거 같아요.. 동해 온도가 남해만큼 높아졌다니까,...음, 그러니까 결국 불로 끝나는 확률이 놓은거군요.

물만두 2007-06-07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초롬너구리님 불보다 무서운게 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불을 끄는게 물이잖아요.

2007-06-08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7-06-08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고치겠습니다. ㅜ.ㅜ 역자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을 계보를 잇는다고 멋대로 해서갰습니다 ㅜ.ㅜ
 
괴담 (양장) 기담문학 고딕총서 1
라프카디오 헌 지음, 심정명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제목은 괴담이지만 일본의 전설이나 약간 독특한 옛날이야기를 모은 단편집이다. 서양 사람이었던 저자에게는 이런 이야기들이 괴담으로 느껴졌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다지 괴이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저 어린 시절 읽었던 일본 전래동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아주 짧은 이야기들을 그림 한 장과 더불어 묶어 소개하고 있는데 오히려 그 그림이 더 매혹적이다. 어떤 이야기는 괴담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고, 예를 들면 <귀 없는 호이치>, <설녀>, <식인귀>, <오소리>다. 그런데 이런 작품들도 우리가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봤던 <전설의 고향>의 내용과 흡사하기도 하고 무섭기로 따지자면 <전설의 고향>이 더 무섭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거기에 <나비>와 같은 작품에서는 중국에서 넘어 온 이야기라고 하며 중국의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누가 뭐라고 했다고 일본에도 아름다운 나비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고 쓰고 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고 문화는 물 흐르듯 그렇게 흐르는 것이지 좀 이 작품과는 안 어울렸다. 덧붙여서 작가의 경험담이나 추억담까지 섞어서 얘기할 필요가 있었나 싶은 게 이 단편집은 그냥 저자가 모은 일본의 괴담집이 아닌 그것을 저자의 생각도 쓸 요량이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면 그 분량이 너무 적다.

 

여러모로 보나 가지치기가 어설펐다고 말하고 싶다. 책은 예쁘게 잘 포장되어 나왔는데 그 포장을 벗기고 나니 그저 그런 글이 있었다는 약간 어이없는 느낌을 준다. 역시 가장 일본적이거나 가장 세계적인 거나 일본인의 손에서 탄생되어야 한다. 아니면 저자의 솜씨가 그저 그랬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저자가 애정을 가지고 일본 괴담을 모아 책으로 출판했다는 것에 가치를 두고 싶다. 약간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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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6-05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은 진짜,,짱 매력적인걸요?

물만두 2007-06-05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그림이 진짜 좋았죠^^

보석 2007-06-0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실망했어요. 기대한 것보다 너무 심심해서. 물만두님 말씀처럼 차라리 일본인이 직접 썼으면 나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속의 그림을 비롯한 하드웨어는 100점짜린데.

물만두 2007-06-07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석님 좀 그렇죠.

BRINY 2007-06-07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다 나왔네요. 그래도 문명개화기에 일본에 와서 일본인과 결혼하고 정착해 살았던 서양인이 이런 책을 썼다는 것 자체에 점수를 줘야할 거 같아요.

물만두 2007-06-07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이니님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슐러 K. 르 귄의 단편이 수록되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단편집이다.
여러 눈에 띄는 작가들도 있고 처음 보는 작가들도 있다.
그런데 이런 책을 출판하면서 제발 원제목도 함께 목차에 넣어주시길 부탁드린다.
이런 단편집이 나올때마다 본 거 또 보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19세기 미국작가 워싱턴 어빙이 기록한 에스파냐 알함브라 궁의 모습과,
이곳에 얽힌 무어인들의 전설을 담은 책이라는 소개가 눈길을 끈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색다른 접하지 못한 많은 독특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편견없이 아름다운 기담이 담겨 있기를 기대해본다.
근데 이 책은 왜 호러 장르에 있지 않고 세계문학에 속해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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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1 2007-06-0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슐러 K. 르 귄이면 그 환타지소설 작가군요. 아..갑자기 제목이...음..뭐였더라?? 뭐..어쨌던 저 책도 환타지인가요?

물만두 2007-06-04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1님 환타지도 쓰고 SF도 쓰는데 이번 건 SF쪽입니다.

가넷 2007-06-04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오오;

-_-;; 살께 너무 많네요.;

가넷 2007-06-04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서점에 아직 안 풀렸겠죠?ㅡ,.ㅡ; 야간강의 듣고 오면서 가면 있을려나;;

물만두 2007-06-04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늘사초님 글쎄요...

2007-06-04 2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7-06-04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시온지???

비발~* 2007-06-06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서재도 rss로 구독할 수 있겠군요. 아이 조아라~

물만두 2007-06-06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발님 rss를 개인적으로 구독하는건가요? 알라딘 전체가 아니구요? 오호~
 
모두가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한다
카르멘 포사다스 지음, 권도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누군가에게 비밀이 있다면 그것을 알아내기 쉬운 사람이 누굴까? 그들은 바로 그 집안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마치 집안의 부속물처럼 취급당해서 누구도 인식하지 않는 존재들, 그림자처럼 조용히 움직이고 그늘 속에서 숨을 쉬고 가장 어두운 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집사, 가정부, 정원사, 하녀, 운전사, 그리고 요리사 등등... 그들은 집주인들에게는 가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도 없어 자신들이 하는 말을 듣지도 못하고 벌어진 일을 보지도 못하고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존재로 인식되기 때문에 그 어떤 일도 그들에게 모여든다. 마치 물이 가장 아래로 흘러 모이듯이.

 

네스터라는 요리사가 있다. 그는 많은 상류 인사들의 비밀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그의 고객임을 아는 까닭에 그들의 비밀을 발설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해진 운명이 있다는 듯 그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은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을 만나게 한다. 그들의 제발이 저리도록. 그래서 그들이 그를 죽이고 싶어 하게 까지 만든다.

 

네스터는 냉동고에 갇혀 죽는다. 그리고 그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살인이 비밀의 봉인을 푸는 시작임과 동시에 그 비밀이 결코 영원할 수 없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다. 냉동고를 열면 발견되는 시체처럼... 작품은 이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여러 형식으로 그를 죽이고 싶어 하는 동기를 가진 사람들의 비밀들을 모두 차례로 알려주고 있다. 작가는 범인들의 동기를 자세하게 알려주면서 동시에 스페인 상류층의 위선을 풍자하고 있다.

 

아가사 크리스티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한정된 범인을 다루는 고전적 플롯을 사용하면서 더 중요한 것은 미스터리가 아니라고 말하는 작가의 방식은 조금 새롭다. 그래서 처음에는 ‘너무 쉽잖아.’하면서 보다가 마지막에 ‘쉬운 게 아닌데?’하고 생각하게 되어버렸다. 그러니까 네스터가 말한 “언젠가 자네도 물어보는 것이 최선이 아닌 때가 있다는 걸 알게 될 걸세. 특히 대답을 모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는 말이야.”는 해석하기에 따라서 이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하지만 “죽느냐 사느냐”를 운운하게 되는 상황이 닥친다면 과연 모르는 게 약일지는 미지수다. 아는 게 병이기도 힘이기도 하듯이 말이다.

 

아직 이 작품을 어떻게 생각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묘사가 마지막까지 뛰어났다는 것은 인정한다. 결코 유쾌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우리네 상식과는 거리가 좀 있는 지라... 하지만 비밀을 많이 간직한 사람과 아무 것도 모르는 무지한 사람 중에 누가 더 불행한지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많은 사람과 자신의 이기심으로만 사는 사람 중에 누가 더 불행한지는 불을 보듯 훤한 일이니 내가 본 추리소설 가운데 가장 비극적인 추리소설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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