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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양장) ㅣ 기담문학 고딕총서 1
라프카디오 헌 지음, 심정명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제목은 괴담이지만 일본의 전설이나 약간 독특한 옛날이야기를 모은 단편집이다. 서양 사람이었던 저자에게는 이런 이야기들이 괴담으로 느껴졌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다지 괴이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저 어린 시절 읽었던 일본 전래동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아주 짧은 이야기들을 그림 한 장과 더불어 묶어 소개하고 있는데 오히려 그 그림이 더 매혹적이다. 어떤 이야기는 괴담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고, 예를 들면 <귀 없는 호이치>, <설녀>, <식인귀>, <오소리>다. 그런데 이런 작품들도 우리가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봤던 <전설의 고향>의 내용과 흡사하기도 하고 무섭기로 따지자면 <전설의 고향>이 더 무섭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거기에 <나비>와 같은 작품에서는 중국에서 넘어 온 이야기라고 하며 중국의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누가 뭐라고 했다고 일본에도 아름다운 나비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고 쓰고 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고 문화는 물 흐르듯 그렇게 흐르는 것이지 좀 이 작품과는 안 어울렸다. 덧붙여서 작가의 경험담이나 추억담까지 섞어서 얘기할 필요가 있었나 싶은 게 이 단편집은 그냥 저자가 모은 일본의 괴담집이 아닌 그것을 저자의 생각도 쓸 요량이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면 그 분량이 너무 적다.
여러모로 보나 가지치기가 어설펐다고 말하고 싶다. 책은 예쁘게 잘 포장되어 나왔는데 그 포장을 벗기고 나니 그저 그런 글이 있었다는 약간 어이없는 느낌을 준다. 역시 가장 일본적이거나 가장 세계적인 거나 일본인의 손에서 탄생되어야 한다. 아니면 저자의 솜씨가 그저 그랬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저자가 애정을 가지고 일본 괴담을 모아 책으로 출판했다는 것에 가치를 두고 싶다. 약간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