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다섯 권 정도의 책을 고르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는데 그건 주제를 미리 정해두었기 때문이다. 내주에 6.25가 끼어 있기에 정한 '한국전쟁 내지는 '냉전'이 그 주제다. 게다가 올해는 정전 60주년이 되는 해다. 그에 걸맞는 책이 몇 권 나왔는데, 압도적인 건 중국의 넌픽션 작가 왕수쩡의 <한국전쟁>(글항아리, 2013)이다. 타이틀은 심상하지만 '한국전쟁에 대해 중국이 말하지 않았던 것들'이란 부제에 이르면 사정이 달라진다. 말 그대로 희소성을 갖지 않나 싶다(무엇이 새로운 정보인지 이 분야 전문가의 서평을 읽고 싶은 책이다).

 

 

두번째 책은 로이 애플만의 <장진호 동쪽>(다트앤, 2013). 역시나 정전협정 60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책인데, 이번엔 미국 쪽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전쟁이다. 간략한 소개를 옮기자면, "<장진호 동쪽>은 공산군을 압록강 너머로 쫓아내 한반도를 통일하고, 한국전쟁을 끝내겠다는 맥아더 장군의 계획에 그 배경을 두고 있다. 한국전쟁 첫해인 1950년 겨울, 장진호 동쪽에서 중공군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미제7사단 제31연대전투단 약 3,000명 병력이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 단지 385명만이 온전하게 살아 돌아온 비극적인 파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세번째 책은 케임브리지대학의 인류학자 권헌익의 <또 하나의 냉전>(민음사, 2013). 권헌익 교수의 책으론 <학살, 그 이후>(아카이브, 2012), <극장국가 북한>(창비, 2013)에 이어 세번째로 소개되는 것인데, '인류학으로 본 냉전의 역사'가 부제다. "베트남과 한국 제주에서 진행한 참여연구를 통해 주변부 국가들이 겪은 잔혹한 냉전의 사회문화적 자화상을 그려 낸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학술적인 성격이 강하다.

 

 

네번째 책은 마이클 케리건의 <냉전 시대의 미실행 작전(1945-91)>(시그마북스, 2013)이다. "이 책은 냉전 시대 실행될 뻔했고 그랬다면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을 수도 있었던 가장 비밀스럽고 충격적인 작전에 관한 이야기다. 여기에는 하코보 아르벤스 과테말라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미국의 계획, 캐나다 기마경찰의 ‘빨갱이 사냥’인 프로펀크 계획, 북베트남에 있는 군사목표와 산업목표에 대한 핵폭격 계획까지 포함되어 있다." 저자의 전작 <가짜 전쟁 - 제2차 세계대전의 미실행 작전>(시그마북스, 2012)의 속편 격인 책. 끝으로 마지막 책은 '처음이자 마지막 대사가 쓴 유고 내전사'로 신두병의 <발칸의 음모>(용오름, 2013). "유고슬라비아 내전의 진상을 전쟁 당시 유고 주재 한국 대사가 제3자의 입장에서 기록하고 분석한 책"이다. 유고 내전을 다룬 책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희소성 때문에라도 주목하게 된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한국전쟁- 한국전쟁에 대해 중국이 말하지 않았던 것들
왕수쩡 지음, 나진희 외 옮김 / 글항아리 / 2013년 6월
40,000원 → 36,000원(10%할인) / 마일리지 2,0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3년 06월 22일에 저장

장진호 동쪽- 4일 낮 5일 밤의 비록
로이 E. 애플만 지음, 허빈 옮김 / 다트앤 / 2013년 6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3년 06월 22일에 저장
품절
또 하나의 냉전- 인류학으로 본 냉전의 역사
권헌익 지음, 이한중 옮김 / 민음사 / 2013년 6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2013년 06월 22일에 저장
절판
냉전 시대의 미실행 작전 (1945~91)
마이클 케리건 지음, 박수민 옮김 / 시그마북스 / 2013년 6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3년 06월 22일에 저장
절판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번주 눈에 띄는 신간 가운데 하나는 알랭 바디우와 엘리자베트 루디네스코의 대담집 <라캉, 끝나지 않은 혁명>(문학동네, 2013)이다. 저명한 철학자와 정신분석사가가 라캉의 사상을 논한 책인데, 일단은 저자들의 이름값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된다. 게다가 책이 아주 얇은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책갈피에 실린 루디네스코에 대한 소개를 보면, 그녀는 "라캉 사후 프랑스의 정신분석 역사를 집대성한 <프랑스 정신분석사>(1권 1982, 2권 1986)를 썼고, 라캉 전기 <자크 라캉>(1993)에서는 라캉을 중심으로 20세기 중반 프랑스 지성계의 풍경과 정신분석계의 분열상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국내에는 그 <자크 라캉>(새물결)이 두 권짜리로 번역돼 있다.

 

 

 

조금 더 읽어보면, "그 밖에 <왜 정신분석인가?>(1999), 미셸 플롱과 공저한 <정신분석 사전>(1997), 광기에 빠져 정신병동에서 생을 마친 여성 혁명가를 다룬 전기 <테루아뉴 드 메리쿠르: 프랑스혁명기의 한 멜랑콜리한 여성>(1989), <우리 자신의 어두운 면: 성도착의 역사>(2007) 등을 펴냈다."

 

소개에서 <왜 정신분석인가?>는 얇은 책인데 아직 번역되지 않았고, <정신분석 사전>은 <정신분석대사전>(백의, 2005)라고 번역됐지만 절판됐다. <테루아뉴 드 메리쿠르>도 아직 번역되지 않았고, <우리 자신의 어두운 면>은 <악의 쾌락, 변태에 대하여>(에코의서재, 2008)로 번역됐지만 번역에 흠이 많다.

 

 

 

바디우의 책이야 다수 소개돼 있는 만큼(주저들은 빠져 있다) 더 언급하는 건 군더더기일 테다. 다만 그의 <사도 바울>(새물결, 2008)의 역자가 <라캉, 끝나지 않은 혁명>의 역자이기도 하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역서 가운데 근간으로는 바타유의 <주권>과 장 미셸 팔미에의 <발터 벤야민: 넝마주의, 천사, 꼽추난장이>가 있다 한다(<주권>은 <저주의 몫>의 일부인 듯하다). 아무려나 기대를 갖게 하는 책들이다.

 

다시 <라캉, 끝나지 않은 혁명>으로 돌아와서, 바디우와 루디네스크가 말하는 라캉의 현재적 의의는 무엇인가. 한 대목씩만 인용해놓는다.

 

저는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를 전복할 수 있는 하나의 무기를 라캉에게서 보고 있어요. 통제할 수 없는 일탈에 사로잡힌, 민중도 주체도 없이 비인간화된, 금융 자본주의 말이에요. 이 광기에 대항해 라캉에게서 영감을 얻는 것은 질서 안에 무질서를 심는 일일 수도 있죠. 역사의 전환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모범적 텍스트인 <사드와 함께 칸트>(1963) 읽기가 그것을 증언합니다. 여기서 동일한 문제틀의 상이한 두 측면이 관건임을 보여주기 위해 정언명령을 주이상스의 명령에 결부시키는 일, 이것은 현대사회의 상이한 두 측면인 과학주의와 몽매주의에 맞서 똑똑하게 분노할 수 있게 해줍니다.”(루디네스코)

 

현대 세계는 불확실성과 방향 상실, 항구적 위기의 유령에 사로잡혀 있죠. 그런데 라캉은 위대한 혼돈의 사상가입니다. 더 풀어서 말하면, 우리는 정신분석을 주체의 혼돈에 대한 정돈된 사유라고 정의할 수 있겠죠. 이 점에서 정신분석은 마르크스주의와 매우 유사합니다. 마르크스주의 또한 자본주의의 모든 혼돈을 구성하는, 격렬한 혼란과 만족시킬 수 없는 탐욕스러운 모순들 위에 근거한 집단적 실존을 명료하게 이해하고자 하니까요. 우리가 지금의 위기를 성찰하려면 라캉은 필수불가결한데, 왜냐하면 그가 이 혼돈 자체에서 어떤 내재적 질서를, 상징계의 지평과 연계된 참조틀을 재포착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입니다.”(바디우)

 

13. 06. 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국문학의 거장 돈 드릴로의 <코스모폴리스>(새물결, 2013)가 번역돼 나왔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 <코스모폴리스>(2012)의 원작소설(영화는 6월 27일에 개봉된다고). 작품의 의의는 이렇게 소개된다.

 

핀천과 함께 미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드릴로는 우리 시대의 욕망의 환부에 본격적인 메스를 들이대며, 우리 시대의 사랑과 구원은 모두 자본과 기술(하이테크놀로지)에 대한 환상으로 수렴된다는 것을 빼어나게 통찰하고 있다. 한국 문학에서 좀체 찾아보기 힘든 것이 이 자본과 기술 그리고 그에 의해 변주되는 욕망 이야기라면, 드릴로는 우주의 원리, 즉 코스모스와 인간이 운위하는 지상의 공동체, 즉 폴리스가 자본과 기술에 의해 하나가 된 ‘코스모폴리스’의 이야기를 통해 그리스적 비극의 깊이로 우리 시대의 욕망과 구원을 탐구한다.

영화나 소설, 모두 구미가 당긴다. 돈 드릴로의 작품으론 국내에 다섯 번째로 소개됐기에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코스모폴리스
돈 드릴로 지음, 조형준 옮김 / 새물결 / 2013년 6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7월 1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3년 06월 20일에 저장

마오 Ⅱ
돈 드릴로 지음, 유정완 옮김 / 창비 / 2011년 1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3년 06월 20일에 저장

바디 아티스트
돈 드릴로 지음, 정영문 옮김 / 새물결 / 2010년 6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2013년 06월 20일에 저장
절판
리브라- 돈 드릴로 장편소설
돈 드릴로 지음, 정회성 옮김 / 창비 / 2009년 7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3년 06월 20일에 저장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지난달에 마태우스님과 함께, 김두식 교수와 황정은 작가가 진행하는 창비의 북캐스트 '라디오 책다방'(제10회)에 출연한 적이 있다. 이번주에 내용이 올라왔는데(http://blog.changbi.com/lit/?p=17096) 궁금하신 분들은 들어보시길.

 

 

'알라디너'로서 초대받은 것이기 때문에 '알라딘 마을' 얘기도 늘어놓았다. 북캐스트를 평소에 자주 듣는 편은 아니지만 라디오 책다방 출연을 계기로 들어봤는데 몇 편은 아주 재미있었다. 북캐스트만 모아놓은 곳도 이용할 수 있다(http://bookcast.tistory.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데카르트와 몽테스키외, 너무도 친숙한 이름이지만, 그래서 어지간한 책들은 소장하고 있지만 나로선 좀처럼 손에 들지 못하는 저자들이다. 데카르트의 <정념론>(문예출판사, 2013)과 몽테스키외의 <몽테스키외의 로마의 성공, 로마제국의 실패>(사이, 2013)가 비슷한 시기에 번역돼 나왔기에 같이 묶었다.

 

 

데카르트의 더 중요한 저작은 물론 <방법서설>이나 <성찰>일 테지만, 마지막 작품 <정념론>까지 붙여야 왠지 '트로이카' 기분이 난다. 문예출판사판이 실제로 그렇게 구성돼 있다. 이현복 교수가 옮긴 <방법서설>과 <성찰>은 1997년에 나왔으니 꽤나 오래 전이다. 이번에 나온 <정념론>도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데카르트를 전공한 김선영 박사가 옮겼다. 원제를 직역하면 <영혼의 정념들>인데, <정념론>이라고 굳어진 제목도 본 뜻에 어긋나지는 않는다고.

 

 

 

<정념론>은 물론 처음 번역된 건 아니다. 동서문화사판과 삼성출판사판에 <방법서설>, <성찰> 등과 같이 묶인 전례가 있다.

 

 

데카르트의 핵심 저작으론 <철학의 원리>(아카넷, 2002/2012)와 <성찰>(나남, 2012)가 더 있다. 나남판 <성찰>이 두 권 분량이나 되는 것은 "우리가 보통〈성찰〉이라고 부르는 본문만 출간된 것이 아니라 초판에는 카테루스, 메르센, 홉스, 아르노, 가상디 등의 학자들이 제기한 6개의 반론과 이에 대한 데카르트의 답변이, 재판에는 부르댕의 반론과 이에 대한 데카르트의 답변 그리고 디네 신부에게 보내는 편지가 추가되어" 있기 때문이다. 풀버전이라고 할까. 여하튼 문예출판사판 세 권과 아카넷판 <철학의 원리>, 나남판 <성찰>까지 마련하면 데카르트 컬렉션은 얼추 갖춰진다.

 

 

 

<몽테스키외의 로마의 성공, 로마제국의 실패>는 다른 번역본으론 <로마인의 흥망성쇠 원인론>(범우사, 2007)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현재는 절판). 몽테스키외의 핵심저작은 물론 삼권분립론을 주창한 <법의 정신>이지만, <페르시아인의 편지>(다른세상, 2002)까지는 국내에 소개돼 있다(예전에 사상전집에 포함됐었다). 이 역시 지금은 절판된 상태. <몽테스키외의 로마의 성공, 로마제국의 실패>는 어떤 책인가.

<페르시아인의 편지>(1721년), <법의 정신>(1748년)과 함께 몽테스키외의 3대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책은 1734년에 <로마의 흥망성쇠에 대한 원인 고찰론>이란 제목으로 암스테르담에서 처음 출간되었으며, 이 책으로 그의 이름이 유럽 전체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이 책에서 로마의 멸망에 대해 일반적 통설과는 다른 이유를 제시한다. 즉 로마는 내부의 '분열과 혼란' 때문이 아니라, 정복사업으로 인한 '번영' 때문에 멸망했다고 주장한다.

에드워드 기번과 테오도르 몸젠의 책 등 로마사 관련서들이 다수 소개되고 있는 즈음이라 같이 읽어볼 만하다.

 

 

문제는 법학도들의 필독서라고도 하는 <법의 정신>의 정본 번역본이 아직 없다는 사실이다. 동서문화사판과 홍신문화사판 정도가 번역본이고 책세상판 발췌역 정도가 나와 있다. <법의 정신>을 대중교양서로 읽고 '법의 정신'을 분명히 밝히는 걸 별로 달갑지 않아 하는 세력이라도 있는 것인지, 아직도 말로만 '고전'으로 회자되는 건 좀 유감스럽다.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대한다...

 

13. 06. 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