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생전에 '신화'가 된 지식인은 많지 않은데, '리영희'는 그 중 대표적인 이름이다. 최근 그의 팔순을 기념하여 <리영희 프리즘>(사계절, 2010)이 출간되어 눈길을 끈다. 마침 공동필자들 가운데 두 사람의 대담 기사가 올라왔기에 스크랩해놓는다. 12권짜리 <리영희 저작집>(한길사, 2006)까지는 넘보지 못하더라도 이 참에 한두 권 정도는 챙겨도 좋겠다. 개인적으론 아직 읽지 못한 <대화>(한길사, 2005)가 일순위이다.

경향신문(10. 02. 22) 경쟁에 지치고, 공통문화 없는 ‘모래알 청년세대’  

고은 시인이 ‘1970년대 대학생의 아버지’라고 썼던 리영희. 군부독재 정권이 ‘대학생 의식화의 원흉’으로 지목해 탄압했던 그를 프랑스 신문 르 몽드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사상의 은사’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리영희는 지난해 12월 팔순을 맞았지만 대학생 혹은 청년이라는 단어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리영희 선생 팔순을 기념해 최근 출간된 <리영희 프리즘>(사계절)은 리영희를 이 시대 청년을 위한 교양의 기초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다. 이 책은 고병권, 천정환, 김동춘, 이찬수, 오길영, 이대근, 안수찬, 은수미, 한윤형, 김현진 등 10명의 각 분야 ‘논객’이 리영희의 삶과 사상이 던진 생각거리를 각각 풀어냈다. 필자로 참여한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41)와 20대 논객 한윤형씨(27)가 경향신문사에서 만나 대학생으로 뭉뚱그려지는 이 시대 청년세대의 교양과 삶, 책읽기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청년세대의 교양
천정환(천) = 리영희 선생은 저희 세대만 해도 영향을 덜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리영희 프리즘> 기획서를 처음 받았을 때 한윤형씨가 필자에 들어 있어 흥미롭기도 했고 어떻게 볼지 궁금했습니다.

한윤형(한) = 리영희가 지금 20대에게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누군지 모른다가 정답일 것입니다. 실제로 그러니까요. 제가 쓴 글도 그런 취지인데 그때 리영희에 해당했던 것이 지금의 20대에게는 왜 없는가, 어떤 조건이 바뀌었는가라고 묻는 것이 옳은 질문이 아닌가 합니다. 리영희 선생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던 세대에겐 꼭 리영희를 읽지 않더라도 공통의 무엇인가가 있었을 텐데, 지금 시대는 텍스트로서 그런 것은 없습니다.

천 = 저희 세대는 미리 짜여져 있는 커리큘럼을 가지고 정치에 관심을 갖고 의식화됐는데 지금은 같이 읽기라든지 세미나가 존재하지 않고 의식의 편차도 세대 안에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20대가 정치에 관심을 갖는다든지 옛날말로 지식인스러운 태도를 갖고자 할 때 어떤 경로로 인식을 넓혀가는지 궁금합니다.

한 = 저 같은 경우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케이스인데, 인터넷을 별로 안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여기에서도 패턴이 좀 나뉘는 것 같습니다. 책을 많이 보는 쪽은 박노자의 영향력이 큰 것 같고, 인터넷 많이 하는 친구들은 진중권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강준만은 90년대 후반 학번에게 좀 더 영향력을 미쳤던 것 같고요. 어디까지나 정치에 관심 있는 친구들 얘깁니다만.

천 = 88만원 세대라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대학생 내부의 격차가 그야말로 극심하잖아요? 세대로 규정 당했지만 하나로 묶일 수 있을까 회의적입니다. 같은 대학생이지만 고민하는 주제나 행동하는 양식이 다 다르기 때문이죠. 일테면 어떤 여학생이 소개팅을 할 때 서열상 어떤 위치 이하 대학의 남학생과는 절대 안 만나겠다고 말하더군요.

한 = 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옛날에 비해 대학생 집단이 엄청나게 넓어졌습니다. 대학진학률이 86%에 달합니다.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면 90년대 초반만 해도 농촌 출신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만 해도 같은 수준의 텍스트를 읽고 섞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같은 학교, 같은 과라고 해도 계층이 다르면 서로 안 섞이고 사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수능을 비슷하게 쳐서 들어와도 그 안에서 이미 계층이 갈라지는 것이죠.

청년세대의 현실
천 = 결국 대학생들이 끝없이 경쟁하게 만드는, 원자화하는 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로 압축되는 것 같습니다. 옛날 방식처럼 ‘100만 청년학도’라고 호명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겠지만 가능한 부분에서 공동체성 같은 것들을 회복하거나 대학생 공통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20대를 사회 전체의 변혁을 위해 복무하는 전사로 동일시하거나 그렇게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겠죠. 그럼에도 이해가 잘 안되는 것이 역시 등록금 문제입니다. 대학생들이 영어와 컴퓨터 등을 배우기 위해 끊임없이 사교육에 의존해야 하는 문제도 있죠. 이건 전체 사회의 문제이자 자기 자신의 문제이고 내 주머니에서 돈을 갈취해가는 문제인데 정치의식이 없더라도 같이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요.

한 = 설문조사를 보면 운동이 필요하다고 답하는 비율이 많은데 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들 합니다. 원자화가 완료된 상태에서 문제의식은 느끼는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인 거죠. 시간이 지나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요. 지금은 부모가 돈을 투자해서 대학만 가면 취직이 된다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때를 대비해서 삶의 문제가 곧 정치의 문제라는 것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천 = 작은 단위의 실천 같은 것이 중요하겠죠. 예를 들어 제가 몸담고 있는 학교에 ‘여학생자취연대’ 같은게 있더군요. 자취하는 여학생들이 같은 문제에 처해 있으니 같이 대응하자라는 취지인 것 같았습니다.

한 = 20대가 운동을 해서 당장 정권을 바꾸고 하는 것보다는 작은 것부터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20대 내부의 논쟁이 많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대끼리 서로 누가 옳네 그르네 하며 싸우면 20대가 보게 되고 힘이 세지는 것 아닌가 합니다.

청년세대의 책읽기
천 = 주제를 책읽기로 돌려보죠. 대학생들이 책을 덜보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물론 문화적 조건이 있습니다. 인터넷을 많이 보니까요. 저희 세대에 책은 사회과학, 인문·교양서 이미지가 강한데 2000년대 들어 인문사회과학 시장이 굉장히 쪼그라들었습니다. 인문사회과학 독자가 재생산이 안된다는 것이고 그 핵심은 20대 독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자기계발로서의 교양이든 삶의 태도나 지향점으로서의 교양이든 교양을 다 포기했다거나 열망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지금 20대는 어릴 적부터 아이폰을 갖고 노는 초등학생하고는 다른 세대이므로 책읽기에 대한 강박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엄청나게 바쁩니다. 경쟁하느라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는 거죠.

한 = 제가 아는 후배는 이공계를 다니는데 제가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책을 보고 있으면 신기하게 쳐다봅니다. 자기 주변에 전공서적 이외에 다른 책을 보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바쁘니까요. 전공 외에도 영어, 컴퓨터, 중국어를 시간표를 짜놓고 공부합니다.

천 = 처절한거죠. 학원 5~6개씩 다니는 강남 초등학생들도 불쌍하지만 20대들도 자기 책임을 이행하느라 엄청난 압박에 시달립니다. 구조적인 문제라 어디서부터 뚫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대학 간 경쟁, 대학 내부의 경쟁이 너무 치열합니다. 대학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그런 것을 해소하지 않으면 당분간 희망은 없다고 봅니다. 청년문화가 붕괴된다고들 하는데 청년이라는 말 자체가 20세기 들어서면서 처음 쓰인 것입니다. 이대로 간다면 청년문화가 아예 없는 시대, 청년이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가 없어지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합니다. 

10. 02. 21.  

P.S. 대담의 초첨은 리영희보다는 리영희라는 프리즘으로 본 이 시대의 청년문화인 듯싶다. 천정환 교수와 같은 세대인 나도 대학에 들어왔을 때 이미 리영희란 이름을 자주 접하지 못했다. 그때는 이미 '리영회 신화 비판'이 오히려 힘을 얻기도 했다. 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연이은 사회주의 체제의 몰락이 그러한 비판의 배경이 돼 주었다. 특히 문학비평가 이동하의 비판이 기억에 남는다(어지간한 문학평론집은 다 읽어보던 시절이었다). 리영희 선생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그로부터 멀어지게 한 계기이기도 했다. 균형을 잡자면 '신화 비판' 이전에 '신화'를 먼저 읽었어야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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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1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케 2010-02-22 09:06   좋아요 0 | URL
제가 리영희 선생의 소위<전-논>을 읽던 87년 봄날이 생각납니다.

인문관 마당에는 목련이 잔뜩 피었다가 하염없이 지고
전두환이 호헌을 이야기하던 87년 봄.
나름 신산스러웠던 이십대가 시작되었던 그해 봄날.

물론 한 인간의 삶이 책 하나로 바뀌는건 아니지만 그 이전과 이후의 삶은..
참 예전 이야기네요.



로쟈 2010-02-24 18:40   좋아요 0 | URL
어케 저랑 비슷한 연배시네요.^^

비로그인 2010-02-22 16:55   좋아요 0 | URL
요기 위에분도 저와 같은 느낌이셨나봐요. 2007년 리영희님의 '대화'를 읽고는 제 안의 무언가가 꿈틀거리면서 눈이 떠지는 경험을 했더랬습니다. 젊은이의 사상의 은사이시겠지만, 저에게 있어서도 사상의 은사인 셈이지요. 찜만 해두고 주문 전인데...빨리 주문해야겠습니다.

로쟈 2010-02-24 18:41   좋아요 0 | URL
필자들의 무료강좌도 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2-23 17:45   좋아요 0 | URL
<전환시대의 논리>< 우성과 이성>에 한해 말하자면 70년대엔 대학생 수가 얼마 없었고,80년대에는 금서였던 기간이 많았으며,이미 9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젊은이들이 그런 책을 안 읽기 시작했습니다.그리고 이 책들에는 외교나 군사에 관한 내용이 많은게 과연 대학에 막 들어온 신입생들이 그걸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을까 좀 아리송합니다.신문에서도 외교나 군사 기사는 잘 안 보는데 말이죠.

로쟈 2010-02-24 18:42   좋아요 0 | URL
창비 영인본 외판원을 교정에서 자주 보던 시절이었죠...

페크pek0501 2010-02-24 11:09   좋아요 0 | URL
리영희님에 대한 비판이 한때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의 사고를 확 엎었다는 사실로 그는 우리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분입니다. 우리의 관점을 흔들어 놓았으니...소설가 박완서님도 그의 저작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어요. 전 그래서 <전환시대의 논리>를 알게 되었죠. 또 유시민님의 <청춘의 독서>에서도 그 분을 사상의 은사라고 썼지요.

어쨌든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 주고 사고의 영역을 넓혀 주시는 분은 소중합니다.

로쟈 2010-02-24 18:42   좋아요 0 | URL
네, 그래서 뒤에 리영희 '선생'이 붙지요.
 
후스-지셴린-정수일

작년에 세상을 떠난 중국의 석학 지셴린(계선림) 선생의 에세이집이 두 권 더 출간됐다. 며칠 전에 우연히 알게 됐는데, <인생>(멜론, 2010), <병상잡기>(뮤진트리, 2010)가 그 두 권의 책이다. <우붕잡억>(미다스북스, 2004)이 품절상태라 현재 읽을 수 있는 건 <다 지나간다>(추수밭, 2009)까지 세  권이다. 노(老)석학의 담담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겠다. 관련서평을 찾아서 옮겨놓는다.   

시사IN(10. 02 18) 아흔여덟 어르신이 말하는 인생이란 

인생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사는가? 이런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전형적인 에세이집이다. 그러나 저자 지셴린(季羨林)은 결코 전형적이지 않다. 2009년 아흔여덟 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난 그는 중국인의 스승으로 널리 존경받았다. ‘나라의 큰 어르신’이라고나 할까. 독일에서 인도학과 고대 언어학을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고 베이징 대학 교수, 중국과학원 철학사회과학부 위원, 베이징 대학 부총장 등을 지내면서 많은 연구 업적을 쌓았다.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인생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사는가? 지셴린은 답한다. “글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는 인생에 대한 질문의 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생의 의미와 가치는? 그의 대답은 확고하다. “인생에 정말로 의미와 가치가 있다면 인간 사회가 앞으로 꾸준히 발전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인생의 행운과 불행에 대해 물어보자. 그는 이렇게 답한다. ‘행운과 불행은 서로 통한다. 행운이 찾아왔을 때는 불행이 올 것을 생각해 지나치게 기뻐하지 말라. 또 불행이 왔을 때는 행운이 찾아올 것을 생각해 지나치게 낙심하지 말라.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또한 장수의 비법이기도 하다.’ 문화대혁명 시기 지셴린은 오랜 기간 감금당한 상황에서 고대 산스크리트 서사시를 중국어로 번역했다. 이런 경험이 삶의 행·불행에 대한 달관과 평정심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사실 이 책에 실린 글의 내용 대부분은 평범하다면 평범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말로도 보인다. 그러나 그 ‘아무나’가 다른 사람이 아닌 지셴린이기에 그 울림이 크고 깊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바른 삶의 태도로 장수한 어르신들은 그 연륜 자체가 요즘 말로 강한 ‘포스’를 발산하기 때문이다. 그런 포스를 지닌 어르신을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고 보면, 평범한 이 책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다른 사람을 바보로 여기는 진짜 바보는 요즘 들어 더욱 많아지고 있다. 스스로를 똑똑하다 여기지 않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자신도 바보가 되지 않는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니 세심하게 가꾸어야 한다. 가정이 화목해질 수 있는 방법은 정직과 인내뿐이다.” “다른 이의 존경을 받고 싶다면 당신에게 그럴 만한 자질이 있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 그저 자기 나이만 믿고 유세를 부리면 돌아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의 글과 생각은 간단명료하고 솔직담백하다. 알싸한 고추냉이 맛이 아니라 담백한 나물 맛이다. 지셴린은 첫머리에 글의 주제, 소재, 때로는 일종의 결론까지 명료하게 제시하고 시작한다. “천하에 바보가 있을까? 있다.” “사람들은 모두 완벽한 인생을 추구한다. 그러나 동양과 서양, 고대와 현대를 뒤져보아도 100% 완벽한 인생이란 없다.” “두보는 그의 유명한 ‘곡강시’에서 ‘예로부터 일흔까지 사는 것은 드무노니’라고 읊었다.” 질문으로 시작하거나 확신에 찬 단정으로, 때로는 고전 인용으로 글의 방향을 확실하게 다잡고 시작하는 셈이다. 울림이 큰 글을 쓰는 데 효과적인 방안이라 하겠다.(표정훈_출판 평론가)  

10. 02. 21.   

P.S. 아흔 여덟에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까 장수한 학자로 떠오르는 이는 일본 동양학의 태두로 불리는 모로하시 데쓰지(1883-1982)이다. <공자 노자 석가>란 책을 백세가 되던 해에 펴냈다는 석학이다. 원래 설 연휴 같은 때 펴보면 좋을 책들인데, 며칠 늦어지는 바람에 '뒷북'처럼 돼 버렸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석학 드미트리 리하초프에 대해서도 몇 자 적으려다가 다음 기회로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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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1 0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2-21 16:17   좋아요 0 | URL
로쟈 님.저 노학자 말마따나 나이를 내세워 유세 부리는 못난 어른만 아니라면 인생의 후배들에게 존경은 못받아도 최소한 욕은 안 얻어먹을 겁니다.그러기 위해서 저는 하루빨리 우리나라 학교에서 선후배 없이 친구처럼 지내는 관행이 정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로쟈 2010-02-24 22:52   좋아요 0 | URL
존대법이 있는 한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비로그인 2010-02-24 22:47   좋아요 0 | URL
노자님 마지막 문장에 동의 1표를 보냅니다.
그나저나 로쟈님 자서전(?)을 기다리는 광팬 1인이 책이 언제 나오냐고 묻더군요.

로쟈 2010-02-24 22:53   좋아요 0 | URL
편집자도 굉장히 궁금해해요.^^;
 

며칠 전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의 하나는 앤 노튼의 <정치, 문화, 인간을 움직이는 95개 테제>(앨피, 2010)이다. 일종의 '문화연구 해설집'이라고 소개되는데, 강의준비를 겸하여 읽어보려고 한다. 역자의 책소개 기사가 올라왔기에 먼저 챙겨놓는다.

서울신문(10. 02. 20) 정치는 문화이고, 문화는 곧 정치다  

‘정치, 문화, 인간을 움직이는 95개 테제’(앤 노튼 지음, 오문석 옮김, 앨피 펴냄)라니. 그런 게 있기는 한 건가 하는 의문부터 들 것이다. ‘테제’라는 말부터가 정치적인 냄새를 풀풀 풍기는 이 책은, 실제로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정치학과 교수인 저자가 미국정치학회에 제출한 글에서 출발했다. 그렇다면 정치면 정치지, 왜 문화이고 인간이란 말까지 붙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면 일단 이 책을 읽을 준비가 된 것이다. 이 책은 정치는 곧 문화이고, 문화는 곧 정치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 출판사에서 ‘인간’이란 인문학의 궁극적인 주제어를 첨가하긴 했지만, 원래 제목에도 정치(학)(politics)와 문화(culture)가 나란히 붙어 있다. 저자가 95개 테제 중 맨 처음에 제시한 것이 “문화는 매트릭스다.”이다. 여기서 말하는 ‘매트릭스’는 어떠한 것도 고립된 채 존재하지 않는 의미와 관계의 ‘자궁’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문화를 어떤 상황의 가변적 요인, 즉 변수(變數)로 간주하는 것은 (의도적인) 무지의 산물이 된다.

왜 그러한가. 문화는 이 사람과 저 사람 사이의 간격이며, 사람과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 사이의 간격이기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있는 것이다. 저자가 이처럼 문화와 사람, 곧 우리 삶과 세계를 연결짓는 까닭은, 문화를 자꾸 우리 삶, 특히 정치와 구분지어 생각하려는 모종의 시도들이 횡행하기 때문이다. 그 시도들은 자꾸 문화를 우리 삶과 정치와 분리하여 생각하라고 말한다.

이 책은 그런 시도를 획책하는 특정 집단을 불러내어 그들의 의도를 폭로하고 비판한다. 그들은 바로 미국의 학계, 더 구체적으로는 미국의 주류 학자들이다. 저자는 오늘날 전 세계의 학문계를 선도하는 미국의 주류 학계에 팽배해 있는 ‘사이비’ 문화 연구 행태를 버리고, ‘문화 그 자체’로 문화 연구의 방향을 바로잡으라고 말한다. 미국 학계에 만연한 ‘과학적 연구’에 대한 광적인 ‘미신’이 참된 학문적 ‘신앙’을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과학적 연구’가 학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면죄부처럼 남용되는 경향까지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정치, 문화, 인간을 움직이는 95개 테제’(원제 ‘95 Theses on Politics, Cultrue & Method’)가 되었다. 1517년 독일의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교회의 면죄부 판매에 맞서 비텐베르크 성 정문에 못 박은 ‘95개조 항의문’처럼, 이 책은 문화 그 자체에 대한 이해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화는 단순한 기호나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나’란 존재와 그 주변을 촘촘히 구성하고 있는 물질이자, 삶의 전제 조건이다. 지금 내가 쓰는 글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모두 2010년/대한민국/서울 혹은 강원도/사무실 혹은 집이라는 문화적 맥락에 위치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쯤 되면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대체 문화란 무엇인가?’ 그에 대한 답이 이 책의 95개 테제에 담겨 있다. 여기서 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95개 주장들은 테제, 곧 실천을 전제로 한 ‘운동 강령’이라는 점이다.(오문석 조선대 국문과 교수·번역자) 

10. 0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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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2-20 22:30   좋아요 0 | URL
95개 테제들이 실천을 전제로 한 '운동강령'이라니... 정말 읽고 싶어지는 군요.

미래 작가를 지향하는 사람들로서는 더욱이...

비로그인 2010-02-20 22:29   좋아요 0 | URL
95개 테제중 이런 것들이 눈에 띄어서 이상스레 반가웠습니다.

82. 거짓말과 오류에도 의미가 있다.
86. 문화에는 다양한 시공간의 차원이 있다.
95. 이론은 특수자를 전부 설명할 수 없다.
 

프레시안북에서 나오고 있는 '레볼루션' 시리즈의 2차분이 1년만에 출간됐다. <카스트로: 아바나선언>과 <토머스 제퍼슨: 독립선언문> 두 권. 쿠바혁명과 미국혁명을 대표하는 문건들로서 각각 타리크 알리와 마이클 하트가 해제를 썼다. <독립선언문>에 대해서는 이미 '세계를 뒤흔든 선언' 시리즈 가운데 <세계를 뒤흔든 독립선언서>(그린비, 2005)가 출간돼 있어서 같이 참조할 수 있다. <아바나 선언>은 처음 소개되는 듯싶지만, 카스트로 관련서는 제퍼슨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나와 있다. 겸사겸사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카스트로 : 아바나 선언
피델 카스트로 지음, 강문구 옮김, 타리크 알리 / 프레시안북 / 2010년 2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10년 02월 20일에 저장
절판
들어라! 미국이여- 카스트로 연설 모음집
피델 카스트로 지음, 강문구 옮김, 이창우 그림 / 산지니 / 2007년 3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0년 02월 20일에 저장

피델 카스트로- 마이라이프
피델 카스트로.이냐시오 라모네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4월
32,000원 → 28,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600원(5% 적립)
2010년 02월 20일에 저장
절판
토머스 제퍼슨 : 독립선언문
토마스 제퍼슨 지음, 차태서 옮김, 마이클 하트 / 프레시안북 / 2010년 2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10년 02월 20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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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0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0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0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0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1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James 2010-02-20 19:33   좋아요 0 | URL
저는 원서의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드는 군요!
 

'2월의 읽을 만한 책'(http://blog.aladin.co.kr/mramor/3381664)으로 올려놓기도 한, 프랑스의 저명한 중국학자 프랑수아 줄리앙 읽기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무미예찬>(산책자, 2010)에 대한 서평원고를 아침까지 넘겨야 하는 탓에 지금 붙들고 있기도 하다. 사실 진작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저자라서 그의 나머지 책들도 모두 갖고는 있다. 다만 사정상 같이 훑어보려는 계획은 대폭 축소됐다. 리스트로 입막음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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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에게는 고정관념이 없다 (양장)- 철학의 타자
프랑수아 줄리앙 지음, 박치완.김용석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9년 12월
29,000원 → 29,000원(0%할인) / 마일리지 1,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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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무미 예찬- 고요함의 멋과 싱거움의 맛, '담백한' 중국 문화와 사상의 매혹
프랑수아 줄리앙 지음, 최애리 옮김 / 산책자 / 2010년 1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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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In Praise of Blandness: Proceeding from Chinese Thought and Aesthetics (Paperback)
Jullien, Francois / Zone Books / 2007년 9월
41,880원 → 34,340원(18%할인) / 마일리지 1,72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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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성향- 중국인의 사유 방식
프랑수아 줄리앙 지음, 박희영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9년 7월
23,000원 → 23,000원(0%할인) / 마일리지 230원(1%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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