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도 흥미를 끄는 책이 많지만 책장을 넘기고픈 충동을 가장 강하게 유발하는 건 맷 키시의 <그래픽 모비딕>(미메시스, 2013)이다. 일단 그림책이어서. 그리고 <모비딕>이니까. 역자는 열린책들판 <모비딕>을 옮긴 강수정 씨다.

 

 

책의 원제는 'Moby-Dick in Pictures: One Drawing for Every Page'이다. 그러니까 <모비딕>의 모든 페이지당 그림 한장이라는 것. 그렇게 해서 나온 분량이 번역본 453쪽이다. 원서는 552쪽(이 차이가 어떻게 발생하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이 그림작가의 약력은 "카페테리아 요리사, 전문의 수련의, 책방 부점장, 영어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 결국 도서관 사서로 근무했다"는 것이며(그러니까 그림은 그의 취미였던 모양), '모비 딕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라는 것(이건 지극히 당연하겠다). 일러스트판, 혹은 그래픽판 <모비딕>이 그간에 얼마나 나왔었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새로운 시도라 흥미를 끈다. 찾아보니 이런 식으로 그렸다.

 

 

내가 더 선호하는 건 열린책들판 표지 같은 그림인데, 그래도 작품 전체를 그림으로 옮겼다니까 <그래픽 모비딕>에도 관심이 간다. 물론 아주 저렴한 책은 아니기에 구입시기는 조율을 좀 해봐야겠다...

 

13. 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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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강자들의 책이 출간됐다. 강창래의 <책의 정신>(알마, 2013)과 마쓰오카 세이고의 <독서의 신>(추수밭, 2013). <독서의 신>은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추수밭, 2010)의 개정판이다.

 

 

먼저, <책의 정신>의 부제는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과문하여 저자가 책동네의 유명인사라는 걸 미처 알지 못했다. 사실 그간에 낸 책이 광고인 박웅현을 다룬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알마, 2013) 등의 책과 <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알마, 2012) 같은 번역서여서 주목하지 못한 면도 있다(내가 아는 건 어쨌거나 책을 낸 저자들이니까). 이번에 추천사를 쓰면서 <책의 정신>을 미리 읽이볼 기회가 있었는데, 기대 이상의 재미와 통찰을 보여준다. "책장을 여는 순간, 깊고 넓은 책 세상으로의 도약과 지성의 거침없는 모험이 펼쳐진다"고 과장 없이 말할 수 있다. 책의 정신이란 책에서 배운 정신이자 비판적으로 책을 읽는 정신일 텐데, 바로 그 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독서의 신>은 제목과 표지가 바뀌면서 훨씬 더 구미를 끄는 책이 됐다. 저자 마쓰오카 세이고는 '편집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일본의 저명 독서가. 국내에 <지의 편집공학>(지식의숲, 2006), <만들어진 나라 일본>(프로네시스, 2008) 등이 소개돼 있는데, <만들어진 나라 일본>은 가장 흥미로운 일본론의 하나라는 평이다(절판돼 아쉽다). 편집공학이 어째서 '일본이라는 방법'과 연결되는지 알게 해준다. <독서의 신>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한 권씩 독서 감상문을 웹에 올리는 사람이 있다. 한 저자 당 한 권만 쓸 것, 같은 장르 혹은 같은 출판사 책을 연달아 쓰지 않을 것, 가급적 두 번 이상 읽은 책만 쓸 것 등 그 조건도 까다롭다. 1,000회를 목표로 한 이 프로젝트는 이미 1,500회를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사히신문>이 희대의 독서가로 평한 마쓰오카 세이고가 그 주인공이다. ‘21세기형 알렉산드리아 프로젝트’로 불리는 웹 도서관 구축 프로젝트, 3권씩 책을 진열해 판매하는 서점 프로젝트도 그의 대표작이다. 이 책은 이처럼 자타가 공인하는 ‘독서의 신’ 또는 ‘편집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쓰오카 세이고의 경이로운 독서의 세계를 인터뷰로 정리한 것이다.

책에 대한 책, 독서에 대한 책이 드물지 않게 나온다. 독서인이라면 가끔은 자신이 무슨 책을 어떤 방식으로 읽는지 견주어보고플 때가 있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한다. 그런 용도라면 <책의 정신>과 <독서의 신>을 유력한 기준점으로 삼아도 좋겠다...

 

13. 12. 04.

 

 

 

P.S. 최근에 나온 독서에세이들. 문아름의 <책과 연애>(네시간, 2013)는 저자의 데뷔작이다. "모든 책을 연애로 읽는다는 독특한 오독의 결과물"이라는 소개가 미소를 짓게 한다.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다시봄, 2013)의 이유경(다락방님)과 함께 '책읽기'계의 뉴페이스. 뚜루의 카툰 서평집 <카페에서 책읽기2>(나무발전소, 2013)도 나왔다. 어느새 2권이다(1권은 지난 2월에 나왔다). 서평가라지만 나도 겨우 두 권의 서평집을 내고 내년쯤 세번째 책을 내려고 하는데, 이런 추세라면 곧바로 추월당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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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춤토르? 한겨레 구본준 (건축전문)기자의 기사 덕분에 알게 된 스위스의 건축가다. 세계 최고의 건축가 중 한 명이지만 "2009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그가 결정됐을 때 세계 건축계는 그가 누구인지 궁금해했을 정도로 춤토르는 스위스 소도시에 틀어박혀 조용히 장인처럼 자기 건축을 추구해왔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그런 춤토르의 건축에 대한 생각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책 두 권이 나란히 나왔길래 '이주의 발견'으로 꼽는다.

 

 

책은 그다지 눈에 띄는 장정이 아니다(원서의 표지가 그렇다. 그의 작품 분위기일까?). <건축을 생각하다>(나무생각, 2013)은 그의 건축론이고 <분위기>(나무생각, 2013)는 그가 건축에서 가장 중시한다는 '분위기'론으로 독일에서의 한 강연을 옮겼다.

 

사실 건축은 작품을 봐야 어떤 생각과 분위기를 품고 있는지 알 수 있는 터. 가령 독일의 독일에 있는 ‘브러더 클라우스 교회’(2007)가 춤토르의 작품이다.

 

 

"나무를 움집처럼 쌓은 뒤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부어 집 형태를 만들고 내부의 나무를 다시 불태워 그 흔적을 남긴 특별한 방식으로 특히 화제가 됐다. 사물의 본질을 파고드는 집요함, 간단하면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특별한 장식 없이 신성함을 연출해낸 종교 공간이란 점에서 건축계에 준 충격은 컸다."고 구 기자는 설명한다. 어떤 생각을 해야 이런 작품이 나오는지 한번 책장을 열어봐도 좋겠다...

 

13. 1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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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자주 마신다고 해서 꼭 커피의 역사에까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 아니지만, 커피를 마시며 그런 책을 읽는 것도 제법 그럴 듯하지 않을까 싶다. 마크 펜더그라스트의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을유문화사, 2013)가 그런 책의 하나다. "커피에 얽힌 정치, 경제, 문화, 전쟁 등이 흥미롭게 전개되는 커피사 책. 기존에 커피의 역사에 대해 다뤘던 책들은 1930년대에 출간된 것으로, 최근의 이야기가 담기지 않았지만 이 책의 원서는 2010년 10월에 출간돼 최근의 흐름까지 담고 있다"고 소개된다. 커피의 역사를 다룬 책이 몇 권 더 있었다는 기억이 나서 리스트로 묶어놓는다(하인리히 야콥의 <커피의 역사>는 번역이 두 종이다). 이런 일도 기억날 때 해야 하니까...

 


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
마크 펜더그라스트 지음, 정미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11월
23,000원 → 20,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50원(5% 적립)
2013년 12월 03일에 저장
구판절판
커피의 역사-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물질의 일대기, 완역본
하인리히 에두아르트 야콥 지음, 남덕현 옮김 / 자연과생태 / 2013년 10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2013년 12월 03일에 저장
절판

커피의 역사- 개정판
하인리히 E. 야콥 지음, 박은영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05년 5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3년 12월 03일에 저장
절판

커피, 설탕, 차의 세계사
이윤섭 지음 / 필맥 / 2013년 4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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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03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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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시사IN(325호)에 실은 서평을 옮겨놓는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이것은 일기가 아니다>(자음과모음, 2013)를 서평감으로 골라서 썼다. 바우만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읽고 음미할 만한 통찰과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번역과 편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쉽다(특히 앞부분의 번역이 좋지 않으며 부분적으로 본문과 인용문이 구별돼 있지 않은 편집도 독서를 방해한다). 여하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우만의 모든 책'이다. 더 밀리기 전에 부지런히 읽어두어야겠다...

 

 

 

시사IN(13. 12. 07) 정부가 거짓말을 고안하는 이유

 

출간 종수가 한 가지 기준이 된다면 올해의 저자로 가장 유력한 이가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다. 2002년부터 국내에 소개된 단독 저서가 열다섯 권에 이르는데, 그 가운데 일곱 권이 올해 출간됐다. 직접적인 계기는 2012년 여름에 나온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동녘)이 독자들의 호응을 얻어낸 덕분으로 보이는데, 1925년생으로 아흔에 가까운 노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활발하게 저서를 펴내고 있어서 앞으로도 당분간은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이 될 듯싶다.


2010년 9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쓴 바우만의 일기를 묶은 <이것은 일기가 아니다>(자음과모음)는 이 괄목할 만한 지식인 학자의 사색과 성찰의 깊이를 아주 가깝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것은 일기가 아니다’라는 제목이 붙은 건 일상의 고백보다는 동시대의 이슈들에 대한 성찰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굳이 일기란 형식을 갖게 된 데는 이유가 없지 않다. 고백에 따르면 바우만은 ‘하루 복용량’과도 같이 매일매일 글을 쓰지 못하면 고통에 빠지는 글쓰기 중독자이기도 하지만,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이슈들도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의 지적 호기심은 은퇴를 거부하지만 신체의 나이는 그 호기심을 충족시킬 만한 충분한 능력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다. 일기는 그런 욕구와 여건 사이의 타협책이다.

 


우리시대의 현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프랑스의 사례를 보자. 바우만에 따르면 21세기는 ‘밀레니엄 버그’라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거짓말과 함께 도래했다. 종말론적 상상이 판을 쳤지만 지구의 종말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중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고, 실제로 안정적인 직업과 수입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이런 불안과 혼란을 배경으로 등장한 이가 2002년에 내무부 장관으로 부임했던 니콜라스 사르코지다. 그는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약속하여 대중의 지지를 끌어냈다.


사르코지는 어떤 일을 했던가. 그는 사회적 불안과 공포의 원인을 알아냈다고 말하고 교외의 빈민구역(방리유)을 지목했다. 이 ‘악의 근원’을 근절한다는 명분으로 그는 강력한 공권력을 동원했다. 그리고 마치 작전과도 같은 정부의 조치가 미디어를 통해서 보도되면서 정부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대중에게 심어주었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사르코지는 2007년에 프랑스 대통령으로까지 선출됐고, 그의 후임 내무장관 역시 사르코지의 수법을 똑같이 따르고 있다.


하지만 ‘안전하지 못한 사회와의 전쟁’이 두 번 반복되면서 국민들은 그것이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됐다. 사르코지는 실패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국민의 눈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지만 한시적으로라도 그 관심을 정말로 중요한 문제들에서 돌리게 할 수는 있었다. 그사이 또 다른 거짓말을 고안해내면 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정부의 약속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무관심을 키움으로써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사회적 불안을 항구적인 것으로 만듦으로써 극우 근본주의의 기반을 강화한 것도 사르코지의 성과다. 이와 유사한 일이 베를루스코니 정부 시대의 이탈리아에서, 그리고 이명박 정부 시대의 한국에서 버젓이 벌어지지 않았던가. 아니 과거형으로만 말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우리에겐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니까. 그런 점에서 여전히 바우만에게서 배울 게 아직 많다. 다만 <이것은 일기가 아니다>의 일부 부정확한 번역이 그러한 배움에 장애가 돼 아쉽다.

 

13. 1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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