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부터 오랜만에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을 강의한다. 그래봐야 <베니스의 상인>부터 <햄릿>, <템페스트>까지 세 편이며 모두 여러 번 강의해본 작품들이다. 그렇더라도 강의 때마다, 강의를 빌미로 새로운 자료나 책을 더 읽어두려고 하는데(물론 매번 실천하지는 못한다) <햄릿>만 하더라도 새로 나온 번역본과 연구서들이 그 읽을거리다.

<햄릿> 번역본으로는 외대출판부의 셰익스피어전집판으로 나온 <햄릿>이 최근판인데 이미 여러 권의 번역과 해설서를 갖고 있는 권오숙 박사의 번역이다. 가장 무난하고 온건한 번역본이 아닌가 싶다. 거기에 더해 백승진 교수의 <셰익스피어의 ‘햄릿‘ 읽기>(세창출판사)는 저자의 논문을 포함하여 <햄릿>에 관한 저명한 논문들을 요약정리하고 있다. 최신 논문들은 아니지만 <햄릿>의 연구경향에 대해서 나름대로 일별할 수 있다.

그리고 김원석 교수의 <러시아 햄릿>(연극과인간)은 러시아에서의 햄릿 수용과 공연을 다룬 책이다. 러시아문학자뿐 아니라 햄릿 공연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겠다.

나로선 그밖에도 다수의 책들을 갖고 있지만(저명한 셰익스피어 학자들의 연구서다) 사실 두 시간 강의에서는 작품을 깊게 다룰 수 없다는 핑계로 독서를 계속 미루게 된다. 하기야 한 주에 한 작품만 강의한다면 모를까 9-10권의 책을 다뤄야 하는 형편에서 필요한 시간을 빼내기가 쉽지 않다. ‘그림의 책‘들을 줄여나가는 게 여전히 줄지 않는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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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0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0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장거리 여행 다음날부터 이틀 연속으로 강의가 있었고 나름대로는 시차에 무난히 적응한 줄로 알았다. 아니었다. 강의가 없던 어제부터 무너지기 시작해서 오늘까지도 식사 이후엔 여지없이 침대를 찾는다. 어떤 일에서건 ‘나 홀로 예외주의‘라는 건 없는 법. 시차적응도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고 몸이 적응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어제 주문한 책들이 좀전에 배송되었는데, 여행을 이유로 주문을 보류했던 책들이다. 그 중 하나는 마크 그리프의 <모든 것에 반대한다>(은행나무). 책의 제목만 보고는 저자가 여성이고 페미니즘 관련서라고 생각했다. 추천사들에 수전 손택 이야기가 나와서 넘겨짚은 것이다. 책을 받고서야 저자를 검색해보니 1975년생의 미국 문화비평가로 남자다. 프로필에는 2008년부터 뉴스쿨에서 문학을 가르친다고 돼 있는데,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스탠포드대학의 조교수로 재직중이다. <n+1>이라는 문화비평지를 공동창간한 것도 주요 이력이다.

대표작이 2015년에 낸 <인간 위기 시대>와 함께 그 이듬해에 펴낸 <모든 것에 반대한다>로 보인다. 원서도 이미 주문해놓은 상태인데, <인간 위기 시대>에도 관심이 간다. 그러고 보니 프레드릭 제임슨이 이렇게 평해놓았다(제임슨 선집도 엊그제 주문했다).

˝그리프의 책은 현재의 현상학이라는 불가능한 것을 제안한다. 이것은 소설도, 일기도, (푹 빠져들어 읽는) 그 무엇도 아니며, 아마 블로그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라지기 직전의 현실을 파고드는 환상적인 독서로 이끌 것이다.˝

현재의 현상학? 아무려나 새로운 감각, 새로운 종류의 문화비평을 시도하는 듯싶다. 좋은 비평의 새로운 사례로 꼽을 수 있을지 확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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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무인 2019-03-1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서를 같이 구입하시는 경우가 많던데 왜 구입하는지 궁금합니다 같이 읽으시는지요 독서나 서평쓰는데 어떻게 활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로쟈 2019-03-17 18:44   좋아요 0 | URL
가격이 적당하다면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좋은 책은 원서로도 읽을 만해서. 번역이 안 좋은 책은 백업용으로.~
 

<중국의 과학과 문명>의 저자 조지프 니덤의 평전이 나왔다. 사이먼 원체스터의 <중국을 사랑한 남자>(사이언스북스). "베스트셀러 논픽션 작가인 사이먼 윈체스터는 비범한 화학자이자 과학사학자였던 조지프 니덤을 되살려냈다. 조지프 니덤은 세계사의 놀라운 비밀, 즉 중국이야말로 과거 오랫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진보한 국가라는 사실을 밝혀낸 장본인이었다.'
















지금 확인해보니 축약본으로 나왔던 책을이 모두 절판 상태다. 중국 과학사에 관한 기본서였는데, 시효가 다한 게 아니라면 다시 나옴직하다. 
















한편, '중국을 사랑한 여자'를 꼽는다면 누가 있을까. <대지>의 작가 펄 벅을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다. <대지>에 대해 강의를 하면서 <펄 벅 평전> 등을 읽어보앗고, 최근에는 안치 민의 전기소설 <펄 벅을 좋아하나요?>(밀리언하우스)가 눈에 띄기에 구입했다(절판된 책이라 중고로 입수했다). 원제는 '중국의 진주'다('펄'이 진주란 뜻이므로 '중국의 펄 벅'도 된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닌 것을 제외하면 줄곧 중국에서 성장하였기에 미국인도 아니고 중국인도 아닌 경계인의 정체성을 갖게 되었지만(그 결과 펄 벅은 작가로서도 중국과 미국에서 모두 따돌림당한다) 그녀가 사랑한 나라는 단연 중국이었다...


19. 0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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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그렇다. 프루 쇼의 <단테의 신곡에 관하여>(저녁의책). 이탈리아 여행에서 단테의 생가(추정이라고 한다)와 무덤까지 방문한 뒤라 단테에 관한 책이 더 각별하게 여겨진다. 여행 전에 나왔더라면 역시나 책가방에 넣었을 책인데, 뒤에 나온 것도 나쁘진 않다. 이제 <신곡>에 대해서도 다시 읽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단테에 관해서는 기본 참고문헌만 약 5만 종에 이른다고 하는데, 당연하게도 그걸 두루 섭렵하는 건 전공자도 불가능하다. 하물며 일반 독자라면 어디까지 읽을 것인지 한정하는 수밖에 없는데, <신곡>의 번역본들을 제외한 <신곡> 읽기로는 <단테의 신곡에 관하여> 외에 이마미치 노모도부의 <단테 신곡 강의>(안티쿠스)와 월리스 파울리의 <쉽게 풀어 슨 단테의 신곡 지옥편>(예문) 등을 참고할 수 있다(이마미치 교수의 책이 품절된 게 아쉽다). 수년 전에 <신곡>을 강의하면서 관련자료들을 좀 읽었었는데, 기억을 더듬으며 다시금 업데이트하려고 한다. <단테의 신곡에 관하여>를 좋은 길잡이로 삼아야겠다... 


19. 0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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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의 '책과 생각'에 실은 칼럼을 옮겨놓는다. 이번 이탈리아 문학기행을 기획하게 해준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에 대해서 적었다. 당연히 여행가방에 넣고 갔던 책이었고, 현지에서 다시 음미해본 책이었다. 


















한겨레(19. 03. 15) 이탈리아 여행에서 찾은 위대한 것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통해 독일에서 일약 가장 유명한 작가가 된 괴테는 스물일곱의 나이에 바이마르 공국의 고문관으로 초빙받는다. 그리고 십년이 지난 1786년 가을, 중년의 초입에서 괴테는 오랫동안 벼르던 이탈리아 여행을 감행한다. 바이마르의 대공에게조차 행선지를 숨긴 비밀여행이었다. 이탈리아 로마를 목적지로 한 그랜드투어는 당시 유럽 귀족층의 유행이었고 괴테의 아버지도 결혼 전에 일년간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와서 이탈리아어로 쓴 여행기를 남겼다. 서른일곱 살 괴테로서는 더는 미룰 수 없는 필생의 과제가 이탈리아 여행이었다.


휴양지 칼스바트에서 출발한 괴테는 이탈리아 북부 볼차노와 트렌토를 거쳐서 베로나와 베네치아에 이른다. 그의 최종 목적지는 제국의 기억을 간직한 ‘세계의 수도’ 로마였는데 베로나에서 유적 가운데는 처음으로 원형극장을 보고서 경탄한다. 원형극장은 “민중들로 하여금 자신이 대단한 존재라는 기분이 들게 하고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 즐기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평지에서 많은 사람이 무언가를 보려면 서로 높은 위치에 서려고 다투게 되지만 원형극장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모두에게 시야가 확보되는 극장에서는 모두가 주인이 된다. 괴테는 원형극장 자체가 ‘위대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각자가 주인이 되는 원형극장은 이탈리아 여행의 목적과도 무관하지 않다. 괴테는 그 목적이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고 “본연의 나 자신”을 깨닫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위대한 것, 아름다운 것이라면 기꺼이 존경하려는 마음이 그의 타고난 성격이었다. 그렇다면 그에게서 행복한 삶은 그렇듯 위대한 것, 아름다운 것과 매일매일 접촉하면서 사는 삶일 수밖에 없다. 그가 오랫동안 로마를 꿈꿔온 이유다. 목표한 날짜에 로마에 닿기 위해 괴테는 피렌체를 포함해 여러 도시를 주마간산 격으로 지나친다. 그리고 마침내 로마에 입성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장관과 파괴의 흔적과 마주하여 경탄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마치 “커다란 학교”에 들어선 기분을 느낀다. 그러면서 “정신은 무미건조하지 않은 엄숙함과 기쁨이 넘치는 안정에 도달한다.”
















첫번째 로마 체류 기간까지를 다룬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1부는 실제 여행으로부터 30년이 지난 1816년에 출간된다(이탈리아 남부 여행의 기록까지 담은 최종판은 1829년에야 나온다). 여행시의 메모와 기록, 일기와 편지를 정리한 것이어서 세월의 경과에도 불구하고 생생한 실감이 구현되어 있다. 어쩌면 그 30년의 시간은 이탈리아 여행이 경험하게 해준 진정한 재생, 제2의 탄생에 견주면 사소한 의미만을 갖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경우 중요한 것은 언어가 아니라 경험이다. <이탈리아 기행>이 여러 종의 번역본으로 나와 있지만 이 책의 용도는 읽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손에 들고 다니기 위한 것이 아닐까.


이달초에 이탈리아 남부여행까지는 따라가보지 못했지만 밀라노를 경유하여 베네치아에서 로마까지 괴테의 동선을 따라가며 <이탈리아 기행>을 손에 들고 수시로 펼쳐보았다. 괴테처럼 장기 체류를 감행할 형편은 아니었지만 위대한 것과 아름다운 것이 실재한다는 것을 체감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괴테는 “마흔이 되기 전에 위대한 것을 연구하고 습득해서 나 자신을 성숙시키고자 한다”고 서른일곱에 적었다. 각자가 자신을 성숙시키는 과제에 나이 제한이 있을 성싶지 않다. 마흔 이후에도 우리는 위대한 것을 연구하고 습득할 필요가 있다.


이탈리아 여행 이후에 완성한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서 괴테는 예술과 여행 경험이 시민계급이 귀족계급과 대등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말한다. <이탈리아 기행>은 그 경험의 가치를 실증해준다.


19. 03. 15.
















P.S. <이탈리아 기행>이 책으로 출간된 것은 실제 여행으로부터 30년 뒤인데(기사에서는 '20년 뒤'라고 나갔는데 착오다), 그것은 괴테가 1811년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자서전 <시와 진실>의 연장선상에 놓이기 때문이다(전체 4부로 구성된 <시와 진실>은 괴테 사후인 1833년에 완간된다). <시와 진실>은 출생부터 1775년 바이마르에 부임하기까지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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