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여행 다음날부터 이틀 연속으로 강의가 있었고 나름대로는 시차에 무난히 적응한 줄로 알았다. 아니었다. 강의가 없던 어제부터 무너지기 시작해서 오늘까지도 식사 이후엔 여지없이 침대를 찾는다. 어떤 일에서건 ‘나 홀로 예외주의‘라는 건 없는 법. 시차적응도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고 몸이 적응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어제 주문한 책들이 좀전에 배송되었는데, 여행을 이유로 주문을 보류했던 책들이다. 그 중 하나는 마크 그리프의 <모든 것에 반대한다>(은행나무). 책의 제목만 보고는 저자가 여성이고 페미니즘 관련서라고 생각했다. 추천사들에 수전 손택 이야기가 나와서 넘겨짚은 것이다. 책을 받고서야 저자를 검색해보니 1975년생의 미국 문화비평가로 남자다. 프로필에는 2008년부터 뉴스쿨에서 문학을 가르친다고 돼 있는데,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스탠포드대학의 조교수로 재직중이다. <n+1>이라는 문화비평지를 공동창간한 것도 주요 이력이다.
대표작이 2015년에 낸 <인간 위기 시대>와 함께 그 이듬해에 펴낸 <모든 것에 반대한다>로 보인다. 원서도 이미 주문해놓은 상태인데, <인간 위기 시대>에도 관심이 간다. 그러고 보니 프레드릭 제임슨이 이렇게 평해놓았다(제임슨 선집도 엊그제 주문했다).
˝그리프의 책은 현재의 현상학이라는 불가능한 것을 제안한다. 이것은 소설도, 일기도, (푹 빠져들어 읽는) 그 무엇도 아니며, 아마 블로그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라지기 직전의 현실을 파고드는 환상적인 독서로 이끌 것이다.˝
현재의 현상학? 아무려나 새로운 감각, 새로운 종류의 문화비평을 시도하는 듯싶다. 좋은 비평의 새로운 사례로 꼽을 수 있을지 확인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