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직전에 장보는 것처럼 지난 한주 올해의 밀린 책들을 사들였는데, 출간일이 내년인 책들은 불가피하게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으로 로널드 퍼서의 <마음챙김의 배신>(필로소픽). '명상은 어떻게 자본주의 영성이 되었는가'가 부제다. 제목과 부제가 모두 구미에 맞다. 이런 책을 기다렸다는 뜻. 마음챙김(마인드풀니스) 핸드북까지 펴낸 저자가 본격적으로 마음챙김을 비판한다. 

















"마음챙김(Mindfulness)은 '지금 여기'의 매순간에 집중하고 알아차림으로써 깨달음에 이르는 불교의 명상법으로, 메사추세츠 대학의 존 카밧진 박사가 스트레스 감소와 고통 완화를 위한 힐링 프로그램으로 도입함으로써 서구 사회에 소개되었다. 이후 틱낫한 등 유명 승려와의 친분,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 인사의 지지, 여러 신경과학자들의 승인을 내세운 마음챙김은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 도구로 활용되고,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정도로 주류 문화로 성장하였다. 이 책은 민간 분야를 넘어 미국의 공립학교와 군대에까지 광범위하게 제도 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마음챙김을 긍정심리학과 행복 산업의 탈정치화된 파생상품으로 규정하고 날카롭게 비판한다. 경영학 교수이자 불교 신자인 저자는 불교의 도덕적 가르침을 배제하고 자본주의 시스템과 공모하여 현상을 유지하도록 돕는 마음챙김을 맥도널드 프랜차이즈를 따라서 '맥마인드풀니스(McMindfulness)'라고 부른다."

















카밧진의 책은 물론이고 마음챙김 관련서는 검색해보니 180종이 넘게 나와 있다. 베스트셀러도 포함해서. 다행히 이 모든 책들을 대신해서 한권만 읽어도 될 듯하여 마음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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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평전은 즐겨 구입하는 도서 아이템이다. 더 확장하면 사상가나 철학자 평전, 정치가나 예술가 평전도 포함된다. 최근에 나온 평전들 가운데, 세 권을 골랐다. 두께로 봐서는 이번 겨울에도 다 읽지 못할 성싶지만, 여느 때처럼 구입은 완료했다. 
















먼저 <정념과 이해관계>(첫 번역은 <열정과 이해관계>였다)의 저자 앨버트 허시먼.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가 부제다. 국내에는 책이 몇 권 소개되지 않아서 이렇게 두툼한 평전이 번역될 줄은 몰랐다. 


"독보적 경제학자 앨버트 O. 허시먼의 파란만장한 일대기. 허시먼은 사상적 뿌리가 마르크스주의에 닿아 있음에도 공산주의적 유토피아에 동조하지 않았고, 제3세계에 파견된 '외국인 전문가'였지만 '외국인 전문가'의 과도한 역할을 비판했으며, 시장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음에도 시장만능주의에 휩쓸리지 않았고, 경제학자이면서도 그 경계 안에 안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20세기 지성사의 특별하고 비범한 존재였다. 이 책은 대공황과 파시즘, 혁명과 전쟁, 경제개발과 독재 등 20세기를 특징짓는 온갖 격동의 현장을 온몸으로 겪어낸 바로 이 '숙고하는 활동가'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의 치열한 지적.실천적 여정을 추적한다."

아무튼 소개된 덕분에 독보적이면서도 비범한, 그러나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경제학자(내지 경제사상가)와 만나게 되었다.















더 보태자면 신뢰할 만한 역자의 번역이라는 점. 올해 한국출판문화상 번역부문 수상자인 김승진 씨다(이제껏 남자인 줄 알았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이 수상작인데, 다른 번역본들도 모두흥미로운 책들이다(에이미 추아의 <정치적 부족주의>는 내게 '올해의 책' 가운데 하나다). 만만찮은 두께의 책들을 연거푸 옮긴 걸 보면 대단한 열정과 노고가 아닐 수 없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평전은 작년에도 나왔었는데, 영어권 저자의 평전이었고 이번에 나온 건 독일 저자의 것이다. <알프레드 아들러>(마인드큐브). '개인심리학의 탄생'이 부제다. 그러고 보면 <미움 받을 용기>가 화제를 모은 지 벌써 6년이 되었다. 상당수의 아들러 책이 소개되고 관련서도 많이 나왔는데, 어느 정도 읽은 독자라면 평전에도 손을 대볼 만하다. 아들러 독자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 같은 책이다. 

















헨리 소로의 책은 줄기차게 나오고 있는데, 그래도 결정판 평전은 그간에 없었다(생각나지 않는다). 그 공백을 채우는 책이 로라 대소 월스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돌베개)다. 책의 출간 사실은 뒤늦게 알고 주문했는데, 확인해보니 소로의 <월든> 강의 때 참고하려고 구입했던 평전이 원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소로의 생애와 그 세대 전반을 다룬 종합적인 평전이다. 광범위한 새로운 연구와 소로의 모든 텍스트를 통해 그의 생애와 모순, 시대와 장소를 넘어선 현재성을 추적한다."

















아무려나 소로의 책들은 중복 번역된 대표작들을 포함해 여전히 계속 나오고 있다. 누군가 정리해주면 좋겠다 싶을 정도인데, 역시나 얼마간 읽은 독자라면 소로의 삶과 사상 전반을 되짚어보는 용도에서 평전을 손에 들어도 좋겠다. 물론 800쪽 분량이라 마음먹고 손에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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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로는 한해의 마지막 날이어서 이런저런 일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밀린 페이퍼거리만 하더라도 열손가락은 채워진다)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란 판단에 접었다(그래도 몇 가지는 오늘내일 적게 될 듯싶다). 이런 때는 사소해보이는 일부터 손을 대든 게 수다('상수'라고 적으려다가 자신할 수 없어서 '수'라고만 적는다). 제목은 미하일 조센코(1894-1958)의 단편집이다(지난해 나온 것을 뒤늦게 구입했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조센코'로 표기되었다. '조셴코'와 '조센코'의 경합.
















조센코는 20세기 전반기 최고의 단편작가다(후반기는 세르게이 도블라토프?). 안톤 체호프의 뒤를 잇는. 단편집 <감상소설>만 나와있었는데(강의에서 다룬 적이 있다), 이번에 한권 추가된 것. 작품은 많기 때문에(체호프와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추가될 수 있다.  


"미하일 조센코는 소비에트 시대 때인 1930~40년대 러시아 풍자문학의 거장이다. 이 책은 미하일 조센코의 소비에트 러시아 사회를 풍자한 단편소설들을 1부로 만들고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과 행동을 맑게 그린 단편소설들을 묶어 2부로 구성하였으며 3부에서는 조센코의 문학세계와 당시의 소비에트 러시아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말이 나온 김에 적자면, 망명작가 도블라토프(1941-1990)도 러시아의 대표적 단편 작가다. 
















아, 조셴코의 표기가 '조쉬첸꼬'로도 돼 있었다. 두 권의 소설(<되찾은 젊음>은 장편)이 나왔었는데, 현재는 절판된 상태. 다닐 하름스의 단편집 <집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청어람미디어)도 절판돼 아쉽다. 20세기 러시아문학 강의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음에도 번역본 상황 때문에 다루지 못한다. 
















하름스는 러시아 부조리문학의 대표 작가로 다수의 작품이 영어권에 소개돼 있고,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좊은 작가다(하름스 작품에 대해 대학원시절에 쓴 리포트를 나도 올려놓은 적이 있다). 단편들 외에 <엘리자베타 밤> 같은 대표 희곡도 소개되면 좋겠지만 현재로선 바람일 뿐이다. 아무려나 '연말정산'에 러시아문학 얘기도 하나 끼워넣는다는 의미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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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20-12-31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센코와 하름스의 절판된 책들을 어렵게 구해서 읽기는 했는데
샘 강의로 듣지 못해 아쉬웠던~

로쟈 2020-12-31 21:52   좋아요 0 | URL
네, 강의의 조건인지라..^^
 

많이 나온 얘기지만 코로나19가 지금은 물론 앞으로 수년(길게는 10년 이상) 세계의 판도와 역학을 바꿔놓을 것이다. 우리는 다음 대선이 중요한 관문이 되겠다. 요동하는 시대는 위기의 시대이면서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경고음(웨이크업 콜)에 누가 얼마나 귀를 기울이느냐에 달렸다. 새로운 리더십과 문화, 그리고 문명의 재발명까지도 바이러스의 경고는 촉구한다...

일찍이 레닌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수십 년이 있는가 하면 수십 년에 일어날 일들이 몇 주 만에 벌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앞서 창궐했던 많은 바이러스와 같이, 코로나바이러스가 바로 그런 역사를 가속시키는 위기이다. 민주적인 아테네는 끔찍한 역병으로 인구의 3분의 1을 잃어 제도가 흔들리고 군대가 쇠약해져 군사적인 스파르타에 굴복했다. (이 비극에 대한 투키디데스Thucydides의 위대한 역사책을 맨 처음 영어로 번역한 사람이 토머스 홉스이다.) 그리고 두 개의 재앙, 키프로스Cyprian 역병과 유스티니아누스Justinian 역병은 로마제국의 붕괴를 재촉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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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나절에 찾던 책은 결국 찾았다(키보드는 밧데리 문제였다. 무선키보드란 걸 잊고 있었다). <푸코와 장애의 통치>(그린비)를 찾았던 것인데, 찰스 킴볼의 <종교가 사악해질 때>(현암사)도 나란히 있어서 빼왔다. 사실 재간된 책이어서, '다시 나온 책'으로 묶어서 한번 언급하려고 했었다. 그러다 이래저래 타이밍을 놓치거나 잊고 지나가는 일도 흔하다.   
















앞서 같은 제목으로 나온 건 2005년(에코리브르)이었으니, 15년만에 다시 나왔다(확인해보니 원저는 증보판으로 다시 나왔다). 한국어판도 자연스레 개정판을 옮긴 게 되었으니 단순한 재간본은 아니고 개정판이라고 해야겠다. 부제는 '타락한 종교의 다섯 가지 징후'.


"주요 종교에서 나타나는 다섯 가지 기본적인 타락 현상을 묘사한다. 절대적인 진리 주장, 맹목적인 복종, ‘이상적인’ 시대 확립, 목적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는 일, 성전 선포가 그것이다. 저자는 이 다섯 가지 징후를 분석함으로써 종교 안에서 타락의 행위들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종교적 약속을 이해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종교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들을 풀어가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종교의 본질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종교학자 오강남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렇게 적었다. " 종교에서 어떤 현상이 나타날 때 사악해졌다고 할 수 있는가? 저명한 종교학자 찰스 킴볼 교수는 종교가 사악해지는 징후로 크게 다섯 가지를 들고 있다. 그의 주장을 무조건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지만 하나의 진단으로 생각하면, 지금 내가 가진 종교, 나아가 우리 사회에 편만한 종교 현상을 재점검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굳이 추천사를 빌리지 않더라도, 타락한 종교의 사례(특히 교회)의 자주 접하고 있어서(오늘도 전광훈 목사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되었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이라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실감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한다.  
















덧붙여, 종교 분야의 다른 책까지 꼽자면, 톨스토이의 신앙론을 다시 되새겨봐도 좋겠다. 누구보다도 타락한 교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던 톨스토이는 결국 1901년에 러시아정교회로부터 파문당하기도 했다. 




 












리처드 도킨스와 크리스토퍼 히친스 등의 책들도(해리스와 데넷까지 포함하면 '무신론의 네 기사'다) 이런 맥락에서는 일독해볼 만하다. 
















종교학자 바트 어만의 신작으로 기독교의 '천국과 지옥'이 어떻게 발명되었는지를 다룬 <두렵고 황홀한 역사>(갈라파고스)도 참고할 만한 책. "내게 어만의 책은 기독교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라고 마이클 셔머가 평했는데, 셔머의 책 <천국의 발명>과 <믿음의 탄생>도 앞서거니뒤서거니 도움이 되겠다. 종교가 사악해질 때, 두 눈 크게 뜨고 읽어볼 만한 책들을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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