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수상작가 어니스트 베커(1924-1974)의 책이 한권 더 나왔다. <악에서 벗어나기>(1975). 대표작 <죽음의 부정>(1973)과 나란히 놓을 만하다. 확인해보니 10권의 저작을 남겼는데, <죽음의 부정>과 <악에서 벗어나기>가 마지막 두 권이다.

˝1974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인 <죽음의 부정>의 후속편에서, 문화인류학자 어니스트 베커는 죽음을 초월한 불멸에 대한 추구, 완전한 세계에 대한 열망 속에서 만들어지는 삶의 의미나 영웅주의 같은 자기초월의 문화적 상징 장치들이 인간악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문화는 영웅적 죽음 부정의 양식이며, 각 사회는 악과 죽음에 대한 승리를 약속하는 영웅 시스템이다. 불멸을 가져다줄 영웅의 모습은 제사장과 왕, 정치지도자를 거쳐 국가와 자본, 이데올로기에 이르기까지 형태를 바꿔가며 가지를 뻗어나간다. 죽음에 대항한 승리의 가능성에 관한 ‘거짓말’인 문화적 기제로서의 영웅 시스템을 만든 대가는 폭정과 전쟁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타자의 생명을 희생으로 삼아 결국 인간 자신뿐 아니라 자연과 지구에도 크나큰 해악을 불러온다.˝

매우 공감할 만한 탁견이다(존 그레이의 <불멸화 위원회>를 떠올리게 한다). 악의 기원에 관한 탐구로서 필독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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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낯선 사람들과의 불화

5년 전 페이퍼다. 조금 읽다가 멈춘 책인데(이글턴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정독을 요한다) 얼마전에 눈에 띄어서 빼놓았다(독서도 운이 좌우한다). 쇼펜하우어와 니체 강의도 계획할 겸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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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샐린저의 간판작 <호밀밭의 파수꾼> 새 번역본이 나왔다. 뜻밖에도 민음사판(정영목본)이다. 여러 번역본이 있었지만 민음사판(공경희본)과 문예출판사판이 선택지였고 강의에서는 주로 민음사판을 써왔다. 하지만 번역에 대한 불만이 컸었는데 이번에 나온 새번역본이 대안이 될 수 있을 듯싶다. 새번역본의 소개는 이렇다.

˝2023년 새로 출간하는 <호밀밭의 파수꾼>은 옮긴이 정영목 교수가 주인공 홀든 콜필드의 개성을 한층 더 생생히 표현하기 위해 원작의 문체와 문형에 가장 가까운 한국어 문장을 고심하며 저작권자의 자문과 검수를 거쳐 완성한 텍스트이다. 뿐만 아니라, 2020년대 한국 독자들의 생생한 문화적 문학적 감수성에도 부합하는 동시에 원작의 문장들이 갖는 리듬과 호흡, 맥락과 의미까지 고스란히 살리기 위한 어휘의 선별은 물론, 쉼표와 말줄임표 등 문장 부호의 쓰임에 이르기까지 세심히 검토하여 우리말로 옮겼다.˝

문장부호까지 살폈다니 결과가 궁금하다. 또다른 번역본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기에 정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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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관련서를 찾다가 우연히 책장에서 빼낸 책인데, 저자가 가장 기본적인 사실도 잘못 적고 있다. 1872년 초판의 제목이 <음악의 정신으로부터의 비극의 탄생>이다. 너무 당당하게 적고 있어서 다시 확인해봤다. 그럼에도 500쪽이 넘는 책을 써내는 용기는 도취에서 나오는 것일까...

니체의 처녀작 <비극의 탄생>은 1872년에 출간되었다. 27세의 젊은 철학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책이다. 당시 제목은 <비극의 탄생, 또는 그리스 정신과 염세주의 Die Geburt der Tragodie, oder: Griechenturn und Pessimismus>였고, 서론으로  ‘리하르트 바그너에게 바치는 서문‘이 실렸다. 그 뒤 1874년에 재판이 나왔고, 14년이 지난 1886년에 새롭게 개편한 책이 출간되었다. 그때는 제목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음악의 정신으로부터의 비극의 탄생 Die Geburt der Tragödie aus dem Geist der Musik>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서문인 ‘자기비판의 시도‘가 실려 있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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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에서 니체의 <비극의 계보>를 읽게 되어 오랜만에 니체 전집에 손을 댄다. 이제껏 강의에서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주로 읽었고, <도덕의 계보>도 한번 다룬 기억이 있다. 내년 스위스문학을 진행하게 되면 니체 강의도 보강이 필요하다. 초기와 후기 저작을 제외하면 니체의 주요 저작은 이렇다(제목은 전집판 기준).

<비극의 탄생>(1872)
<반시대적 고찰>(1873)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1878)
<아침놀>(1881)
<즐거운 학문>(1882)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83-1885)
<선악의 저편>(1886)
<도덕의 계보>(1887)

아래 네권은 전집판으로 한권에 묶여있다.

<바그너의 경우>(1888)
<우상의 황혼>(1888)
<안티크리스트>(1888)
<이 사람을 보라>(1888/1908)

그리고 <권력의지>(혹은 <권력에의 의지>)로도 출간된 유고들.

이 가운데 마침 이번에 새 번역본이 나오기도 해서 <비극의 탄생>과 함께 <아침놀>을 손에 들었다. 예전 청하판 전집에선 <서광>으로 나왔고 그 제목으로 더 친숙한데 대세가 <아침놀>이라 그에 적응해야 할듯. 니체에 관한 책은 너무 많이 갖고 있어서 틈틈이 솎아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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