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뜸금 없지만 '빌헬름 라이히 읽기'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당연히 있을 거라고 찾아봤지만 라이히의 책을 마이리스트로 만들어놓은 적이 없다는 걸, 방금  확인해서다. 갑자기 라이히를 들먹이게 된 건 도서관에 여성학, 인류학, 진화심리학 등속의 책들을 대출하러 갔다가, 대출한도가 10권으로 늘어난 걸 알게 돼 마지막 열권째로 라이히의 <성정치>(중원문화, 2011)를 빼들고 왔기 때문이다(10권이나 대출했다지만 6권은 소장도서다. 찾는 게 일이어서 차라리 대출한 것). 절판된 책이 꽤 많아서(정말 몇 권 안되는군) 제대로 다시 나오길 바라는 마음도 보탠다. 영어본 선집이 꽤 근사하게 나와 있는 걸 보니 그런 욕심이 더 생긴다...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빌헬름 라이히- 세상에 대한 분노
마이런 섀라프 지음, 이미선 옮김 / 양문 / 2005년 1월
29,200원 → 26,280원(10%할인) / 마일리지 1,460원(5% 적립)
2015년 02월 15일에 저장
품절
파시즘의 대중심리
빌헬름 라이히 지음, 황선길 옮김 / 그린비 / 2006년 1월
23,000원 → 20,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5년 02월 15일에 저장

오르가즘의 기능
빌헬름 라이히 지음, 윤수종 옮김 / 그린비 / 2005년 7월
23,000원 → 20,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50원(5% 적립)
2015년 02월 15일에 저장
절판
성혁명- 개정 증보판
빌헬름 라이히 지음, 윤수종 옮김 / 중원문화 / 2011년 3월
28,000원 → 26,600원(5%할인) / 마일리지 800원(3% 적립)
2015년 02월 15일에 저장
구판절판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점심을 먹기 전에 '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오후에는 이것저것 할일이 많은 데다가 도서관에도 다녀올 작정이라 빨리 '해치울' 생각이다. 타이틀북은 노르웨이와 핀란드의 교육현장 소개서인 안애경의 <소리 없는 질서>(마음산책, 2015)다.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책이 대종인 상황에서(가령 <MB의 비용>만 하더라도 수명을 단축시킨다. <대통령의 시간> 같은 건 출간 사실 자체만으로도!) 오랜만에 가슴을 확 틔게 하는 책이다. 지구상 어딘가엔 '좋은 학교''좋은 나라'가 있다는 게 그래도 다행이다.  

 

 

저자는 <핀란드 디자인 산책>(나무수, 2009)의 저자로 '핀란드 붐'을 일으키는 데 일조한 경력이 있다. 현재도 핀란드에 살고 있다.

 

 

두번째 책은 프랑스에서 미국문화를 강의하는 크리스티앙 생-장-폴랭의 <히피와 반문화>(문학과지성사, 2015). '60년대, 잃어버린 유토피아의 추억'이 부제. "미국을 중심으로 펼쳐진 ‘반문화 운동’과 ‘히피즘’의 태동에서 몰락까지, 그리고 그 의의와 한계는 무엇이었는지 세밀하게 들여다본 이 책은 자유와 평화, 사랑, 희망이 가득했던 당대의 반문화적 놀이판으로 독자들을 데려다준다." 미국판 '쎄시봉'? 댄 조이와 켄 고프먼의 <카운터컬처>(텍스트, 2010)과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세번째 책은 캐스 선스타인의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21세기북스, 2015). 음모론을 다룬 책으로 "이 책은 불분명한 정보와 지식, 루머 등 ‘음모론’이 여과 없이 우리에게 전해지는 과정과 그것에 매료되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 시대에 논쟁이 끊이지 않는 주제들을 논리적으로 다루며 타인의 의견에 길들여진 우리의 수동적인 생각이 어떤 파장을 불러오고, 그러한 늪에서 헤어나려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준다." <넛지>(리더스북, 2009)의 저자이지만, '카스 선스타인' 대신에 '캐스 선스타인'이라고 표기돼 알라딘에서는 별개의 저자로 돼 있다. 전작 <루머>(프리뷰, 2009)의 연장선상에서 읽어볼 수 있겠다.

 

 

네번째 책은 '진화심리학으로 본 종교의 기원과 진화'를 부제로 단 니콜라스 웨이드의 <종교 유전자>(아카넷, 2015)다. "<사이언스>의 과학 전문기자로 유명한 저자 니콜라스 웨이드는 이 책에서 진화론의 관점에서 인간의 종교적 행동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를 다룬다. 저자는 생물학의 분야 중에서, 특히 진화론과 사회생물학(진화심리학)의 과학적 방법을 원용하여 종교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시도한다."

 

그리고 다섯번째 책은 <종교 유전자>와 함께 '이주의 과학서'로 꼽을 만한 엔리코 코엔의 <세포에서 문명까지>(청아출판사, 2015). 제목만으로도 눈길을 끄는데, 저자는 영국의 유전학자로 영국 유전학회 회장도 역임했다. "생명이 세균을 생성하고 복잡한 문명을 탄생시키기까지 어떻게 스스로 전환하는지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최초의 책이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소리 없는 질서- 노르웨이·핀란드 교육에서 배우다
안애경 지음 / 마음산책 / 2015년 2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2015년 02월 15일에 저장
품절

히피와 반문화- 60년대, 잃어버린 유토피아의 추억
크리스티안 생-장-폴랭 지음, 성기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5년 02월 15일에 저장
절판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 쓴 음모론과 위험한 생각들
캐스 선스타인 지음, 이시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2월
21,000원 → 18,9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50원(5% 적립)
2015년 02월 15일에 저장
품절

종교 유전자- 진화심리학으로 본 종교의 기원과 진화
니콜라스 웨이드 지음, 이용주 옮김 / 아카넷 / 2015년 1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2015년 02월 15일에 저장
품절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굶기의 예술'과 '뉴욕 통신'이 같이 묶일 수 있는 조건은? 정답은 '폴 오스터'이다. 그의 책 제목이니까. 한데, 다른 책이 아니라 같은 책이다. 그리고 둘다 절판됐다(품절일 수도 있다). <굶기의 예술>(문학동네, 1999)와 <폴 오스터의 뉴욕통신>(열린책들, 2007). 심지어 영어판도 절판됐다(현지 사정은 다를 수 있고, 알라딘에서는 주문이 안된다는 얘기다).

 

 

책은 오스터의 에세이와 서문, 그리고 인터뷰를 모은 것으로 제목은, 기억에 크누트 함순의 <굶주림>과 카프카의 <단식광댸>를 다룬 글에서 가져왔다. 오스터의 책 가운데서 가장 먼저 읽은 거라 나로선 오스터 하면 떠올리게 되는데, 지금은 '사라진 책'이 돼 버렸다. 중고본을 다시 구입할까 하다가 도서관에서 대출하기로. 카프카의 <단식광대>(요즘은 <단식술사>, <단식 예술가> 등으로도 번역된다)를 다시 읽다가 생각나서다(언젠가 다룬 적이 있는 듯싶다).

 

 

참고로 함순의 <굶주림>은 현재 두 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는 상태다(개정판이 여러 번 나왔었다).

 

 

그리고 <단식광대>는 대부분의 카프카 단편집(주로 <변신>을 제목으로 단)에 포함돼 있다. 오스터의 책은 펭귄판을 기준으로 하면 분량이 좀 되는데(1997년에 나온 증보판이어서 그렇다), 문학동네판과 (증보판을 옮긴) 열린책들판이 분량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원래의 제목을 가진 완역본으로 다시 나오면 좋겠다. 아래가 열린책들판(<폴 오스터의 뉴욕 통신>)의 목차다.

 

제1부 에세이 Essays
굶주림의 예술 / 여정 / 카프카를 위한 만가 / 뉴욕의 바벨탑 / 결정적 순간 / 다다의 유골 / 진실, 아름다움, 침묵 / 월터 롤리 경의 죽음 / 과자, 샌드위치, 빵 껍질 그리고 돌 / 추방의 시 / 관념과 사물 / 죽은 자들을 위한 책 / 개인의 나, 공인의 눈 / 순수와 기억 / 부활 / 카프카의 편지들 / 미국의 아들 / 섭리 / 바틀부스의 어리석은 소행들

제2부 서문 모음 Prefaces
자크 뒤팽 / 앙드레 뒤 부셰 / 하얀 바탕 위의 검정 / 북부의 빛 / 20세기 프랑스 시 / 말라르메의 아들 / 고공 줄타기 / 과야키 인디언의 연대기

제3부 인터뷰 Interviews
번역 - 스티븐 로드퍼와의 인터뷰 / 조지프 말리아와의 인터뷰 / 래리 매캐퍼리와 신다 그레고리와의 인터뷰 / 마크 어윈과의 인터뷰

 

15. 02. 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랜만에 국내 저자로만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찾아보니 5주 연속 국내 저자를 고른 적도 있지만). 먼저 강준만 교수. 작년에 공저를 제외하고 단독 저서만 5권을 펴냈는데, 그게 여느 해에 비해 적어 보일 만큼 다작의 저자다.

 

 

올해 첫 책은 <생각의 문법>(인물과사상사, 2015)이다.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시리즈의 셋째 권인데, 앞서 나온 두 권이 <감정독재>(인물과사상사, 2013)와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인물과상사, 2014)였다. '생각의 문법'이란 무얼 가리키는가?

‘나의 확신’과 ‘너의 확신’이 만나면 충돌만 있을 뿐 소통은 어렵다. 저자는 ‘생각의 문법’ 연구를 통해 ‘확신’은 소통의 적(敵)일 수 있다는 점에 눈을 돌려 보자고 제안한다.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니까!”처럼 절대 움직일 수 없는 확신을 가지고 말을 하기 이전에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것에 대해선 어찌 할 것인지 우리 모두 자문자답해보자는 것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확신’과 ‘확신’ 사이에 소통의 다리를 놓아줄 수 있는 ‘공통의 문법’이다. ‘공통의 문법’을 찾기 위해서 이 책에서는 주로 ‘최대공약수’에 해당하는 ‘생각의 문법’을 다루었다.

흠, 하지만 이런 소개만으로는 얼른 감이 오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학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저자만의 독창적인 발상인지부터가 모호하다. 그래서 흥미를 끄는 것이기도 하지만...

 

 

언론인 출신으로 현재는 대학 강단에 서고 있는 손석춘 교수도 지난 연말부터 바쁘게 책을 펴내고 있다. 기독교를 다룬 <네가 정말 나를 사랑하느냐>(시대의창, 2014)와 청소년 독자를 위한 <사람은 왜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시를 쓸까>(낮은산, 2015)에 이어서 펴낸 책이 <민중언론학의 논리>(철수와영희, 2015)다. 부제는 '정보혁명 시대 네티즌의 무기'. '민중언론학'이란 조어는 저자가 처음 쓴 게 아닌가 싶다('민중언론'이란 말을 있어도 '민중언론학'은 따로 없었기에).

민중언론학은 한국에서 ‘민중의 죽음’이라는 음울한 담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바로 그 현실에 발을 딛고 그 현실을 넘어설 방안을 찾는 데 학문적 목표를 두고 있다. 이 책은 정보혁명 시대의 언론인인 네티즌이 자기 성찰과 현실 인식을 저해하는 세력이 짜놓은 틀에 갇히면, 네티즌이 ‘가장 멍청한 세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네티즌의 언론활동이 더 풍부해지려면 학문적 ‘무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나아가 네티즌이 자신과 이웃을 ‘민중’으로 옳게 호명할 때 비로소 민중들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목과 부제가 연결되려면 민중으로서의 자각이 네티즌에게 필요하다는 주장이기도 하겠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99퍼센트'를 매개로 하여 그 둘이 연결될 수도 있겠다 싶다. 덧붙이자면 내겐 '99퍼센트'가 훨씬 더 효과적인 호명처럼 보인다. 전략적으로라도.

 

 

한겨레신문 고경태 기자(라고 알고 있었는데 프로필을 보니 전직으로 돼 있다)도 새 책을 냈다. <1968년 2월 12일>(한겨레출판, 2015). 어떤 날짜인가. 부제 '베트남 퐁니·퐁넛 학살 그리고 세계'가 힌트다.  

1968년. 파리 서부에서 발화된 베트남전 반대시위는 유럽 전체로 번질 만큼 전 세계적인 투쟁으로 불타올랐다. 흑인 민권운동과 반전운동으로 술렁이던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즈음 일본에서는 전후 평화운동이 시작되었다. 전 세계적인 항쟁은 ‘68운동’이란 이름으로 불렸다. 그리고 2월 12일. 대한민국 군대는 베트남 퐁니·퐁넛을 공격해 무고한 어린아이들과 여자들을 죽였다. 그런데 왜? 잔인한 학살의 기억과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베트남에서의 전쟁은 끝났지만 한국에서의 베트남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곧 베트남 파병 한국군의 양민학살 사건을 다룬 책이다. 참혹한 역사에 대한 기억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으나 반성과 노력을 통해 현재를 바꾸고 미래를 꿈꿀 수 있다. 베트남에서 벌어진 학살의 현장과 그날의 기억은 우리로 하여금 과거의 역사가 지금 우리의 현재를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그것이야말로 그날의 역사가, 또 그 역사를 추적해낸 필자가 독자에게 바라는 것이다.

 

베트남 학살을 주제로 한 책으로 캠브리지대 인류학과 권헌익 교수의 <학살, 그 이후>(아카이브, 2012)와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저자의 다른 책 <또 하나의 냉전>(민음사, 2013)과 공저 <귀신 잡는 할머니: 근대에 맞서는 근대>(현실문화, 2014)도 역사의 상처를 되짚어 보는 책으로 분류할 수 있다...

 

15. 02. 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커피를 줄이라는(정확하게는 마시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둥글레차를 마시다 보니 평소 무관심했던 사람에게 '친구 신청'이라도 한 듯이 어색하다. 설 연휴를 앞두고 평소보다 일찍 배송된 주간지들을 훑어보다가 시사IN(설합병호)에 실은 리뷰를 옮겨놓는다. 수요일 아침에 부랴부랴 썼던 것으로 <빅데이터 인문학>(사계절, 2015)을 다뤘다. 아직 초보적 단계처럼 보이지만 '빅데이터 인문학'이 인문학의 지각변동을 가져올지도 모르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에 대해서는 번역본 부록으로 실린 전문가 좌담을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다.

 

 

 

시사IN(15. 02. 21) 클릭 한 번으로 800만 권을 읽다

 

바야흐로 빅데이터 시대다. 과연 빅데이터는 학문, 특히 인문학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클릭 한 번으로 800만권의 책을 검색하는 ‘구글 엔그램 뷰어’의 개발자 두 사람이 쓴 <빅데이터 인문학>은 한 가지 실례를 보여준다. 번역본의 부제는 심지어 ‘진격의 서막’이다. 원제는 ‘전인미답(Uncharted)’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툴(수단)의 개발과정과 이로 인해 가능해진 새로운 탐구영역 소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한국어판은 강도를 좀더 높였다. ‘빅데이터가 일으킬 인문학 혁명’으로 그 의미를 격상시켰다. 


빅데이터란 말이 등장한 것은 몇 년 되지 않는다. 전문가에 따르면 대략 2010년부터야 쓰였는데, 그 원래적 의미는 ‘다루기에 너무 큰’ 데이터란다. 이제껏 다뤄보지 못했던 거대한 데이터의 축적이 가능하고 그것을 소유할 수 있게 된 게 빅데이터 시대의 첫 번째 의미다. 그리고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즉 그 막대한 데이터에서 ‘신호와 소음’을 분리할 수 있는 툴이 이제 막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 두 번째 의미다. 이 두 가지가 말하자면 빅데이터 혁명의 조건이다.


구글 엔그램 뷰어의 발단이 된 건 2004년부터 시작된 ‘구글 북스’ 프로젝트다. 세계의 모든 책을 스캔해서 디지털화하는 엄청난 규모의 프로젝트인데, 지구상에 존재하는 1억 3000만 권 가운데 현재까지 3000만권 이상의 책을 디지털화했고 2020년까지는 모두 디지털화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다. 현황만으로도 3000만권 이상을 소장한 디지털도서관이 생긴 셈인데, 현재로서는 미의회도서관(3300만권)만이 장서 수에서 조금 앞설 뿐이고 이 또한 곧 추월될 것이다.


물론 이렇게 모아놓기만 했다고 대단한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니다. 곧 인간이 읽기에는 너무 많은 분량의 텍스트다. 그럼 누가 읽는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읽어나가는 로봇! 갈릴레오에게 망원경이 근대 천문학과 과학혁명을 가능하도록 이끈 새로운 관찰 도구였다면, 저자들이 고안해낸 엔그램 뷰어라는 렌즈는 인간 문화의 역사적 변화를 관찰하는 새로운 도구다.


엔그램 뷰어는 명령어만 입력하면 설정기간 동안의 빈도수를 그래프 곡선을 통해서 보여준다. 누가 얼마나 유명하며 그 명성은 어떤 등락을 보여 왔는지, 어떤 인물이나 사건이 역사적 기억 속에서 어떻게 억압되고 지워졌는지, 새로운 아이디어나 발명품이 어떤 속도로 전파되었는지 등 다양한 관심사에 답해준다. 이렇듯 새로운 관찰 도구를 통해서 문화와 역사에 접근하는 것을 ‘컬처로믹스’라는 신조어로 부른다. 이 컬처로믹스의 세계에서 우리가 무엇을 더 발견할 수 있을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서막’이고, 어쩌면 우리는 예단할 수 없는 혁명의 문턱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거대과학은 자연과학에만 해당하는 것이었다. 힉스 입자를 찾기 위한 입자가속기 개발과 실험에 90억 달러가 들고,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30억 달러가 소요되는 식이다. 그와는 비교도 안 되는 적은 비용이 들어가긴 했지만 책과 역사기록의 디지털화는 인문학에서도 거대과학 스타일의 작업이 가능하게끔 만들었다. 돌이켜보면 대학 신입생 시절 도서관에 가서 카드식 도서목록을 뒤져서 필요한 책을 찾은 다음 대출신청서를 작성하던 게 불과 한 세대 전이다. 어느새 그런 카드식 목록 검색은 온라인 검색으로 대체되었고, 상당수의 책과 논문자료는 전자책의 형태로 열람할 수 있다. 한 세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복사기가 없어서 모든 자료를 필사하고, 용어색인을 만들기 위해 초인적인 노력으로 단어들을 일일이 세던 때가 있었다. 그 중간에 낀 세대로서 ‘데이터토피아’ 시대의 학문이 어떤 모습이 될지 예견하기 어렵다. 아마도 ‘멋진 신세계’이지 않을까.

 

15. 02. 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