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국내 저자로만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찾아보니 5주 연속 국내 저자를 고른 적도 있지만). 먼저 강준만 교수. 작년에 공저를 제외하고 단독 저서만 5권을 펴냈는데, 그게 여느 해에 비해 적어 보일 만큼 다작의 저자다.

 

 

올해 첫 책은 <생각의 문법>(인물과사상사, 2015)이다.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시리즈의 셋째 권인데, 앞서 나온 두 권이 <감정독재>(인물과사상사, 2013)와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인물과상사, 2014)였다. '생각의 문법'이란 무얼 가리키는가?

‘나의 확신’과 ‘너의 확신’이 만나면 충돌만 있을 뿐 소통은 어렵다. 저자는 ‘생각의 문법’ 연구를 통해 ‘확신’은 소통의 적(敵)일 수 있다는 점에 눈을 돌려 보자고 제안한다.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니까!”처럼 절대 움직일 수 없는 확신을 가지고 말을 하기 이전에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것에 대해선 어찌 할 것인지 우리 모두 자문자답해보자는 것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확신’과 ‘확신’ 사이에 소통의 다리를 놓아줄 수 있는 ‘공통의 문법’이다. ‘공통의 문법’을 찾기 위해서 이 책에서는 주로 ‘최대공약수’에 해당하는 ‘생각의 문법’을 다루었다.

흠, 하지만 이런 소개만으로는 얼른 감이 오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학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저자만의 독창적인 발상인지부터가 모호하다. 그래서 흥미를 끄는 것이기도 하지만...

 

 

언론인 출신으로 현재는 대학 강단에 서고 있는 손석춘 교수도 지난 연말부터 바쁘게 책을 펴내고 있다. 기독교를 다룬 <네가 정말 나를 사랑하느냐>(시대의창, 2014)와 청소년 독자를 위한 <사람은 왜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시를 쓸까>(낮은산, 2015)에 이어서 펴낸 책이 <민중언론학의 논리>(철수와영희, 2015)다. 부제는 '정보혁명 시대 네티즌의 무기'. '민중언론학'이란 조어는 저자가 처음 쓴 게 아닌가 싶다('민중언론'이란 말을 있어도 '민중언론학'은 따로 없었기에).

민중언론학은 한국에서 ‘민중의 죽음’이라는 음울한 담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바로 그 현실에 발을 딛고 그 현실을 넘어설 방안을 찾는 데 학문적 목표를 두고 있다. 이 책은 정보혁명 시대의 언론인인 네티즌이 자기 성찰과 현실 인식을 저해하는 세력이 짜놓은 틀에 갇히면, 네티즌이 ‘가장 멍청한 세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네티즌의 언론활동이 더 풍부해지려면 학문적 ‘무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나아가 네티즌이 자신과 이웃을 ‘민중’으로 옳게 호명할 때 비로소 민중들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목과 부제가 연결되려면 민중으로서의 자각이 네티즌에게 필요하다는 주장이기도 하겠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99퍼센트'를 매개로 하여 그 둘이 연결될 수도 있겠다 싶다. 덧붙이자면 내겐 '99퍼센트'가 훨씬 더 효과적인 호명처럼 보인다. 전략적으로라도.

 

 

한겨레신문 고경태 기자(라고 알고 있었는데 프로필을 보니 전직으로 돼 있다)도 새 책을 냈다. <1968년 2월 12일>(한겨레출판, 2015). 어떤 날짜인가. 부제 '베트남 퐁니·퐁넛 학살 그리고 세계'가 힌트다.  

1968년. 파리 서부에서 발화된 베트남전 반대시위는 유럽 전체로 번질 만큼 전 세계적인 투쟁으로 불타올랐다. 흑인 민권운동과 반전운동으로 술렁이던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즈음 일본에서는 전후 평화운동이 시작되었다. 전 세계적인 항쟁은 ‘68운동’이란 이름으로 불렸다. 그리고 2월 12일. 대한민국 군대는 베트남 퐁니·퐁넛을 공격해 무고한 어린아이들과 여자들을 죽였다. 그런데 왜? 잔인한 학살의 기억과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베트남에서의 전쟁은 끝났지만 한국에서의 베트남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곧 베트남 파병 한국군의 양민학살 사건을 다룬 책이다. 참혹한 역사에 대한 기억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으나 반성과 노력을 통해 현재를 바꾸고 미래를 꿈꿀 수 있다. 베트남에서 벌어진 학살의 현장과 그날의 기억은 우리로 하여금 과거의 역사가 지금 우리의 현재를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그것이야말로 그날의 역사가, 또 그 역사를 추적해낸 필자가 독자에게 바라는 것이다.

 

베트남 학살을 주제로 한 책으로 캠브리지대 인류학과 권헌익 교수의 <학살, 그 이후>(아카이브, 2012)와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저자의 다른 책 <또 하나의 냉전>(민음사, 2013)과 공저 <귀신 잡는 할머니: 근대에 맞서는 근대>(현실문화, 2014)도 역사의 상처를 되짚어 보는 책으로 분류할 수 있다...

 

15. 0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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