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기 전에 '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오후에는 이것저것 할일이 많은 데다가 도서관에도 다녀올 작정이라 빨리 '해치울' 생각이다. 타이틀북은 노르웨이와 핀란드의 교육현장 소개서인 안애경의 <소리 없는 질서>(마음산책, 2015)다.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책이 대종인 상황에서(가령 <MB의 비용>만 하더라도 수명을 단축시킨다. <대통령의 시간> 같은 건 출간 사실 자체만으로도!) 오랜만에 가슴을 확 틔게 하는 책이다. 지구상 어딘가엔 '좋은 학교''좋은 나라'가 있다는 게 그래도 다행이다.


저자는 <핀란드 디자인 산책>(나무수, 2009)의 저자로 '핀란드 붐'을 일으키는 데 일조한 경력이 있다. 현재도 핀란드에 살고 있다.


두번째 책은 프랑스에서 미국문화를 강의하는 크리스티앙 생-장-폴랭의 <히피와 반문화>(문학과지성사, 2015). '60년대, 잃어버린 유토피아의 추억'이 부제. "미국을 중심으로 펼쳐진 ‘반문화 운동’과 ‘히피즘’의 태동에서 몰락까지, 그리고 그 의의와 한계는 무엇이었는지 세밀하게 들여다본 이 책은 자유와 평화, 사랑, 희망이 가득했던 당대의 반문화적 놀이판으로 독자들을 데려다준다." 미국판 '쎄시봉'? 댄 조이와 켄 고프먼의 <카운터컬처>(텍스트, 2010)과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세번째 책은 캐스 선스타인의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21세기북스, 2015). 음모론을 다룬 책으로 "이 책은 불분명한 정보와 지식, 루머 등 ‘음모론’이 여과 없이 우리에게 전해지는 과정과 그것에 매료되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 시대에 논쟁이 끊이지 않는 주제들을 논리적으로 다루며 타인의 의견에 길들여진 우리의 수동적인 생각이 어떤 파장을 불러오고, 그러한 늪에서 헤어나려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준다." <넛지>(리더스북, 2009)의 저자이지만, '카스 선스타인' 대신에 '캐스 선스타인'이라고 표기돼 알라딘에서는 별개의 저자로 돼 있다. 전작 <루머>(프리뷰, 2009)의 연장선상에서 읽어볼 수 있겠다.


네번째 책은 '진화심리학으로 본 종교의 기원과 진화'를 부제로 단 니콜라스 웨이드의 <종교 유전자>(아카넷, 2015)다. "<사이언스>의 과학 전문기자로 유명한 저자 니콜라스 웨이드는 이 책에서 진화론의 관점에서 인간의 종교적 행동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를 다룬다. 저자는 생물학의 분야 중에서, 특히 진화론과 사회생물학(진화심리학)의 과학적 방법을 원용하여 종교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시도한다."
그리고 다섯번째 책은 <종교 유전자>와 함께 '이주의 과학서'로 꼽을 만한 엔리코 코엔의 <세포에서 문명까지>(청아출판사, 2015). 제목만으로도 눈길을 끄는데, 저자는 영국의 유전학자로 영국 유전학회 회장도 역임했다. "생명이 세균을 생성하고 복잡한 문명을 탄생시키기까지 어떻게 스스로 전환하는지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최초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