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가장 눈에 띄는 책은 프레더릭 바이저의 <헤겔>(도서출판b, 2012)이다. '헤겔총서'의 첫 권으로 나왔는데, 역자는 <헤겔사전>(도서출판b, 2010) 등을 옮긴 이신철 박사. 저자는 영어권의 헤겔학 권위자인 찰스 테일러의 제자로 <낭만주의의 명령, 세계를 낭만화하라>(그린비, 2011)를 통해 먼저 소개된 독일 관념론 연구자다. 개인적으론 근간예정인 지젝의 <무보다 더 적은 것: 헤겔과 변증법적 유물론의 그림자>(본문만 1000쪽이 넘는 책이다)를 읽기 위한 워밍업으로 몇권의 책을 꼽아두고 있었는데, 마침 적절한 책이 출간돼 반갑다. 요즘 <논어> 읽기가 바람을 타고 있어서,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21세기북스, 2011)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모양인데, 읽는 김에 헤겔도 같이 읽으면 좋겠다. 최소한 꽂아두면 좋겠다. 그래야 절판된 책들이라도 다시 구경해볼 수 있겠기에(절판된 책들에 대해선 나중에 따로 페이퍼를 써볼 참이다). '이주의 책'을 다섯 권만 골라놓는다. 주로 인문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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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그의 철학적 주제들
프레더릭 바이저 지음, 이신철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2년 1월
24,000원 → 21,6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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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낭만주의의 명령, 세계를 낭만화하라- 초기 독일낭만주의 연구
프레더릭 바이저 지음, 김주휘 옮김 / 그린비 / 2011년 3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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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읽다 1980-2010- 세계와 대륙을 뒤흔든 핵심 사건 170장면
카롤린 퓌엘 지음, 이세진 옮김 / 푸른숲 / 2012년 1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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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의 전환- 동아시아적 사유의 전개와 그 터닝포인트
신정근 지음 / 글항아리 / 2012년 1월
35,000원 → 33,250원(5%할인) / 마일리지 1,05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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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때문에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문학동네, 2010)를 읽다가 주문한 책은 칼(카를) 비테 부자가 각각 쓴 <칼 비테의 자녀교육법>(베이직북스, 2008)과 <칼 비테의 공부의 즐거움>(베이직북스, 2008)이다. 이 부자가 유명해진 건 목사였던 아버지 칼 비테(1748-1831)의 유난스런 교육 때문인데, 조기교육과 영재교육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던 그는 평범한 아들, 심지어 지능이 좀 떨어진다는 아들 칼 비테 주니어(1800-1883)에게 일반적인 학교 교육과는 '다른 교육'을 실시하여 '천재'로 만들었다.

 

 

 

이지성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문고전 독서' 교육이다. 좀 심하다 싶을 정도인데, "그는 태어난 지 15일 된 아들에게 위대한 시인들의 시를 읽어주었다. 두 살 때부터는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같은 고전을 읽어주었고, 여덟 살 때부터는 혼자 그리스 로마 고전을 원전으로 읽게 했다."(62쪽) 결과는?

카를 비테 주니어의 두뇌는 위대한 천재들이 집필한 인문고전을 지속적으로 접하면서 기적처럼 변했다. 그는 고작 아홉 살에 라이프치히 대학 입학자격을 취득했고 열세 살에 기센 대학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열여섯 살에 하이델베르크대학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곧바로 베를린대학 법대 교수로 임용됐다. 이후 여든세 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당대를 대표하는 천재로 칭송받았다.(62쪽)

영재교육, 천재교육에 열광하는 부모에겐 단연 돋보이는 커리어이다. 오늘 구입한 책들도 2008년에 초판이 나와서 작년 12월과 8월에 각각 12쇄와 7쇄를 찍고 있다. 가정교육, 자녀교육의 '바이블'이란 문구도 표지에는 박혀 있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에서도 인문고전 교육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거론되고 있고. 그런데 수수께끼가 나온다.

카를 비테는 지능이 떨어지는 아들을 천재로 키운 비결을 책으로 썼다. 세상 모든 부모들이 자녀를 천재로 키우기를 열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책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져버렸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춘 듯했던 비테의 저서는 20세기에 하버드대학교 도서관 서고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 책을 접한 사람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62-3쪽)

 

 

갑자기 사라져버리다니?! 무슨 음모론도 아니고 무슨 얘긴가? <자녀교육법>에는 그런 언급이 없으므로 기무라 큐이치의 <칼 비테 영재교육법>(푸른육아, 2006) 같은 책에나 나오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아들 비테가 1814년에 기센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기네스북에 오른 기록이라 한다. 최연소 박사학위자라는 건데,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고. 그런 아들을 키워낸 기록이 그의 <자녀교육법>으로 책갈피 소개로는 1818년에 저술했고, 러시아어 위키백과를 참고하니 1819년에 출간했다. 영어본이 나온 것은 1914년. 하버드대 도서관에서 발견됐다는 게 그 즈음인 모양이다. 그런데, 책갈피의 저자 소개는 이렇게 돼 있다.

그는 미숙아로 태어난 아들을 독특한 교육이념과 방법으로 훌륭하게 길러낸 경험을 바탕으로 1818년에 저술한 <칼 비테의 교육>이란 책은 조기교육 이론서로써 지난 200년 동안 영재교육의 '경전'으로 불리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고 있다.

일단 문장이 비문이기에 교정하자면 그는 -> 그가, 이론서로써 ->이론서로서.(<공부의 즐거움>에서도 '조기교육 이론서로'라고 돼 있다. 출판사가 '베이직'이 안돼 있다) 그리고 "지난 200년 동안 영재교육의 '경전'"으로 불려왔다는 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는 사실과 호응하지 않는다. 영어 위키백과를 보면(의외로 굉장히 짧다!) 독일에서 책이 나왔을 때 비난이 쏟아졌고 곧 잊혀졌다고 돼 있다. 그럼에도 '영재교육의 경전'이라면 '잊혀진 경전'이라거나 '오명을 뒤집어쓴 경전'이라고 해야겠다.  

 

 

 

사실 책은 영어판으로도 1914년 이후에는 조용하다가 2008년부터 다시 출간되는 듯싶고, 알라딘에는 뜨지도 않는다. 별로 인지도가 없는 책. 오히려 칼 비테의 가장 유명한 책은 단테 연구서이다. 그러니 '자녀교육의 바이블'이라거나 '가정교육의 바이블'이란 건 다 과장된 문구로 보인다. 이런 게 <리딩으로 리드하라>의 과장법과는 잘 호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흥미로운 건 역자다. <자녀교육법>의 역자는 약력이 "충북대 중문과를 졸업하였고, 북경 공업대학과 상해 재경대학에서 수학하였다"고 돼 있다. 그리고 <공부의 즐거움>의 역자는 "대구대학교 중문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중국 강소성 소주대학교에서 수학했다."고 돼 있고. 무슨 뜻인가? 책이 독어판을 옮긴 게 아니라 중국어판에서 중역했다는 뜻이다. 영어 위키백과를 보고서야 의문이 풀렸는데, 독일에서는 잊혀졌다는 말에 뒤이어 21세기초 중국에서는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한국어본의 원전도 그래서 오리무중이다. 중국어본의 대본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므로). 법적으로 아이를 하나씩만 키우는 중국의 부모들이 '천재교육'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예일대 교수인 에이미 추아의 <타이거 마더>도 떠올리게 된다. 우리에겐 전혜성 교수의 교육법이 이에 대응할 만할까.)

 

 

 

그러고 보면 <천재로 키워라>(종이나라, 2007)의 저자가 바로 중국인이고, 이 책의 번역자가 <공부의 즐거움> 번역자이기도 하다. 짐작엔 중국에서 갑자기 뜬 책이 우리에게도 '가정교육이론의 고전'으로 소개된 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리딩으로 리드하라>에 열광한 독자들이 다시 또 이 책을 찾는 게 아닌가 싶고. 이런 '풍문'과 실제 교육학계에서의 '평가'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그러니 비테의 교육법이 소개되려면 자초지종에 대한 정확한 재구성과 함께여야 한다. 그의 교육법의 핵심이 인문고전 읽히기로 돼 있지만 어쩌면 아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었는지도 모르기에. 그는 항상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카를, 넌 최고란다. 아빠는 네가 할 수 있다고 믿는단다. 그러니 힘을 내렴."  

 

모처럼 '자녀교육법'에 대한 책을 구입했더니 정체가 불분명한 책이어서 몇자 적었다. 안 사던 책을 사면 꼭 이런 일이 생긴다. 그래도 책엔 재미있는 내용도 들어 있다. 목사였던 아버지 비테의 결혼관을 아들은 이렇게 요약한다. "아버지는 결혼의 목적이 하나님의 계획에 부합하는 자녀를 기르기 위한 것인지, 세속적인 다른 그 무언가가 목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의무. "아버지로서의 첫 번째 임무는 자녀를 위해 좋은 엄마를 선택하는 일이다. 그런 뒤에는 자녀가 태어나기 전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마쳐야 한다." 그 준비 안에는 '다량의 교육서'를 읽는 일도 포함된다. 나처럼 아이가 클 만큼 큰 뒤에 읽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기도 전에 미리미리...

 

12. 0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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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캐나다인으로 유전학자이자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데이비드 스즈키의 신작이 출간됐다. <데이비드 스즈키의 마지막 강의>(서해문집, 2012). 사실 '데이비드 스즈키'란 이름을 알게 된 건 불과 며칠 전이다. 연휴에 잠시 펼쳐본 책 <과학자처럼 사고하기>(이루, 2012)의 인상적인 '추천의 글'을 쓴 이가 데이비드 스즈키여서 검색을 해보고 몇권을 장바구니에 넣어둔 참이었는데, 마침 <마지막 강의>란 책이 이번주에 나온 것이다. 그의 책 <굿뉴스>(샨티, 2006)와 <벌거벗은 원숭이에서 슈퍼맨으로>(검둥소, 2009)를 뒤늦게라도 같이 챙겨놓는다. 여러 권이 소개됐지만 어린이용 <우리가 바로 지구입니다>(소금창고, 2003) 정도만 반응을 얻은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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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스즈키의 마지막 강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상상하라
데이비드 스즈키 지음, 오강남 옮김 / 서해문집 / 2012년 1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2012년 01월 26일에 저장
절판

벌거벗은 원숭이에서 슈퍼맨으로
데이비드 스즈키,홀리 드레슬 지음, 한경희 옮김 / 검둥소 / 2009년 9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2012년 01월 26일에 저장
절판

생명은 끝이 없는 길을 간다- 전 세계 원주민들이 전하는 자연의 목소리
데이비드 스즈키.피터 너슨 지음, 김병순 옮김 / 모티브북 / 2008년 7월
17,800원 → 16,020원(10%할인) / 마일리지 89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2년 01월 26일에 저장

굿 뉴스- 나쁜 뉴스에 절망한 사람들을 위한, 2006년 올해의 환경책 12권
데이비드 스즈키.홀리 드레슬 지음, 조응주 옮김 / 샨티 / 2006년 6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2012년 01월 26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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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에 읽으려고 생각하다가 어젯밤에서야 책상맡에 놓은 책은 사라 베이크웰의 <어떻게 살 것인가>(책읽는수요일, 2012)이다. 작년 아마존닷컴의 '올해의 책' 가운데 하나로 소개되지만, 제목만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원서의 부제가 '몽테뉴의 삶'이고, 번역서 표지에는 '프랑스 정신의 아버지 몽테뉴의 인생에 관한 20가지 대답'이 보충설명으로 박혀 있다. 몽테뉴의 삶과 사상에 관한 책이라는 얘기인데, 베스트셀러까지? 해답은 '더 타임스'의 리뷰가 말해준다. "몽테뉴 입문서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이다."

 

 

 

나로선 '어떻게 살 것인가'란 제목도, 몽테뉴에 관한 책이라는 점도, 몽테뉴의 얼굴이 담긴 표지도(특히의 표지의 톤) 모두 맘에 들기에 바로 주문한 책이다. 덕분에 '책읽는수요일'이란 출판사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몽테뉴라고 하면 '에세(essais)'의 창시자로도 유명한데, 몽테뉴 이전에는 그런 장르가 없었다고 한다. 하나의 장르 자체를 만들어낸 책이 <에세>이며 우리에겐 흔히 <수상록>이라고 알려진 책이다. 몇가지 제목이 경합을 벌이긴 했지만 <수상록>으로 안착된 듯싶다. 연구자들은 <엣세>라고도 부르지만. 

 

그런데 <수상록>을 손에 들어본 독자라면 알겠지만 이게 상상 이상의 분량이다. 국내에는 손우성 선생의 완역본이 나와 있다(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제목만 여러 번 바뀌었다). 몽테뉴가 1572년부터 1592년까지 20년 남짓 동안 쓴 것인데, 모두 107편의 에세이다. 거기서 끝난 건 뭔가 완결됐기 때문이 아니라 몽테뉴가 거기까지 쓰고 죽었기 때문이다. '시도하다'는 뜻을 가진 '에세예' 동사의 결과물이 <에세>라는 걸 상기하게 된다.

 

<에세>, 곧 <수상록>은 1000페이지가 넘어가는 분량이지만 당연히 두서가 없다. 이 책을 어떻게 읽을까. 그러니까 <어떻게 살 것인가>는 몽테뉴의 <수상록>을 어떻게 읽을지 말해주는 하나의 가이드북이기도 하다. 생각할 것도 없이 책을 주문한 이유다.

 

개인적으로 <수상록>과의 첫 인연은 중3 때쯤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패널로 나온 이가 몽테뉴의 <수상록>을 추천하면서 몇몇 에피소드를 들려주었고('습관에 대하여'가 인상적이었다) 막바로 서점에서 구입한 게 세로읽기로 된 선집이었다. 선집이어도 분량은 웬만한 책 이상이었다.

 

마땅한 새 번역본이나 완역본을 구경하지 못하다가 다시금 몽테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러시아 시인 푸슈킨이 몽테뉴를 읽었다는 걸 알면서부터이다. 몽테뉴 읽기가 '전공' 공부에도 필요하게 된 것이다. 러시아에서 두 권짜리 두툼한 <수상록>을 구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컬렉터로서 자랑거리의 하나다). 러시아어 제목은 <경험>이라고 돼 있는데, 나는 나중에야 흔히 '경험'으로 옮겨지는 러시아어 단어가 불어 '에세'의 번역어라는 걸 알았다. '해본다'는 뜻인 것.

 

 

 

홋다 요시에의 평전 <위대한 교양인 몽테뉴>(한길사, 1999)도 좀 뒤늦게 구했다. 오프라인서점에서였다. 지금 확인해보니 1권이 품절로 뜬다.

 

 

 

국내 저자의 책으론 파스칼 전공자인 이환 교수의 연구서로 <몽테뉴의 '엣세'>(서울대출판부, 2004)와 <몽테뉴와 파스칼>(민음사, 2007)이 나와 있고(<몽테뉴와 파스칼>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다), 박홍규 교수의 <몽테뉴의 숲에서 거닐다>(청어람미디어, 2004)가 몽테뉴에 대한 수상록이라 할 만하다. 그래도 다소 빈곤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운데, 마침 사라 베이크웰의 책이 부족한 부분을 꽤 상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의 첫 독서를 <어떻게 살 것인가>로 시작하는 이유다...

 

12. 01. 24.

 

 

 

P.S. 여러 사정상, 그리고 습관적으로 여러 권의 책을 한꺼번에 읽는 편인데, <어떻게 할 것인가>와 같이 읽고 있는 책은 프랑스 철학자 뤽 페리의 <사는 법을 배우다>(기파랑, 2008)이다. <미학적 인간>(고려원, 1994) 이후에 소개된 그의 책들을 대부분 갖고 있는데, 읽다 보니 가장 유익해보이는 책이 바로 <사는 법을 배우다>이다. 몽테뉴의 후예답게 서두에서 몽테뉴의 말도 한마디 인용하고 있다. "철학하는 것은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이란 말이다. 사실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면, 그건 우리가 죽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내 방식은 아주 간단해. 철학의 가장 중심적인 문제에서 출발하는 거야. 즉, 신이 아닌 인간은 반드시 사멸한다는 사실, 인간은 시간과 공간에 한정된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에서부터 출발하는 거야.(19쪽)

인간이 시간과 공간에 한정된 유한한 존재란 일반론을 특수한 정황에 맞게 고쳐 말하면, 독서인으로서 나는 나의 서재에 유폐된 존재다. 아직 난장판인 방안을 둘러보며 연휴 기간중 책장을 정리하겠다던 계획을 1월말까지로 연장한다. 생각해보니, '어떻게 살 것인가'보다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제대로 읽어보려고 해도, 일단은 오늘치의 정리부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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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영화 <부러진 화살>을 보고 에릭 라이너트의 <부자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나라는 왜 여전히 가난한가>(부키, 2012)를 사러 서점에 갔다가 손에 든 책의 하나는 금장태의 <다산 정약용>(살림, 2005)이다. 밤에는 오히려 이 책을 먼저 읽기 시작했다.

 

 

 

책은 작년 여름에 4쇄를 찍었으니까 꾸준히 나가는 셈인데, 사실 다산에 대해서 나는 별다른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예전에 한형조의 <주희에서 정약용으로>(세계사, 1996)를 읽은 게 마지막인 듯싶으니 십수년 전이다. 그러다가 책이 눈에 들어온 건 나이가 들어서 동양고전과 한국사 쪽에 좀더 본격적인 관심이 갖게 되어서이다. 젊은 시절 마흔 이후로 미뤄둔 독서계획이기도 했지만.  

 

서울대 종교학과 재직했던 저자가 다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조선의 천주교 전래와 박해에 관해 공부하다가 이렇게저렇게 연결이 됐기 때문이다. 우선 이만채의 <벽위편>. 이 책은 "천주교가 한국에 전래했을 때 유교 지식인들과 조선 정부가 천주교를 배척한 사실에 관한 자료집"이라 한다(조선의 천주교 수용에 대해선 조광 교수의 연구서가 나와 있다). 종교학을 전공한 저자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책. 이어서 <벽위편>은 마테오 리치에게로 관심을 이끈다. 명나라 말기 중국에서 활동한 이 예수회 선교사가 저술한 천주교 교리서 <천주실의>를 읽게 된 것이다.

<천주실의>는 천주교 교리를 유교 경전의 사상과 조화롭게 만나도록 한 책이다. 16세기 말, 동양과 서양의 두 사상이 본격적으로 만나서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문을 열어주는 중요한 저술이라고 할 수 있다.(15쪽)

 

 

어젯밤에 읽은 대목인데, 그래서 마테오 리치의 <천주실의>를 또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몇 차례 출간된 적이 있지만 현재는 서울대출판문화원에서 나온 <천주실의>(2010)가 정본에 해당한다.

 

 

 

마테오 리치의 다른 책으론 <중국견문록>(문사철, 2011)과 <교우론 외>(서울대출판부, 2000)이 더 나와있고, 조너선 스펜스의 <마테오 리치, 기억의 궁전>(이산, 1999)이 유용한 평전이다(오래전에 구입하고 완독하진 못했는데 책을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군).

 

금장태 교수가 대학원 과정에서 정약용과 서학에 대해 열심히 공부할 무렵인 1960년대는 다산 연구가 시작되는 단계였다고 한다. 이렇게 진술한다.

당시 북한에서는 최익한의 <실학파와 정다산>(1955)이 간행되었으나 당시에는 그 책을 볼 수가 없었고, 남한에서는 홍이섭교수의 <정약용의 정치경제사상 연구>(1959)가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뒤이어 이울호 교수의 <다산 경학 연구>(1966)이 간행되어 다산 사상의 연구가 시작되는 단계였다고 할 수 있다.(16쪽) 

 

 

1960년대에는 읽을 수 없었다는 최익한의 책이 작년에 나온 <실학파와 정다산>(서해문집, 2011)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남한에서 나온 홍이섭, 이을호 교수의 책은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듯싶다. 아무튼 금장태 교수는 다산과 서학의 관계를 연구의 관심사로 삼았지만 당시에는 다산 사상이 서학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면 공박을 받기 일쑤였다고 한다. 지금은 대놓고 반박을 당하지는 않을 정도로 다산 사상과 서학의 연관성에 대한 이해가 넓어진 상태라고. 그렇다면 저자의 핵심적 관점은 무엇인가.

나 자신이 정약용에게 한발짝씩 다가가면서 뒤이어 깨달은 것은 정약용이 서학의 세계관을 수용했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 아니라, 서학의 세계관으로부터 충격을 받고 유교 경전의 세계를 새로운 빛으로 해석했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의 발견이었다.(19쪽)

책의 부제가 '유학과 서학의 창조적 종합자'인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다산을 재조명한 연구서가 백민정의 <정약용의 철학>(이학사, 2007)이다. 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을 토대로 한 책인 듯싶은데, '주희와 마테오 리치를 넘어 새로운 세계로'란 부제가 핵심을 요약해준다. 이 책과 함께 금장태 교수의 <다산 평전>(지식과교양, 2011)을 또한 장바구니에 넣었다(알라딘은 오늘까지도 주문이 먹통이다). 다산 평전을 검색해봤지만 의외로 본격적인 저작이 잘 눈에 띄지 않았다. 이 <다산 평전>만 해도 작년에 나온 책이니 이전에는 어떤 책이 읽힌 것인지 궁금하다.

 

 

 

여하튼 정약용과 마테오 리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것. 물론 기념비적으로 방대한 저술을 남긴 다산의 대표작 '1표 2서', 곧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만 갖추는 일도 만만치 않다. 나는 <목민심서> 정도만 챙겨놓고 있는데(<흠흠신서>는 절판된 듯하다), 다음 목표가 일단은 <경셰유표1,2,3>(한길사, 1997)이다. <다산의 재발견>(휴머니스트, 2011)까지 가려면 일단은 '다산의 발견'이 먼저일 테니까. 아, <삶을 바꾼 만남>(문학동네, 2011)은 '재발견' 이전에도 읽어볼 수 있겠다. 이미 갖고 있는 책이니까...

 

12. 01. 22.

 

 

 

P.S. 한국 유학과 유학자들에 대한 많은 연구저술을 갖고 있지만 금장태 교수의 주된 연구주제는 '종교로서의 유교'이다. 편역서인 <유교는 종교인가1,2>(지식과교양, 2011)란 물음이 주제를 이끄는 물음이다. 찾아보니 최근작으로는 <한국유교와 타종교>(박문사, 2010)도 나와 있다. 제사를 지내는 종가집이라면 '유교'가 갖는 의미가 남다르겠지만, 나의 관심은 일단 공자나 정약용에 머문다. 그리고 마테오 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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