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주말을 맞아 '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주중에 언급한 책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심도서는 풍성하다. 그중에서 타이틀로 고른 책은 바샴 티비의 <이슬람주의와 이슬람교>(지와사랑, 2013)이다. 부제는 '이슬람세계에 대한 오해와 이해'. 저자는 저명한 이슬람 정치학자이고 책은 이슬람 연구의 결정판이라고 소개된다. 살만 루슈디의 소설을 읽으면서 이슬람에 대해 좀더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결정판'이라는 책을 접하게 돼 반갑다(반가운 김에 원서도 바로 주문했다). 두번째 책도 이슬람세계에 대한 것으로 '9세기 바그다드의 지식혁명'을 다룬 조너선 라이언스의 <지혜의 집, 이슬람은 어떻게 유럽문명을 바꾸었는가>(책과함께, 2013)다. "이슬람 문화의 황금기를 이룩한 아바스 왕조의 수도에 세워진 왕립도서관 '지혜의 집'을 방문한 유명한 서구 학자들의 동선을 따라가며 동서양의 문명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동하고 발전했는지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독서가 될 듯싶다.  

 

 

세번째 책은 일년에 한두 권씩은 나오는 듯싶은 테마로 자본주의의 기원을 다룬 에릭 밀란츠의 <자본주의의 기원과 서양의 발흥>(글항아리, 2012)이다. '세계체제론과 리오리엔트를 재검토한다'는 부제가 붙어 있다. 네번째 책은 경제경영서로도 분류돼 있는 폴 우드러프의 <아이아스 딜레마>(원더박스, 2013)다. "저명한 고전학자이자 정치철학자인 폴 우드러프 교수가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현대 경영학의 난제를 해결할 지혜를 제시하는 책"이라고 소개된다. 주제보다는 <최초의 민주주의>(돌베개, 2012)의 저자여서 골랐다. 그리고 끝으로 일본의 역사교육자협의회에서 엮은 <학교사로 읽는 일본근현대사>(책과함께, 2012). 제목 그대로 "학교사로 읽는 일본근현대사"이고, "학교라는 시간과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요소들을 끄집어내어 그 기원을 추적한다." 국내서로는 이승원의 <학교의 탄생>(휴머니스트, 2005)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비교해보면 한국과 일본의 근대 학교의 대동소이한 모습이 눈에 그려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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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주의와 이슬람교- 이슬람세계에 대한 오해와 이해
바삼 티비 지음, 유지훈 옮김 / 지와사랑 / 2013년 1월
34,000원 → 32,300원(5%할인) / 마일리지 97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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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집, 이슬람은 어떻게 유럽 문명을 바꾸었는가- 9세기 바그다드의 지식혁명
조너선 라이언스 지음, 김한영 옮김 / 책과함께 / 2013년 1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2013년 01월 04일에 저장
절판
자본주의의 기원과 서양의 발흥- 세계체제론과 리오리엔트를 재검토한다
에릭 밀란츠 지음, 김병순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12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13년 01월 04일에 저장

아이아스 딜레마- 성과주의 사회의 치명적 허점을 해결하는 정의의 리더십
폴 우드러프 지음, 이은진 옮김 / 원더박스 / 2013년 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3년 01월 04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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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읽을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하지만 김현 선생 번역의 <어린왕자>(문학과지성사, 2012)가 40년만에 다시 출간됐기에 흥미가 생겼다. 1973년에 문예출판사에서 나왔다가 절판된 것을 이번에 문학과지성사에서 다시 펴낸 것. '젊은 김현'의 번역을 젊은 불문학자가 일부 교정을 보았고 그 결과 "김현의 문체를 간직하면서도 정확한 번역으로 거듭나게 되었다"고 친우인 평론가 김치수 선생이 적었다. 현재 나와 있는 <어린왕자> 판본들 가운데, 주요본과 가장 많이 팔리는 번역본을 리스트로 만들어놓는다. 기억에 나는 전성자 교수의 번역판으로 읽은 듯싶다. 주요 번역본은 박성창, 김화영, 전성자, 김현 판이고, 영문판도 같이 껴 있어서 그런지 더클래식판이 (세일즈포인트상으론) 가장 많이 나간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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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글.그림, 김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2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13년 01월 03일에 저장

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변광배 옮김 / 부북스 / 2012년 5월
6,000원 → 5,400원(10%할인) / 마일리지 3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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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생 텍쥐페리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5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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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생 텍쥐페리 지음, 박성창 옮김 / 비룡소 / 2000년 5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13년 01월 03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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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이라고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느라 밖에는 한 발작도 나가지 않았다. '근무'라고 해야 내겐 원고 노동인데, 간신히 마감에 맞춰(사실은 좀 넘겨서) 원고를 보내놓고 막간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달력을 보니 꽉찬 1월이고, 그래도 학기중보다는 시간을 더 낼 수 있을까 해서 묵중한 책들도 가리지 않았다.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추천한 책은 한강의 세번째 소설집 <노랑무늬 영원>(문학과지성사, 2012)이다. 소설집으로는 <여수의 사랑>(문학과지성사, 1995)과 <내 여자의 열매>(창비, 2000)에 뒤이은 책. 어느덧 '중진작가' 대열에 선 작가의 공력을 가늠해볼 만한 작품들이 묶였다.

 

 

한강의 소설 말고도 여유가 있다면 조남현 교수의 노작들을 읽어봐도 좋겠다. 연거푸 책들이 나왔는데(아마도 정년을 기념한 책들인 듯싶다) <한국문학잡지사상사>(서울대출판문화원, 2012)와 두 권짜리 <한국현대소설사>(문학과지성사, 2012)가 그것들이다(<한국현대소설사>는 1890년-1945년까지를 다뤘다). 마침 최근에 문학사 책들을 재점검하고 다시 수집도 하려던 참인데, 한국 소설사에 관한 묵직한 읽을 거리가 생겨서 반갑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역사서는 이한우의 <왕의 하루>(김영사, 2012)다. "본 책 <왕의 하루>를 쓴 저자는 저널리스트이다. 그는 비록 전문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이미 조선시대사에 대한 여러 권의 뛰어난 저서를 낸 바 있다. 이번에 ‘운명적인 하루’를 모티브로 하여 조선시대 역대 왕의 극적인 사건들을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평이다. 역사학자의 저작으론 이성무의 <조선국왕전>(청아출판사, 2012), <조선왕조사>(수막새, 2012) 등도 같이 참조해서 읽어볼 만하다. 개인적으론 <조선왕조사>를 이이화 선생의 <한국사 이야기>와 함께 틈틈이 읽어보고 있다.

 

 

 

역사분야도 시야을 약간 확대해보자면 데이비드 모건의 <몽골족의 역사>(모노그래프, 2012)가 번역돼 나온 김에 몽골사 관련서도 더 읽어보면 좋겠다. 쿠빌라이 칸을 다룬 이승한의 <쿠빌라이 칸의 일본 원정과 충렬왕>(푸른역사, 2009), 모리스 로사비의 <쿠빌라이 칸, 그의 삶과 시대>(천지인, 2008) 등을 목록에 더 포함해도 좋겠고.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추천한 책은 마이클 셔머의 <믿음의 탄생>(지식갤러리, 2012)이다. 저자는 "믿음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과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하기 보다는,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유전적, 신체적, 환경적 요인, 특히 결정적으로 뇌의 신경생리학적 작용에 의해 형성되고 유지된다는 과학주의적인 입장을 취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우리가 지니는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믿음은 그 견고성에도 불구하고 어떤 객관적 사실에 토대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렇게 믿고자 하는 하나의 심리학적인 작용에 불과하다고 본다." 현대 과학이 우리의 믿음에 관해 현재까지 말해줄 수 있는 최대치를 담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셔머가 공저한 <무신예찬>(현암사, 2012) 외에 전작인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바다출판사, 2007)도 같이 읽어볼 만한 책으로 묶을 수 있다.

 

 

 

그리고 엊그제 페이퍼를 쓰기도 했는데, 하이데거의 <니체1,2>(길)도 맘잡고 읽어볼 만하다. 긴 겨울밤이 아니면 손에 잡기 어려울 테니가. 고명섭의 <니체 극장>(김영사, 2012)도 니체의 생애와 저작에 대한 요긴한 가이드북으로 활용할 수 있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콜린 크라우치의 <왜 신자유주의는 죽지 않는가>(책읽는수요일, 2012)다. 제목대로 저자는 "신자유주의가 금융붕괴 이후 죽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더 강력하게 등장하게 되었다고 진단하고, 그 중심에 거대 기업이 있다고 설명한다." 같은 저자의 책으론 <포스트민주주의>(미지북스, 2008)도 국내에 나와 있다. '신자유주의'란 주제와 관련해서는 지주형의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책세상, 2011)이 호평을 받은 책이다.

 

 

 

5. 경제/경영

 

김은섭 위원이 고른 책은 로리 바시 등이 쓴 <굿 컴퍼니>(틔움, 2012)다. "한마디로 ‘대기업은 얼마나 착한 걸까?’ 파헤친 책"이라고 소개된다. 저자들은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콜린스의 책이 국내에도 여럿 소개돼 있다. 추천사에 따르면, "‘굿 컴퍼니‘ 등장은 이제는 기업이 이익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는 근로자들의 행복 추구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므로 기업은 근로자들이 생존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하도록 도와야 한다. 저자들은 나쁜 회사들이 용인되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한다." '착한 회사 지수'라는 걸 우리도 도입해서 발표하면 어떨까.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고른 과학책은 윤영호의 <나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의사입니다>(컬처그라피, 2012). 저자는 "23년 동안 말기암환자를 돌보고 있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가"라고 한다. 이 분야 관련서는 아무래도 우리보다 고령화에서 앞서가고 있는 일본에서 나온 책이 많은데,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나>(마고북스, 2012), <편안한 죽음을 맞으려면 의사를 멀리하라>(위즈덤스타일, 2012) 등이 작년에 나온 책들이다.

 

 

 

덧붙여 이달에 읽을 만한 과학책으로 우주생물학자 크리스 임피의 책들도 보태고 싶다. 작년에 나온 <세상은 어떻게 끝나는가>(시공사, 2012)에 이어서 새해 벽두에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시공사, 2013)도 출간됐다. 임피는 <우주 생명 오디세이>(까치글방, 2009)의 저자로 국내에 처음 소개됐었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책은 인지난의 <홀로 문을 두드리다>(학고재, 2012)다. 중국의 대표적 미술비평가가 오늘의 중국 미술과 미술계에 대한 흥미로운 비평적 시각을 제공한다. 같은 저자의 책으론 <아큐와 건달, 예술을 말하다>(한길아트, 2004)가 먼저 소개된 바 있다. 중국 현대미술의 현장에 대해선 이보연의 <이슈, 중국현대미술>(시공아트, 2008)도 참고할 만하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박숙자의 <속물 교양의 탄생>(푸른역사, 2012)이다. 부제는 '명작이라는 식민의 유령'. 책의 의의를 이렇게 짚었다.

“양서는 성공의 지름길”이란 현수막이 식민지 경성 한복판에서 나부꼈다. 서구 열강의 문학이 ‘세계문학’으로 호명되고 조선의 대표적 문사들이 읽은 명작이 교양의 기준이 됐다. ‘명작’은 ‘좋은 책’이기 전에 ‘유명한 책’으로 통했다. <부활>의 여주인공이 누구인지 알면 교양이고 모르면 무교양이라는 식이다. 그렇게 명작의 독서가 문화적 취향의 과시 수단이면서 사회의 엘리트로 행세하기 위한 조건이 된다면, 그때의 교양은 속물과 대립하지 않는 ‘속물 교양’이다. “식민지 근대의 아이러니는 교양에 비례해서 속물적 가치가 늘어난다는 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속물 교양의 형성과정에 대한 역사적 검토는 자연스레 무엇이 명작이고 또 명작이어야 하는가란 물음을 낳는다.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속물 교양’ 혹은 ‘교양의 식민화’ 프레임에서 벗어나 ‘진정한 교양’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란 물음과 다르지 않다. 새해의 첫 교양 독서는 <속물 교양의 탄생>과 더불어 진정한 교양이란 무엇인가란 물음에서 시작해도 좋을 듯싶다.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는 책이 천정환의 <근대의 책읽기>(푸른역사, 2003)다. 독서의 사회사와 정전의 문화사를 다룬 책들이 앞으로 더 풍부하게 출간되면 좋겠다. 그런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권보드래/천정환의 <1960년을 묻다>(천년의상상, 2012)도 1월의 독서목록에 올려놓는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추천한 책은 교육과학기술부 필통톡기획팀이 펴낸 <필통톡, 학부모 걱정에 답하다>(중앙북스, 2012)다. 소개에 따르면 "'반드시 통하는 이야기'라는 뜻의 '필통톡'(必通Talk)은 교과부장관과 전문가들이 학부모 학생 교사 등과 함께 한 현장소통 프로그램이다. <필통톡>은 2012년 2월부터 11월까지 전국 21개 도시에서 27회나 열린 그 현장 소통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같은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책으론 <대한민국 부모>(문학동네, 2012), 이범의 <우리교육 100문 100답>(다산북스, 2012) 등도 눈에 띈다.

 

 

 

10. 러시아문학사

 

개인적으론 1월에 러시아문학 강의도 있고 단행본으로 준비중인 <러시아문학강의>도 손을 봐야 해서 고른 주제다. 하지만 교양서로도 읽을 수 있는 책들인데, 나보코프의 <러시아문학강의>(을유문화사, 2012)를 비롯해서 미르스키의 <러시아문학사>(써네스트, 2008), 에드워드 브라운의 <현대 러시아문학사>(충북대출판부, 2012) 등을 들 수 있다. 참고로 <현대 러시아문학사>는 <혁명 이후의 러시아문학>(하버드대출판부, 1982)을 옮긴 것이다.

 

 

13. 01. 03.

 

 

 

P.S. '1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헨리 필딩의 <톰 존스>를 고른다. 삼우반판과 동서문화사판에 이어서 대산세계문학총서의 하나로 <업둥이 톰 존스 이야기>(문학과지성사, 2012)가 지난주에 나왔다. 3종의 번역서가 있는 셈이니 골라 읽어도 되고 비교해가며 읽어도 좋겠다. 영화 버전으로는 <톰 존스의 화려한 모험>(1963)이 나와 있는데,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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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엔 일년에 두어 번씩 온라인서점을 통해 러시아 책을 구입하는데, 빠뜨리지 않는 건 지젝이나 라캉의 신간이다. 오늘 오랜만에 주문한 책 가운데는 지젝의 신간 두 권도 포함돼 있다. 한국어판으로 치면 하나는 <멈춰라, 생각하라>(와이즈베리, 2012)이고, 다른 하나는 <환상의 돌림병>(인간사랑, 2002)이다. 전자는 지난 연말에 나왔고, 후자는 그보다 10년 전에 나와서 벌써 절판된 책이지만 러시아어판으로는 2012년에 나온 신간으로 나란히 뜬다(러시아에서 지젝은 국내에서보다 지명도가 높지 않고, 책도 듬성듬성 소개된 편이다). <환상의 돌림병>은 표지가 특별하지 않지만 <멈춰라, 생각하라>의 러시아어판 표지는 꽤 맘에 들기에 옮겨놓는다. 러시아어판의 제목은 <불가능한 해>이다.

 

 

 

 

13.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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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주간경향의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올해도 격주로 서평은 게재한다. 첫 책으로 다룬 건 연말에 나온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사의 구조>(도서출판b, 2012)다. 고진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저작인 만큼 앞으로도 여러 번 곱씹어보게 될 듯하다. 마무리가 아니라 이제 시작인 셈. 고진의 책을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세계공화국으로>(도서출판b, 2007)를 먼저 읽거나, 같이 읽으면 좋겠다. 절판된 <트랜스크리틱>은 더 깊이 있는 독서를 위해서 참고해야 할 책이다(다시 번역돼 나올 예정이다).

 

 

 

주간경향(13. 01. 08) '마르크스의 헤겔비판'을 다시 한다

 

일본의 대표적 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의 문제작 <세계사의 구조>가 번역돼 나왔다. “교환양식을 통해 사회구성체의 역사를 새롭게 봄으로써 현재의 ‘자본=네이션=국가’를 넘어서는 전망을 열려는 시도”라고 저자는 서문에서 적었다. 그런 시도 자체는 낯설지 않다. 교환양식이란 관점은 전작인 <트랜스크리틱>에서부터 제시한 바 있다. 무엇이 달라졌고, 얼마나 더 전진한 것일까.

 

궁금증에 답하기라도 하듯 고진은 <트랜스크리틱>과 <세계사의 구조>의 차이부터 설명한다. 애초에 그는 “마르크스를 칸트로부터 읽고, 칸트를 마르크스로부터 읽는” 작업을 ‘트랜스크리틱’이라 명명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텍스트’로 읽는 독특한 방법을 제시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문학비평가를 자임했다. 하지만 2001년에 일어난 9·11은 자본과 국가에 대해 더 근본적으로 고찰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텍스트 독해’라는 방법론을 넘어서 독자적인 ‘이론적 체계’를 만들도록 부추긴 것이다. 즉 <트랜스크리틱>이 비평가의 저작이라면 <세계사의 구조>는 이론가 혹은 사상가의 작품이다.

고진은 마르크스의 헤겔 비판을 그 연장선상에서 완성하고자 한다. “나의 과제는 어떤 의미에서 마르크스의 헤겔 비판을 다시 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마르크스의 헤겔 비판을 반복한다는 것은 동시에 마르크스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기도 하다. 자본과 네이션, 국가를 상호연관적으로 파악한 헤겔을 비판하면서 마르크스는 자본제 경제를 하부구조로, 그리고 네이션이나 국가는 거기에 얹힌 상부구조로 간주했다. 자본주의라는 경제적 하부구조를 철폐하면 국가나 네이션은 자동적으로 소멸된다는 관념은 거기에서 나왔다. 하지만 자본주의를 극복하려는 마르크스주의적 운동은 국가와 네이션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렇다고 해서 고진은 ‘상부구조의 상대적 자율성’을 끌어오지 않는다. 그의 독창적인 착상은 네이션과 국가가 자본과는 다른 경제적 하부구조에서 기인한다는 점에 있다. 바로 교환양식이다. 마르크스는 생산양식의 관점에서 세계사의 구조를 설명했지만, 이제 고진은 교환양식을 통해 그것을 해명함으로써 마르크스의 설명을 보완하고자 한다. 교환양식을 그는 A(호수), B(약탈과 재분배), C(상품교환), 그리고 D(X), 네 가지로 구분한다. 발생사적으로 보자면 A는 부족사회의 지배적인 교환양식이고, B는 국가사회의 지배적 교환양식이다. 그리고 C는 자본제 사회의 지배적 교환양식이며, 고진이 아직은 X라고 부르는 교환양식 D는 증여와 답례로 이루어진 교환양식 A의 고차원적 회복으로서 앞으로 도래할 세계공화국의 하부구조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해명한 것은 주로 교환양식 C의 세계였다. 때문에 다른 교환양식이 형성하는 네이션과 국가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해명할 수 없었다. 반면에 고진은 교환양식이란 이론틀을 통해서 사회구성체의 역사적 변천과정을 새롭게 해명한다. 더불어 ‘자본=네이션=국가’를 넘어설 수 있는 전망을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확보한다. 그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자본=네이션=국가’라는 세계 시스템을 일거에 지양하는 ‘세계 동시혁명’을 통해서 가능하다. 마르크스의 이 신화적 비전은 전 세계적 차원의 폭력적 봉기라는 이미지로 각인돼 지금은 기각됐지만 고진은 그것을 다시금 복원한다. 다만 방법이 다를 뿐이다. 가령 일국에서 군사적 주권을 유엔에 ‘증여’하는 것이 일국혁명이다. 그러한 행위가 많은 국가로 확산된다면 그것이 바로 세계 동시혁명이다. 비현실적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그런 혁명을 지향하는 운동을 전개하지 않으면 남은 가능성은 세계 전쟁이라고 고진은 말한다. 낙담할 필요는 없다. 국제연맹이나 국제연합도 세계대전의 산물이었으니까. 곧 세계공화국의 실현이 쉽지는 않더라도 그 가능성을 제거할 수는 없다.

 

13. 01. 02.

 

 

P.S. <세계사의 구조>를 펴낸 이후 고진의 필력이 더 탄력을 받은 듯싶다. <'세계사의 구조'를 읽다>, <정치와 사상>, <철학의 기원> 등을 연거푸 펴내고 있다. 올해도 두어 권이 국내에 번역될 예정인 것으로 안다. 그는 아직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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