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은 신경진의 <고찰명: 중국 도시 이야기>(문학동네, 2013)이다. 최근 이중톈의 신간 <이중톈 중국사>(글항아리, 2013)의 1권이 나오기도 해서 다시 검색하다가 그의 <독성기>(에버리치홀딩스, 2010)를 주문할까 말까 망설인 터였다. 이중톈의 책을 대부분 갖고 있는데, 아마도 유일하게 빠진 게 <독성기>이다. 그의 '중국 도시 읽기'다. <중국 도시, 중국 사람>(풀빛, 2002)이란 제목으로 번역된 적이 있는, 이중톈의 책으론 국내에 제일 처음 소개된 것이기도 하다.

 

 

<독성기>에서 이중톈은 "동서남북을 대표할 만한 도시(베이징은 북, 상하이는 동, 샤먼, 광저우, 선전은 남, 청두는 서, 우한은 중국의 중심), 성·시·탄·도·부·진·특구 등 중국 도시의 성격(베이징성, 광저우시, 상하이탄, 샤먼도, 청두부, 우한 삼진, 선전 특구), 그리고 독특하고 기발한 문화를 가진 가장 특색 있는 7개 도시를 선정"해서 다룬다. 아무래도 <독성기>와 비교해서 읽을 수밖에 없는 <고찰명>은 어떤가. 소개는 이렇다.

중국의 25개 도시를 3장으로 나누어, 중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해하는 발판으로 삼았다. 1장 ‘顧, 5000년 돌아보기’에서는 먼저 동양의 로마였던 시안을 필두로 중국의 5000년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도시들을 묶었다. 난징, 뤄양, 베이징, 항저우, 지난, 하얼빈, 창춘을 소개한다. 중국의 1인자 시진핑 주석은 중국공산당을 창당한 1921년으로부터 100년이 되는 2021년과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1949년부터 100년이 되는 2049년 중국의 꿈을 이룩하겠다고 13억 중국인과 약속했다. 시진핑의 ‘두 개의 100년’을 읽을 수 있는 근대 도시들은 2장 ‘察, 100년 살펴보기’에 모았다. 우한, 창사, 톈진, 광저우, 충칭, 선양, 구이린, 하이커우, 홍콩으로, 신산한 근대 중국인들의 삶이 녹아 있는 현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3장 ‘明, 20년 내다보기’에서는 상하이, 선전, 다롄, 청두, 우루무치, 라싸, 쿤밍, 타이베이를 다루고 중국의 미래를 전망했다. 그 속에 중국인들이 그리는 미래 중국이 녹아 있다.

그래서 책의 부제가 '중국을 보는 세 가지 방법'이다.

 

 

중국 도시에 관한 책으론 <중국 개항도시를 걷다>(현암사, 2013)처럼 '개항도시'들에 초점을 맞춘 보고서도 있고, 이하라 히로시의 <중국 중세 도시 기행>(학고방, 2012)처럼 도시의 역사적 흔적에 초점을 맞춘 책도 있다. "쑤저우蘇州와 카이펑開封, 항저우杭州" 세 곳을 다루는데, 나도 짧은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 도시들이어서 눈길을 끈다. 덧붙여 <중국의 도시 노동시장과 사회>(한울, 2011/2002)와 같은 학술서도 나와 있다. 상하시를 중심으로 중국 노동시장을 분석한 책이다. 노동시장에 대한 분석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책들은 모두 교양서로 읽어봄 직하다. 한데 모아서 읽어봐야겠다...

 

13. 11. 28.

 

 

 

P.S. 중국의 도시들과 비교해봄직하기에 유럽의 도시들에 관한 책도 찾아봤다. <도시로 보는 유럽통합사>(책과함께, 2013)이 가장 최근에 나온 것으로, "도시라는 주제를 통해 유럽과 유럽통합에 접근함으로써, 다양하고 특색 있는 유럽의 도시들이 어떻게 유럽의 핵심을 형성하고 유럽통합을 이루어냈는지를 그려내고자 기획된 책"이다. <유럽 도시와 문화>(동아대출판부, 2012)는 유럽의 도시들을 여러 범주로 나누어서 다뤘는데, 간명한 소개가 될 법한 책이지만 벌써 절판됐다. 반면에 에디트 엔넨의 <도시로 본 중세유럽>(한울, 1997)은 아직 절판되지 않은 책인데, 중세사 참고문헌으로도 활용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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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신작이 출간됐다. <지구의 정복자>(사이언스북스, 2013). 개인적으로는 작년인가 미리 하드카바 원서까지 구입해놓은 책인데, 소프트카바가 나오기까지 기다렸으면 더 좋았겠다(그런 인내심을 갖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가 부제.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겸사겸사 윌슨의 책들을 리스트로 모아놓는다.

 

 

이 책은 먼지보다 못한 미세한 복제자에서 출발해 지구 전체를 뒤덮고, 우주 진출을 모색하는 사회성 생명의 역사를 '집단 선택 이론'의 관점에서 재구축한다. 진화 생물학을 바탕으로 인류학, 심리학, 언어학, 뇌과학 등을 종횡무진 오가며 인류 문명의 근간이 되는 도덕, 종교, 철학, 예술, 과학의 기원을 밝혀낸다. 지구를 정복한 사회성 생물의 정복사를 통섭적으로 해명하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진화 생물학의 역사 속에서 획기적인 책이자, 사회 생물학의 창시자에서 퓰리처상 2회 수상자라는 그의 통섭적이고 전설적인 경력을 총결산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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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정복자-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최재천 감수 / 사이언스북스 / 2013년 11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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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언덕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지음, 임지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3년 3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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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에 대하여- 개정판
에드워드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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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필리아- 우리 유전자에는 생명 사랑의 본능이 새겨져 있다
에드워드 윌슨 지음, 안소연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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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회의(356호)의 특집은 '2013 출판계 키워드 50'이다. 그중 '소프트인문학' 꼭지를 맡아 짧게 쓴 글을 옮겨놓는다.

 

 

 

기획회의(13. 11. 20) 소프트인문학

 

‘소프트인문학’은 사전에 등재돼 있진 않지만 대략 ‘쉬운 인문학’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쉬운 인문학이란 말도 모호한데 ‘인문학의 문턱을 낮춰 알기 쉽게 풀이해주는 인문학’이라고 해도 좋겠다. 원래 어려운 걸 쉽게 풀어주는 건 사기가 아니냐고 인상을 찌푸리는 경우도 많다. 마치 어려운 고전을 다이제스트로 만들어서 떠넘기기 쉽게 만들어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식이다. 하지만 그렇게 정색하는 이들은 보통 소프트인문학을 과대평가하는 게 아닌가 싶다. 소프트인문학은 ‘하드인문학’과 경쟁관계에 놓인 것도, ‘본격인문학’을 대체하려는 것도 아니다. 정색하고 영역관리에 들어갈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가령 판매 부수로만 보자면 ‘올해의 인문서’에 값하는 주현성의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더좋은책)만 해도 그렇다. ‘우리 시대를 읽기 위한 최소한 인문 배경지식’을 부제로 내걸었고, ‘한 권의 책으로 인문의 기초 여섯 분야를 꿰뚫는다’는 걸 콘셉트로 잡았다. 무모해 보이는 발상이지만 ‘한권’으로 모든 걸 정리해주겠다는 책은 이전에도 있었다. ‘두꺼운 책’ 붐을 가져왔던 디트리히 슈바니츠의 <교양>(들녘)이 나온 게 2001년이었다. 이 책이 계기가 돼 출판사에서는 아예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시리즈를 펴내기도 했다. 소프트인문학이 느닷없는 경향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모든 것을 한권으로 집약하겠다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면서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 E. H. 카는 소련사의 권위자이기도 한데, 그가 펴낸 <소비에트 러시아의 역사>는 무려 열네 권짜리다. 소련사 전공자라면 기꺼이 읽어나갈지 모르겠지만 일반 독자들에게 똑같은 관심과 열정을 요구하는 건 무리다. 카도 이런 사정을 고려해서 한권짜리 다이제스트판 <러시아혁명>을 펴냈고 이게 국내에도 소개됐다. 오히려 너무 얇아서 불만스럽지만, 사실 소련사 말고도 읽어야 할 책은 부지기수이니 독자로선 고마운 일이다.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이 포착한 건 그런 책에 대한 사회적 수요다. 이 책의 독자가 본격적인 인문서 독자와 얼마나 중복될지는 모르겠지만 상호배제적일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소프트인문학에 맛을 들인 독자가 어려운 책을 경시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인문학에 해가 될까. 아니면 더 깊이 있는 공부와 독서로 이끄는 길잡이이자 촉매가 될까. 두고 봐야 알겠지만, 좀더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라도 독자들의 수요에 부응하는 책들이 더 나올 필요가 있다.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에 대한 응답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 뒤이어 나온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2>와 김경집의 <인문학은 밥이다>(알에이치코리아)이다. 2권에서 주현성은 전작에서 다룬 범위를 더 확장했고, 김경집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인문학 세계를 풍성한 상차림으로 안내한다. 더 읽어볼 책들에 대한 소개도 충실하다. 많은 분야를 다룰 뿐 결코 물렁하지 않다.

 

13.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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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 소식지인 '르 지라시'(제6호)에 실은 글을 옮겨놓는다. '나의 장르문학사'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쓴 것인데, '선수들의 장르문학사'란 기획꼭지의 제목과는 맞지 않게 장르문학에 관한 한 나는 '후보선수'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할 형편이다(같은 지면에 실린 김용언, 김봉석 같은 선수들의 글은 참고할 만하다. 그들은 '진짜' 선수다). 그런 사정을 적었다.

 

 

 

르 지라시(13. 11. 30) 이현우의 장르문학사

 

한때 장르문학을 탐독한 경험이 없는 독서인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나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한때’였다는 것. 지속적인 독서는 아니었기에 ‘추리, SF, 무협, 판타지, 공포, 로맨스’ 가운데 몇 권을 골라서 연대기순으로 써달라는 주문에 응하기가 쉽지 않다. 장르문학의 모양새를 갖고 있는 <프랑켄슈타인>이나 <죄와 벌>도 그 목록에 넣을 수 있다면 이야깃거리가 늘어날지 모르겠다. 그게 아닌 이상, 내 기억은 초등학교 시절을 주로 맴돌 따름이다.


내게도 압도적인 경험은 ‘셜록 홈즈’와 ‘괴도 루팽’이었다. 지금은 모두 번듯한 전집들이 출간돼 있지만 1970년대 후반엔 그냥 계림문고 등의 시리즈 도서가 나와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집에도 책이 몇 권 있었지만, 주로 학급문고나 학교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수 있었다(지금 기억으로는 대단히 빈약한 도서관이었지만). 당시에도 셜록 홈즈 시리즈의 저자가 코난 도일이란 건 알았지만 괴도 루팽 시리즈의 저자가 모리스 르블랑이란 건 훨씬 나중에야 알았다. 어쩌면 모두가 코난 도일의 작품인 걸로 알았는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저자가 누구인가는 관심사가 아니었고, 홈즈와 루팽이 언제 대결하게 될까가 흥밋거리였다. 찾아보니 르블랑이 <뤼팽 대 홈즈>란 작품도 쓴 게 눈에 띄는데, 내가 그 시절에 읽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뤼팽 대 홈즈’는 ‘알리 대 포먼’의 헤비급 타이틀매치보다 더 흥미로운 ‘이벤트’였다.

 

 

 

최근에 <셜록 홈즈 베스트 컬렉션> 같은 작품집이 나와서 구해보니 지금껏 인상이 남아있는 작품은 <빨간 머리 클럽>이나 <춤추는 인형의 비밀> 같은 단편들이다. 다시금 전집을 구하고픈 욕심도 나지만, 책값보다는 꽂아놓을 공간 문제로 구입은 미루고 있다. 게다가 요즘 나와 있는 전집만 해도 여러 종이어서 선뜻 구입을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다시 읽어도 그때만큼 흥미로울까.

 

홈즈가 사소한 단서를 근거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솜씨도 흥미진진했지만, 나는 암호문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들을 좋아했던 듯싶다. 가령 ‘춤추는 인형’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인형 문자를 영어 단어에 가장 많이 쓰이는 알파벳 ‘e’로 추리하는 것 등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루팽 이야기의 압권은 <기암성>이었는데, 제목이 풍기는 인상부터가 ‘괴도’ 루팽과 썩 어울렸다. 판본은 잊었지만 학급문고로 읽은 기억이 난다. 표지에 기암성의 그림과 함께 루팽의 실루엣이 그려져 있었던가.


비슷한 시기에 SF와 첩보물도 읽었다. 모두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급문고로 읽은 것이다. 당시 나는 반장이면서 학급문고 관리부장도 겸하고 있었다. 캐비닛 하나가 학급문고 서가였는데, 대출을 관리하고 파본도서를 수선하는 게 관리부장의 일이었다. 집에도 책이 적은 건 아니었지만 부모님이 주로 방문 판매원에게서 구입한 전집 위주의 책들이 꽂혀 있었고 장르문학은 드물었다. 하지만 급우들이 학급문고로 내놓은 책 가운데는 집에선 못 읽던 책들이 많았다. 제목은 잊었지만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가진 인간이 나오는 SF물과 나폴레옹 솔로가 활약하는 첩보물이 기억에 남는다. 나폴레옹 솔로가 나오는 소설은 이언 플레밍의 007 시리즈의 하나였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지금 다시 읽어보고 싶긴 하다. 어릴 때 동화책들에서 읽은 ‘공주들’ 말고, 여자 주인공의 존재감을 처음 느끼게 해준 소설이었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나폴레옹을 솔로를 도와주거나 유혹하는 ‘팜므 파탈’이 내가 책에서 접할 수 있었던 최초의 ‘여성’이 아니었나 싶다. 육체를 가진 여성 말이다. 


<삼국지>도 ‘무협’에 속한다면, 초등학교 4학년 때 내내 읽은 건 조풍연판 <삼국지>이다. 이건 당시 학생용으로 새로 나온 판본이었는데, 학교에 방문판매원이 와서 홍보를 해 단체로 구입했다. 12권짜리로 삽화가 들어가 있고 장정이 깔끔했다. 동생들과 앞 다투어 읽은 기억이 있는데, 아마도 다섯 번은 통독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후에 다시 읽지 않았으니 그게 나로선 <삼국지> 독서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아니, 처음은 따로 있었군. 계몽사에서 나왔던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에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가 들어 있었으니까. 덧붙이자면, 아들 삼형제의 맏이였던 탓에 <삼국지>를 읽으며 나는 주로 유비와 동일시했다. 둘째가 관우, 막내 동생이 장비. 여기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삼국지> 이후에는 중학생 때 잠시 무협지에 한눈을 판 적이 있지만, 김용의 무협소설이 아닌 정말 싸구려 무협지였고 곧 눈길을 거두었다.

 

 


중학교 1학년 때쯤 에드거 앨런 포의 추리소설과 공포소설을 읽었다. <검은 고양이>나 <어셔가의 몰락>, <황금벌레> 같은 작품이 기억에 남아 있다. 작품 해설을 통해서 알게 된 포의 불우한 인생사가 상승작용을 해서 나로선 헤르만 헤세 이전에 가장 좋아했던 작가가 바로 포였다. ‘애너벨 리’ 같은 시가 학생들 연습장 겉표지를 장식하던 시절이었으니 포와 친숙해진 건 자연스럽다. 그렇게 포는 잠시 거쳐 간 작가이면서, 대학에 와서 재발견한 작가이기도 하다. 두 가지 계기가 있는데, 하나는 이어령의 평론집 <저항의 문학>에서 포의 <절름발이 개구리>에 대한 비평을 읽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학이론서들에서 <도둑맞은 편지>에 대한 라캉의 분석을 접한 것이다.

 

 

 

사실 포만 하더라도 미국문학의 고전으로 세계문학전집에도 들어가 있으니 더 이상 ‘장르문학’ 작가로만 한정할 수 없다. 그렇게 치면 최근 활발히 소개되고 있는 일본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미야베 미유키도 ‘고전’으로 읽히는 날이 올지 모른다. 장르문학이란 건 본래 남모르게 읽는 재미가 절반인데, 대놓고 ‘고전’으로, ‘명작’으로 읽게 된다면 ‘장르문학다움’을 잃게 되는 건 아닌가란 생각도 든다. “만화도 예술”이라고 할 때 왠지 ‘만화다움’의 일부를 잃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을 때처럼. 


대학에 들어와 문학을 공부하면서부터는 장르문학을 애써서 읽은 기억이 별로 없다. ‘나의 장르문학사’가 ‘한때’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르문학의 붐을 가져온 일본 추리소설을 제외하더라도 나는 <해리포터> 시리즈는 물론 <반지의 제왕>조차 읽지 않았다. ‘마법의 세계’에는 한 번도 매혹된 적이 없었다는 게 이유이긴 하지만, 장르문학 독자를 자임할 수 없어서 이런 글을 쓰는 게 어색하다. 그래도 기억을 떠올리고 보니 장르문학이 나의 독서력을 키워준 바탕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13.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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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올 한해 네 차례, 32강에 걸쳐 진행해온 '로쟈의 러시아문학 클럽' 강의가 오늘 종강한다. 나름대로 장정이었는지라 무탈하게 마무리하게 돼 홀가분하다. 강의자료로 쓴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도 조만간 책으로 묶여서 출간될 예정이다. 내년에는 '로쟈의 세계문학클럽: 노벨문학상 수상작 읽기'를 같은 방식으로 강의할 계획이다(http://www.hanter21.co.kr/jsp/huser2/educulture/educulture_view.jsp?&category=academyGate8&tolclass=0002&lessclass=0003&subj=F91467&gryear=2014&subjseq=0001&booking=).

 

예정은 전후 수상작가들의 대표작을 네 차례 강좌, 32강에 걸쳐서 읽어나가는 것인데, 내년 1-2월 강의는 그 첫 시즌으로 1946년 수상자 헤르만 헤세부터 1964년 수상(거부)자 장 폴 사르트르까지를 다룬다. 노벨문학상은 작가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수상작'이란 게 딱 정해진 건 아니며, 대표작 가운데 한 편씩을 내가 골랐다. 세계일주는 못 해봤고 그럴 계획도 갖고 있지 않지만, 세계문학 일주는 욕심이 생긴다. 동행하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일정을 참고하시길. 강의는 내년 1월 7일부터 2월 25일까지 매주 화요일 저녁 7:30-9:30에 진행된다.

 

1강 헤르만 헤세, <황야의 이리> -1946

 

 

2강 앙드레 지드, <좁은 문> -1947

 

 

3강 윌리엄 포크너, <소리와 분노> -1949

 

 

4강 프랑수아 모리악, <사랑의 사막> -1952

 


5강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1954

 

 

6강 이보 안드리치, <드리나강의 다리> -1961

 

 

7강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 - 1962

 

 

8강 장 폴 사르트르, <말> -1964(수상거부)

 

 

13.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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