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에 대해서는 서재에서 거의 다루지 않지만 가끔 예외적으로 언급할 때가 있다. 러시아 그림책 <안개 속의 고슴도치>(고래가숨쉬는도서관, 2014) 같은 책이 눈에 띌 때다. 세르게이 코즐로프와 유리 노르슈테인이 글을 쓰고 프란체스카 야르부소바가 그림을 그린 걸로 돼 있는데(우리말 번역은 러시아 유학파 출신의 연극연출가 강량원 씨가 맡았다), 단연 유리 노르슈테인의 애니메이션으로 기억하는 작품.

 

 

찾아보니 <안개 속에서 만난 친구>(랜덤하우스코리아, 2002)라고 한 번 출간된 적이 있다. 어떤 얘기인가. "고슴도치가 친구인 곰을 만나러 가는 길에 겪는 철학적인 모험을 그리고 있다. 곰에게 줄 산딸기 잼을 들고 나선 고슴도치의 발걸음을 따라가는 이 동화는 서정적이면서 신비롭고 아름다운 밤풍경과 안개를 매혹적인 장치로 표현하여 고슴도치가 느끼는 호기심과 낯설음을 잘 표현했다."

 

 

10분 가량의 노르슈테인의 애니메이션은 1975년작이다(http://www.youtube.com/watch?v=A9snuua1uwM). 러시아 애니메이션이란 어떤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

 

 

내가 아는 또다른 러시아만화 캐릭터는 체브라시카. 예전에 단행본으로 나왔고 올해는 2009년작 영화가 DVD로도 출시됐다. 또 누가 있을까?..

 

14. 0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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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대출한 책을 반납하러 다녀와서 주말 오후에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먼저, 이번에 방한하여 오늘 연세대에서 특강을 한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를 빼놓을 수 없겠다(18일 방한하여 여러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한달여 예판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21세기 자본>(글항아리, 2014)은 표지조차 친숙하지만 나도 실물은 엊그제에야 보게 됐다. 또다른 저작 <불평등경제>(마로니에북스, 2014)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

 

 

피케티의 핵심 메시지는 현재 자본주의가 재능이나 노력보다 태생이 더 중요한 '세습자본주의'로 향하고 있다는 점('만수르'를 떠올리면 되겠다. 그 '만수르들'이 자본주의의 승자이며 우리를 지배한다. 재벌가의 2세, 3세 경영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세습자본주의'는 우리에게도 먼나라 얘기가 아니다). 주류 경제학자들이 불편해하고 뭔가 흠집을 잡으려고 애쓰는 걸 보면 제대로 된 경제학자가 비로소 등장한 듯싶다. 방한 회견에서도 한국의 소득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유럽이나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중이라는 진단과 함께 교육투자가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는 처방도 내놓았다. 상식과 심증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현재 세계에서 가장 '핫한' 경제학자의 발언이라 무게감이 상당하다.

 

 

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때도 그랬지만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을 외부의 목소리를 통해서만 확인하게 된다. 정부이건 주류 언론이건 기본도 안 돼 있다는 사실의 방증이다(세월호 사건은 실증이고). 한국종말시계라는 게 있다면 마지막 초읽기도 멀지 않았다. 그래도 어째서 종말인지는 알고서 종말을 맞도록 하자.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대신에 <21세기 자본>의 책장을 넘겨보도록 하자.

 

 

두번째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문학과지성사, 2010)의 저자 로버트 피어시그. 그 속편 <라일라>(문학과지성사, 2014)가 출간됐다. '장편소설'이라고 적혀 있지 않다면 철학서로 오해함직한 책이다. 심지어 부제도 '도덕에 대한 탐구'다. 작가 자신의 비유로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이 그의 첫째 아이라면 <라일라>는 둘째 아이다. 첫째 아이도 분량 때문에 읽을 엄두를 못내고 있었지만 둘째까지 더 얹어지니까 어떻게든 처치를 해야겠다. 이번 겨울엔 피어시그로 가는 길도 내봐야겠다.

 

 

끝으로 이성복 시인. 놀랍게도 세 권의 책이 한꺼번에 나왔다. 내막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1977년 「정든 유곽에서」를 발표하며 등단한 시인 이성복(李晟馥, 1952- ). 1980년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이후 지난해 <래여애반다라(來如哀反多羅)>에 이르기까지 일곱 권의 시집을 내놓은 그에게는 어느새 흰 머리카락이 수줍게 자리잡았다. 근 사십 년 동안 고통스러운 시 쓰기의 외길을 걸어온 그가, 이제 지난 시간 어둠 속에 숨겨져 있던 시와 산문, 대담 들을 세 권의 책으로 엮어 선보인다. 1970-80년대 미간행 시들을 묶은 <어둠 속의 시>, 마흔 해 가까운 세월의 다양한 사유들을 엮은 <고백의 형식들>, 그리고 서른 해 동안 이루어진 열정적인 대화들을 모은 <끝나지 않는 대화>가 바로 그것이다. 

시집으로는 대학 1학년 때 <남해금산>(문학과지성사, 1986)으로 처음 만났던 기억이 떠오른다. 뒤이어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문학과지성사, 1981)를 읽었더랬고. 시인의 미간행 시들 덕분에 나도 덩달아 30년 전 시간 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 듯싶다. 정확히는 27년 전이라고 해야 할까. 여전히 어제 일보다 기억에 생생한 장면들이 많아서 편치만은 않은 여행이 될지도 모르겠다. 때로 망각은 우리에게 놀라운 안식을 베풀어주리니...

 

14. 0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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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 레나타 살레츨의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후마니타스, 2014)를 고른다. 지젝 등과의 공저가 몇 권 출간됐었지만 단독 저서로는 '레나타 살레클'이라는 이름으로 나온(현재는 절판된) <사랑과 증오의 도착들>(도서출판b, 2003) 이후 두번째 책이다. 원제는 <선택의 독재>.

 

 

어떤 주제의 책인가. "오늘날 우리는 삶을 수많은 선택지로 보라는 권고를 받고 있다. 대형 마트 선반의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정체성들도 선택의 대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자유는 불안, 죄책감, 부족감을 낳을 수 있다. 이 책에서 살레츨은 ‘너만의 모습을 찾아라’라는 후기 자본주의의 권고가 어떻게 사람들을 동요시키고 불안하게 하는지 탐구한다. 선택은 순전히 개인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후기 자본주의의 논리가 어떻게 사회 변화를 막는지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돋보인다." 

 

 

살레츨은 지젝의 지적 동반자이자 전 부인이기도 했다(둘 사이에는 아들이 하나 있다). 찾아보니 책과 같은 주제의, 선택이라는 강박관념에 대한 TED 강연도 진행한 게 있다(http://www.ted.com/talks/renata_salecl_our_unhealthy_obsession_with_choice). 대략 핵심 메시지를 간취해볼 수 있겠다.

 

 

한편, 살레츨(살레클)이 공저자로 참여한 책으로는 <사랑의 대상으로서 시선과 목소리>(인간사랑, 2010), <성관계는 없다>(도서출판b, 2005), <항상 라캉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감히 히치콕에게 물어보지 못한 모든 것>(새물결, 2001) 등이 있다.

 

 

그리고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으로는 <불안에 대하여>, <자유의 전리품>, <성별화>(편저) 등이 있다. 이 중 <불안에 대하여>는 번역될 만하다.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와 함께 <불안에 대하여>도 원서를 진즉에 구해놓았는데 주말에 한번 찾아봐야겠다...

 

14. 0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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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현대사라면 몰라도 고대사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안 갖고 있는데, 서울대 국사학과에서 고대사를 강의하고 이번에 정년퇴직한 노태돈 교수의 <한국고대사>(경세원, 2014)가 출간되었기에 장바구니에 넣었다. 소개는 이렇다.

 

노태돈 저자가 서울대 국사학과의 정년퇴임을 앞두고 그간의 연구 성과를 수렴하여 체계화할 필요성을 느껴 집필한 역사서. 고대의 시간적 범위를 10세기초까지 잡았고, 공간적 범위는 송화강 유역과 요하 유역 그리고 한반도를 개괄적인 범위로 잡았다. 그간 학계에는 새로운 연구성과가 축적되었는데, 논란이 지속되는 것이라도 의미있는 사실은 적극적으로 이 책에 반영하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전체를 일곱 개 장으로 나누어 구석기시대부터 신라와 발해의 멸망까지 내용을 시간순으로 서술되어있다.

소위 '강단 사학'을 대표하는 학자의 한국고대사 안내서로 읽어볼 수 있겠다. 혹 너무 전문적일지는 모르겠지만. 노태돈 교수의 책 네 권과 함께, '강단사학'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김상태의 <엉터리 사학자 가짜 고대사>(책보세, 2012)를 같이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소개에 따르면, "민족적.이데올로기적 선입견을 배제하고, 오로지 사실과 상식과 과학과 실증에 입각하여 강단 주류 고대사학계의 '학문 사기극'을 파헤친 책"이다. 무엇이 쟁점이고 어떻게 의견이 다른가를 따라가볼 수 있겠다...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한국고대사
노태돈 지음 / 경세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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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대사 연구의 시각과 방법
노태돈 교수 정년기념논총 간행위원회 엮음 / 사계절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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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대사 연구의 자료와 해석
노태돈 교수 정년기념논총 간행위원회 지음 / 사계절 / 2014년 9월
45,000원 → 40,500원(10%할인) / 마일리지 2,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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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대사의 이론과 쟁점
노태돈 지음 / 집문당 / 2009년 1월
12,000원 → 12,000원(0%할인) / 마일리지 120원(1%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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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고전'으로 알랭 푸르니에의 <위대한 몬느>(민음사, 2014)를 고른다. 1980년대에 문예출판사판으로는 <방황하는 청춘>이란 제목으로 나왔었는데, 원제가 <대장 몬느>라는 걸 알고는 그에 맞게 번역되기를 기대했었다.

 

 

문예출판사판은 절판된 지 오래 됐고, 그 사이에 <대장 몬느>란 제목으로 두 종의 번역본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위대한 몬느>란 제목으로 새 번역본이 추가된 것. 불어 원제는 'Le Grand Meaulnes'이고 1913년작이다(제목으로는 1925년에 나오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짝이 될 수도 있겠다). 푸르니에는 1886년생으로 1914년 1차 세계대전 때 27세의 아까운 나이로 전사했고 <위대한 몬느>는 이 '한 작품'이라고 할 대표작이 됐다. 소개는 이렇다.

단 한 편의 장편소설을 남기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으나 그 소설로 전 세계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작가 알랭푸르니에. 유년 시절을 향한 동경, 잃어버린 삶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과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 모험, 어른이 되어도 언제나 그러한 모험을 갈망하는 청춘을 이야기하는 <위대한 몬느>가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세계 대전이라는 암울한 현실 속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꿈과 환상을 매혹적으로 그려 낸 이 작품은 전 세계 청춘들을 위로하는 해방과 자유의 세상이다.

마찬가지로 27살에 세상을 떠난 러시아 낭만주의 시인 레르몬토프도 떠올리게 하는 이력이다(레르몬토프도 시와 희곡을 제외하면 대표작으로 <우리시대의 영웅>이라는 단 한 편의 소설을 남겼다). '전 세계 청춘'에 해당하는 나이는 지난 듯싶지만, 청춘을 돌이켜보며 읽어보고픈 생각은 든다. 

 

 

역자는 <알랭 푸르니에를 찾아서>(중앙대출판부, 2010)를 펴낸 바 있는 푸르니에 전공자. 찾아보니 영어판은 <잃어버린 영지>나 <잃어버린 영역> 등의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요절한 작가라고 하니까 <육체의 악마>를 쓴 레이몽(레몽) 라디게도 떠오른다. 1903년생으로 대표작 <육체의 악마>는 그가 17세에 쓴 걸로 알려져 있다. 1923년에 장티푸스로 세상을 떠났으니 우리 나이로 고작 만 20세의 생이었다.

1차 세계 대전 종전 오 년 후에 출간된 레몽 라디게의 문제작. 이 작품은 열여섯 살 소년과 군인 아내의 비도덕적 사랑을 주제로 했다는 점, 이러한 이야기를 쓴 작가가 불과 열일곱 살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시 프랑스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사춘기 소년의 자기중심적인 욕망, 손에 잡히지 않는 충동, 모순되지만 솔직한 내면 심리를 섬세하고도 간결하게 묘사해 낸 라디게는 <육체의 악마>를 통해 전쟁으로 확산된 무위(無爲), 허무주의 속에 내몰린 인간의 불안정한 심리를 훌륭하게 그려 내며 프랑스 고전주의 소설을 새롭게 부활시킨 동시에 완성해 냈다고 평가받는다.

번듯한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나온 건 이번에 알게 됐다. 이번 가을엔 '젊은 작가'들의 대표작들과 만나보는 것도 괜찮겠다. 무엇이 청춘이었던가를 음미해보면서...

 

14. 0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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