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고전'으로 알랭 푸르니에의 <위대한 몬느>(민음사, 2014)를 고른다. 1980년대에 문예출판사판으로는 <방황하는 청춘>이란 제목으로 나왔었는데, 원제가 <대장 몬느>라는 걸 알고는 그에 맞게 번역되기를 기대했었다.

 

 

문예출판사판은 절판된 지 오래 됐고, 그 사이에 <대장 몬느>란 제목으로 두 종의 번역본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위대한 몬느>란 제목으로 새 번역본이 추가된 것. 불어 원제는 'Le Grand Meaulnes'이고 1913년작이다(제목으로는 1925년에 나오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짝이 될 수도 있겠다). 푸르니에는 1886년생으로 1914년 1차 세계대전 때 27세의 아까운 나이로 전사했고 <위대한 몬느>는 이 '한 작품'이라고 할 대표작이 됐다. 소개는 이렇다.

단 한 편의 장편소설을 남기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으나 그 소설로 전 세계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작가 알랭푸르니에. 유년 시절을 향한 동경, 잃어버린 삶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과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 모험, 어른이 되어도 언제나 그러한 모험을 갈망하는 청춘을 이야기하는 <위대한 몬느>가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세계 대전이라는 암울한 현실 속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꿈과 환상을 매혹적으로 그려 낸 이 작품은 전 세계 청춘들을 위로하는 해방과 자유의 세상이다.

마찬가지로 27살에 세상을 떠난 러시아 낭만주의 시인 레르몬토프도 떠올리게 하는 이력이다(레르몬토프도 시와 희곡을 제외하면 대표작으로 <우리시대의 영웅>이라는 단 한 편의 소설을 남겼다). '전 세계 청춘'에 해당하는 나이는 지난 듯싶지만, 청춘을 돌이켜보며 읽어보고픈 생각은 든다. 

 

 

역자는 <알랭 푸르니에를 찾아서>(중앙대출판부, 2010)를 펴낸 바 있는 푸르니에 전공자. 찾아보니 영어판은 <잃어버린 영지>나 <잃어버린 영역> 등의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요절한 작가라고 하니까 <육체의 악마>를 쓴 레이몽(레몽) 라디게도 떠오른다. 1903년생으로 대표작 <육체의 악마>는 그가 17세에 쓴 걸로 알려져 있다. 1923년에 장티푸스로 세상을 떠났으니 우리 나이로 고작 만 20세의 생이었다.

1차 세계 대전 종전 오 년 후에 출간된 레몽 라디게의 문제작. 이 작품은 열여섯 살 소년과 군인 아내의 비도덕적 사랑을 주제로 했다는 점, 이러한 이야기를 쓴 작가가 불과 열일곱 살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시 프랑스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사춘기 소년의 자기중심적인 욕망, 손에 잡히지 않는 충동, 모순되지만 솔직한 내면 심리를 섬세하고도 간결하게 묘사해 낸 라디게는 <육체의 악마>를 통해 전쟁으로 확산된 무위(無爲), 허무주의 속에 내몰린 인간의 불안정한 심리를 훌륭하게 그려 내며 프랑스 고전주의 소설을 새롭게 부활시킨 동시에 완성해 냈다고 평가받는다.

번듯한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나온 건 이번에 알게 됐다. 이번 가을엔 '젊은 작가'들의 대표작들과 만나보는 것도 괜찮겠다. 무엇이 청춘이었던가를 음미해보면서...

 

14. 0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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