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 책&(433호)에 실은 '키워드로 읽는 인문학 서재'를 옮겨놓는다. 이달의 주제는 '멸종'을 골랐다. 대멸종과 관련한 책 몇 권이 눈에 띄어서였다. 주로 <멸종>(Mid, 2014)와 <여섯번째 대멸종>(처음북스, 2014)의 내용을 간추렸는데, '모든 멸종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페름기 대멸종의 대해서는 특별히 마이클 벤턴의 <대멸종>(뿌리와이팔, 2007)을 참고할 수 있다. 어제 우연히 가판에서 30% 할인판매를 하길래 구입한 책이다.

 

 

 

책&(14년 11월호) 인간과 지구의 멸종

 

모든 일에 시작과 끝이 있다는 것은 세상의 철칙이다. 생명의 진화도 마찬가지다. 아득한 옛날 지구상에서 시작된 생명도 언젠가는 모두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다. 물론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먼 훗날 벌어질 일이겠지만 그러한 종말에 대한 상상은 언제나 우리를 겸허하게 만든다. 그 시작과 종말은 하나의 사이클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생명의 진화사는 여러 차례 발생한 대멸종과 회복의 반복을 보여준다. 진화사의 미스터리로 꼽히는 대멸종은 어째서 일어났으며 오늘날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이달에는 일상의 틈바구니에서 잠시 벗어나 지질학적 시간여행을 떠나가 보자.

 

길잡이로 삼을 만한 책은 EBS의 다큐프라임 ‘생명, 40억 년의 비밀’을 단행본으로 엮은 <멸종>이다. 대멸종이라는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최대한 간명하고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주고 있어서다. 먼저 대멸종이란 무엇인지 개념부터 정리해야겠다. 지구 생명의 역사에서 대규모로 이루어진 멸종, 곧 전체 생물 종의 70% 이상이 사라진 대멸종은 그간에 다섯 차례 있었다. 고생대 오르도비스기(4억 4천만 년 전), 데본기(3억 6천5백만 년 전), 페름기(2억 2천5백만 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2억 1천만 년 전), 그리고 백악기(6천5백만 년 전)에 일어났는데, 지구 상에 눈에 보이는 생명체 거의 전부가 사라진 사건들이기 때문에 대멸종은 생명의 역사를 그 이전과 이후로 확연하게 갈라놓는다. 이 과정에서 겨우 살아남은 소수의 종들이 달라진 환경 속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다시 만들어 나가게 된다. 마치 화재로 다 타버린 산림지대에서 몇몇 생명의 씨앗을 통해 생명의 역사가 다시 시작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궁금한 건 이러한 대멸종의 원인이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논쟁이 진행 중이지만, 대멸종의 원인은 그 소재에 따라 천문학적 원인과 지구 내부적인 원인으로 나뉜다. 천문학적 원인으로는 외계 천체와의 충돌이나 초신성의 폭발 등이 거론되는데, 여러 가지 사례와 가설이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대멸종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불확실하다. 지구 내부구조의 원인으로는 맨틀의 대류를 꼽는다. 지구 중심의 핵과 표층의 지각 사이에 위치한 맨틀이 움직이면서 여러 가지 지질 현상이 만들어지는데, 지진이나 화산 폭발 등이 대표적이다.


화산 폭발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약 3,600년 전에 폭발한 그리스 산토리니 섬의 테라 화산을 들 수 있다. 고대 크레타 섬의 미노아 문명이 이 폭발로 멸망하게 되었으니 문명사를 좌우한 사건이라 할 만하다. 또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화산의 폭발은 유럽에서도 감지되어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의 붉게 물든 배경 하늘로도 나타났다고 하니 그 규모를 어림하게 해준다.


이러한 대규모 화산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되면 거기서 분출된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성층권에까지 올라가 햇빛을 차단하여 지구 전체의 기온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로써 화산겨울 혹은 핵겨울이 닥치게 되며 이것은 대멸종을 가져올 수 있다. 지구온난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파괴적인 결과는 우리 가까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1970년에 약 16도였던 동해의 평균수온이 2000년에는 약 17도가 되었다. 1도 가량 상승한 것에 불과하지만 그 결과는 명태와 같은 한류성 어종의 실종을 야기했다. 대신에 난류성인 오징어가 잡힌다. 약간의 수온 변화가 바다 생태계를 완전히 바꾸어놓은 것이다.


지구 안팎의 원인을 그렇게 꼽아볼 수 있다면, 다섯 차례 대멸종의 원인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때그때 다르다. 오르도비스기의 대멸종은 최소 5번은 되풀이된 빙하기와 태양의 자외선 등이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하며, 데본기의 대멸종은 아직 그 원인이 불분명하다. 지구 역사상 최악의 멸종이기에 ‘모든 멸종의 어머니’라고도 불리는 페름기 대멸종은 지구 내부적 원인에 의해 촉발된 것으로 보이며, 해양 생물의 대규모 멸종을 가져온 트라이아스기 멸종도 지구 온난화와 지구 냉각화, 그리고 그에 따른 산소 농도의 급속한 감소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소행성과의 충돌가설을 제시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리고 공룡시대의 종말을 가져온 백악기 대멸종은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일어난 핵겨울 탓으로 보는 견해가 가장 유력하다. 지름이 약 10~15km 정도였던 소행성이 초속 20~70km의 속도로 떨어져 충돌했는데, 그 효과가 TNT 1억 메가톤에 이른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의 약 5,000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렇지만 과연 ‘칙슬루브 운석’이 백악기 멸종 원인의 전부일까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충돌이론을 지지하는 지구과학자들과는 달리 생물학자들은 운석 충돌이 이미 진행 중이던 멸종 과정에 대미를 장식한 사건 정도로 보기도 한다. 아무튼 백악기 대멸종으로 파충류 전성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지구는 신생대로 넘어가면서 포유류 전성시대가 열리게 된다.

 

지구의 역사에서 대멸종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면 현재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남겨놓고 있는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바이다. 하지만 그것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이라면? 미국의 저널리스트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여섯 번째 대멸종>도 그런 관점을 견지한다. “지금은 새로운 멸종이 5대 멸종에 견줄 수 있을지 확신을 하기에는 이른 시점이지만 곧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알려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그런데 여섯 번째 대멸종은 그 원인에 있어서 앞서의 대멸종과 전혀 다른 성격을 갖는다. 바로 인간을 그 멸종의 원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아서 독일의 화학자 폴 크뤼천은 현시대를 ‘인류세’라고 부른다. 지질학적으로 새로운 시대라는 것이다. 그러한 명명이 가능한 것은 인간이 영향을 끼친 지질학적 규모의 변화들 때문이다.


인간의 활동은 지구 육지의 3분의 1에서 절반가량을 변형시키고 있으며, 세계 주요 강들 대부분을 댐으로 막거나 방향을 틀어 놓았다. 비료공장들이 질소를 뿜어대고 있고, 바다 연안의 생산물 가운데 3분 1 이상의 양을 포획하고 있다. 게다가 인간은 마실 수 있는 지하수의 절반 이상을 소비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인간이 화석연료의 소비를 통해서 대기의 구성요소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화석연료의 연소와 열대우림의 파괴 때문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지난 2세기 동안 40%가 올라갔고 메탄의 농도는 두 배가 증가했다. 인간이 퍼뜨린 이산화탄소의 약 3분의 1은 바다가 흡수하는데, 이로 인한 바다의 산성화는 지구온난화와 함께 역대 대멸종의 주요한 원인이었다.


징후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벌들이 사라지고 있고 파나마 황금개구리와 큰바다쇠오리, 수마트라코뿔소 등이 멸종의 길로 접어들었다. 원인을 따지자면 인간이 가져온 생태계의 변형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인간이 대멸종의 가해자만 되는 건 아니다. 최종 포식자로서 인간도 그 멸종의 희생양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낙관론을 펼치는 과학자들이 없는 건 아니다. 지구를 다 망쳐 놓더라도 다른 행성에 새로 도시를 건설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화성이나 토성의 위성 티탄, 목성의 위성 유로파 등이 후보로 거론되기까지 한다. 물론 하던 대로라면 새로운 행성에서도 인간의 역사는 그다지 오래가지 못할 듯싶지만.

 

공정하게 보자면, 여섯 번째 멸종이 일어난다고 해도 지구가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의 대멸종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라진 생물종들의 자리는 다른 종들에 의해 채워질 것이다. 인간세의 뒤를 이어서 거대 쥐의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대멸종에 대한 숙고는 한 번 더 인간이란 종의 역사와 문명에 대한 겸허한 성찰로 이끈다.

 

14. 11. 08.

 

 

P.S. '뉴요커'의 전속기자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여섯번째 대멸종>은 원저가 올해 나온 신간이다. 발빠르게 번역된 게 반가운데, 그만큼 영어권에서 좋은 평판을 얻은 책. 하지만 역시나 국내 독자들에겐 좀 생소한 주제인 듯싶고 반응도 미온적이다. 게다가 번역서의 경우에 참고문헌이 다 빠져 있어서 좀더 진지한 관심을 가진 독자들의 기대를 저버린다. 번역도 미더운 것인지는 의문인데, 일례로 톨스토이가 언급된 대목을 전혀 엉뚱하게 옮겼다.

만약 25년 전 이 모든 대멸종들이 궁극적으로 같은 이유로 야기된 것처럼 보였었다면 지금은 그 반대가 맞는 것처럼 보인다. 톨스토이가 쓴 책에서 모든 멸종은 불행하고 치명적인 것으로 보인다.(136쪽)

이 대목의 원문은 이렇다.

"If twenty-five years ago it seemed that all mass extinctions would ultimately be traced to the same cause, now the reverse seems true. As in Tolstoy, every extinction event appears to be unhappy—and fatally so—in its own way." 

여기서 "톨스토이가 쓴 책"이라고 옮긴 건 너무 유명해서 저자가 굳이 제목을 적지 않은 <안나 카레니나>이고 "행복은 가정은 모두 서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작품의 서두를 가리킨다. 그와 마찬가지로 모든 대멸종도 제각각의 이유로 그런 치명적인 불행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 초점은 "모든 멸종은 불행하고 치명적인 것"이 아니라 '제각각의 이유로"(in its own way)에 놓인다. 톨스토이가 멸종에 관해 썼을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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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만 보자면 이주에 가장 눈에 띄는 책, 그래서 '이주의 발견'에 값할 만한 책은 고쿠분 고이치로의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한권의책, 2014)다.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이 부제. 일단 제목이 허를 찌르는데, 알라딘에는 아직 안 뜨지만, 저자 소개를 찾아보니 이렇게 돼 있다.

 

 

저자 고쿠분 고이치로는 1974년생. 도쿄대학 총합문화연구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다카사키경제대학에서 준교수로 재직하며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연구 주제는 스피노자를 비롯한 17세기 철학과 들뢰즈, 푸코, 데리다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 현대 사상이지만, ‘즐겁고도 진지한’ 공부와 사회운동을 목표로 신문, 텔레비전, 잡지를 통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행동파 철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비교적 젊은 저자로 도쿄대 출신이라는 것과 프랑스 현대사상 전공이라는 게 눈에 띈다. 국내 소개되는 일본의 인문저자 상당수가 프랑스 현대철학 전공자인데, 그들이 일본에서도 두드러진 활동을 보여주어서 그런 건지, 국내에서 유독 그런 저자들만 '발굴'하고 있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여하튼 그런 저자군 속에 고쿠분 고이치로도 위치시킬 수 있겠다. 어떤 책인가.

인간은 풍요로워지기 위해 애써왔다. 그 결과, 우리는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행복할까? 정말로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가? 이 문제를 두고 많은 철학자들이 고심했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파스칼, 러셀, 니체, 칸트, 하이데거, 마르크스, 아렌트, 아도르노, 들뢰즈 등의 철학적 논리를 차근차근 파헤치며 이러한 질문에 대답한다.

이런 주제에 대한 철학적 탐구의 길을 연 철학자는 하이데거다(하이데거의 기분 분석을 떠올리게 하는데, 하이데거 전공자인 구연상의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불안>(청계, 2002) 같은 책도 생각난다). 저자도 자연스레 많이 참조하고 있는 듯한데, 책소개의 마지막 대목도 하이데거에 대한 언급으로 채워져 있다.

저자의 깨달음을 몇 줄로 설명할 순 없지만, 파스칼의 지루함에서 시작하여 하이데거에까지 이르는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뒤덮고 있는 ‘지루함’의 짙은 안개가 어떻게든 걷힐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긴다. 하이데거는 말한다. “인간은 지루해한다. 아니, 지루해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자유롭다.”

아무튼 한가함/지루함에 대해서, 사실 요즘을 느껴볼 일이 드문 기분이지만, 생각해볼 여지를 제공해주는 흥미로운 책일 듯싶다. 개인적으로는 권태나 진화 같은 기분의 진화심리학적 기원에도 관심이 있는데(그것이 진화된 것인지, 만약 진화의 소산이라면 어떤 진화적 이익을 가진 것인지, 아니면 진화의 오작동인지 등등) 그에 부합하는 책도 있다면 소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인간은 언제부터 하품을 하기 시작했을까?..

 

14. 11.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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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청첩장을 받는 일도 드물어서 결혼을 화제로 삼을 일은 드물지만, 문학작품에 대한 강의를 하다 보면 결혼을 주제로 한 책들도 참고 삼아 읽어보게 된다. 올해 나온 책들 가운데는 앨런 맥팔레인의 <잉글랜드에서의 결혼과 사랑>(나남, 2014) 같은 책이 대표적이다. 이번주에도 존 제이콥스의 <결혼에 관한 7가지 거짓말>(학지사, 2014) 같은 책이 눈에 띄는데, 겸사겸사 가벼운 에세이나 종교서적을 제외하고 올해 나온 결혼 관련서 몇권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글 팔이 독거 젊은이'가 쓴 <결혼을 묻다>(영림카디널, 2014)에서 매키 스카프의 <다시 결혼할 수 있을까?>(지식나무, 2014)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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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서는 주요 관심분야가 아니었지만 가끔씩 궁금한 책이 눈에 띈다. 최근에 나온 책들 가운데서는 후칭팡의 <여행자>(북노마드, 2014)와 리칭즈의 <여행의 속도>(아날로그, 2014)가 그런 경우다. 저자의 이름에서 뭔가 공통점을 눈치챈 이들도 있으리라. 그렇다, 중국인 혹은 중국계 저자다.

 

 

후칭팡은 타이베이 출생으로 미국에서 공부하고 현재는 홍콩에서 활동중인 저술가. 리칭즈는 건축학자로 미국에서 공부하고 현재는 타이베이 실천대학의 교수로 재직중이다. 둘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저자인데 비슷한 시기에 같은 중국어권 저자의 책이 나란히 출간된 게 특이해 보인다. '21세기 여행 사랑법'을 부제로 달고 있는 <여행자>는 어떤 책인가.

대만 작가 후칭팡의 여행 에세이. 이 책은 ‘여행’이라는 이름의 건강한 고독을 깊이 들여다보고 사색하는 책이다. 이를테면 동양식 ‘여행의 기술’인 셈이다. 그녀는 여행이라는 ‘행위’를 통해 그 안에 담긴 계급과 편견, 관점과 감정, 습관 같은 것들을 읽어낸다. 여행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다. 

 

'여행의 기술'은 물론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청미래, 2011)을 염두에 둔 것일 텐데, 찾아보니 같은 제목의 책은 몇 권 더 있다. 물론 그것만 가지고는 책의 가치를 어림하기 어렵다. 핵심은 저자의 정서와 글발. "후칭팡은 단 한 번이라도 여행을 해봤다면 누구나 느껴보았을 법한 여행자의 감정들을 콕 집어 잡아낸다. 그것들은 아주 사소하고 미묘한 감정이라 대부분의 여행자가 쉽게 흘려보내는 것들이다. 하지만 후칭팡은 그러한 찰나의 감정들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고, 글로 풀어낸다"고 하니, 속는 셈치고 구입해보았다. 낯선 저자이지만 배울 점이 있을지 몰라서.

 

<여행의 속도>는 부제 '사유하는 건축학자, 여행과 인생을 생각하다'에서 알 수 있듯이 포인트가 '사유하는 건축학자'에 놓인다. "건축학자이자 사색하는 여행자인 저자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온 건축여행과 사유의 기록을 바탕으로 여행과 인생을 독특한 관점으로 바라본 에세이다. 저자는 여행의 이동 속도를 인생에 비유하며 각기 다른 속도로 여행을 하다보면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전과 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에게 영감을 준 롤 모델은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 저자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 미궁>이란 저작도 갖고 있다.

 

 

그래서 다시금 눈길을 주게 된 게 안도 다다오의 책들이다. 안도 다다오의 여행서로는 <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오픈하우스, 2011) 등이 소개돼 있고, 그밖에 건축에 관한 책들도 여럿 나와 있다. "여행은 사람을 만든다"가 저자가 인용하는 안도의 멘트다. <여행자의 속도>가 만족스러우면 안도 다다오의 책들에도 손을 뻗쳐볼 생각이다. 건축 또한 관심분야는 아니었지만, 나이를 먹은 탓인지 이것저것 관심 가는 곳이 많다. 병인가...

 

14. 1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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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잘 안 찍고 찍는 걸 좋아하지도 않는 편이지만, 어지러운 책상을 바라보다가 가끔 '기록'으로 남겨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 컷 찍었다. 의자에 앉아서 폰카로 찍은 것이다. 좀 답답하다는 인상이 전달되면 목적 달성이다. 늘 이런 상태는 아니고 가끔씩 정돈을 한다. 이런 상태로는 컴퓨터 모니터(사진의 왼편으로)도 보기 어려우므로. 여하튼 온라인(로쟈의 저공비행)과는 달리 깔끔하지 못한 로쟈의 '실제 서재'다...  

 

 

14. 11. 02.

 

 

P.S. 최근 출판저널의 '서재에서 만난 저자' 연재가 <내 인생은 서재에서 시작되었다>(카모마일북스, 2014)로 묶여 나왔는데, <행복한 서재>(출판저널, 2012)에 이어지는 속편이다. <행복한 서재>에 실린 인터뷰에는 예전 서재 사진이 몇 컷 들어가 있다. 책가도(冊架圖) 작업으로 전시회까지 가진 바 있는 임수식 작가의 작품이다. 분위기는 비슷하군.

 

 

장동석의 인터뷰집 <살아있는 도서관>(현암사, 2012)에도 새로 이사한 아파트에서 가졌던 서재 인터뷰가 수록돼 있다(한번 더 이사를 했으니 지금 있는 곳이 결혼 이후로는 세번째 서재다). 독서는 사실 장소에 큰 구애를 받지 않지만(걸어다니면서도 읽을 수 있으니까) 아무래도 주로 이루어지는 공간은 서재나 도서관이다. 가끔씩 서재 사진을 올려놓을까 싶다. 서재에서 시작돼 짐작컨대 서재에서 끝나기 쉬운 인생일 테니까(병원보다는 서재가 더 나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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