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간단한 페이퍼를 하나 적는다. 미국 작가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시스터 캐리>(문학동네, 2016) 출간 소식. <미국의 비극>으로 잘 알려진 작가의 데뷔작(1900)이다(<미국의 비극>도 <아메리카의 비극>이란 제목으로 더 친숙한데, 언젠가 제목이 그렇게 바뀐 모양이다). 둘다 범우사판으로 기억되는 작품. <시스터 캐리>는 문학동네판으로 이제 바꿔 타도 되겠다.

 

"1900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19세기 말 급격한 산업화가 진행되던 시카고와 뉴욕을 배경으로, 대도시로 상경한 시골 처녀가 배우로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국 자연주의 문학의 거장답게 도덕률과 무관하게 작동하는 인간의 욕망을 생생하고도 냉철하게 묘파해 빅토리아 시대의 가치가 고수되던 당대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시대를 앞선 작품으로 인해 빚어진 출판사와의 대립과 출간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은 문학사에서 유명한 일화로 손꼽힌다."

작가 드라이저에 대한 보충적인 소개는 이렇다. "1900년 첫 소설 <시스터 캐리>를 발표하지만 비도덕적이라는 여론의 비난에 신경쇠약 증세를 보이며 자살을 결심하기까지 한다. 그 영향으로 10년 후에야 두번째 작품 <제니 게르하르트>를 발표하게 된다. 이후 드라이저는 <자본가><거인> <천재><미국의 비극><방파제> 등의 작품을 꾸준히 출간하며, 미국 문학사에서 자연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를 넘어 윌리엄 포크너, F. 스콧 피츠제럴드, 솔 벨로, E. L. 닥터로 등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1945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곧 <시스터 캐리>와 <미국의 비극> 말고도 주요 작품이 몇 편 더 되지만, 다 둘러볼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두 작품 정도만 독서목록에 포함시켜야겠다. <미국의 비극>은 "종교와 가난 때문에 심한 제약을 받고 불우하게 성장 한 주인공 크라이드가 자신이 동경해 온 상류사회에로의 진출을 위해 가난한 애인을 죽이고 그 자신도 살인범으로 처형된다는 이야기. 우리에게는 영화 <젊은이 의 양지>로 소개된 작품이다." 

 

드라이저에 대해서는 스콧 피츠제럴드가 "드라이저는 우리 시대 작가들 중 최고"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고 하는데, 통상적으로는 미국문학사에서 헨리 제임스 이후에 중요한 첫 걸음을 내딪은 작가로 피츠제럴드를 꼽는다. 제임스와 피츠제럴드 사이에 다리를 하나 더 놓자면 드라이저가 자리하게 되는 것. 이러한 평가가 타당한 것인지, 인색한 것인지는 작품을 읽어보고 판단해봐야겠다...

 

16. 0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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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강의가 없는 날이라 한숨 돌리면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올해는 윤달이어서 29일까지 있군(하루 읽을 거리를 더 고려해야 할까).

 

 

1. 문학예술

 

문학쪽으로는 망설임 없이 세 권을 골랐다. 노르웨이 작가 크나우스고르의 <나의 투쟁>(한길사, 2016) 1권이 지난달 중순에 나왔는데, 이 여섯 권짜리 대작을 읽어내는 것도 올해의 장정 가운데 하나다. 영어본은 3권까지 구입했는데, 번역본도 제때 나오면 좋겠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스웨덴 작가 얄마르 쇠데르베리의 <닥터 글라스>(아티초크, 2016)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소설. "북유럽 심리소설의 걸작으로 칭송받는 <닥터 글라스>는 아티초크 쇠데르베리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1905년 스웨덴에서 출간 당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낙태와 안락사를 옹호하고 죽을 권리를 합리화하는 것으로 비친 이 소설은 21세기 들어 수전 손택과 마거릿 애트우드의 극찬과 함께 재조명되기 시작했다."고 소개된다. 

 

토드 헤인즈의 영화 개봉과 함께 찾아온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캐롤>(그책, 2016)도 연휴에 읽어볼 만한 소설. " 범죄 소설의 대가 하이스미스의 자전적 소설이자 유일한 로맨스 소설. 두 여인의 금기된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1950년대 미국이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사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 하고, 이윽고 삶을 변화시키는 두 여성의 이야기다." 하이스미스의 솜씨를 믿어보자.  

 

 

예술분야에서는 반 고흐에 관한 책들을 골랐다. 평전 <화가 반 고흐 이전의 판 호흐>(민음사, 2016)가 출간되어서인데, 거의 1000쪽에 육박하는 결정판이다. "강렬한 색채와 격정적 필치로 서정적 신비를 이룩한 전례 없는 화가 핀센트 판 호흐의 전기"라고 소개되는데, 판 호흐는 반 고흐를 네덜란드 발음대로 읽어준 것인 듯. 우리가 아는 반 고흐는 잊어달라는 주문인가. 국내 저자의 평전으로는 민길호의 <빈센트 반 고흐, 내 영혼의 자서전>(학고재, 2014), 예술인문학자 이동섭의 <반 고흐 인생수업>(아트북스, 2014) 등도 참고할 만하다.

 

 

2. 인문학

 

인문 분야에서는 문학 공부에 관한 책들을 골랐다. 최근에 한번씩 언급한 책들인데, 테리 이글턴의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책읽는수요일, 2016), 모린 코리건의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책세상, 2016), 그리고 패멀라 폴의 <작가의 책>(문학동네, 2016)이다.

 

 

역사 분야에서는 전쟁을 주제로 한 책들을 골랐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서 엮은 <전란으로 읽는 조선>(글항아리, 2016), 이언 부루마의 <0년>(글항아리, 2016), 그리고 <옥스포드판 현대전쟁사>를 옮긴 <근현대 전쟁사>(한울, 2016)다.

 

 

3. 사회괴학

 

사회과학 쪽도 망설임 없이 세 권을 골랐다. 앤드류 포터 <진정성이라는 거짓말>(마티, 2016)과 지그문트 바우만의 신작 <지그문트 바우만, 소비사회와 교육을 말하다>(현암사, 2016), 그리고 고전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의 <자아 연출의 사회학>(현암사, 2016)이다. 특히 <자아 연출의 사회학>은 "심리학, 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을 아우르며 새로운 사회학의 길을 연 어빙 고프먼의 첫 저서. '연극으로서의 사회적 삶'을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섬세하게 분석한 책이다."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문학과지성사, 2015)의 독자라면 필히 읽어봄직하다.

 

 

동물과 육식 관련서도 눈에 띄는 책들이 있어서 같이 묶었다. 나란히 읽어봐도 좋겠는데, 우리의 육식문화를 다시 생각해본 티머스 패키릿의 <육식제국>(애플북스, 2016), '현행 식품 체계의 비정상성'을 고발한 마이클 캐롤런의 <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열린책들, 2016), 그리고 역사를 움직인 여덟 동물 이야기, 브라이언 페이건의 <위대한 공존>(반니, 2016) 등이다.

 

 

 

4. 과학

 

과학 분야에서는 '과학혁명과 근대의 탄생'을 부제로 한 에드워드 돌닉의 <뉴턴의 시계>(책과함께, 2016), 칼 세이건의 '후계자', 닐 디그래사 타이슨의 <스페이스 크로니클>(부키, 2016), 그리고 루이스 다트넬의 <지식>(김영사, 2016)을 고른다. <지식>은 "인류 최후 생존자를 위한 리부팅 안내서'가 부제인데, "핵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인해 대재앙을 맞이한 인류를 전제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무엇이 제일 필요한지 살펴보는 동시에 인류의 지식 발전 과정을 독특하고 흥미롭게 정리하고 있다."

 

 

5. 책읽기/글쓰기

 

타니아 슐리의 <글쓰는 여자의 공간>(이봄, 2016)과 함께 존 치버의 책 두 권을 고른다. <존 치버의 일기>와 <존 치버의 편지>(문학동네, 2016)가 나란히 출간되었기 때문. 어떤 일기인가.

"세계문학사를 통틀어도 매우 희귀하고 유의미한 기록으로 꼽히는 <존 치버의 일기>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한국어판 924쪽, 방대한 분량의 이 일기는 존 치버가 1940년대 말부터 1982년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불과 며칠 전까지 35년간 써내려간 일기 중 일부이다. 존 치버는 평생 29권의 일기장을 남겼고, 그중 그의 삶을 대표할 만한 20분의 1가량의 일기들만이 선별되어 이 책에 실렸다."

장편 대표작 <왑샷 가문의 연대기>(민음사, 2008)는 물론 단편선집에 이어 일기와 편지까지 출간되었으니 이제 '한국어 치버'는 거의 완벽하다. 오래 전에 읽은 단편집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읽어봐야겠다...

 

16. 02. 05.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율곡 이이의 책들을 고른다. 조선 정치의 현장에서 율곡이 쓴 일기를 모은 <율곡의 경연일기>(너머북스, 2016)와 '동호문답'과 '만언봉사' 두 편의 상소를 옮긴 <직간>(홍익출판사, 2016), 학문하는 자세에 대해 적은 <격몽요결>(민음사, 2015) 새 번역본 등이 최근에 출간되어서다. 난세를 살았던 조선 정치인의 생각 이모저모를 오늘의 거울로 삼아 읽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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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 앤드류 포터의 <진정성이라는 거짓말>(마티, 2016)을 꼽는다. '진정한 나를 찾다가 길을 잃고 헤매는 이유'가 부제. 소개는 이렇다.

 

대량생산, 대량소비되는 주류문화에 저항하려 한 반문화가 사실은 후기 자본주의의 최대 히트상품이었다는 점을 날카롭게 꼬집은 <혁명을 팝니다>를 조지프 히스와 공동 집필해 한국에 이름을 알린 앤드류 포터가 이번에는 진정성을 문제 삼는다. 사람들은 진정성을 당연히 좋은 것으로 여긴다. 일반인 다수가 생각하는 진정성이란 스스로에게 진실하고, 삶의 의미를 찾고, 자기 행동이 외부에 미치는 결과를 의식하고, 타인과 자연을 배려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시도다. 그런 시도는 물론 중요하고 존중받아야 하지만, 행위의 작동방식은 결코 단순치 않아서 종종 다면적이고 모순된 결과를 야기한다. 나의 행동이 불필요한 겉멋은 아닌지, 혹시 남에 대해 우월감을 느끼기 위한 행위는 아닌지 생각해보고, 또 설사 각 개인의 의도가 순수하고 진지하다 해도 그 행위의 총합이 의도했던 것과 상반된 결과를 일으키는 건 아닌지 이 책을 통해 숙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진정성이란 말을 제목에 포함하고 있는 몇 권의 자기계발서가 시사하는 바대로 진정성은 긍정적인 의미로 널리 쓰인다. 앤드류 포터가 꼬집는 것은 그 이면이다. 바버라 에런라이크 3부작 제목을 따자면, '진정성의 배신'이라고 할까. 한국정치의 유행어(전락한 언어) 가운데 하나가 된 '진실성'(혹은 '진실한 사람')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볼 수 있겠다. 역설적으로 사이비 진정성/진실성에 맞서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배신'이다.

 

'진정성이라는 거지말''진정성이라는 속임수''타락한 진정성'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정확히 때맞춰 출간되었다. '이주의 발견'에 값하는 이유다...

 

16. 0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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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공지다. 푸른역사아카데미 월요강좌의 3-4월 커리큘럼은 '19세기 러시아문학'이다(http://cafe.daum.net/purunacademy/8Bko/304). 2013년 여름에 한 차례 진행한 바 있는 강의다. 이번에는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현암사, 2014)를 교재로 하여 19세기 주요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살펴본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구체적 일정은 아래와 같다.

 

 

1강. 3월 07일_ 러시아문학으로의 초대


2강. 3월 14일_ 푸슈킨의 <예브게니 오네긴>


3강. 3월 21일_ 레르몬토프의 <우리시대의 영웅>


4강. 3월 28일_ 고골의 <페테르부르크 이야기>


5강. 4월 04일_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


6강. 4월 11일_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7강. 4월 18일_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8강. 4월 25일_ 체호프의 <갈매기>

 

16. 0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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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배송받은 책 가운데 하나는 이안 부루마의 <0년>(글항아리, 2016)의 원서다. 번역본이 나오자마자 주문해서 받은 것인데, 그만큼 관심이 가는 타이틀이다. '현대의 탄생, 1945년의 세계사'가 부제. 곧 제목의 '0년'이란 1945년을 가리킨다. 2차세계대전의 종전이면서 현대사의 출발점이 되는 해(사정은 그해에 일제에서 해방되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1945년이라는 한 해를 대상으로 세계사를 써내려간 독특한 역사서이자 논픽션 다큐멘터리가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이안 부루마의 <0년>(원제 Year Zero)이 그것이다. '현대세계를 이해하는 데 창문' 격인 이 책은 "전후 1945년에 대한 매우 인간적인 역사"로, 현대의 많은 성취와 상처가 응징-보복-고통-치유로 이어진 '0년(1945년)'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을 다면적이고도 흥미롭게 풀어낸다."

저자는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아시아 연구자로 <근대일본>과 <옥시덴털리즘> 등의 저작이 국내에 소개돼 있다. 그래도 <0년>이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될 듯싶은데, 이미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 대중적인 펭귄판으로 나온 사실에서도 그런 평판은 어림해볼 수 있는데, 저명한 현대사가 이언 커쇼는 이렇게 평했다.

"20세기 결정적 연도의 공포와 희망, 환상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문제의 근원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생생한 묘사, 훌륭한 구성, 멋진 문체.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훌륭한 저작"

 

한편 히틀러 연구로 유명한 이언 커쇼도 1940년대에 대한 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1944년-45년 나치 독일에 집중한 <종국> 같은 책도 소개되면 좋겠다...

 

16. 0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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