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전도사로서 대개는 '책을 읽자', '더 읽자'고 말하는 편이지만, 예외적으로 좀 '덜 읽자'고 불평할 때가 있다. 논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국민독서 차원에서 보자면, 논어를 읽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쓰는 바람에 정작 다른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지 않나 싶어서다. 게다가 해마다 논어와 그 관련서는 어찌나 많이 나오는 것인지. 예의바른 비유는 아니지만, 마치 두더지 잡기 게임에서 두더지들이 튀어나오는 것 같다. 독서가 아니라 퇴치가 필요하다는 인상까지 받는다. 그럼에도 때로는 구미가 당기는 책들이 나온다는 게 아이러니다.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논어 자체보다는 논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오구라 기조의 <새로 읽는 논어>(교유서가, 2016)와 황젠의 <사상문>(글항아리, 2016)을 손에 든 이유다. 일독할 시간이 없어서 잠시 미뤄놓긴 했는데, 최근에 나온 공자와 논어 관련서 몇권과 함께 몇 가지 흥미로운 주장과 쟁점에 대해서 언제 따로 다루고 싶다. 그 관련서들을 일단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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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읽는 논어
오구라 기조 지음, 조영렬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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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학자들의 수다- 사람을 읽다
김시천 지음 / 더퀘스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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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
이인우 지음 / 책세상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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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공자전- 반체제 인사의 리더에서 성인이 되기까지 우리가 몰랐던 공자 이야기
시라카와 시즈카 지음, 장원철.정영실 옮김 / 펄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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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때문에 책을 안 사는 일은 있어도 표지만 보고 책을 사는 일은 드문데, 그럼에도 혹하는 책들이 나왔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대표적인 영국 여성 작가 3인의 기품 있는 고전과 클래시컬한 아름다움 안에 현대적 세련미를 표현한 브리티시 헤리티지 브랜드 KEITH의 감성적인 비주얼 컷이 만났다"며 나온 세 권의 책이 그렇다. 발표순으로 하면 <오만과 편견>과 <폭풍의 언덕>, 그리고 <자기만의 방>이다.

 

 

 

세 종의 번역본 모두 갖고 있지만 견물생심이라고 새 표지판을 보니 없던 구매욕도 생긴다. 흠, 이성적으로 판단해보면 같은 번역본을 표지가 달라졌다고 다시 구입하는 것은 매우 낭비적이며 실속 없는 일이다. 그래도 잠시 머뭇거리는 건, '딱 세 권이야'라는 속삭임 때문. 세 작품 모두 강의에서 다룬 적이 있어서 다시 구입할 명분도 없지만, 번역이 조금 수정되었다는 빌미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해본다. 서점에서 실물을 보게 되면 결정이 용이할까? 하긴 이번주에도 구입해야 하는 책이 한두 권이 아닌데, 기회비용까지 고려해봐야겠다. 바라건대, 표지로 현혹하는 일은 자제해주시압!..

 

16. 0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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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주 듣는 노래는 가릭 수카초프의 '새'와 '눈물'이다. 지난주에 유튜브에서 우연히 발견한 가수이고 노래인데, 스타일상으론 비소츠키 계열. 아니나 다를까 비소츠키에 대한 헌정 앨범('나의 비소츠키')도 갖고 있다. 먼저 그의 노래 '새'(https://www.youtube.com/watch?v=K-Nbky7IT_w)를 감상해보시길. 아이들의 백코러스도 인상적.  

 

 

그리고, '눈물'이란 노래(https://www.youtube.com/watch?v=tS9iF0YJI24). 안드레이 즈뱌긴체프(즈비아긴체프)의 영화 <리턴>의 장면들과 맞춰져 있다.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와 가사가 잘 맞아떨어지는 듯(화면은 비극적이어서 나는 노래만 듣는다). 어버이날에 볼 만한 영화와 노래로 추천할 만하다.

 

 

<리턴>(2003)이 데뷔작인 즈뱌긴체프는 <추방>(2007), <엘레나>(2011), <리바이어던>(2014)까지 네 편의 영화를 찍었다(국내에 출시된 건 <리턴>과 <추방> 두편으로 보인다). 그리고 현재로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러시아 감독이다. 러시아영화에 현재가 있다면, 그리고 미래가 있다면 나는 즈뱌긴체프에게 걸고 싶다.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신인감독상 수상작인 <리턴>의 몇몇 장면만으로도 나의 기대가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으리라. 재작년 부산영화제 때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뒤늦게 아쉽다...

 

16. 05.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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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온 생물학 책 두 권을 '이주의 과학서'로 꼽는다. 린 마굴리스와 도리언 세이건 모자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리수, 2016)와 에른스트 마이어의 <이것이 생물학이다>(바다출판사, 2016). 둘다 일급 학자들의 저작이란 점도 공통적이다.

 

 

먼저, <생명이란 무엇인가>는 제목 그대로 원론적인 문제를 다룬다. "생명에 대한 에르빈 슈뢰딩거의 과학적 접근 이후, 보다 탄탄한 과학적 기반을 마련한 린 마굴리스와 도리언 세이건의 저술로서, 다윈 이후 절대 이론이었던 적자생존론을 뒤엎고 공생명을 기반으로 한 생명론을 증명하고 있다. 저자들은 '생명이란 무엇인가?' 라는 이 영원한 질문에 대해 과학과 철학.역사.시가 결합된 폭넓은 접근을 선보이며, 생명의 역사, 생명의 본질, 생명의 미래를 다각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린 마굴리스와 도리언 세이건은 여러 권의 책을 공저했는데, 과거에 <생명이란 무엇인가>와 함께 <섹스란 무엇인가>(지호, 1999)도 같이 소개됐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가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다면 이 또한 개정판을 기대해볼 만하다.

 

 

저명한 진화생물학자 에른스트 마이어의 <이것이 생물학이다>도 개정판이다. 구판은 2002년에 출간됐었다. 학부 1학년생이 딱 읽어봄직한 책이지만 교양과학서로도 손에 듬직하다. "현대 생물학의 근본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룬 생물학 기본서다. 저자 에른스트 마이어는 생물학이 어떤 학문이며 어떤 문제를 다루는지 포괄적으로 살핀다. 여기에서 저자는 생물학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 '생명의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생물학 주요 분야의 기본적인 질문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마이어의 책으론 <생물학의 고유성은 어디에 있는가?>(철학과현실사, 2005), <진화란 무엇인가>(사이언스북스, 2008) 등도 고급 교양서이다...

 

16 05.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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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김윤식 선생의 신간 <거울로서의 자전과 일기>(서정시학, 2016)을 잠시 손에 들었다. 우연히 검색하다가 눈에 띄기에 연휴 전에 구입한 책이다. 제목 그대로 자전(자서전)이나 일기나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로서 의미가 있다. 저자가 거울로 삼은 자전과 일기 들에 더하여 당신의 자전과 일기 일부도 포함해놓은 책이다. 지난해에는 <내가 읽은 기행문들>(서정시학, 2015)이 나왔으니 무슨 시리즈의 의미도 갖는 성싶다.

 

 

여러 자전과 함께 '김윤식의 자전, <내가 살아온 20세기 문학과 사상>'도 한 장을 차지하고 있어서, 긴가민가해서 확인해보니 실제로 <내가 살아온 20세기 문학과 사상>(문학사상사, 2005)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문학과사상사판에서는 90-192쪽까지니까 무려 100쪽 분량이다.(<거울로서의 자전과 일기>에서는 128-232쪽까지다). 일종의 재수록인데, 그런 사실이 밝혀져 있지 않은 것은 저자나 편집자의 불찰로 보인다.

 

100권을 훌쩍 넘는 김윤식 선생의 책을 상당수 갖고 있고, 그중 몇십 권은 읽은 독자로서(다수의 강의를 들었던 수강자이기도 하다) 많은 내용이 친숙하지만 가끔 공감하기 어려운 대목도 만난다. 출생에 대한 감동이 그것인데 저자는 '19년 만의 생일을 가진 아이의 환각' 장에서 이렇게 적는다(장제목이 <자전과 일기>에서는 '19년 만에 생일을 가진 아이의 환각'이라고 돼 있다. 오기인지 정정인지 모르겠다).  

"오이디푸스왕, 아기장수 설화, 돌잡이 등에서 드러나는 예언자적 목소리만큼 가슴 설레게 하는 것이 따로 있을 것인가. 사람의 한생애가 그 과정을 겪음에 있어 목숨이, 아직 아기일 적에, 아니 태어나기 이전에 이미 그 본질이 남김없이 드러난다는 사실만큼 엄청난 사실이 따로 있겠는가. 그것은 두려움이자 동시에 그럴 수 없이 마음 편한 것이기도 하다."

흠, 나는 그런 일로 가슴 설렌 적이 한번도 없어서, 이런 감동에는 구경꾼일 수밖에 없다(비록 내 당사주가 '책을 읽는 도인'이었다고는 하지만, 그런 '운명'도 에피소드로 칠 따름이다). 저자가 이런 운명론에 대한 감동을 앞세운 것은 음력 윤달생이어서다. "내 생년월일은 1936년 8월 10일이다. 민적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고, 그 위에 이루어진 호적에도 그대로 되어 있다." 이 날짜를 저자는 '1936년 음력 윤3월 12일'이라고 푼다. 음력의 윤달이 자주 돌아오지 않는 만큼 평월생 아이와 윤월생 아이의 생에 대한 감각이 다를 것임은 자명한 일. 음력 윤3월이 다시 돌아오는 해는 1955년이니까 음력으로 생일을 다시 맞기까지 19년이 걸린다. 그 감회를 저자는 이렇게 적는다

"윤달에 태어난 아이에게도 생일이 있을 수 있을까. 19년 만에 한번 돌아오는 생일을 가진 아이를 두고도 '생일 있는 아이'라 불러도 될까. 고아 아닌 고아, 고아일 수도 아닐 수도 없는 이 아이를 뭐라 부르면 적절할까."

 

'고아 아닌 고아'라고까지 칭한 것은 좀 과도한 듯싶지만, 여하튼 남들과 달리, 여느 아이들과 달리 19년만에 생일이 돌아온다고 하면 자신의 특별한 운명에 대해서 짐짓 숙고하지 않을 수 없었겠다. 이 윤달생에 대한 예민한 숙고가 비평가 김윤식을 탄생시켰다면 과장일까(저자는 윤달생 운운을 한국 근대문학의 '윤달스러움'과 연관짓기 위해서라고 해명하지만, 여하튼 그 윤달스러움을 직시한 이가 윤달생 비평가란 사실이 어찌 우연이겠는가).

 

한데 윤3월생과 양력 8월생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커서, 직관적으로 이상하다 싶어, 달력을 확인해보았다(이런 확인은 인터넷에서 손쉽게 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1936년 윤3월 12일은 양력으로 8월 10일이 아니라 5월2일이다.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방도는 선생이 5월 2일생(윤3월 12일생)인데 출생신고는 8월 10일로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다(과거에 흔했던 일로 안다). 그런데 5월 2일이란 날짜가 빠지니까 좀 이상한 기술이 되어버린 것. 실제 8월 10일은 평달이다.

 

더불어 저자가 간과한 것은 윤달이란 게 규칙적이지 않아서 그 주기 또한 매번 다르다는 점. 윤3월이 낀 해는 1936년에서 1955년으로 이어지지만, 그 다음해는 1966년이다. 이번에는 11년만에 생일잔치를 할 수 있는 것. 1993년과 2012년도 윤3월이 낀 해였다. '19년'이란 건 결코 고정된 주기가 아니다.

 

덧붙이자면 나도 윤달생이다. 나는 1968년 윤7월에 태어났기에 양력이 아닌 음력으로 생일을 쳤다면 2007년에야 첫 생일을 맞았을 것이다. 19년도 아닌 39년만에! 그리고 그 다음 생일은 2044년에 가야 맞는다. 평생 생일잔치 한번 하고 끝날 수도 있었던 셈이다. 그런 점까지 고려해서 부모님과 달리 생일을 양력으로 지내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혹 음력으로 지냈더라면 나도 100권이 넘는 책을 쓰는 비평가가 되었을지 궁금하다. 아무려나 김윤식 선생의 저작을 몇십년 동안 따라 읽어온 것도 어쩌면 그 윤달생의 인연이 작용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

 

16. 05. 07.

 

 

P.S. 자전 부분의 한 대목에 대해 적었지만, 정작 이 책에서 더 흥미로운 부분은 1부의 자전이 아니라 2부의 일기다. 일기를 거의 쓰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14권의 일기를 보관하고 있다면서 일부를 소개하고 있다. 주로 외국 체류 중의 일기로, '도쿄 일기'와 '아이오와 일기' 등이 그에 해당한다. '도쿄 일기'의 많은 부분은 루카치와의 만남(<소설의 이론>과의 만남)과 그 회고로 채워져 있다. 교정사항을 적자면, 293쪽에서 인용된 <소설의 이론>의 역자가 '이경식'으로 오기돼 있다. 291쪽에서와 마찬가지로 '김경식'이다. 저자가 아직 원고지에 글을 쓰기 때문에 입력과정에서 이런 오식들이 발생하는 듯싶다. 다른 저자들에서도 오식이 자주 나와서 하는 얘기다. 283쪽에서는 <토마스 복음서>(<도마 복음>)의 역자가 '류시하'로 표기됐다. '류시화'의 오기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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