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가 가시지 않은 채로 다음주 강의자료를 만들다 보니 하루가 다 갔다. 아무런 포스팅이 없었는데도 오히려 방문자는 늘었지만(새 글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확인하기 위한 방문일까?), 공연한 의무감으로 '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주로 예술(이론) 분야의 책들이다. 타이틀북은 자크 랑시에르의 <해방된 관객>(현실문화, 2016). 예고없이 나온 책이어서 어제 부랴부랴 주문해서 받은 책이기도 하다. '컨템포러리 총서'로 나온 것인데, 이 총서의 첫 책이 랑시에르의 <이미지의 운명>(현실문화, 2014)이었다.

 

"랑시에르가 지적 해방의 사유와 오늘날 관객에 관한 물음에 답하는 책이다. 랑시에르는 <무지한 스승>에서 교육의 문제를 지적 능력의 평등이라는 철학적.정치적 문제로 옮겨 사유하는 지적 모험을 펼쳤다. <해방된 관객>은 <무지한 스승>에서 시작된 또 하나의 모험담으로, 지적 불평등의 고리, 지적 해방의 사유를 연극과 관객이라는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해 오늘날 '해방된 관객', '평등한 관객'의 자리를 찾는다. 랑시에르는 관객이 하는 것은 결국 '주의'라고, 주의란 시선이나 청취를 끌고 감으로써 관객이 제 고유의 저작을 만들어내는 것을 가리킨다고 전했다."

 

두번째 책도 예술이론 분야에 속한다. 데이비드 조슬릿의 <피드백 노이즈 바이러스>(현실문화, 2016). '백남준, 앤디 워홀 그리고 이미지 정치에 관하여'가 부제. "미술사학자 데이비드 조슬릿은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앤디 워홀의 작업들, 사이키델리아 히피 문화, TV 대선 토론과 시트콤, 여러 셀러브리티들과 사회운동, 미디어 행동주의를 오가며 수십 년 전에 발명된 효과적인 전술들을 펼쳐놓는다."

 

세번째는 로빈 모건, 아리엘 리브의 <1963 발칙한 혁명>(예문사, 2016). '비틀스, 보브컷, 미니스커트 - 거리를 바꾸고 세상을 뒤집다'가 부제. "일간지 편집장이자 20여 년간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활약한 로빈 모건과 인기 저널리스트 아리엘 리브가 1960년대를 대표하는 사회 인사 48인을 직접 인터뷰하여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엮은 것이다. 시대의 정신이자 세대의 우상이 된 밥 딜런과 비틀즈가 영국의 공영방송에 같은 날 데뷔했다는 재미있는 사실과 함께, 1963년의 주역들이 들려주는 당시의 대중문화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네번째 책은 이유리의 <화가의 마지막 그림>(서해문집, 2016)이다. "19인의 예술가가 남긴 마지막 명작 이야기. 책에서 다룬 19인의 예술가들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비극 속에서 화가들이 길어올린 작품에는 생에 대한 에너지와 열망, 끝끝내 놓을 수 없었던 희망과 염원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마지막 책은 토마스 기르스트의 <뒤샹 딕셔너리>(디자인하우스, 2016)다. 제목 그대로 사전. '예술가들의 예술가 뒤샹에 관한 208개의 단어'를 수록하고 있다. "뒤샹의 삶에서 추출하거나 빗대어 볼 수 있는 직.간접적인 208개의 단어를 풀이함으로써 그의 삶을 보다 총체적으로, 동시에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든 이색 사전이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해방된 관객
자크 랑시에르 지음, 양창렬 옮김 / 현실문화 / 2016년 6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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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 노이즈 바이러스- 백남준, 앤디 워홀 그리고 이미지 정치에 관하여
데이비드 조슬릿 지음, 안대웅.이홍관 옮김 / 현실문화 / 2016년 3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2016년 06월 11일에 저장
절판
1963 발칙한 혁명- 비틀스, 보브컷, 미니스커트 - 거리를 바꾸고 세상을 뒤집다
로빈 모건.아리엘 리브 지음, 김경주 옮김 / 예문사 / 2016년 6월
19,800원 → 17,820원(10%할인) / 마일리지 990원(5% 적립)
2016년 06월 11일에 저장
절판

화가의 마지막 그림- 삶의 마지막 순간, 손끝에서 피어난 한 점의 그림
이유리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6월
14,800원 → 13,320원(10%할인) / 마일리지 7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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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에세이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문학동네, 2016)에서 제일 먼저 펼친 대목은 핀란드 여행기다. '시벨리우스와 카우리스매키를 찾아서'.(핀란드의 대표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가 책에서는 '아키 카우리스매키'로 표기되었다. 설사 발음이 그쪽에 가깝다 하더라도 더 익숙한 표기를 따르는 게 낫지 않을까. 나는 '카우리스마키'를 고집하겠다.) 한 인터뷰에서 읽어서 하루키가 카우리스마키의 영화 팬이란 건 알고 있었고, 그 점에서는 나랑 취향이 맞군, 이란 생각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핀란드 하면 떠오르는 것 가운데서 그가 첫손에 꼽은 것이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다(그 다음이 시벨리우스의 음악이어서 이 장의 제목이 '시벨리우스와 카우리스매키를 찾아서'다). 하루키 덕분에 알게 된 것인데, 핀란드의 헬싱키에는 카우리스마키 형제(아키와 미카)가 운영하는 명물 바 '카페 모스크바'가 있다고 한다.

"카우리스매키의 팬 입장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긴 꼭 가봐야겠다고 전부터 별렀던 술집이다. 어둡고 야한 1960년대풍 인테리어부터 주쿠박스 겉면에 붙은 편집증적인 선곡 목록까지, 모든 것이 대단하다 싶을 만큼 완벽하게 카우리스매키의 취향을 따르고 있다. 전해들은 말에 따르면 이 바의 기본적인 경영 방침은 '차가운 서비스와 따뜻한 맥주'라고 한다. 흐음, 역시 상당히 유니크하죠."

벼르던 대로 하루키는 이 카페에 들렀지만 아무리 기다려도(40분 가까이 기다렸다고) 종업원이 나타나질 않아 결국은 미지근한 맥주도 마시지 못한 채 나오고 말았다고 한다(이것도 은근히 카우리스마키스러운 일이라며 위안을 삼지만). 이런 일에 바톤 터치라는 게 있을 수 없지만, 50대에 하고 싶은 일 한 가지가 생겼다(내게도 먼 나이가 아니다). 그건 헬싱키의 그 카페 모스크바에 가서 하루키도 마셔보지 못한 따뜻한 맥주를 마시는 것이다. 이런 자리에 앉아서.

 

 

흐흠, 예의 그 차가운 서비스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16. 06. 08.

 

P.S. 말이 나온 김에 카우리스마키 영화의 음악 한 대목. <과거가 없는 남자>의 한 장면에 나오는 '파하 바니'다.(https://www.youtube.com/watch?v=fn7wsxGZl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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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 로버트 프록터와 게리 크로스의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동녘, 2016)를 고른다. 원제는 '포장된 쾌락', 그리고 ' 병, 캔, 상자에 담긴 쾌락'이 부제다.

 

"이제껏 대다수의 사람들은 중독의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았다. 무절제와 탐욕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개인을 질책했다. 기계화와 대량생산, 자본의 힘을 이유로 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저자들은 우리 욕망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바꿔버린 거대한 변화가 있었고, 그 변화가 우리 모두를 소비 중독에 빠지게 했다고 주장한다. 그 변화를 이들은 ‘포장된 쾌락의 혁명’으로 명명했다."

사회학자들의 책 제목을 빌리자면 '쾌락의 구조변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흥미로운 테마여서 원저도 구해볼까 했더니 하드카바만 나와 있어서 참아두기로 했다. 공저자 게리 크로스의 <소비된 노스탤지어>도 관심을 끄는 타이틀이다. 여하튼 쾌락의 구조변동, 혹은 쾌락의 포장변동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책은 수많은 익숙한 제품들의 탄생기를 담고 있다. 카카오나무에서 난 쓴 열매가 달콤한 ‘허쉬 초콜릿’이 되기까지, 의례 때나 가끔 피울 수 있었던 담배가 종이에 포장되고 담뱃갑에 담겨 특정한 이미지를 갖게 되기까지, 도축장 부산물에서 나오는 젤라틴이 ‘젤로’라는 전에 없던 상품이 되기까지, 목소리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축음기가 발명된 이야기 등 익숙한 것들이 어떤 기술발전과 마케팅을 거쳐 지금 우리 곁에 오게 됐는지를 다양하게 소개한다."

따로 카테고리는 없지만, '이주의 사회과학서'로서도 손색이 없다...

 

16. 06.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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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고전'으로 다룰 책들이 좀 밀려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일단은 윈스턴 처칠의 회고록 <제2차 세계대전>(까치, 2016)만을 언급하도록 한다. 이번에 나온 번역본이 상하 합계 145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인데, 원저의 '발췌본'이다. 전6권 분량의 원저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직접 참고하긴 어려운 대작이다. 원저는 각권 900여쪽이고, 발췌본은 1000여쪽이므로 대략 6분의 1보다는 많고 5분의 1보다는 적은 분량. 발췌본 원서까지 구입할지 고민중이다.

 

 

영국 수상으로서 자신이 직접 치른 전쟁에 대한 상세한 회고록을 남김으로써 처칠은 그의 역사적 공과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 <제2차 세계대전>을 주요한 업적으로 그는 1953년에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했다. 몇년 전 노벨문학상 작가들을 강의하면서 새삼 알게 된 사실인데, 국내에 번역본이 없어서 좀 놀랐었다. 이번에(이제서야) 번역본이 나온 셈인데, 역자는 차병직 변호사다. 어떤 의의가 있는 책인가.

'전쟁에는 결단', '패배에는 투지', '승리에는 관용', '평화에는 선의'라는 네 가지 '교훈'에 기초하여 집필된 윈스턴 처칠의 <제2차 세계대전>. 1,500만의 사망자와 3,450만의 부상자를 기록한 인류 역사 최대의 전쟁인 제2차 세계대전의 전체 역사를 개관한 결정판이다. 개인의 회고록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이 책은 양적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내용과 의미의 질적 측면에서도 그 깊이와 넓이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저작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처칠의 역할과 그에 대한 평가로는 폴 존슨의 <윈스턴 처칠의 뜨거운 승리>(주영사, 2010)가 적당한 분량의 책이다. 원제는 <처칠>. 그밖에 니겔 로저스의 <30분에 읽는 처칠>(랜덤하우스코리아, 2005)과 존 램스덴의 <처칠>(을유문화사, 2004)이 소개됐었지만 현재는 절판된 상태. 가장 얇은 책과 가장 두꺼운 책이다(램스덴의 전기는 880쪽에 이른다).

 

 

한편, 처칠 자신의 책으로는 자서전으로 <처칠, 나의 청춘기>(원제 <나의 젊은 시절>)와 <폭풍우 한가운데>(원제 <사상과 모험>) 등이 더 번역돼 있다. 2차 세계대전의 전체상과 비교하기 위해서는 존 키건의 <2차세계대전사>(청어람미디어, 2007)를 옆에 두고 같이 보면 좋겠다. 그나저나 이 정도 분량이면 여름 휴가 때나 읽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혹은 다리가 부러져 입원하든지 해야...

 

16. 06.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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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공지다. 6월 16일부터 7월 14일까지 5주간 매주 목요일 저녁(19시-21시)에 남산도서관에서 '세계문학 고전 읽기' 강의를 진행한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부터 도스토에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까지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16. 06.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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