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에세이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문학동네, 2016)에서 제일 먼저 펼친 대목은 핀란드 여행기다. '시벨리우스와 카우리스매키를 찾아서'.(핀란드의 대표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가 책에서는 '아키 카우리스매키'로 표기되었다. 설사 발음이 그쪽에 가깝다 하더라도 더 익숙한 표기를 따르는 게 낫지 않을까. 나는 '카우리스마키'를 고집하겠다.) 한 인터뷰에서 읽어서 하루키가 카우리스마키의 영화 팬이란 건 알고 있었고, 그 점에서는 나랑 취향이 맞군, 이란 생각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핀란드 하면 떠오르는 것 가운데서 그가 첫손에 꼽은 것이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다(그 다음이 시벨리우스의 음악이어서 이 장의 제목이 '시벨리우스와 카우리스매키를 찾아서'다). 하루키 덕분에 알게 된 것인데, 핀란드의 헬싱키에는 카우리스마키 형제(아키와 미카)가 운영하는 명물 바 '카페 모스크바'가 있다고 한다.

"카우리스매키의 팬 입장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긴 꼭 가봐야겠다고 전부터 별렀던 술집이다. 어둡고 야한 1960년대풍 인테리어부터 주쿠박스 겉면에 붙은 편집증적인 선곡 목록까지, 모든 것이 대단하다 싶을 만큼 완벽하게 카우리스매키의 취향을 따르고 있다. 전해들은 말에 따르면 이 바의 기본적인 경영 방침은 '차가운 서비스와 따뜻한 맥주'라고 한다. 흐음, 역시 상당히 유니크하죠."

벼르던 대로 하루키는 이 카페에 들렀지만 아무리 기다려도(40분 가까이 기다렸다고) 종업원이 나타나질 않아 결국은 미지근한 맥주도 마시지 못한 채 나오고 말았다고 한다(이것도 은근히 카우리스마키스러운 일이라며 위안을 삼지만). 이런 일에 바톤 터치라는 게 있을 수 없지만, 50대에 하고 싶은 일 한 가지가 생겼다(내게도 먼 나이가 아니다). 그건 헬싱키의 그 카페 모스크바에 가서 하루키도 마셔보지 못한 따뜻한 맥주를 마시는 것이다. 이런 자리에 앉아서.

 

 

흐흠, 예의 그 차가운 서비스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16. 06. 08.

 

P.S. 말이 나온 김에 카우리스마키 영화의 음악 한 대목. <과거가 없는 남자>의 한 장면에 나오는 '파하 바니'다.(https://www.youtube.com/watch?v=fn7wsxGZl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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