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을 고른다. 광복절인 만큼 역사 분야의 책들 가운데서 골랐다. 타이틀북은 정운현의 <친일파의 한국현대사>(인문서원, 2016)다. '이완용에서 노덕술까지, 나라를 팔아먹고 독립운동가를 때려잡은 악질 매국노 44인 이야기'가 부제. 지난봄에 나온 <묻혀 있는 한국 현대사>(인문서원, 2016)와 맥락을 같이하는 책이다.

 

"'나라를 팔아먹고 독립운동가를 때려잡은 매국노 44인 이야기'라는 직설적인 부제가 말해주듯이 그야말로 '나라를 팔아먹고', '독립운동가를 때려잡은' 파렴치한 매국노들 이야기를 통해 읽는 우리 현대사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가장 유명한 친일파' 이완용부터 우리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친일파 제1호' 김인승이나 '일본신을 섬긴 조선인' 이산연까지, 정계, 재계, 문화계, 종교계 등 각 방면을 대표하는 친일 인사 44명의 친일 행적을 기록을 통해 파헤친다."

 

두번째 책은 박태균, 정창현의 <암살>(역사인, 2016). '왜곡된 현대사의 서막'이 부제로, "해방 정국에서 발생한 많은 테러 음모나 사건 중에서 5명의 대표적인 정치지도자의 암살사건을 다뤘다. 1945년 평양 시내에서 백관옥에게 암살된 평양인민정치위원회 부위원장 현준혁, 1945년 한현우 등에게 자택에서 피살된 한국민주당 수석총무 송진우, 1947년 서울 혜화동 로터리에서 한지근에게 저격당한 근로인민당 당수 여운형, 1947년 서울 제기동 자택에서 박광옥 등에게 피살된 한국민주당의 실세 장덕수, 1949년 경교장에서 안두희에게 피살당한 한국독립당 당수 김구 등이 그 주인공이다." 신기철의 <아무도 모르는 누구나 아는 죽음>(인권평화연구소, 2016)도 같은 성격의 책으로 '한국전쟁과 이승만의 거대한 적들 이야기'가 부제다. 해방 정국에서 희생/학살당한 이들의 삶과 죽음을 재조명했다.

 

 

세번째 책은 정명섭 등의 <일제의 흔적을 걷다>(더난출판사, 2016). "저자들은 남산 위에 신사부터 제주 아래 벙커까지, 우리 땅 곳곳에 남은 일제의 흔적을 찾아 몸소 전국을 누볐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모르고 보면 이상한 콘크리트 덩어리에 불과한 잔해에도 수많은 세월이 퇴적되어 있으며, 그 속엔 그만큼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음을 체감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그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우리 안의 오래된 일본을 좀 더 생생히, 자세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한국현대사 평화답사기'를 부제로 한 김태우의 <평화를 걷다>(민속원, 2016)와 같이 읽어봄직하다.

 

 

네번째 책은 미즈노 나오키와 문경수의 <재일조선인>(삼천리, 2016)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근대사 전문가인 미즈노 나오키 교수와 재일 2세 학자인 문경수 교수가 신문, 잡지, 기록물 등 다양한 사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재일조선인의 사회사이다." 미즈노 나오키의 단독 저작으로는 <창씨개명>(산처럼, 2008)이 소개된 바 있다.

 

 

다섯번째는 호사카 마사야스의 <쇼와 육군>(글항아리, 2016). '제2차 세계대전을 주도한 일본 제국주의의 몸통'에 대한 방대한 해부다. "거대한 '병리 현상'이라고밖에 달리 분석할 길이 없던 전쟁의 숱한 참상은 모두 '쇼와 육군'이라는 몸통을 관통해 벌어진 일이다. 그런 만큼 일본 육군을 연구하지 않으면 무슨 까닭에 일본이 이처럼 무모한 전쟁으로 치달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저자 호사카 마사야스가 철저히 일본 내부자의 시각에서, 그것도 오로지 육군만을 줄기 삼아 글을 쓴 이유다." 내부자의 시선으로 본 일본 제국 육군의 모습은 야마모토 시치헤이의 <어느 하급장교가 바라본 일본제국의 육군>(글항아리, 2016)도 참고할 수 있다. "일본문화론의 대가로 알려진 야마모토 시치헤이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육군의 하급장교로서 참전했던 경험을 기록한 책이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친일파의 한국 현대사- 이완용에서 노덕술까지, 나라를 팔아먹고 독립운동가를 때려잡은 악질 매국노 44인 이야기
정운현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8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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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왜곡된 현대사의 서막
박태균.정창현 지음 / 역사인 / 2016년 7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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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흔적을 걷다- 남산 위에 신사 제주 아래 벙커
정명섭 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6년 8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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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 역사, 그 너머의 역사
미즈노 나오키.문경수 지음, 한승동 옮김 / 삼천리 / 2016년 8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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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가장 무더웠던 여름은 1994년의 여름인데, 올여름이 어쩌면 그와 겨룰 만하지 않나 싶다. 정확한 건 두어 주 더 지나봐야 알겠지만, 여하튼 덥다(지난해 이맘때는 병원에 입원해 있던 터라 더운 걸 모르고 지냈는지 모르겠지만). 늦은 오후에 책을 읽으러 동네 카페에 갔었는데, 자리가 있을까 말까할 정도로 붐볐다. 아이들까지 데리고 나온 가족도 드물지 않았고. 음료를 비우고도 몇 시간씩 죽치고 있기 뭐해서 두 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돌아오긴 했지만, 뭔가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한여름의 독서도 요즘 같아선 그 자체로 '전투적 독서'다.   

 

 

읽어야 할 책이 산더미라 이 전투는 고지전에 해당하는데, 발에 치이는 책 가운데 하나가 앤서니 그래프턴의 <각주의 역사>(테오리아, 2016)다. 저자는 프린스턴대 역사학과 교수로 미국 역사학회 회장도 역임한 수준급의 학자다. 이번에 찾아 보니 <시간 지도의 탄생>(현실문화, 2013)과 <신대륙과 케케묵은 텍스트들>(일빛, 2000)이 번역된 바 있다(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시간 지도의 탄생>은 액면가가 44,000원이고, 절판된 <신대륙과 케케묵은 텍스트들>은 중고본이 50,000원에 나와 있다. 도서관을 이용하라는 뜻이겠다).

"과학적 역사의 기호가 되는 각주라는 종의 기원은 흔히 19세기 독일의 역사학자 레오폴트 폰 랑케라고 여겨져 왔다. 랑케가 1824년 출판한 처녀작 <라틴과 게르만 여러 민족들의 역사>에서 최초로 상부와 하부의 이원적인 구조로 역사를 서술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랑케가 처음으로 지면의 위쪽에는 중심 이야기가 있고, 그 아래 발치에는 그 중심 이야기를 지탱하는 사료를 비판적으로 제시하면서 부차적인 이야기를 형성하는 각주가 있는 근대적인 이중적인 서사로 역사를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 <각주의 역사>에서 저자 앤서니 그래프턴은 각주가 랑케에서 기원한다는 주장을 옹호하거나 공격하는 논의들 모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흩어져 있는 연구의 가닥들을 연결함으로써 이제까지 서술된 적 없는 각주의 역사를 조명하고자 한다."

일단 책 제목에서 '각주에도 역사가 있나요?'라는 호기심 어린 질문을 던질 독자들이 이 책의 타겟 독자다. 물론 '각주'에 대한 나름의 경험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논문을 써본 독자들) <각주의 역사>라는 제목만으로도 뭔가 상쾌한 느낌을 얻을 수도 있겠고. 미국의 서평가 마이클 더다의 촌평이 책을 실감을 잘 전달하는 듯싶다.

"현학자에게는 무기, 신출내기 학자에게는 눈엣가시, 학생에게는 골칫거리. 지면 하단에 놓인 각주는 오랫동안 부수적인 것과 주변적인 것의 은신처였다. 이러한 각주가 이 책에서는 당당히 중심으로 등장한다. 각주의 역사는 근대 학문의 전개에 관해 많은 것을 말해 주는 놀라운 역사이다. 앤서니 그래프턴은 그 놀라움을 ‘역사에 대한 각주’를 ‘역사로서의 각주’로 바꾸며 보여 주고 있다. 지식을 글로 쓰는 형식이 어떻게 진보했는가를 섬세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전개하며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마음도 사로잡히기 위해선 적정온도가 필요하다. 이런 무더위에 각주 달린 책을 읽는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 발이라도 씻으면 좀 나아질까. '독서 전투'의 전우들은 어떻게들 지내고 계신지 궁금하다...

 

16. 0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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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 휴양지로 1박2일의 짧은 휴가를 다녀올 예정이라 오전부터 분위기가 어수선한데(그래봐야 강의할 책들을 싸들고 가는 휴가다), '이주의 고전'까지는 골라놓고 떠나도록 한다.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서커스, 2016)가 정식 판권계약을 맺고 출간되어서다. 

 

"양자역학을 창시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학문적 자서전이다. 한 과학자의 학문적 이력을 넘어 원자물리학의 황금시대에 대한 일급 기록이기도 한 이 책에는 원자라는 미시 세계를 이해하는 데 혁명을 일으킨 양자역학의 발전에 참여한 수많은 천재들의 캐릭터와 일화가 밀도 높게 기록되어 있다. 정식 한국어판에서는 최신판 독일 원전을 꼼꼼히 옮기고 전공 학자가 감수를 맡고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는 각주를 추가했다. 낯선 물리학 용어들과 철학 용어들을 최대한 일반인들의 언어로 풀어 설명해 이해를 돕고자 했고 생생한 대화의 내용을 살리는 문체로 가독성을 높였다."

사실 이 책이 '고전'으로서 확실한 지위를 갖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영역본도 잘 찾을 수 없기 때문인데, 영어권에서 하이젠베르크의 대표 저작은 <물리학과 철학>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의 경우 이 세계적 물리학자의 '학문적 자서전'은 오랜동안 '필독서'로 추천돼왔다. 나도 학부시절에 누군가로부터 추천받아서 처음 읽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런 전설의 이면에는 뒷소문도 따라다녔는데, 번역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었다(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도 그런 소문이 따라붙는 대표적인 책이다). 읽은 지도 오래됐고, 독어판과 대조해볼 수 있는 형편도 아니어서, 나는 그냥 누군가(대개 젊은 학생들)에게 추천할 일이 생기면 '번역이 좋지는 않지만'이란 단서를 붙이곤 했다. 잘 읽히지가 않아서 중간에 책을 덮더라도 그게 독자의 역량 탓만은 아니라는 암시를 미리 주려고 했던 것이다. 이번에 나온 새번역판은 그런 염려에서 벗어나게 해줄 듯싶어 반갑다. 그래서 바로 구입은 했는데, 언제 다시 읽을지는 아직 장담하지 못하겠다... 

 

16. 0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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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과학서'로는 제임스 배럿의 <파이널 인벤션>(동아시아, 2016)을 고른다. '인공지능, 인류 최후의 발명'이 부제. 인공지능 관련서는 거의 매주 출간되고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 뭔가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짚어줄 만한 책이다 싶다. 저자는 인공지능에 열광하기보다는 인공지능의 논리와 윤리를 차분히 재검토한다.

 

"저자 제임스 배럿은 인공지능 기술 개발이 대중과의 소통 없이 먼저 완성하겠다는 전문가들의 욕구와 경쟁에 휩쓸려 있음을 지적한다. 인공지능이 가지고 올 미래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극단적인 미래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며 개발자들이 그 위험성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10년간 미국 내 인공지능 개발자들과 이론가들을 모두 만났고 공개된 인터뷰 영상, 저작, 공개되지 않은 자료까지 섭렵했다. 그리고 이들이 어떠한 태도로 인공지능 개발에 임하는지, 아시모프 3원칙에서 발전하지 못한 인공지능의 논리와 윤리가 얼마나 박약한지를 꼬집는다."

 

서평강좌에서 과학분야의 책은 주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다루고는 하는데, 내년에도 유사한 강의를 진행한다면 인공지능 관련서를 골라야겠다. 이 분야의 책들을 누군가 갈무리해주었으면 싶다...

 

16. 0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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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은 이탈리아의 라캉주의 연구자 마시모 레칼카티의 <버려진 아들의 심리학>(책세상, 2016)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 텔레마코스 콤플렉스로'라는 부제에서 저자의 의도 혹은 전략을 가늠해볼 수 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대표되는 프로이트의 패러다임을 뒤엎고 '텔레마코스 콤플렉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아버지의 위상이 추락한 시대, 아버지가 '증발'한 시대, 아버지가 부재하는 시대에 아버지와 아들, 부모와 자식, 세대와 세대, 나아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읽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텔레마코스는 온갖 역경 속에서도 아버지를 원망하는 법 없이 아버지의 귀환을 꿈꾸고 기도하는 오디세우스의 아들이다.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불가능한 세계, 부성이 증발된 세계의 '버려진 아들'이라는 운명을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저자는 텔레마코스라는 아들/인간의 상을 통해 현대인의 심리 구조가 오이디푸스의 원형을 탈피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조명한다."

문제의 구도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끄는 책이다. 라캉 정신분석에서 아버지란 존재가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는 책으로는 필리프 쥘리앵의 <노아의 외투>(한길사, 2007)가 가장 요긴한데, 현재는 절판됐다. 라캉주의자는 아니지만 이탈리아 출신의 정신분석가 루이지 조야의 <아버지란 무엇인가>(르네상스, 2009)도 아버지에 대해서 역사적, 문화적, 심리학적 시각에서 살펴보고 있는 책이다. <버려진 아들의 심리학>의 배경이 될 만하다.

 

 

한편 '라캉' 혹은 '라캉주의'란 말의 원 출처가 되는 자크 라캉의 세미나 가운데 1권이 번역돼 나왔다. 11권 <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 개념>(새물결, 2008)이 나오고 무려 8년만이다(역자는 동일하므로 다음 '세미나'까지는 또 그만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일까?). 세미나 2권과 함께 라캉의 주저 <에크리>와 <또다른 에크리>도 근간 목록에는 포함돼 있지만 이 역시 얼마나 가까운 시기에 출간된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이미 한국어판이 나온다는 얘기가 떠돈지도 10년이 넘었기에). 그래도 두 권 정도 나왔으니 '시작이 반'이라는 의미를 되살리자면 절반 이상은 나온 것 같은 느낌도 든다(프랑스어판도 아직 완간되지 않은 세미나 전체는 스무 권을 훌쩍 넘는다). 라캉 세미나 전체에 대한 개관은 강응섭의 <자크 라캉의 '세미나' 읽기>(세창출판사, 2015)를 참고할 수 있다. 물론 라캉에 대한 소개서는 부지기수로 나와 있다...

 

16. 0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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