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공지다. 북카페 야나문에서 12월 15일(목) 저녁 7시에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한다. 애초에는 문명사에 관한 책을 골랐으나 시의성을 고려하여 슬라보예 지젝의 <멈춰라, 생각하라>(와이즈베리, 2012)를 생각거리로 삼기로 했다. 2011년의 세계사적 사건들을 다룬 책의 원제가 <위험한 꿈을 꾼 해>라는 걸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구글번역기 번역으로는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내리는 해'다!). 우리에겐 바로 2016년이 (본의 아니게) '위험한 꿈을 꾸는 해'가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덧붙이자면, 올 봄에 출간된 <새로운 계급투쟁>(자음과모음, 2016)도 더 얹을 수 있는 책이다. '어순실한' 시국에서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참가 신청은 http://blog.aladin.co.kr/selfsearch/8913205).


16.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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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현 시국과 관련된 발언처럼 들리지만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신간 제목이다. <우리의 병은 오래전에 시작되었다>(자음과모음, 2016). 바우디가 겨냥한 것은 2015년 11월 13일의 파리 테러'다. '11월 13일 참극에 대한 고찰'이란 부제가 뜻하는 바다. 바디우는 테러가 발생한 지 열흘 뒤인 그해 11월 23일에 오베르빌리 시립극장에서 특별강연을 하는데, 그 강연문을 책으로 펴낸 것이라 팸플릿에 가깝다. 


"바디우의 강연은 2015년 11월 13일에 대한 언급으로부터 시작한다. 11월 13일이라는 참극의 상징을 해부하는 바디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그동안 도외시했던 고전적인 문제들에 대한 재검토가 왜 요청되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결국 바디우가 강연 전체를 통해 밝히는 파리 테러의 근본적 원인, 즉 우리가 세계의 모순 속에서 고통받는 이유는 '자본주의의 내재성에서 분리될 수 있는, 전 세계적 차원의 정치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영역본도 지난 9월에 출간되었기에 주문해서 오늘받았다. 지난봄에 나온 지젝의 <새로운 계급투쟁>(자음과모음, 2016)과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싶다. 



사실 바디우와 지젝은 책은 긴급한 이슈를 다룬 팸플릿을 제쳐놓더라도 읽은 게 많고 또 밀렸다. 올해 나온 책 가운데서는 피터 홀워드의 <알랭 바디우>(길, 2016), 지젝과 살레츨이 엮은 <성화>(인간사랑, 2016), 지젝의 <분명 여기에 뼈 하나가 있다>(인간사랑, 2016) 등을 바로 꼽을 수 있다. 현재 여건으로는 시간을 빼내기가 상당히 어렵지만 자주 상기하다면 언젠가는 손에 들 날이 오기도 할 것이다. 오래전에 시작된 병은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지 두 열정적인 철학자의 탁견에 귀 기울여 보고자 한다...


16.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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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 공지다. 강좌라고는 하지만 정확하게는 문학기행 공지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의 제안에 따라 '로쟈 이현우와 떠나는 러시아문학기행'을 진행하게 되었다. 2017년 1월 3일부터 10일까지 6박8일의 일정인데, 관심 있는 분들은 공지를 참고하시기 바란다(http://www.hanter21.co.kr/jsp/huser2/educulture/educulture_view.jsp?&category=academyGate14&tolclass=0002&lessclass=&subj=F92185&gryear=2017&subjseq=0001&booking=&moptNo=). 




P.S. 문학기행 참가 신청자를 위한 사전 강의는 12월 29일 저녁에 진행될 예정이다. 문학기행이니 만큼 러시아문학 대표 작가들의 대표작들을 미리 읽어두는 게 좋겠는데, 거기에 가이드북 몇 권도 필독해둘 만하다.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현암사, 2014) 외에 이대식의 <줌 인 러시아>(삼성경제연구소, 2016), 이진숙의 <러시아 미술사>(민음사, 2007)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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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작가 윌리엄 트레버의 작품이 또 한권 번역돼 나왔다. <여름의 끝>(한겨레출판, 2016). 2009년작이니까 작가 나이 여든 한 살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단편문학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트레버는 18권의 장편도 발표했다. 전천후 작가라고 할까.  



사실 국내에는 지난해 단편선집 <윌리엄 트레버>(현대문학, 2015)가 출간됨으로써 처음 소개되었고, 올여름에 단편집 <비 온 뒤>(한겨레출판, 2016)가 나왔으니 '뉴 페이스'에 해당한다. 명성에 비하면 상당히 뒤늦게 소개된 셈인데, 그럼에도 "영어권의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단편작가"(뉴요커)란 평판은 기대를 안 가질 수 없게 만든다.<여름의 끝>의 간단한 소개는 이렇다.  

"윌리엄 트레버가 81세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듯한 아일랜드의 한 작은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내밀한 사랑 이야기가 이곳의 풍경, 색깔, 냄새와 소리, 빛과 그림자와 함께 섬세하게 묘사된다. 여름 한철 조용한 마을에서 일어난 누군가의 첫사랑과 과거의 사랑, 누군가의 지워지지 않는 고통과 슬픔 들이 작가 특유의 깊은 공감과 연민의 시선으로, 절제된 문장 속에 담긴다. 2009년 부커상 후보작."

<여름의 끝>이 장편이긴 하지만, 단편작가로서 더 유명한 만큼 자연스레 다른 거장들인 존 치버나 레이먼드 카버도 연상하게 한다. 각운도 얼추 맞아서 트레버-치버-카버는 '3버'로도 묶을 수 있다. 트레버는 이제 막 세 권이 출간됐지만, 치버와 카버는 사정이 달라서 거의 전집 수준으로 소개되고 있다. 


가령 존 치버는 올초에 일기와 편지가 번역되었고, <작가란 무엇인가3>(다른, 2015)에서도 인터뷰를 읽어볼 수 있으며, 세계문학문전집판으로는 <팔코너>(문학동네, 2011)와 <왑샷 가문 연대기><왑샷 가문 몰락기>(민음사, 2008)을 읽을 수 있다. 



<팔코너>는 "뛰어난 단편소설들을 통해 미국인과 미국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족, 결혼, 도덕 같은 가치들이 안온해 보이는 일상의 이면에서 붕괴해나가는 모습을 정밀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포착해내 '교외의 체호프'로 불린 존 치버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고, <왑샷 가문 연대기>와 <왑샷 가문 몰락기>는 연작장편소설로 세인트보톨프스라는 작은 어촌 마을 사람들 이야기다.  



치버의 단편들은 네 권으로 갈무리돼 출간되었는데, 이게 최종판인지는 모르겠다. <불릿파크>(문학동네, 2007)가 애초에는 '존 치버 전집' 1권으로 나왔다가 후속작이 없이 묻혔는데, 아마도 다시 순번을 정돈하여 나오지 않을까 싶다(그러니까 아직 완전히 정리된 상태는 아니다). 돌이켜보니 내가 제일 처음 읽은 건 <주홍빛 이삿짐트럭>(정우사, 1993)이었다.  



카버도 사정은 비슷하다. 주요 작품은 모두 번역됐지만, '전집'이나 깔끔한 '선집' 형태는 아니다. 세계문학전집으로 빠진 <대성당>(문학동네, 2014)을 제외하고 나머지 작품들이 모두 망라돼 있는지 모르겠다(가령 집사재판에는 들어 있었지만 문학동네판에서는 찾을 수 없는 작품도 있다). 


  

내가 카버를 처음 읽은 건 집사재판(1996)을 통해서였는데(그러고 보니 영화 <숏컷>의 원작자로 처음 소개된 모양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어판 해설이 수록돼 있는 게 특징이었다. 지금은 모두 절판된 상태. 분량으로는 카버 전집도 가능할 듯싶은데, 그런 기획이 잡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더라도 작품집이 출간연도나 시기별로 묶여진다면 더 좋겠다. 



치버와 카버의 사정이 그렇다는 얘기고 앞으로 트레버의 작품들도(단편만 수백 편이고 선집도 1280쪽에 이른다) 어떤 모양새로 더 소개될지 기대가 된다...   


16.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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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이번 주에도 국내 저자 3인을 골랐다. 먼저 대중음악평론가로 잘 알려진 강헌의 한국대중문화사가 두 권짜리로 출간되었다. <강헌의 한국대중문화사 1,2>(이봄, 2016)인데, 1894년-1945년까지가 1권, 그리고 1945년-1975년까지가 2권에서 다루어진다(이후 시기는 3, 4권에서 다루어질 예정이라 한다). 저자는 '음악사의 역사적 명장면'을 다룬 <전복과 반전의 순간>(돌베개, 2016)을 지난해에 펴낸 데 이어서 의욕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중문화 전반으로 시야를 확장한 것이 눈에 띈다. 


"그는 1권과 2권에서 동학농민혁명부터 박정희의 시대까지를 다루되, 대상이 되는 주제를 하나의 사건이나 분류로 구별하지 않고, 일정한 시대로 구획을 나누지도 않는다. 하나를 말하되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역사적 상황과 그것이 우리 역사 전체를 통틀어 종적, 횡적으로 어떤 의미를 부여 받고 있는지, 다른 문화적 현상과 어떤 접점을 만들어내는지, 나아가 그 순간을 통해 역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까지를 단숨에 설파한다."



대중문화나 대중예술은 사실 학계에 전공자가 많지 않다. 김창남, 이영미 교수 정도가 떠올려지는데, <강현의 한국대중문화사>는 학술적 엄밀함에 구애받지 않은 개성적인 문화사라는 점에서 구별될 수 있을 듯하다. 더불어 더 흥미롭게 읽힐 수 있겠다.



두번째는 국사학자 신주백 교수로 역저 <한국 역사학의 기원>(휴머니스트, 2016)을 펴냈다. 애초에는 일제 강점기 민족운동사가 저자의 연구분야로 보이는데, 이후에 학술사와 역사교육사 등으로 시야가 확장되었다. 제목이 시사하듯 <한국 역사학의 기원>은 근현대 역사학이 어떻게 탄생하고 제도적으로 정착되었는가를 짚어보는 학술사 분야의 책이다. '근현대 역사학의 제도.주체.인식은 어떻게 탄생했는가'가 부제.  

"19세기 말부터 1950년대까지 제도.주체.인식을 중심으로 한국 역사학이 형성되는 과정을 '사학사'가 아닌 '학술사'의 측면에서 살피며, 한국 역사학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식민사관 논쟁은 물론 다양한 역사학이 흐름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 뿌리를 찾아간다. 이 책에서는 역사학계의 전체 지형과 그 안의 네트워크, 대학사와 고등교육정책, 지식사회사와 연관시켜 한국 역사학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어 왔는지를 다방면에서 살펴본다. 또한 1945년을 전후하여 식민지 시기까지의 경험과 인식이 해방 이후에 어떻게 연속되고 단절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변용되었는지도 주목했다."


소개에서도 '사학사'와 '학술사'를 구별하고 있는데, 사학사(론)에 해당하는 책들은 여럿 나와 있다. 근현대 역사학의 태두와 원로에 해당하는 분들의 저작이다. 여력이 있다면, 이런 저작들과 비교해서 읽는 것도 역사학 독자들의 과제겠다. 역사학도라면 필수이고.



세번째는 과학기술학 박사이기도 한 오철우 한겨레신문 기자다(학부에서의 전공은 영문학이라고). 박사학위논문을 단행본으로 펴냈는데, 논문 제목이 <천안함 '과학논쟁'의 성격과 구조>였고, 단행본은 <천안함의 과학 블랙박스를 열다>로 붙여졌다(저자는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온도계의 철학> 역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징검다리'를 자임하지만, 천안함 논쟁의 '종결자'가 나타난 듯싶어 반갑다. '분단체제 프레임 전쟁과 과학 논쟁'이 부제.

"<천안함의 과학 블랙박스를 열다>에는 저자가 천안함 논쟁에 관해 꼼꼼하게 모은 기록물이 담겨 있다. 이 기록물은 어느 특정 논리를 반박하기 위한 목적으로 아카이빙된 것이 아니다. 저자는 아직도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는 이 사고의 후속 연구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현재 시점에서 최대한 모을 수 있는 자료를 모아냈다. 또한 과학을 ‘논쟁의 역사’로 노정하는 저자는 특유의 균형감으로 한창 뜨거웠던 2010년 3월~5월의 논쟁을 냉철하게 정리했다."


세월호 못지 않게 천안함 사건도 언젠가는 진상을 규명해야 할 사건이다(대국민 사기극이란 사실이 밝혀질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그 '언젠가'가 언제쯤일지는 이 정부를 하야시키게 되면 알 수 있으리라(오늘내일?)...


16.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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