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에 관한 페이퍼를 얼마 전에 쓴 적이 있는데, '카프카 전집'(솔출판사)의 일환으로 그의 편지와 일기가 추가되었다. 전집의 6권으로 나온 <카프카의 일기>(솔출판사, 2017)와 8권으로 나온 <밀레나에게 쓴 편지>다. <밀레나에게 쓴 편지>는 다른 번역본이 있지만 일기 완역본 출간은 처음이어서 반갑다('서프라이즈'다). 표지는 묘하게 안 맞는군(이것도 컨셉트인가 보다). 참고로 카프카의 일기 일부는 <꿈>(워크룸프레스, 2014)에도 수록돼 있다.

 

"솔출판사 <카프카의 일기>는 한국에서 최초로 출간한 카프카 일기의 완역본이다. 그동안 카프카 문학의 뿌리를 궁금하게 여기던 한국 독자들에게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카프카의 일기 속에는 일부 소설들의 습작 문장이 실려 있다. 일기는 카프카 문학의 뿌리이자 습작이었다는 의의가 있다."

사실 이 카프카 전집은 출간이 지지부진한데다 번역도 고르지 않아서 카프카 독자들에겐 '계륵' 같은 존재였는데, 이번 일기와 편지의 출간으로 점수를 좀 만회하는 듯싶다.

 

 

그래도 물론 만족스럽지는 않다. 애초에 전집 6권은 편지 모음의 하나인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솔출판사, 2004)였지만 이번에 나온 <카프카의 일기>로 대체되었기에 아마도 편지갈이를 해서 다시 나올 것 같다. 기존 번역을 갖고 있는 독자들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된다고 할까. 게다가 전집의 10권은 애초에 누이에게 보낸 엽서들을 묶은 <카프카의 엽서>(솔출판사, 2001)였지만 <그리고 네게 편지를 쓴다>(솔출판사, 2016)라는 단행본으로 다시 나왔었다. 전집으로선 이가 빠진 셈인데(대체 이 전집에는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인가?), 이 또한 전집판으로 다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하다(같은 책을 세 번 구입해야 한단 말인가?!).

 

 

앞서 다른 페이퍼에서 언급했지만 밀레나에게 보낸 편지들은 범우사판과 지만지판으로도 나와 있다. 전집판이니 만큼 솔출판사판이 정본 노릇을 해주면 좋겠다. 참고로, <카프카처럼 글쓰기>(아인북스, 2014)도 편지 선집으로 나온 책이다.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의 발췌본으로 보인다.

 

 

카프카의 주요 작품들에 대해서는 강의를 진행한 적이 있지만 일기와 편지가 추가적으로 출간된 만큼, 게다가 전기와 여러 연구서도 보강한 만큼 올 가을에는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강의를 진행해보려고 한다. 그러자면 전집 말고도 읽은 게 상당하다. 우선은 <카프카답지 않은 카프카>(교유서가, 2017)부터 시작해볼까...

 

17. 0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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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을 고른다. 러시아의 새해는 1월 13일부터인지라 그에 맞추자면 이제 새해가 시작하는 듯한 기분이다. 여행의 여독에서도 서서히 벗어나는 시점인지라 다시 본업과 일상으로 돌아와야겠다. 그러고 보니 2017년의 첫 '이주의 책'이다. 먼저 타이틀북은 제임스 퍼거슨의 <분배정치의 시대>(여문책, 2017)다. '기본소득과 현금지급이라는 혁명적 실험'이 부제이고, 원제는 '물고기를 주라(Give a Man a Fish)'이다. "물고기를 주지 말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를 뒤집은 말이다.

 

"30여 년 동안 남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광범위한 현지조사와 이론작업을 바탕으로 빈곤, 개발, 이주, 현대성 등에 관한 논의에 크게 기여해온 퍼거슨 교수의 이번 책 번역은 그의 제자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조문영 교수가 맡았다. 퍼거슨은 이 책에서 그는 이 책에서 ‘분배정치’, ‘분배생계’, ‘분배노동’, ‘정당한 몫’ 등 본인이 명명한 주요 용어를 중심으로 남아공, 나미비아, 브라질, 멕시코 등의 글로벌 남반구에서 현재 활발히 진행 중인 새로운 복지국가 실험을 소개한다. 그리고 국가가 저소득층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이 남아프리카에서 출현한 배경을 검토한다."

간단히 말하면 분배정치에 관한 '남아공 모델'을 고찰한 책이다. 기본소득과 분배정치에 대한 우리의 시야를 대폭 확장시켜준다.

 

두번째 책 역시 기본소득을 다룬 국내서로 골랐다. 오준호의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개마고원, 2017). "“기본소득은 기술혁신 과정에서 낙오하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대책이 아니다. 반대로 기술혁신에 기여한 모든 인류에게 정당한 몫을 돌려주자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세번째는 바스카 순카라 등의 <99%를 위한 미래>(동녘, 2017)다. "미국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와 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주장과 사회운동을 소개한다." 다른 페이퍼에서 다룬 <포스트자본주의 새로운 시작>(더퀘스트, 2017)과 같이 읽어볼 만하다. <볼온한 산책자>의 저자이자 다큐감독 에스트라 테일러는 추천사에서 이렇게 적었다. "자본주의를 적당히 바꾸는 것보다는 차라리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끝장나는 걸 상상하는 게 더 쉽다는 오래된 농담이 있다. 이 책은 지금의 정치경제를 급진적으로 재상상할 준비가 되어 있는 새로운 좌파 지식인 세대에겐 이 낡은 농담이 적용되지 않음을 증명한다."

 

네번째는 보급판으로 다시 나온 로버트 퍼트넘의 <우리 아이들>(페이퍼로드, 2017)이다. '빈부격차는 어떻게 미래 세대를 파괴하는가'가 부제. "저자 로버트 D. 퍼트넘이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반세기 동안 미국 사회에서 일어난 변화를 추적한 책이다. <이코노미스트> 2015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저자는 포트클린턴에서 미 전역 방방곳곳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급의 가정과 아이들의 삶을 세심하게 살피는 동시에 최신 사회과학적, 뇌과학적 연구 성과를 토대로 그들이 처한 현실을 엄밀하게 분석한다." 미국 사회를 다루었지만 '남의 아이들' 얘기가 아니다.

 

 

 

끝으로 다섯번째는 모리모토 안리의 <반지성주의>(세종서적, 2017)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의 반지성주의'를 해부한 책으로 '미국이 낳은 열병의 정체'가 부제다. "이 책은 한편으로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 같기도, 또 한편으로는 평등주의를 전파하는 것 같기도 한 ‘반지성주의’를 그 근원부터 캐는 책이다. 저자는 미국의 종교사를 풀어헤쳐 나가면서 미국에서 반지성주의가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지금까지의 발전 과정을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반지성주의의 기원, 의미, 역사적 역할, 효용 등을 설명한다." 미국사회와 정치를 이해하게 해주는 매우 강력한 책. '반지성주의'란 주제와 관련해서 저자는 리처드 호프스태터의 <미국의 반지성주의>를 적극적으로 참조하고 있는데, 찾아보니 이 또한 근간 예정이다(봄에는 번역본이 나오는 것 같다). 두 권을 묶어서 읽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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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정치의 시대- 기본소득과 현금지급이라는 혁명적 실험
제임스 퍼거슨 지음, 조문영 옮김 / 여문책 / 2017년 1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17년 01월 15일에 저장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기본이 안 된 사회에 기본을 만드는 소득
오준호 지음 / 개마고원 / 2017년 1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17년 01월 15일에 저장

99%를 위한 미래
바스카 순카라.세라 레너드 지음, 황성원 옮김 / 동녘 / 2017년 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7년 01월 15일에 저장
절판

우리 아이들 (페이퍼백)- 빈부격차는 어떻게 미래 세대를 파괴하는가
로버트 D. 퍼트넘 지음, 정태식 옮김 / 페이퍼로드 / 2017년 1월
19,800원 → 17,820원(10%할인) / 마일리지 99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17년 01월 15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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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 경제서 두 권을 고른다. 브랑코 밀라노비치의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21세기북스, 2017)과 폴 메이슨의 <포스트자본주의 새로운 시작>(더퀘스트, 2017)이다. 



밀라노비치는 세르비아계 미국 경제학자로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는 <가진 자, 가지지 못한 자>(파이카, 2011)에 이어서 두번째로 소개되는 책이다. 원제는 '글로벌 불평등'이고, '30년 세계화가 남긴 빛과 그림자'가 부제다. 저명한 경제학자들의 추천사만으로도 책의 성가를 짐작할 수 있는데,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는 "흥미진진하다! 이 책은 국가 간 불평등과 국가 내 불평등에 관한 연구 결과를 최대한 명확하게 전달한다"고 평했고, 201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은 "브랑코 밀라노비치는 이 책에서 일생 동안 이어온 연구를 토대로 불평등의 과거, 현재, 미래와 국가 내 불평등과 국가 간 불평등, 세계 전반에 걸친 불평등을 고찰한다. 쿠즈네츠 파동, 시민권 지대 등 새롭고 도전적인 아이디어로 가득한 이 책을 통해 불평등 연구 분야의 가장 사색적이고 진취적인 학자라는 그의 명성이 한층 더 공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책은 피케티의 책과 마찬가지로 데이터 분석에 치중하면서 오늘날 글로벌 자본주의의 불평등이 어디에 기원하고 있으며 어떤 원인 때문에 더 심화되고 있는지를 해명한다. 불평등 문제를 다룬 책으로 피케티와 스티글리츠, 그리고 디턴의 책들과 견주어볼 만하다. 더불어 향후 세계 경제를 전망하는 데 필요한 유력한 시각을 확보해둠직하다. 



그런 맥락에서 반가운 책이 폴 메이슨의 <포스트자본주의 새로운 시작>이다(원제는 '포스트자본주의'). 영국 BBC의 경제 에디터를 역임한 저자는 "자본주의가 낳은 IT의 혁명적인 발전은 결국 자본주의의 해체를 불렀으며, 나아가 완전히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내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대단원에서 완전히 다른 단계로 접어드는 세상에 대한 ‘근미래 전망서’이자,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경제·사회적 변화를 능동적으로 포착하여 변혁의 기회를 잡으라고 제안하는 ‘정치사회서’다. 이 책은 미래를 위한 토대 구축을 목표로 하지만 과거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1부는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온 길과 자본주의의 위기에 관한 내용이다. 2부에서는 참신하고 설득력 있는 포스트자 본주의 이론을 간략히 소개한다. 3부에서는 포스트자본주의로의 전환이 어떻게 이뤄질지를 알아본다." 

흔히 자본주의 이후에 대해 상상하는 일은 지구 종말을 상상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는데, 폴 메이슨이 제시하는 것이 바로 그 어려운 상상의 세계다. 이 책의 등장을 슬라보예 지젝 또한 쌍수를 들어서 환영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과 그 밖에 우리가 거쳐온 모든 ‘포스트’ 트렌드들이 지나간 뒤에, 폴 메이슨은 유일하게 진정한 ‘포스트’ 사조인 포스트자본주의와 대담무쌍하게 정면으로 마주한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글로벌 자본주의가 낳은 교착 상태의 음울한 징조처럼 보이는 지금, 이 현실을 타개할 실현 가능한 대안을 떠올리기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울지 모른다. 우리는 이 절망적인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메이슨의 책은 단연 재밌게 읽히지만, 이 명백한 사실 때문에 다음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바로 ‘이 책은 우리가 생각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책’이라는 사실!"

요컨대 우리를 생각하도록 만드는 책이라는 점. 



덧붙이자면, 프랑스 경제학자들이 쓴 <폭력적인 세계경제>(미래의창, 2017), 생태경제학자 허먼 데일리의 <성장을 넘어서>(열린책들, 2017), 그리고 국내서로 <선대인의 대한민국 경제학>(다산북스, 2017) 등이 눈길을 끄는 경제서들이다. 무엇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혹은 무엇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생각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삼으면 좋겠다... 


17. 0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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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과학서'를 고르자 마자 또 눈에 띄는 게 새로 나온 '사이언스 클래식'이다. 칼 세이건의 <혜성>(사이언스북스, 2016)은 개정판이어서 놀랍진 않지만 헬레나 크로닌의 <개미와 공작>(사이언스북스, 2017)은 '서프라이즈'다. 원저는 1991년에 나왔고 생각보다 두껍다. 먼저, <혜성>은 어떤 책인가.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과 유명한 과학 저술가인 앤 드루얀이 과거와 현재를 가로지르며 혜성에 대한 과학적 설명과 함께 혜성 관측의 역사, 혜성 연구의 발전 과정 및 앞으로의 전망까지 풍부하게 다루고 있다. 실제 사진뿐만 아니라 존 롬버그, 돈 데이비스를 비롯한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흥미로운 그림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독자들의 흥미를 더한다."


띠지에 '코스모스 3부작 완간'이란 문구가 씌어 있는데, <코스모스>와 함께 <창백한 푸른 점>, <혜성>을 같이 묶어서 3부작으로 부르는 모양이다. 물론 모두 번역돼 있다. 윌리엄 파운드스톤의 전기 <칼 세이건>(동녘, 2007)과 함께 지난 연말에 나온 <칼 세이건의 말>(마음산책, 2016)까지 더하면, 말 그대로 '칼 세이건의 모든 것'이 될 수 있겠다. 가장 명쾌한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우주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책값 혹은 티켓값이 비싸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듯...



출처는 기억나지 않지만 <개미와 공작>에 대해서는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매트 리들리의 <붉은 여왕>(김영사, 2006)와 함께 제목 때문에 기억하고 있는 책. "진화론의 역사에서 가장 치열한 토론의 과정과 그 성과를 집대성한 역작이다. 저자인 헬레나 크로닌은 자신의 런던 정치 경제 대학(LSE) 박사 학위 논문이었던 이 책의 출간으로 일약 세계적인 진화 생물학자의 반열에 올랐다."고 소개된다. 간단히 말하면 진화론의 고전. 


"다윈과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부터 존 메이너드 스미스와 리처드 도킨스에 이르는 다윈주의의 역사를 관통해서, 일개미들의 자기희생과 수컷 공작들의 아름다운 깃털이 개체들의 번식과 생존이라는 틀을 넘어서 다윈주의의 영역을 확장해 가는 학문적 진화의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서술"하고 있다. 진화론의 고전들이 여럿 소개되었지만 "지금껏 내가 읽어본 과학책 중 최고 수준의 책"(최재천 교수)라는 평에 또 혹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일개미 독자들은 책읽기에 있어서 공작의 우아함을 유지하기 어렵다...


17. 0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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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춥다고 하여 하루를 은둔 수도사처럼 보냈다(이불을 뒤집어쓴 수도사?). 눈을 뜨고 있을 때는 언제나처럼 많은 책을 뒤적였는데, 그 가운데 두 권을 '이주의 과학서'로 꼽는다. 국내 초역된 앨프리드 월리스의 <말레이 제도>(지오북, 2017)와 재간된 제임스 왓슨의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반니, 2017)이다.   


"진화론의 숨은 창시자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의 <말레이 제도>가 국내 초역이자 완역본으로 출간된다. 월리스는 최초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에 관한 논문을 작성하고도 진화론 창시라는 위대한 업적에서 찰스 다윈보다 한 발 물러나 있던 과학혁명가다. <말레이 제도>는 월리스가 1854~1862년까지 무려 8년에 걸쳐 말레이 반도 남쪽 지역에서부터 뉴기니 섬 북서부 지역에 이르기까지 수마트라 섬, 보르네오 섬, 자와 섬, 티모르 섬, 술라웨시 섬 등 적도를 가로지르는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세계 최대의 군도, 말레이 제도를 샅샅이 과학탐사하고 기록한 책이다."

<말레이 제도>는 1869년작이다(한국어판은 1890년에 나온 제10판을 대본으로 삼았다). 그냥 액면으로도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1839)를 떠올리게 하는데, 연도를 보니 <말레이 제도>가 30년 뒤에 나왔다. 윌리스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에 관한 논문을 먼저 썼지만 이를 다윈에게 보냈던 것은 그에 대한 존경심 때문으로 보이는데, 그 존경은 <비글호 항해기>에서 비롯한 게 아닌가 싶다. 확인해보니 <비글고 항해기>는 구매 내역에 없다(장바구니에 넣어만 둔 것인가?). 몇 종의 번역본이 나왔었지만 현재는 리잼판만 남아 있는 듯싶다. 여유만 있다면 두 권을 연이어 읽어볼 만하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의 추천사는 이렇다.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라는 이름은 자연사라는 지층에서 팔꿈치 하나만 내놓은 일종의 전설이었다. 21세기의 자연사학자는 19세기의 자연사학자의 탐험을 읽는 내내 불편했다. 월리스와 함께 오랑우탄과 나비를 쫓고 함께 열병을 앓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자 월리스라는 전설은 이제 살아 있는 역사가 되었다."


월리스가 19세기 자연사학자이자 진화론자라면 제임스 왓슨은 20세기 분자생물학의 아버지다. 프랜시스 크릭과 함께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공로로 일찍감치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할 당시 그의 나이는 34살이었다.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는 이 '과학 영웅'의 세번째 회고록이다. 첫번째 회고록이 유명한 <이중나선>(1968)이고, 두번째가 <유전자, 여자, 가모브>(2001)로 모두 번역돼 있다. 


 

그밖에 자전적 내용도 포함하고 있는 <DNA를 향한 열정>(사이언스북스, 2003)도 추가할 수 있다. 언젠가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인데, 지금은 물론 어디에 꽂혀 있는지(혹은 어느 박스에 들어가 있는지) 알 수 없다. DNA 이중나선 구조 발견(1953) 50주년을 맞아 2003년에 출간되었고 그해 우리말로도 번역되었으나 절판된 지 오래 되었다. 책소개는 이렇다. 

"제임스 왓슨이 1968년부터 근무해온(이전엔 무명이었으나 그로인해 세계 최고의 생명과학 연구소로 알려진)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CSHL)에서 펴낸 글 모음집이다. 1960년대부터 30여 년간 왓슨이 쓴 글중에서 그의 삶과 생명과학의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글을 모으고 거기에 자전적 소개글을 추가했다. 따라서 이 책은 제임스 왓슨의 일기장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일부러 짜맞추고 덧대고 복잡하게 정리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왓슨을 대할 수 있다."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이레, 2009)는 진즉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지 오래됐었는데, 이번에 재간된 것. 역자에 따르면 회고록 삼부작의 마지막 편이자 종합판이다. 한권만 읽는다면 이 책을 고르면 되는 셈. 



왓슨의 책으론 몇 종의 번역본이 나온 <이중나선> 외에 <DNA: 생명의 비밀>(까치, 2003), <왓슨 분자생물학>(바이오사인스, 2014) 등이 더 번역돼 있다. <분자생물학>은 대학 교재인데, 여전히 이 분야의 대표 저작인지 궁금하다(7판까지 나온 걸 보면 그런 듯싶다).


왓슨의 회고록을 다 읽을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면 '옮긴이의 말'만 읽어두어도 좋겠다. 왓슨에 대한 많은 정보와 평가가 잘 간추려져 있다... 


17. 0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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