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철학자 겸 사회학자 두 사람의 책이 각각 번역돼 나왔다. 질 리포베츠키의 <가벼움의 시대>(문예출판사, 2017))와 미셸 마페졸리의 <부족의 시대>(문학동네, 2017). 어립잡아 같이 묶었는데, 1944년생으로 생년이 같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내에 소개된 프랑스 학자로는 공통점이 좀 있다. 책이 몇 권 소개되었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거의 인지도가 없다는 점. 



<패션의 제국>(문예출판사, 1999)을 통해 처음 소개된 리포베츠키의 책은 지금 세보니 다섯 권이 번역되었다. 한데, <사치와 문화>(문예출판사, 2004)와 신간 <가벼움의 시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절판된 상태다. <행복의 역설>(알마, 2009)은 그맘때 대학 강의에서 교재로 쓰기도 했는데, 먼 옛날 기억처럼 여겨진다. <가벼움의 시대>는 <행복의 역설> 이후에 8년만에 소개되는 책이다. 


"<텅 빈 것의 시대>, <패션의 제국>, <사치의 문화> 등 대중문화에 관한 신선하고 도발적인 주장을 담은 책으로 주목받은 프랑스 철학자 질 리포베츠키의 신간 <가벼움의 시대: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가벼운 것의 문명>은 ‘가벼움’이라는 모티프를 통해 우리 시대를 해석하려는 중요한 첫 걸음을 내딛는 책이다. 저자는 ‘가벼움의 문명’을 분석함으로써, 일상의 삶을 점점 더 무거워지게 만드는 이율배반적인 현실을 밝혀내고자 한다."


놀랄 만하지는 않더라도 뭔가 생각의 꼬투리는 던져주는 저자로 기억한다.<가벼움의 시대>는 전작들의 달리 비로소 한국 독자들과 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국에서 별로 재미를 못 본 저자군에 속한다는 점에서는 마페졸리도 예외가 아니다. 단독 저작은 현재까지 다섯 권이 소개되었는데, 두 권은 절판되었고 남은 건 신간과 함께 <디오니소스의 그림자>(삼인, 2013)와 <영원한 순간>(이학사, 2010)이다. 이번 <부족의 시대>의 부제는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개인주의의 쇠퇴' 원저는 좀 된 책이다. 1988년에 나왔다고 하니까 30년만에 소개되는 셈. 


"1988년 프랑스에서 초판이 출간된 이후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일본어 등으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읽힌 마페졸리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인류학적 통찰로 시들어가던 포스트모던 담론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전자 은하계’에서 살아갈 대중의 속성을 시대를 앞서 전망한 예언적 저서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마페졸리는 개인주의 신화에 종언을 고한다. 근대 이전이 공동체 사회였다면 근대는 개인의 시대이며, 이어 등장한 포스트모던 대중사회의 키워드는 ‘부족’이다. 씨족, 혈족 중심의 고대 부족이 아니라 문화, 스포츠, 성(性), 종교 등 다양한 관심사에 따라 불규칙하게 재편되는 소집단들을 통해 새로운 부족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즉 오늘날 대중사회에서 인간은 개인주의를 버리고 소집단들로 뭉치며 다시 부족화하고 있다."


보드리야르의 뒤를 잇는 포스트모던 사회학의 대표 이론가로 소개되는데, <부족의 시대>가 비로소 그런 평판을 확인시켜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소개된 책들 가운데 <디오니소스의 그림자>(1982)와 <영원한 순간>(2000)이 <부족의 시대>의 앞뒤로 놓이는 책이다. 저자의 관심을 따라가자면 <디오니소스의 그림자>, <부족의 시대>, <영원한 순간> 순으로 읽어봐도 좋겠다...


17.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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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배송예정인 책의 하나는 브라이언 포터-슈치의 <폴란드 근현대사>(오래된생각)다. 러시아사와 관련되는 대목만, 그리고 귄터 그라스 작품의 배경으로서만(단치히/그단스크) 강의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폴란드 근현대사에 대해 무지하다는 생각에 제목을 보자마자 장바구니에 넣었고 지난주에(작년이로군) 주문한 책이다. 원저도 믿을 만하고.

˝유럽 북동부의 나라인 폴란드의 근현대 200년의 험난한 역사를 다룬다. 폴란드는 국가를 잃은 경험, 세계대전의 희생양, 군사쿠데타, 히틀러의 침공, 소련의 점령, 공산 독재로 점철되는 순교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런 비극적인 역사 때문에 폴란드는 수많은 역사가들에 의해 유례가 없는 특이한 나라, 집단적 희생자의 나라, 영웅과 희생자만이 진정한 폴란드인인 나라라는 고정 관념으로 일반화되었다. 

그렇지만 폴란드에 순교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변화하는 현실 세계에 저항하거나 적응하고 이해하고자 했던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며, 화려하기도 하고 초라하기도 한 사람,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하며,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 사람들이다. 이 책은 그들의 이야기다.˝

폴란드 근현대사를 읽어야 폴란드 근현대문학에 대해서도 어림해볼 수 있겠다. 한 학기 커리로 다룰 만큼 작품이 많이 번역돼 있는 건 아니지만(눈대중으로 그렇다) 잘 찾아보면 반학기(8주) 일정은 짜낼 수 있겠다. 수년 내에 바르샤바를 찾는 것도 고려중인데 그건 무엇보다도 영화감독 키에슬로프스키(키슬로우스키) 때문이다. <데칼로그>의 키에슬로프스키. 내게 가장 가까운 폴란드는 키에슬로프스키의 폴란드로군. 기사를 찾다가 알게 되었는데 2016년이 20주기가 되는 해였다.

폴란드사에 대한 다른 책은 국내서들이다. 필요하다면 <폴란드 근현대사>에 대한 보충으로 참고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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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의 개봉 소식을 오늘에야 접했다. 그러고서 주문한 책이 세 권. 30년 전 시간으로 소환하는 책들이다. <1987>이 제작되고 개봉되는 세상에 살게 돼 기쁘다. 그런데 너무 들뜬 탓인지 지갑을 분실했다(그 이전 분실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 전이다). 이용하던 신용카드들도 분실신고를 한 탓에 새로 발급받을 때까지 거래차단. 알라딘 구매도 중지.

집에 돌아와선 수습차원에서 지갑을 바꾸었다. 서랍에 오랫동안 자고 있던 지갑으로. 현금 분실액도 좀 되지만 핸드폰을 분실한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고 위안을 삼는다. 신분증을 비롯해 모든 것을 재발급받을 수 있기에. 다른 귀중품이 뭐가 있었는지 생각해보다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명함을 떠올렸다. 다시 받을 수도 없건만!

새해맞이용 액땜으로 치고 주중에 <1987>을 보며 기분전환을 해야겠다. 1987년의 사람들에 대해선 주제서평도 구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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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 후기 장편소설 종강을 앞두고 있는데 검색하다 보니 콘스탄틴 모출스키의 <도스토예프스키>(책세상)가 품절상태다. 불어나 영어권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도스토예프스키의 삶과 문학에 대한 유력한 해설서 역할을 한 책이고 번역판도 마찬가지였다. 평전이라고는 해도 작품에 대한 매우 자세한 분석을 제시하고 있어서 일반 독자보다는 전공자들에게 애호되던 책이었다.

˝러시아 문학 전문가 콘스탄틴 모출스키가 쓴 도스토예프스키 전기이다. 저자는 ‘도스토예프스키는 문학 속에서 살았다‘고 평가할 만큼 작가의 삶과 창작이 밀착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작가의 주변생활이 작품 속에 어떤 식으로 구현되었는지를 상세하게 밝힌다.˝

요컨대 에드워드 카의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이 입문용이라면 모출스키의 평전은 심화용이라고 할까. 그러나 현재는 두 종의 평전이 모두 품절된 상태라(아쉬운 독자라면 도서관을 순례하는 수밖에 없겠다) 입문도 심화도 남의 나라 얘기다. 영어권에는 더 강력한 평전으로 조셉 프랭크의 <도스토예프스키>가 나와 있어서 활용도가 떨어지게 됐지만 여전히 고전의 의의는 갖는 책인데 번역본이 품절돼(수요가 없다면 절판된다고 봐야겠다) 유감스럽다.

아직도 도스토예프스키라뇨? 혹 이런 생각들인 건지도. 도스토예프스키의 현재성에 대해서 매 강의 때마다 강조하고 있지만 역부족이지 싶다. 강력한 기계인간이 지배하는 세상이 두려운 게 아니라 도스토예프스키를 왜 읽어야 하느냐고 맑은 눈망울로 쳐다보는 세대가 두렵다. 그들은 다른 세계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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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책으로 손에 든 건 장가브리엘 가나시아의 <특이점의 신화>(글항아리사이언스)인데 통으로 읽어야 하는 책이고 장별로 읽는 책은 <한국의 논점 2018>(북바이북)이다. 지난해에 이어서 나온 기획도서. ‘키워드로 읽는 한국의 쟁점41‘이 부제다.

‘개헌‘과 ‘한반도 평화‘가 별도의 특집으로 꾸려져 있고 나머지는 분야별 쟁점 5-7개씩으로 구성되었다. 출판 관련으로는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가 ‘아날로그의 반격‘을 화두로 한 글을 실었다. 데이비드 색스의 책 <아날로그의 반격>(어크로스)에서 끌어온 화두다(필자는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도 주된 전거로 참조한다).

관심분야의 쟁점들만 일독하더라도 2018년의 그림이 얼추 그려질지 모른다. 최소한 빈손으로 새해를 맞는다는 느낌은 피하게 해준다. 무술년 아침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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