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나를 놀라게 한 책 중의 하나는 박홍규 교수의 신작 <헤세, 반항을 노래하다>(푸른들녁)이다. ‘박홍규의 호모 크리티쿠스‘의 네번째 책. 이 시리즈는 지난해 9월에 <니체는 틀렸다>가 첫 권으로 나온 이후 <헤세>가 12월에 출간되었으니 한달에 한권 꼴이다.

그렇더라도 <니체>와 <오웰>은 저자가 앞서 낸 책의 개정판이어서 표지가 깔끔하게 바뀐 걸 제외하면 놀랍지 않은데 <릴케>와 <헤세>는 의외인데다가 연거푸 출간돼 놀랍다(가장 놀라운 건 <릴케>다. 저자가 시인까지 다룰 줄은 몰랐다). 아마도 원고가 다 준비된 상태에서 출간시기만 간격을 두는 걸로 보인다.

아무튼 인물평전 분야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늘 내온 저자의 오랜 공력이 이 시리즈에서 완성태를 보여주는 듯해서 독자로서도 흡족하다. 저자의 인물평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전체적인 윤곽과 쟁점을 짚어주기에 유익하다. 헤세의 작품에 대해서는 나도 강의에서 자주 다루었고 앞으로도 다룰 예정이라(당장 다음주에도 대구에서 강의가 있다) 참고해볼 참이다.

한달에 한권이라면 이달에는 무슨 책이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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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세계적 화제작 ‘나폴리 4부작‘이 완간되었다. <나의 눈부신 친구>부터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까지다. 두 여자의 우정 이야기라는 것 정도가 내가 아는 얕은 정보. 그런 소재로 <전쟁과 평화>와 맞먹을 만한 분량의 장편 4부작을 써내는 게 가능할까라는 호기심이 일단 흥미를 갖게 한다. 정작 나로선 <전쟁과 평화> 강의에 집중해야 하기에 이 ‘눈부신 친구들‘을 만날 여력이 없긴 하지만.

또 하나의 포인트는 이탈리아의 동시대문학이라는 점. 에코와 칼비노 등 명망가들의 전집이 나와 있지만, 이탈리아 본색을 보여주는 작가들인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 이탈리아의 일상을 다루는 작가들이 아니므로. 엘레나 페란테 자신은 얼굴이,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작가라고는 하지만, 나폴리 4부작은 이탈리아 현대사의 맨얼굴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그게 이 작품에 거는 기대다. 당장은 1권을 어디에 두었는지 찾아놓기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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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배송된 책 가운데 하나는 서준섭 교수의 <한국 모더니즘문학 연구>(역락, 2017)이다. 지난주에 검색하다가 개정판이 나온 걸로 주문한 것인데, 내가 읽은 일지사판 초판이 나온 게 1988년이니까 무려 30년 전이다. 거꾸로 30년만에 다시 책을 손에 든 것. 저자는 '1930년대 한국 모더니즘문학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그것을 단행본으로 펴낸 게 <한국 모더니즘문학 연구>였다. 



수정보완된 내용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 책을 다시 구입한 건 그 사이에 변화된 나의 안목이 궁금해서다. 책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더라도 30년의 시간적 간격이 책을 읽는 시각에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터이다. 거기에 덧붙여 한국 현대시사에 대한 강의 준비용이기도 하다. 


서준섭 교수의 책으로 <한국 모더니즘문학 연구>는 내가 읽은 유일한 책이었다. 지금 보니 그간에 저자가 펴낸 책들이 몇 권 더 있다. <한국 모더니즘문학 연구>를 재독한 연후에 관심이 더 이어진다면 두어 권 더 읽어볼 생각이다. 



모더니즘 관련으로는 권영민 교수의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탄생>(세창문화사)이나 오형엽 교수의 <한국 모더니즘 시의 반복과 변주>(소명출판) 등도 관심도서. 원론적으로는 피터 게이의 <모더니즘>도 필독서이긴 하다. 올해는 모더니즘 문학과 문학사를 정리해보는 게 개인적인 프로젝트의 하나이긴 때문에 그간에 구입해놓은 책들을 일독해봐야겠다. 정현종 시인의 말대로,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고, 읽을 시간도 마찬가지다. 손을 더 바쁘게 놀려야겠다...


17. 01.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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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희곡 <어둠의 힘>(뿌쉬낀하우스)이 새로 번역돼 나왔다. 몇 차례 번역본이 나왔던 작품이지만 모두 절판된지라 강의에서 다루기 어려웠다. 작가정신판 톨스토이 전집에서도 처음 기획에서와 달리 희곡집이 빠지면서(<전쟁과 평화>도 불발로 끝났다) 희곡 작가 톨스토이는 그간에 접해볼 수 없었던 것. <어둠의 힘>은 1887년작으로 톨스토이의 대표 희곡이다.

 

"똘스또이가 1887년에 발표한 희곡 작품으로 뚤라 주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작품의 줄거리는 주인공 니끼따가 병약한 부농의 아내인 아니시야와 불륜의 사랑을 시작하면서 절도, 근친상간, 살인 등의 온갖 범죄를 저지르지만, 훗날 의붓딸의 결혼식장에서 자신의 모든 죄를 고백하고 참회한다는 내용이다. 5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품의 검열 단계에서 4막이 지나치게 사실적이어서 연극 무대 상연으로 다소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아 4막의 뒷부분에 대한 이본이 추가되었다."

 

 

한편 이번 번역본은 '레프 똘스또이 전집'의 보급판 '똘스또이 클래식' 시리즈의 하나인데, 여섯번째 책이라고는 하지만, 전집 규모로 완간되려면 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중편 정도 분량이 책 한권으로 나오고 있는 터여서 장편소설의 경우에는 어떤 형태로 나올지 궁금하다. 그보다는 이렇듯 다른 전집에 빠진 작품들이 발 빠르게 재번역되면 좋겠다...

 

17. 01.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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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의 <미성년>(1875)에 대한 강의를 마치고 귀가하여 윌리엄 케인의 <위대한 작가는 어떻게 쓰는가>(교유서가)를 펼쳐들었다. ‘작가 지망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에서 저자가 한 장을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처럼 써라‘에 할애하고 있어서다. 결미에서 핵심을 이렇게 요약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작가를 위한 작가다. 그의 작품이 현대의 취향에서는 다소 장황해 보일지 몰라도 작가들에게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가치를 지닌다. 그 어떤 소설도 등장인물의 마음과 영혼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지 않고서는 완벽할 수 없다. 도스토옙스키는 우리에게 그 방법을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장면전환과 독자가 좋아할 만한 목소리 만드는 법, 강렬한 감정에 휘둘리는 인물의 외모와 심리 상태를 묘사하는 법을 알려준다. 이것이 바로 도스토옙스키의 유산이고 그가 현대작가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주로 기법 차원에서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배울 점을 제시하고 있는데 저자가 겨냥하는 작가지망생이라면 숙지해볼 만하다. 하지만 관심사가 좀 다르기에 나는 강의에서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의 현재성과 함께 <미성년>이 장편소설 사이클에서 갖는 위상과 의의에 초점을 맞추었다.

흔히 도스토예프스기의 ‘4대 장편소설‘이라고 하면 <죄와 벌>(1866)부터 <백치>(1869), <악령>(1872), 그리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1880)까지 <미성년>을 제외한 네 편을 가리킨다. <미성년>은 부수적인 작품으로 간주하는 셈인데, 실제로 오랫동안 다른 네 편에 비해서는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아무래도 마지막 걸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워낙 강력한 작품이어서 상대적으로 묻힌 면도 있다. 그렇지만 나의 관점은 그의 다섯 장편이 일련의 연쇄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죄와 벌>로부터 이어지는 그의 장편들은 앞선 작품의 주제와 문제의식을 변주하면서 심화해나간다. <미성년> 역시 이 연결고리에 하나이기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아르카지 돌고루키의 1인칭 수기가 더 완성도 높은 3인칭 서사로 구현된 것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인 것이다.

이러한 연쇄는 톨스토이의 장편들과도 대조가 된다.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부활>로 이어지는 세 장편을 나는 연속적으로 읽기 어렵다. 세 작품을 떠받치고 있는 작가적 세계관이 모두 다르기에, 이 장편들을 각기 다른 세 작가가 썼다고 해도 믿을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의 차이점 가운데 하나다(강의에서는 두 작가에게서 ‘깨달음‘이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도 비교했는데 조금 자세하게 설명해야 해서 여기서는 생략한다). 이번에 <미성년>을 다루면서 나대로 배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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