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의 핵심 일정은 소세키 기념관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막연하게 소세키문학관이 있겠거니 했는데 공식명칭으로 ‘신주쿠 구립 소세키 산방 기념관‘이 개관한 것은 불과 지난해 9월의 일이다. 이제 넉달밖에 되지 않으니 한국인 단체 관람객도 우리가 처음이지 않을까 싶었다(정말 내장재 냄새도 다 가시지 않은 새건물이다).

기념관이 세워진 곳은 소세키가 만년의 9년을 살면서 <갱부> 이후 <명암>까지 만년의 모든 작품을 집필한 집이다. ‘산방‘은 ‘서재‘를 가리키며, 소세키 가족의 집이자 소세키의 집필실이 위치한 집이다. 당초 1945년 5월의 공습으로 전소되었지만 고증을 통해 복원되었다. 그의 장서는 사전에 다른 곳으로 옮겨져 보관되었다고 한다.

오사카에 있는 시바 료타로 기념관에 견줄 만큼 공들이 기념관이 늦게라도(지난해가 소세키 탄생 150주년이었다) 세워진 건 다행스러운 일이고 덕분에 이번 일본문학기행도 뭔가 내실을 기할 수 있게 되었다. 소세키 기념관 앞에 세워진 동상과 함께 건물 전경 사진을 옮겨놓는다. 기념관 내부는 촬영이 금지돼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정대로라면 나리타공항에 있어야 하지만 일본항공의 비행기 연착으로 이제야 탑승. 이륙을 기다리고 있다. 2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면 3시 반은 되어야 오늘의 일정에 들어가게 될 듯하다. 지금은 오후 1시.

내일은 나쓰메 소세키와 관련한 일정 위주여서 가방에 넣어온 책은 일본이 자랑하는 비평가 하스미 시게히코의 <나쓰메 소세키론>. <산시로>를 다룬 장을 이전에 읽었는데 이번 여행중에 탐독해보려 한다. 이제 비행모드로.

(...)

일본 나리타공항에 도착한 건 오후 3시 10분쯤. 인천에서 나리타까지는 2시간 남짓 소요된다. 입국수속이 번거롭지 않아서(내가 경험한 최악은 러시아였다) 곧바로 짐을 찾아서는 미리 도착해 있던 일행과 합류한 다음 도쿄로 이동했다.

당초 진보초 고서점가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지체된 탓에 내일로 미루고 도쿄의 야경을 본 뒤에 저녁식사를 했다. 그러고는 오오에도 온천에서 시간을 보내고(일본식 찜질방이라고 해야겠다. 찜질과는 무관하지만) 호텔에 안착.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한 시점에서야, ‘이제 또 시작이구나‘란 느낌이 든다. 네번째 문학기행(한겨레교육센터와는 세번째).

도쿄는 지난여름에 갔던 교토와는 확연히 다른 인상이다. 말 그대로 거대한 국제도시. 바다를 낀 도시의 야경은 얼핏 뉴욕이나 샌프랜시스코를 떠올리게 한다. 레인보우 브리지와 자유의 여신상 복사판 때문인듯. 이 또한 도쿄의 천 가지 얼굴 가운데 하나이리라.

내일의 일정을 위해서는 ‘하스미 상‘의 책과 함께 소세키의 <산시로>와 <마음>도 다시 좀 보다가 잠들어야겠다. 시차가 없다보니 좀 맨숭맨숭하군. 하기야 환승을 포함해 13시간 넘게 비행해야 했던 러시아문학기행이나 카프카문학기행에 비기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무진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이동중이다. 아직 어둑할 즈음에 집을 나섰으나 앞차를 놓치는 바람에 터미널에서 날을 샌 모양새가 되었다. 택시를 타고 평소보다 여유 있게 도착했다고 생각했으나 매표소에 가보니 지난주부터 시간표가 바뀌어서 버스가 출발한 다음이었다(2분 늦어서 40분을 지각하게 생겼다). 어제 인터넷에서 작년 말에 이용자가 올린 시간표를 보고 방심한 대가다(수년간 변동이 없다가 지난주에 바뀔 줄이야).

몇사람 타지 않은 리무진에서 딱히 할일은 없기에 보조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책은 트렁크와 보조가방에 분산해 넣었는데 가방의 책은 오늘 이동간에 읽으려는 것. 그중 하나가 시인이자 삼국유사 전문가 고운기 교수의 <도쿄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난다)다. 도쿄여행기. 목차를 보니 2016년 1월 28일부터 2월 3일까지 6박 7일간의 기록이다(여행목적도 유사하다. 설국 기행). 기간에 견주면 나도 이번 여행에서 이 책의 2/3 정도 분량은 써야 한다. 하루에 네댓 시간씩 쓴다면 가능할지도.

그나저나 출근시간대라 차가 막히고 있다. 도쿄의 밤이 찾아오기 전에, 나는 도쿄로 가야 하고, 그러자니 인천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잔뜩 밀려 있는 차량 행렬을 보니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지도 염려스럽다... 라고 썼지만 버스가 시외로 빠져나오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저자는 인천공항에 일행이 모였다고 서두를 꺼낸 뒤 바로 다음 페이지에서 ˝나리타공항에는 전세버스가 대기해 있다˝고 적는다. 인천공항까지 가는 건 일도 아닌 것이지. 예정대로라면 나도 오후 3시경 나리타공항에서 대기중인 전세버스에 몸을 실을 것이다. 도쿄의 밤이 찾아오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도쿄에 입성하는 것이다...

PS. 나리타공항의 폭설로 출발이 늦춰질 것 같다. 오후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듯하다. 말 그대로 눈의 고장을 넘어서, 눈의 나라에 들어갈 모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평강의에서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가족>(동아시아)을 다루었다. 한국사회 가족주의(저자는 ‘정상가족주의 이데올로기‘라고 부른다)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신랄하게 지적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책이다. 다양한 데이터 자료를 활용하고 있는 게 강점인데 그와 더불어 몇권의 책에 대해 관심을 갖게끔 해준다.

두 권만 꼽자면 김덕영의 <환원근대>(길)와 장경섭의 <가족 생애 정치경제>(창비)다. 저자가 사회학자라는 점, 가족주의의 문제를 한국의 근대화과정과 연관지어 살펴보고 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환원근대>는 소장하고 있기에 책장을 좀 둘러보고 찾으면 되고 <가족 생애 정치경제>는 따로 구입해야 한다.

책을 구하는 건 밥먹듯이 하는 일이라 바로 주문하면 되는데 내일 일본문학기행을 떠나는지라 장바구니에만 넣어두었다. 내주에야 구입해서 읽어볼 수 있을 듯. 이 두 권이 한국의 근대와 가족주의 관련으로 저자가 참고하고 있는 책의 전부다(약간의 논문이 추가될 따름). 그래서 드는 생각이 새삼스럽지 않은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책이 너무 없구나라는 것.

분명 너무도 많은 책들이 나와 있고 또 나오고 있다. 하지만 주제를 좁혀서 뭔가 읽으려고 하면 막상 손에 잡히는 책이 드물다. 풍요 속의 빈곤? 우리 독서 현실의 씁쓸한 역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차량 정체로 평소보다 늦게 귀가해서 밤참을 먹으니 어느덧 자정을 넘긴 시각이다. 종종 그러듯이 군만두를 먹으며 오늘 배송받은 책의 책장을 넘겼는데, 함정임 작가의 <무엇보다 소설을>(예담)이다. 문학에세이, 특히 소설만을 다루고 있으니 소설(에 관한)에세이로 분류할 수 있는데 저자가 직접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직접 발로 찾아가 찍은 시진들이 곁들여져 있다. 여행에세이이기도 한 것.

미처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책장을 넘기다 보니 문학기행 거리를 구상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당장 일본문학기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예컨대 맨 첫 장에 나오는 쿠바 아바나의 코히마루 포구만 하더라도 그렇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1952)를 수차례 강의했지만(바로 지난주에도!) 그 무대라는 코히마르를 찾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저 ‘쿠바의 아바나‘ 정도로 충분했던 것. 하지만 쿠바로 헤밍웨이의 자취를 찾아 떠난다면 이런 풍광과 맞닥뜨리게 된다는 걸 저자는 알려준다.

‘코히마르‘는 ‘전망 좋은 곳‘이란 뜻이라고 한다. 아바나 도심에서 카리브해 연안을 차를 타고 20여분 달리면 헤밍웨이의 단골식당 ‘라 테라사‘에 도착하고 마을 안길을 걸어 바닷가로 향하게 되면 만나게 되는 풍경이다. 작가는 그곳에서 현지의 노인과 소년을 마주치면서 무척 반가워 한다. ˝노인이, 그리고 소년이 함께 있는 바닷가 포구에는 그들과 나, 그리고 하늘과 바다뿐이었다. 나는 행운의 여행자였고, 나는 그 행운을 사랑했다.˝

물론 이런 여정과 감회를 낳은 것은 <노인과 바다>이고 작품이 빚어낸 환영이다. ˝만약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없었다면, 그리하여 태평양을 건너, 멀고 다양한 경로를 밟아 이곳까지 오는 동안 그의 소설과 함께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들을 보는 순간 감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이 누구이고 어떤 관계인지를 떠나 그들이 자신만큼, 혹은 그 이상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그렇게 문학기행은 발견의 여정, 사랑의 여정이 된다. 문학을 향유하는 또 한 가지 방식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