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의 작가 얀 마텔의 소설 세 편이 ‘리커버 특별판‘으로 나왔다. <20세기의 셔츠>와 <셀프>, 그리고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작가정신)이다. 이 가운데 <20세기의 셔츠>(원제는 ‘베아트리스와 버질‘)에 대한 추천사를 써서 어제 책을 받았다. 2013년에 나온 구판은 책의 판형이 너무 크고(그래서 무겁고) 표지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리커버판은 그런 불만을 해소해주어서 다행스럽다(독후감도 자연스레 달라지겠다). 소개는 이렇다.

˝얀 마텔이 들려주는 또 하나의 놀라운 이야기인 <20세기의 셔츠(원제 : Beatrice & Virgil)>는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비극 가운데 하나인 홀로코스트에 관한 소설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홀로코스트는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희생당한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얀 마텔은 우리 주변에 있는, 어쩌면 내 안에 각인되어 있는 광기와 증오도 이와 비슷한 것이 아닌지 묻고 있다.˝

그리고 내가 적은 추천사의 일부.

˝20세기의 지옥으로서 홀로코스트를 안내하기 위해 등장시킨 당나귀와 원숭이는 자연스레 이 소설 전체를 알레고리로 만든다. 이 소설에서 유대인의 비극적 운명은 동물의 운명과 연결된다.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가리키는 홀로코스트는 실제로 동물의 대량학살도 뜻한다. 따라서 홀로코스트는 인류의 비극이면서 동시에 동물의 비극이다. 이 소설은 우화라는 장치를 통해서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새로운 방식으로 환기하는 작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홀로코스트의 범위를 동물의 세계로까지 확장한다. <파이 이야기>가 ‘인간과 동물의 소설‘이라면 <20세기의 셔츠>는 ‘인간과 동물의 우화‘다. 얀 마텔의 홀로코스트 소설에서 그리고 있는 것은 ‘인간과 동물‘이라는 운명공동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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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유란의 신간인가 싶어 클릭했더니(그럴 리가 없었지만) 재간본이다. <간명한 중국철학사>(마루비, 2018). 정인재 교수가 옮긴 이 책은 앞서 형설출판사에서 1990년과 2007년, 두 차례 출간된 바 있다. 어떻게든 절판되지 않고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니 스테디셀러라고 해야 할까.

˝저자의 <중국철학사(상, 하)>나 <중국철학사신편>과는 다른 철학사이다. 저자의 말대로 간명한 철학사(小史)라고 하여 중국 철학의 내용이 빠진 것이 아니라 그 주요 내용이 모두 압축되어 있는 저서라는 점에서 <간명한 중국철학사>야말로 그의 사상을 대표하는 철학사라고 할 수 있다.˝

소개대로 제목에 ‘간명한‘이 들어간 것은 훨씬 두툼한 분량의 <중국철학사(상, 하)>(까치)가 있기 때문인데, 일반독자로선 사실 <간명한 중국철학사>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나도 오래전에 형설출판사판을 읽고 까치판의 <중국철학사>는 소장용으로 갖고 있을 따름이다. 게다가 펑유란의 <간명한 중국철학사>는 영어본이 나와있으니(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영어권에서는 표준적인 ‘중국철학사‘였다) 같이 읽어도 좋겠다. 찾아보니 원저가 1948년에, 영어판은 1969년에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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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공지다. 이진아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화요일 강좌(저녁 7시-9시)에서는 3-4월에 '로쟈와 함께 읽는 카프카'를 진행한다(http://lib.sdm.or.kr/culture/apply_view.asp?ag=&wk=&st=&ct=&sw=&pg=&pg_code=5167). 지난해 카프카 전집이 완간된 걸 고려하여 기획한 강좌로 초기작을 포함해 주요 대표작을 대략 연대기적으로 읽어나가는 일정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구체적인 일정은 아래와 같다. 


로쟈와 함께 읽는 카프카


1강 3월 06일_ 카프카, <어느 투쟁의 기록>



2강 3월 13일_ 카프카, <선고><화부><변신>



3강 3월 20일_ 카프카, <실종자>



4강 3월 27일_ 카프카, <소송>



5강 4월 03일_ 카프카, <유형지에서>



6강 4월 10일_ 카프카, <성>(1)



7강 4월 17일_ 카프카, <성>(2)



8강 4월 24일_ 카프카, <어느 단식광대>



18. 0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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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읍의 ‘시인의 집‘을 나와서 향한 곳은 서귀포시 성산읍에 있는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다. 2005년에 타계한 사진작가 김영갑이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며 폐교를 개조하여 손수 지은 미술관으로 2002년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한 예술가의 치열한 작가혼이 여전히 살아 숨쉬는 공간이란 느낌을 받았다. 충남 부여생이지만 제주의 자연과 풍광을 평생 카메라에 담았고 이제 그의 사진은 제주 자체가 되었다.

미술관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돼 있어서 대신 기념엽서만을 구입했다. 이미 널리 알려진 곳이어서 따로 홍보가 필요치 않겠지만 나처럼 그런 곳이 있는 줄 몰랐던 분들은 방문해봄 직하다. 김영갑 사진집은 여러 종이 출간돼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구름을 찍은 사진들이 특히 마음에 든다. 사진집도 여유가 생기는 대로 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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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도착해서 보말죽과 호랑소라, 홍해삼 등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들른 곳이 조천에 있는 카페 ‘시인의 집‘이다. 손세실리아 시인이 운영하는 카페여서 시인의 집이고 (2년 전부터) 저자 사인본 시집만 판매한다고 해서도 시인의 집이다. 얼핏 수십 종의 사인본 시집과 일부 산문집을 전시하고 카페 손님들에게 판매하는데 전국 유일의 서점이라고 한다. 전세계적으로도 희소하지 않을까 싶다.

기념으로 구입한 시집은 손세실리아 시인의 <꿈결에 시를 베다>(실천문학사)와 이동순 시인이 자야 여사를 대신하여 사인한 <내 사랑 백석>(문학동네) 등이다. 주인장께 물으니 베스트셀러는 시선집 <내 마음이 지옥일 때>(해냄)라고 한다. 제주에 와서도 ‘지옥‘이란 제목에 끌리는 것인지, 마음이 지옥인 분들이 일부러 제주를 찾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여하튼 사실이 그렇단다. 여하튼 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예기치않은 선물을 챙겨갈 수 있는 카페가 ‘시인의 집‘이다. 몇장의 사진으로 방문 기록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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