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는 외로움 장관이 있다는군
외로움이 국가적 문제라서
외로움이 장관의 담담업무
장관도 남다른 경력자일까
외로움에 관해서라면 전문가이고
적임자일까 외로움이라면 맡겨도 좋을
맡겨봐도 좋을
적임자라면 저 굳건한 나무들은 어떤가
영국 왕실의 근위대처럼
한치의 요동도 없이 엄살도 없이
제 자리를 지키며 심지어
교대도 하지 읺고 묵묵히
외로움을 견디지
나는 저 나무들이 한눈파는 걸
보지 못했고 잡담하는 걸
보지 못했고 한탄하는 걸
보지 못했어 술 마시는 걸
보지 못했어 담배도
안 핀다고 들었어
(폭풍에 뿌리째 뽑힌 적은 있어)
아 청문회를 통과하기 어렵겠군
과묵해서 게다가
장관의 임무는 견디는 게 아니지
줄이는 거지 경감하고 해소하는 거지
장관은 외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할 테지
손을 잡아주기도 하나
사진도 찍어야 할 테고
외로운 사람이 아니라 외로움을
잘 다룰 줄 아는 사람
아 결정적으로 영국인!
영국 장관이니 말이야
내가 왜 영국 장관의 경력을
자격을 문제삼는 거야
그건 영국인들이 알아서 하는 거라구
근데 너 지금 혼자서
대화하는 거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wo0sun 2018-05-13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있는지 검색.
외로움이란 녀석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저 장관의 외로움이 걱정되는~
외로움, 만만하지 않은 강적이기에.

로쟈 2018-05-13 17:32   좋아요 0 | URL
인증샷까지 올렸는데.~
 

무된장국에 밥을 말아먹으며
배춧국 생각이 절실하다 무된장국은
정직하여 오직 무
만 들어 있다 정직은
힘에서 나오는 것
계속 숟가락질해도 무는
줄지 않는다 배추였다면!
(이 세상밖이라면 어디라도?)
그래도 먹을 수밖에 없네 이미
밥을 말아서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
더 자주 먹던 배춧국 배추된장국
배추를 사랑하고 싶어지네
무밭에서의 풋풋한 사랑도 있었건만
이젠 무된장국을 타박하네
무도 시절이 있는 법
그런 생각으로 숟가락을 뜨네
이제 겨우 다 먹었네
그래도 한솥이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생수로 입가심하며 인생은
살 만하다고 느끼네
어디로든 나가봐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눈 감으면 안 보이는 나라
우주에 암흑물질이 있는 것처럼
눈 감으면 보인다 안 보이는 나라
안 보이는 나라에 비가 내리는 소리
저건 보이지 않는 비
보이지 않는 나뭇잎을 건드리는 소리
소리는 보이는 나라와 안 보이는
나라를 바삐 오가고
나는 빗방울의 무게를 가늠해본다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라고
안 보이는 나라는 떠벌린다
보이지 않을 뿐이라고 이민국은 말한다
빛을 아낄 뿐이라고
태양도 휴식이 필요하다고
안 보이는 나라에 누가 사는가
모두가!
하지만 그건 안 보이는 나라의 일부
안 보이는 나라의 모델하우스
안 보이는 나라는 모두의 베드타운일 뿐
물밑거래는 알지 못한다
매년 일부가 안 보이는 나라로 이민을 떠난다
일부는 추방당한다
앉은 자리에서 누운 자리에서
이민국의 면접을 치른다
안 보이는 나라의 관리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안 보이는 나라는
보이지 않게 모든 일을 처리한다
보이지 않는 서류가 차곡차곡 쌓인다
안 보이는 나라는 시력만 세금으로 챙긴다
안 보이는 나라는 정연하다
안 보이는 나라는 평등하다
안 보이는 나라는 대체로 무난하다
눈 뜨면 아직은 보이는 나라
아침이군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여름바다 2018-05-13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보이는 나라...
언제쯤 볼 수는 있을까요?

로쟈 2018-05-13 11:34   좋아요 0 | URL
눈만 감으면 맛보기로는 볼 수 있죠.^^

로제트50 2018-05-13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좋네요~~^^

로쟈 2018-05-13 14:35   좋아요 0 | URL
네.~

모맘 2018-05-13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곡의 연옥에서 천국을 건너가는 강앞인데 자꾸만 굵은 빗소리가
끌어당겼습니다 좀더 있어야되나?
그래도 지옥은 아니지 않는가!

로쟈 2018-05-13 17:33   좋아요 0 | URL
제 경험으로는 천국도 아니던데요. 단테의 천국.
 

이번주 주간경향(1276호)에 실은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아룬다티 로이의 <자본주의>(문학동네)를 읽고 적었다. <자본주의>가 계기가 되어 로이의 모든 책들 구입하고 있는 중이다. <아룬다티 로이, 우리가 모르는 인도 그리고 세계>는 재구입했고,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제국가이드>는 구입내역에 뜨지 않아 이번에 구입했다. 로이와 함께 인도 출신으로 활발한 사회비평 활동을 하고 있는 판카지 미슈라의 <분노의 시대>(열린책들)도 이달에 나오는 걸로 뜨는데, 무탈하게 나오길 기대한다.  

 


주간경향(18년 5월 14일) 가난과 빚에 쪼들리는 8억명의 인도인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는 1997년 <작은 것들의 신>으로 영어권 최고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했다. 첫 장편소설로 거둔 놀라운 성취다. 하지만 다음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에 반하여 로이는 문학을 떠난다. 이듬해에 쓴 <상상력의 종말>이 작가로서는 절필 선언에 해당한다. 동시에 사회운동가로서의 출사표이기도 하다. 소설로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하여 그는 소설 대신에 다른 글쓰기를 실천한다. 그가 직면한 현실은 우리의 현실이기도 한데 바로 전지구적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현실이다.


'유령 이야기'를 부제로 한 <자본주의>는 인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자본주의 묵시록이다. 12억이 넘는 인구의 아대륙 인도는 신흥 경제대국이다. 한동안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수월성을 입증하는 사례처럼 보였다. 3억명의 신흥 중산층은 그러한 성장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로이가 직시하는 건 그러한 성장의 이면이다. 상위권 부자 100명의 자산이 국내총생산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나라에서 8억의 인도인들은 가난과 빚에 쪼들리며 유령으로 존재한다. 


모든 것을 민영화하면서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는지 그 성장의 과실은 소수의 부자들에게 집중되었다. 돈을 토해내는 수도꼭지를 이들은 힘으로 점유하고서 토지나 부의 재분배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미친놈의 소리라고 일축한다. 더 많이 가진 자가 더 많이 갖게 되는 '분수효과'로 인도의 최고 갑부는 세계 최고가의 집까지 갖게 되었다. 헬기 이착륙장이 세 곳이나 되는 27층짜리 개인 집이다. 


이러한 격차와 심화되는 불평등이 어떻게 가능한가. 세계 최대 규모의 인도 육군이 동원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들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고 사지로 내몲으로써다. 중앙인도를 개발하기 위해서 강제이주 대상이 된 원주민들은 마오주의자로 내몰려 죄목도 모른 채 수감된다. 항의하던 원주민 교사를 고문한 경찰은 무공훈장을 받고, 교사는 아직도 감옥에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현실은 인도의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빈민과의 무자비한 전쟁을 벌이는 한편 자본가들은 중산층을 대상으로 해서는 기업 자선사업이라는 기예를 통해 '인지관리'를 한다. 영화제를 후원하고 문학축제를 열며 발언의 자유를 외친다. 하지만 그 축제의 후원사들이 벌인 만행과 인도 정부의 은밀한 집단학살에 대해서는 아무도 입에 담지 않았다.


로이는 자본주의의 이러한 전쟁과 관리의 기원으로 1920년대부터 출현한 기업 출연 재단들의 역사를 살핀다. 록펠러와 카네기 재단들이 창립한 외교협회부터 그들이 조종하는 월드뱅크와 IMF, 그리고 온갖 싱크탱크들이 인도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어떻게 학자와 교수, 관료, 기업 변호사와 은행가들을 움직이고 특정 담론을 유포시켜왔는지 폭로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는 위기상태이며 전쟁과 쇼핑이라는 해묵은 수법도 더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로이는 말한다. 로이와 함께 절망하고 분노하며 희망을 갖게 하는 책이다.


18. 05. 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의 공지다. 과천 정보과학도서관에서 6월 7일부터 7월 5일까지(목요일 저녁 7시30분)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읽기 강의를 진행한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래와 같다. 


가즈오 이시구로 읽기


1강 6월 07일_ 가즈오 이시구로, <창백한 언덕 풍경>



2강 6월 14일_ 가즈오 이시구로,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



3강 6월 21일_ 가즈오 이시구로, <남아있는 나날>



4강 6월 28일_ 가즈오 이시구로, <우리가 고아였을 때>



5강 7월 05일_ 가즈오 이시구로, <나를 보내지 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