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어젯밤부터 찾았지만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데(매주 못 찾는 책이 있기에 이젠 놀랍지도 않다) 대신에 예정에 없던 책들에 손이 닿아 들춰보고 있다. 이정우의 <세계철학사1>(길)도 그 중 하나다. 세계철학사나 고대 그리스철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매우 편하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 저자가 참고하고 있는 책으로 프랑스의 고전학자 장 피에르 베르낭의 책을 나도 읽어보려고 검색해보니(소장도서들이지만 역시 찾는 건 난망하므로) 모두 절판된 상태다. 소위 ‘기본서‘에 해당하는 책들이 이렇듯 절판되는 건 비록 드물지 않더라도 당혹스럽다. 더 나은 책으로 대체되었는데 나만 모르는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우리 곁에 좀더 있게 할 필요가 있다. 비단 베르낭의 책들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지만 관심을 환기할 겸 페이퍼로 적는다.

<세계철학사1>에서 인용한 책은 <그리스 사유의 기원>이며 저자는 베르낭이 그리스 귀족정에서 민주정(데모크라티아)으로의 이행과정에 대한 빼어난 분석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핵심은 요약돼 있지만 내가 확인하려던 건 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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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폭염 속에 있고 여름도 한달 여 더 남겨놓고 있지만 강의 일정은 반년을 앞서 가기에 겨울학기까지 커리큘럼을 짜두었다. 이번 가을겨울에는 주로 20세기 전반기 미국문학과 19-20세기 프랑스문학, 그리고 하루키 이후의 일본문학 등을 강의할 계획이다. 처음 강의하는 작가와 작품들도 꽤 되는데 그렇듯 레퍼토리를 확장해나가는 것이 강의의 한 목표이면서 보람이다. 앞으로 10년 안으로 세계문학에 대한 강의책을 10권 정도 더 펴내고 나대로의 문학론과 문학사까지 쓰는 게 괴제다(거창하게 말하면 생의 과업이 되겠다).

8월 강의의 주력은 독일문학으로 헤세의 <유리알 유희>와 제발트의 소설들이다. 그리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에 대해서도 다시 강의하게 되는데 겸사겸사 역사학 관련서들을 읽고 있다.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돌베개)와 김기봉의 <내일을 위한 역사학 강의>(문학과지성사)는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사이에 두고 비교해서 읽어도 흥미롭다(그렇게 하는 중이다).

그리고 조 굴디와 데이비드 아미티지의 <역사학 선언>(한울)은 아직 초반이라 정확히 가늠이 되지 않지만 역사학에서 장기와 단기의 문제, 그리고 빅데이터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구입한 책이다. 학기중에는 읽을 여유가 없었는데, 소위 ‘방학‘이어서(강의를 30퍼센트 줄인 수준이지만) 손에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내달에는 ‘문학으로 읽는 세계역사‘도 강의할 참이다. 선택인 줄 알았더니 필수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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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의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아르테)도 그렇고 리하르트 프레히트의 <세상을 알라>(열린책들)도 그렇고, 서양 고대와 중세철학사를 다룬 새로운 책들이 나오고 있어서 자연스레, 그리고 오랜만에 고대 그리스철학에 눈길을 돌리게 되는데 때마침 시오노 나나미의 <그리스인 이야기>(살림)도 셋째 권이 나온다.

˝시리즈의 마지막 세 번째 책인 <그리스인 이야기 3 : 동서융합의 세계제국을 향한 웅비>는 펠로폰네소스전쟁 이후 도시국가 시대의 그리스가 몰락해가는 순간순간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한편 그리스 변방에서 새롭게 웅비한 마케도니아의 대왕 알렉산드로스가 그리스와 이집트를 제압하고 거대한 페르시아제국을 정복해나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써내려간다.˝

언제 실현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리스 여행을 떠난다면, 떠나기 전에 준비차원에서라도 모두 읽어야겠다 싶은 책들이다. <그리스인 이야기>는 이번 여름이 어렵다면 겨울에는 완독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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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트를 읽다가 막간에 눈이 맞아 손에 든 책은 <유학과 동아시아>(도서출판b)다. 헤겔 전공자인 나종석 교수가 동아시아의 유교 전통과 다른 근대(성)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데(<대동민주 유학과 21세기 실학> 같은 대작도 펴냈다), 책에 실린 논문들 가운데서는 유학 전통과 한국의 근대성 문제를 다룬 ‘전통과 근대‘가 요점 파악에 요긴하다. 주로 장은주 교수의 유교적 근대성 이론을 소개하고(<유교적 근대성의 미래>에 수록) 이에 대한 비판의 형태로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서구의 근대성과 구별되는 동아시아적 근대성, 더 구체적으로 한국의 유교적 근대성을 식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두 사람의 견해가 공통적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평가의 문제에서는 견해가 갈린다. 내가 더 공감하는 건 서구의 민주주의 가치이념과 유교적 근대성이 서로 충돌한다고 보는 장은주 교수의 입장이다. 그는 한국의 근대성에서 구현된 민주주의를 ‘주리스토크라시‘(사법지배체제)로 규정한다. 유교적인 정치적 근대성이 한국사회에서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 체제는 민주주의와 법치의 외피 속에서 법을 수단으로 삼아 우리 사회의 지배세력이 자신의 권력을 재생산하는 억압적 지배체제다.˝ 그리고 이런 ‘타락한‘ 형식의 민주주의를 탄생시키는 문화적 배경이 ˝능력주의 사회의 원리를 최상의 가치로 삼은 유교적인 관료지배체제 전통˝이다. 이는 최근에 확인되고 있는 전 정권하 법원행정처와 대법원의 사법농단과 이에 대한 사법부의 오만한 대응행태에서 여실히 확인되고 있지 않은가. <유교적 근대성의 미래>도 주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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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매컬로의 최대작 ‘마스터스 오브 로마‘가 드디어 완간되었다. 전체 7부 총21권 분량으로 이번에 마지막 7부가 출간된 것.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이야기이니 ‘카이사르‘ 이야기와 함께 가장 친숙한 이야기다. 애초에 6부로 마무리하려던 매컬로가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마지막 사력을 다해 쓴 파트다.

˝카이사르라는 영웅이 사라진 로마에서, 나약하지만 인간적인 안토니우스와 교활하지만 선의와 의지를 갖춘 옥타비아누스 두 사람이 십여 년에 걸쳐 패권 대결을 펼친다. 늙어가는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와의 동맹과 애정에 힘입어 가망 없는 싸움에 나서지만, 결국 승리는 젊음과 끈기를 지닌 자에게 돌아간다. 카이사르의 두 ‘아들‘ 옥타비아누스와 카이사리온의 만남이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에 이어 또하나의 비극적 죽음으로 끝난 뒤, 옥타비아누스는 마침내 ‘아우구스투스‘로서 사실상의 왕좌에 오른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대미로서도 의미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셰익스피어의 로마사극에 관심을 갖게 돼 그 준비로서도 의미가 있다(이탈리아 문학기행을 기획중이기도 하고). 로마사 관련서는 그간에 풍족하게 나왔기에 매컬로의 대작을 읽기에도 여건은 충분하다. 역사소설의 독자라면 여름나기의 거리로 고려해 볼만하다. 나처럼 셰익스피어의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를 읽으려는 독자는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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