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10년 전에 쓴 글이다. 미술책은 간간이 구입해두고는 하는데 오늘은 갑작스레 렘브란트에 꽂혀서 몇권을 주문했다. 미술사는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거쳐서 네덜란드 황금시대로 넘어가는데 그 시기를 대표하는 화가가 렘브란트다. 같은 시기 작가로는 네덜란드의 문호로 불리는 시인이자 극작가 요스트 반덴 폰델이 있는데(암스테르담의 폰델파크가 그의 이름을 딴 것이라 한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아서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루시퍼>가 밀턴의 <실낙원>에 영향을 주었다 한다. 그렇더라도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상은 높지 않아보인다. 네덜란드는 풍차의 나라이면서 렘브란트의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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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과 마찬가지로 점심을 먹고는 백팩을 매고 카페로 나왔다. 단골로 들르는 카페까지는 10분이 안 걸리는 거리(커피맛은 좋은데 음악소리가 좀 크고 안쪽으로는 조명이 어두운 편이다). 통상 에피타이저로 읽을 책들도 넣어서 나오는데 서가에서 눈에 띄는 대로 무겁지 않은 책을 빼온다. 독일 저널리스트 로베르트 미지크의 <좌파의 생각은 어떻게 상식이 되었나>(그러나)와 전진성의 <보수혁명>(책세상).

미지크의 책은 2015년에 나왔고 <보수혁명>은 2001년에 나왔으니 오래전 책이다. 보수주의나 보수혁명(독일의 바이마르공화국 시기 지식인 담론)에 관한 책을 관심을 갖고 모으고 있는데(영미 쪽 책들도 몇권 나와있다) <보수혁명>은 가성비가 좋은 책이다. 독일지성사 분야의 책일 터이지만 문학사 이해에도 요긴하다. 가령 토마스 만이나 헤르만 헤세 이해에도 도움을 준다(나는 만의 <어느 비정치적 인간의 고찰>이 번역되지 않는 게 심히 유감스럽다).

미지크의 책은 사상의 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리처드 도킨스라면 ‘밈‘이라고 불렀을 특정 관념이나 사고가 어떻게 상식으로 남게 되었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더 확장하자면 부정적인 퇴적물도 그만큼 우리 (사고의) 주변에는 남아있는 것 아닐까. 좌파의 생각뿐 아니라 우파의 생각도 상식에, 내지는 공통감각에 새겨져 있는 것이니. 일괄하여 이런 퇴적물들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해보인다. 봄맞이 대청소를 하는 것처럼 낡은 상식들은 떨어내버리는 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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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내주까지는 강의를 비웠다. <전쟁과 평화>에 비유하자면 나폴레옹 원정군에게 모스크바까지 내준 것과 비슷하다. 와신상담, 쓸개를 맛보며 버틴다고 해야 할까. 그렇지만 바닥이 보이면 반등의 기회도 생기는 법.

느즈막이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하면서 세계사를 포함한 세계문학사와 혁명론 같은 책을 써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에 바로 착수한다는 건 아니고(세계문학의 대강을 그린 세계문학강의는 올해 책으로 나올 예정이다) 기초공사용 구덩이는 팔 수 있겠다는 것(혁명론과 관련해서 읽어야 할 책 몇권을 일단 추렸다).

그리고 또 든 생각에 문학에 빠져 죽기 전에 깔려죽을지도 모르겠다는 것. 어제 출판사의 요청으로 서가 사진 몇장을 찍어 보냈는데, 거실의 메인 서가가 세계문학전집 서가다. 당연하게도 전부가 꽂혀 있는 건 아니지만 대략 80퍼센트는 되는 듯싶다(칸마다 이중으로 꽂혀 있다). 세계문학강의는 주로 이 책들과 씨름하는 일이다(참고문헌과 논문자료가 거기에 더 얹어진다. 다 모으면 산더미다).

이렇듯 빠져죽거나 깔려죽을지 모른다는 건, 그렇지만 소수의 실감일 것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문학책이 서가 한칸도 채우지 못하는 집도 있지 않겠는가(러시아라면 예외겠다. 어진간한 집에 작가전집이 빼곡히 꽂혀 있을 만큼 사회주의 시절에 책이 널리 보급되었다). 그런 상황에서라면 ‘책에 빠져죽지 않기‘나 ‘문학에 빠져죽지 않기‘는 특이한 호들갑으로 비쳐질 만하다.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친구가 생각이 났다. 학부때 한국문학 강의를 내가 제안해서 같이 들었던 친구다. 종교학 강의도 여럿 같이 들었다. 어제 그 친구가 좋다고 평했던 이재선 교수의 <현대 한국소설사>(민음사)를 중고본으로 구입하면서(1991년판으로 절판된 지 오래되었다) 지난날의 우정이 생각났다. 그 친구라면 몇마디 해줄 것 같기에. 그러고보니 영화 ‘이지 라이더‘(1969)도 같이 보았었군. 그 친구라면 ‘문학에 깔려죽지 않기‘에 맞장구를 쳐주었을 것이다. 절친한 사이였지만 우리는 ‘같이‘ 깔려 죽을 기회를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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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다 2020-03-07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서 조만간 만나시죠...

로쟈 2020-03-07 13:42   좋아요 0 | URL
광주엔 5-6월에 강의가.~

모맘 2020-03-07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로나는 많은 감정의 변화를 한꺼번에 맛보게 합니다 자발적 방콕은 아니었지만 처음엔 오랜만의 휴식이라 생각했고 그리곤 공포, 의심(아줌마들의 톡이 많은 정보를 가지고 계속 카톡카톡했어요)에 빠지게 하더니 어느 순간부턴 희망과 감동 그러다 무감각(사망자발생에도),
지금은 일상으로 받아들여지게 됐습니다ㅎ 대형마트에 나가보면 지난주와는 양상이 달라졌거든요
이젠 적응해야죠ㅎㅎ

모맘 2020-03-07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생각보다 안 읽혀진다는게 참 희한합니다^^무엇이 책을 읽게 했던거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로쟈 2020-03-07 19:49   좋아요 0 | URL
빨리 상황이 진정되어야 할 텐데요. 힘 내시길.^^;

최신기 2020-03-07 1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주부터 로자님의 책에 빠져 죽지않고 지내는중입니다. 일단 한국현대문학수업 책 너무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이병주 선생도 다시봤네요.여성작가도 낸다고 하니 너무 기대됩니다. 이번주는 문학에 빠져 죽지않기 읽고 있구요^

로쟈 2020-03-07 19:48   좋아요 0 | URL
아, 즐독하시길.~^^
 
 전출처 : 로쟈 > 마야코프스키와 파스테르나크

16년 전에 쓴 글을 14년 전에 올려놓았었다. 파스테르나크의 자서전 <안전통행증>(을유문화사)은 새 번역본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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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7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07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로쟈 > 커밍아웃의 윤리

15년 전에 쓴 글이다. 그런 일이 있었던가 싶고, 이런 글들을 썼던가 싶다. 15년만 되도 그런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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