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과 마찬가지로 점심을 먹고는 백팩을 매고 카페로 나왔다. 단골로 들르는 카페까지는 10분이 안 걸리는 거리(커피맛은 좋은데 음악소리가 좀 크고 안쪽으로는 조명이 어두운 편이다). 통상 에피타이저로 읽을 책들도 넣어서 나오는데 서가에서 눈에 띄는 대로 무겁지 않은 책을 빼온다. 독일 저널리스트 로베르트 미지크의 <좌파의 생각은 어떻게 상식이 되었나>(그러나)와 전진성의 <보수혁명>(책세상).
미지크의 책은 2015년에 나왔고 <보수혁명>은 2001년에 나왔으니 오래전 책이다. 보수주의나 보수혁명(독일의 바이마르공화국 시기 지식인 담론)에 관한 책을 관심을 갖고 모으고 있는데(영미 쪽 책들도 몇권 나와있다) <보수혁명>은 가성비가 좋은 책이다. 독일지성사 분야의 책일 터이지만 문학사 이해에도 요긴하다. 가령 토마스 만이나 헤르만 헤세 이해에도 도움을 준다(나는 만의 <어느 비정치적 인간의 고찰>이 번역되지 않는 게 심히 유감스럽다).
미지크의 책은 사상의 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리처드 도킨스라면 ‘밈‘이라고 불렀을 특정 관념이나 사고가 어떻게 상식으로 남게 되었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더 확장하자면 부정적인 퇴적물도 그만큼 우리 (사고의) 주변에는 남아있는 것 아닐까. 좌파의 생각뿐 아니라 우파의 생각도 상식에, 내지는 공통감각에 새겨져 있는 것이니. 일괄하여 이런 퇴적물들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해보인다. 봄맞이 대청소를 하는 것처럼 낡은 상식들은 떨어내버리는 재평가...